12주차. 친영례와 명사봉영례의 관계
앞에서 신라사연구자 및 고려사연구자가 신문왕의 두 번째 혼인을 친영례로 파악하고 있 음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한 신라사연구자는 이러한 혼인절차에 대해서 다른 사실을 언급하 고 있어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친영례가 아니라 명사봉영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당나라의 ｢개원례｣ 가운데 가례 부분에서 황제가 황후를 맞는 절차(皇帝納后)와 신문왕의 혼례절차와의 비교를 통해서였다.1) ｢개원례｣에서 언급하고 있는 혼례절차는 매우 복잡하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복일-고원구-고방택-임헌명사-납채-문명-납길-납 징-고기-고묘-책후와, 명사봉영-동뢰-황후사표-조태후-황후수군신하-회군신-외명부조회- 군신상례-황후묘견-거가출궁이 그것이다. 이때 입궁 이전의 절차에서 신라의 그것은 중국 의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소략한 면을 찾아볼 수 있으며, ‘책후(冊后)’가 아니라 ‘책부 인’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아울러 신부가 궁궐로 입궁한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언 급되고 있지 않고 있는 점도 찾아진다.2)
여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사실은 친영례가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친 영이 아니라 명사봉영으로 달리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신목왕후의 혼인 기록에서는 이를
‘영래’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국왕이 사신을 보낸 사실을 고려하면 ‘명사영래’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명사봉영으로 불러도 좋 을 것이다. 이는 신랑인 국왕이 왕후를 직접 데리러 가는 대신, 사신을 보내어서 신부인 왕 비를 맞이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신라의 경우 복일(卜日)-납채-책후(冊后)-명사봉영의 과 정을 거쳤다고 다시 이해하였던 것으로 보인다.3)
그런데 친영례를 명사봉영으로 달리 표현한 기존의 연구에서는 친영례와 명사봉영례가 동 일한 의미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고려사연구자 역시 그와 같이 파악 하고 있다. 비록 국왕이 직접 친영을 하지는 않았지만, 신하 등을 시켜 부인을 맞이해 오고 있다는 점에서 친영례 역시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4) 다시 말해서 명사봉영례를 친영례의 범주 속에 포함시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친영례에 대한 논쟁을 살펴보면 이 둘은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 고 있다. 친영례와 명사봉영례를 구별하여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명사봉영례는 친영례가 아니며, 그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친영례와 명사봉영례는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 일까, 다시 말해서 신문왕과 신목왕후의 혼례절차를 친영례로 볼 수 있는가의 문제가 뒤따 른다고 하겠다. 따라서 친영례와 명사봉영례의 관계를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연구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 친영례가 아니라 명사봉영례가 국왕인 신문 왕의 혼인에 처음으로 시행되었다고 보고 있다.5) 신문왕이 명사봉영례의 절차에 따라 왕비 를 맞았다는 것이다. 고려시대의 경우에는 그것이 어떠한지를 자세히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왕태자의 경우에는 명사봉영례를 통한 혼례절차가 이루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 고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중종대까지는 명사봉영례에 의한 국왕의 혼례절차가 이루어졌다 고 보았다. 실제로 그러한 사례를 단종의 경우를 통해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국왕의 경 우 주로 세자로 있을 때 혼례를 치렀기 때문에 국왕의 지위를 지닌 채 혼례식을 치르는 일
1) 채미하, 앞의 논문, p.138.
2) 서영교, 앞의 논문, pp.464~468.
3) 채미하, 앞의 논문, p.138.
4) 권순형, 앞의 책, p.40.
5) 장병인, 앞의 논문, pp.161~164.
이 드물었다는 것이다. 이에 조선 초기에 국왕이 명사봉영의 형식으로 왕비를 맞이한 것은 신라시대 신문왕이래의 전통을 계승한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신라시대 이래 국왕이 명사봉영례를 통해서 왕비를 맞이한 전통은 한국에서 아니라 중국 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6) 춘추전국시대에 제후국의 왕으로서 왕비를 맞는 경우 대부분 명사봉영의 형식을 취하였다는 것이다. 이후 중국 역대의 황제들 역시 황후를 맞는 절차로 이를 받아들였음을 설명한다. 황제의 경우 친영의 예가 없다는 것이다. 그 이 유로 황제는 지존하여 대적할 자가 없으므로 몸소 황후를 맞으러 사가로 가는 것을 바람직 하지 않다고 생각한 데에서 연유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황제는 친영의 절차 대신 ‘명사봉영’
의 절차를 취하였다는 것이다. 황제의 경우 한나라 때부터 사신을 보내 황후를 봉영하는 예 를 기록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혼례절차와 관련해서 명사봉영례가 확인되는 것은 진서
부터라고 한다.
이와 달리 친영례는 예기 등을 통해서 일찍부터 주장되었다고 말한다.7) 황제의 경우 친영이 시행되지 않았지만, 황태자 이하 왕실의 혼인에 모두 친영을 하도록 규정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당나라의 ｢개원례｣를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친영례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사례는 고려시대로 보았다. 고려시대 명사봉영례를 시행한 왕태자의 경우와는 달리 그 밖의 왕자 및 공주 등의 혼인에는 친영례가 요구되었다 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경우에는 고려시대와 달리 왕세자에게까지 친영례가 더욱 확대되었 는데, 태종대 이후부터 친영례가 시행되었다는 이해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국왕의 친영례가 적극적으로 논의되기에 이르렀다는 점을 강 조한다. 그 결과 중종대 국왕의 혼인에 ‘가관친영례(假館親迎禮)’가 마침내 적용되기에 이르 렀다는 것이다.8) 국왕의 혼례에 있어서 친영례가 강한 저항에 부딪치자, 이에 대한 대안으 로 제시된 것이 가관친영례였다는 것이다. 이에 신랑 집과 신부 집 사이에 임시로 관을 설 치해서 신랑인 국왕이 신부인 왕비를 맞이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가관친영례 역시 친영례 나, 명사봉영례와 같이 중국의 고대국가에서 제후들의 혼례에서 비롯된 것을 시행한 것으로 보았다. 제후들이 남에게 종묘와 사직을 맡겨두고 국경을 넘은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던 데 에서 그 역사적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관친영례 역시 중국에서 친영례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음을 함께 설명한다. 정자는 이를 친영례로 간주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주자는 이를 친영례의 새로운 한 유형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자를 중시한 조선은 비록 형태를 달리하지만 가관친영례를 친영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중국의 경우에는 국 왕의 혼례에 춘추시대 이래 명사봉영의 절차를 취해왔는데, 조선은 중종대 이전까지의 명사 봉영의 절차를 대신하여 신유학이 강조하는 친영의 절차를 실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중종이 최초로 국왕의 친영을 시도하여 성사시킨 왕이 되었다. 즉 한국사에서 조선시 대 중종대에 이르러 국왕에까지 친영례가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관친영례와 명사봉영례를 그와 같이 엄격하게 구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는 의문이다. 가관에서 신부를 맞는 것이나, 궁궐에서 신부를 맞는 것 모두 신부의 집을 떠 나서 혼인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왕이 가관에까지 가서 맞이하느냐, 그곳 까지 가지 않고 궁궐에서 맞는 거리의 차이는 존재한다. 그러나 둘 다 공통적으로 친영례가
6) 역시 장병인, 위의 논문에 언급된 중국관련 내용을 참고할 것.
7) 장병인, 위의 논문, pp.155~157.
8) 장병인, 위의 논문, p.157 및 pp.166~175.
추구하는 본래의 목적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혼례절차가 아닐까 한다. 이러한 사실은 명사 봉영례가 바탕으로 이루어진 고려시대 왕태자의 혼례절차를 통해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왕이 “가서 너의 배필을 맞이하여 우리 종사를 받들기를 힘써 하여라.”라고 명하자, 왕 태자는 “신이 삼가 제(制)를 받들겠나이다.”라고 한다. 근신이 왕태자를 인도하여 계단을 내 려 북향하고 재배하기를 마치면 나온다. 비(妃)의 입내(入內). 이날 소사가 비의 막차(幕次) 를 려정궁 합문 안에 설치한다. 왕은 지휘를 내려서 근신을 보내어 비의 사제에서 이를 맞 이하게 하는데, (중략) 비가 수레에 오르자 빗장을 지르고 려정궁으로 가서 중문 앞에 이르 러 빗장을 내리고 비는 수레에서 내린다. (고려사 66, 예지, 왕태자납의)
태자비를 위해서 려정궁 안에 막차를 설치하고 있는 것이다. 막차란 태자비가 임시로 머 물 곳에 설치된 장막을 일컫는다. 이것은 가관봉영례에 보이는 이른바 가관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신랑과 신부가 만나는 곳이 신랑과 신부의 집 사이의 바깥 장소가 아니라 신랑의 집이 있는 궁궐 안에 마련되는 점에서만 차이가 나는 것이다. 따라서 거관친 영례란 결국 명사봉영례의 막차가 궁궐 바깥의 장소인 거관으로 조금 더 확대되어갔다는 데 에 차이를 보여주고 있을 따름이다. 그렇다면 명사봉영례 안에 이미 거관친영례의 요소가 반영되어 있다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이해가 타당하다면 거관친영례만 친영례 에 해당되고, 명사봉영례는 친영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친영례는 예기 등에서 언급된 본래 의미의 친영을 진친영(眞親迎)으로, 그 이외는 변형 된 형태라는 의미에서 반친영(半親迎)이나 ‘가관친영’으로 부르며 그것과 구분하고 있다. 그 러나 현재 본래의 의미인 진친영만을 친영례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반친영이 나 가관친영까지 모두 친영으로 통칭하고 있기 때문이다.9) 이들 역시 친영례의 범주에 포 함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협의의 개념으로 친영례를 사용하느냐, 광의의 개념으로 친영례를 사용하느냐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친영례의 개념은 논자와, 그 강조점에 따라 혼란을 줄 정도로 매우 복잡하고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이 상당히 복합적인 양상을 보여주는 친영례의 개념을 너무 제한적으로 한정 시켜서 이해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조선시대의 친영례 시행논쟁이 잘 보여주듯이 예기 등에서 언급하는 진친영을 중국이 나 한국의 경우 모두 황제나 국왕과 같은 특정 인물에게까지 모두 그대로 실천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문제였다. 이에 실제적으로 친영례을 할 수 있는 사람의 경 우에는 그것을 하도록 하며, 그와 달리 그것을 실제적으로 추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비록 형태를 달리하더라도 친영례에서 추구하는 정신을 실천하는 방법을 통해서 이루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에서 혼인하는 사람의 신분과 위치에 따라서 친영례를 실천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나오게 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중국에서 일찍부터 황 제의 경우 명사봉영례나 거관친영례의 방법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국 역시 중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국왕이 이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명사봉영례 역시 친영례의 의미를 살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친영이란 사전적 의미를 따른다면 신랑이 친히 신부를 맞이하는 것이다. 황제의 경우 왕비의 집으로 까지 가서 실제적으로 맞이하는 부분이 어렵게 되자, 그 대신 명사봉영례의 방법을 사용하 였던 것이다. 명사봉영례는 친영례에서 강조하고 있는 내용의 실천과 관련해서 황제들이 새 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황제 자신에 의한 직접적 9) 장병인, ｢조선중기 사대부의 혼례형태-가관친영례의 시행을 중심으로-｣, 조선시대사학보 45, 2008, p.222.
인 ‘친영’이 아니라, 사신을 통한 간접적인 ‘친영’인 것이다. 이를 친영이란 말 대신에 봉영 이란 말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봉영과 친영의 의미는 실제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를 않 는다. 왜냐하면 황제를 대신하여 황후의 집을 방문하는 사람은 황제 자신의 측근을 파견하 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고려시대에 태자비를 맞이하기 위해서 찾아간 인물들을 근신(近臣)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사실이 잘 말해준다. 자신이 직접 가지 못하더라도, 마치 태자비가 되는 신부가 태자 자신을 대하듯, 자신이 직접 가서 맞이하는 것과 같은 역할과 의미를 충분히 담당할 수 있 는 인물을 왕비의 집에 보냈던 것이다. 즉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이른바 진친영례에서 말하 는 내용을 형식적으로 따르고 있는 모양새를 갖추려고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황 후와 황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친영례에서는 신랑이 신부를 어디에서 맞이하느냐는 문제를 가지고 친영례이 냐 아니냐를 다루고 있다. 즉 신랑이 신부의 집에 직접 가서 맞이하느냐의 여부와 관련된 것이다. 그러나 친영례에서 어디에서 신부를 맞느냐는 것은 상대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 라고 할 수 있다. 신랑이 신부의 집에 가서 직접 신부를 맞이해야 하는 것은 그 비중이 떨 어지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친영이 친영례라는 혼인절차의 전부였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 다. 이때 친영례에서 보다 더 중요한 핵심적인 요소로 등장한 것은 혼인이 어디에서 이루어 지는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1) 행례장소가 대개 신랑 집이며, 2) 초야의 장소도 신랑 집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중시되어야 할 요소로 부각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신부는 바로 신랑 집에서 생활을 시작하게 되며, 이후 부부의 주거도 신랑 집, 즉 신부에게는 시집 이 되는 것을 충족시키기만 하면 된다고 보았다.10) 이를 통해서 ‘남자가 여자에 앞선다(男 先於女)’는 가부장적 유교적인 관념이 내포된 친영례의 정신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고 보 았던 것이다.
명사봉영례의 경우 신부인 왕비가 혼례 날 자신의 집을 떠나서 국왕인 신랑의 집에서 친 영례의 본질적인 조건이 그대로 실천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친영례의 범주에 포함된다 고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까닭에 황제가 황후가 되는 신부를 사신을 통해서 맞아들였지만, 황제들은 자신이 직접 궁궐에서 신부인 황후를 맞이하는 과정을 친영으로 인 식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그것은 고려의 국왕이 태자에게 ‘가서 너의 배필을 맞이 하라“고 명한 점에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신랑인 왕태자가 려정궁에 설치된 특별한 장소 에서 신부를 직접 맞이하는 형식을 통해서 친영례의 정신을 추구하였다고 생각하였을 것이 다.
한편 당나라에서는 황제의 경우 명사봉영례를, 황태자 등의 경우에 친영례를 따르라고 규 정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이는 같은 시기에 서로 다른 목적에서 다른 방법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서 서로 다른 방법을 사용했음을 알려주는 것으로 이해된다. 황제의 경우 황제가 되기 이전 태자로 있을 때에는 친영례로, 황제가 되어 다시 혼인할 경우 명사봉영례를 시행한다고 했을 때 거기에는 서로 구별되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신분에 따라 그 형식을 달리한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사봉영례 역시 거관친영례와 달리 반친영(反親迎)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광의의 친영례에 포함시켜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명사봉영례 역시 비록 간접적인 방법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친영례 에서 추구하는 본래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라 신문왕대 기록에서 보이는 명사봉영례 역시 그와 같은 의미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 10) 송민선, ｢친영과 반친영의 문화적 함의｣, 역사민속학 37, 2011, pp.113~114.
다. 왜냐하면 이것은 그동안 전통적으로 행해지던 서류부가혼과는 완전히 다른 혼인절차였 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혼례절차는 서류부가혼과 친영으로 크게 둘로 구분된다.
이때 명사봉영례를 서류부가혼으로 볼 수 없다면 이 역시 친영례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서류부가혼과는 매우 정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중국식 혼인제도였기 때문이다. 한 편 신문왕의 혼례절차에 사신으로 등장하는 문영이나 삼광의 존재 역시 신문왕에게는 중국 이나 고려의 경우처럼 그와 같은 정치적 의미를 지닌 인물이었음은 당연하다.11) 신문왕의 근신으로서, 신문왕대의 정치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서 신랑인 국왕이 신부를 직접 자신을 맞는 모양새를 갖추고자 했을 것이다.
더욱이 신문왕대 친영례를 강조한 예기가 크게 강조되었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 다. 신문왕 2년(682)에 설치된 국학의 과목으로 예기가 언급되고 있으며, 신문왕 7년 (687)에는 신문왕이 당나라에 예기를 다시 요청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신문왕이 비록 명사봉영례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자신의 혼인이 친영례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그것을 실천하려고 하였음을 알려주는 사실이 아닐까 한다. 거기에는 국왕이라는 자신의 정 치적인 위치가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과 마찬가지로 현실적인 제약에서 신문왕 은 명사봉영례를 시행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때 신문왕과 신목왕후의 혼인은 비록 명 사봉영례를 통한 것이지만, 국왕에 의해서 친영례가 처음으로 시행되었음을 알려주는 내용 으로 파악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11) 김수태, ｢전제왕권의 확립과 김흠돌란｣, 신라중대정치사연구, 1996, pp.2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