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중동지역 전체가 민주화의 열기에 휩싸여 있 다.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 혁명은 알제리(2011년 1월 5일), 요르단(1월 14일), 예멘(1월 22일), 이집트(1월 25일), 수단(1월 30일), 팔레스타 인(2월 2일), 이라크(2월 3일), 바레인(2월 13일), 이란(2월 14일), 리비아(2월 15일) 등 마치 요원의 불길처럼 중동지역 전체로 급속히 번져 나가고 있으며, 수천
㎞ 떨어진 아시아의 독재국가들인 중국과 북한에도 그 여파가 미칠 조짐이다.
북아프리카 튀니지를 23년간 철권통치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은 1월 15일 약 1월간 지속된 시민 혁명에 항복, 공식적으로 퇴임하고 망명의 길을 떠났 다. 30년 동안 철권통치를 단행해 왔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도 18일간 계속된 역사적인 시민 혁명의 힘에 굴복, 2월 11일 권력을 군에 넘겨주고 대통령직 에서 물러났다. 이집트 대통령 무바라크 퇴진에 고무된 리비아의 국민들도 자신들 의 독재자를 향해 들고 일어났다. 카다피의 반응은 과격했고, 시민군과 연일 격렬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다피 철권통치의 역사도 42년 만에 종말을 고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의 저항에 불과 2주일도 못 버티는 정권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민을 억압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랍다. 카다피야말로 반미주의의 선봉 이며, 미국으로부터 자국의 독립을 지켜낸 위대한 지도자라고 숭앙해 마지않았던 대한민국의 종북 좌파, 반미주의 세력들은 자국 국민을 향해 전투기 폭격 협박마저 가하는 카다피를 어떻게 설명할지 대단히 궁금하다.
국제 밀 가격 상승이 재스민 혁명의 도화선
중동에서 불기 시작한 민주 혁명의 바람은 튀니지에 가장 흔한 꽃으로서 일반시 민들이 늘 접하며 집을 장식하는 꽃의 이름을 따라 “재스민 혁명(Jasmine Revolution)”이라 불린다. 재스민은 귀족이나 특권층을 상징하지 않는다. 보통의 평
중동에 부는 바람, 동북아에도 불 것이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2011-03-07
범한 사람들을 상징하는 꽃이다. 튀니지 혁명은 대학을 나온 한 가난한 노점상의 분신자살로 촉발되었다.
아직 진행 중인 혁명과정의 원인과 결과를 완벽하게 분석할 수는 없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는 재스민 혁명이 중동의 독재국가가 모두 민주화에 성공한 좋은 결과 를 가져 온다는 보장도 없다. 튀니지의 경우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과도정부를 이 끌던 모하메드 간누치 총리도 시위대의 퇴진 요구에 굴복, 2월 27일 사임한 상황이 다. 이처럼 중동의 혁명이 진정 성공적인 민주 혁명이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철옹성 같던 독재정권들이 민중의 힘에 의해 허무하게 무너지는 그 모습은 “현실”
이 아닐 수 없다.
중동에서 부는 혁명 바람의 보다 근원적 원인은 역사상 나타났던 대부분 혁명의 원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1848년 유럽 혁명에도 2011년의 중동 재스민 혁명에도 경기 침체, 식량가격의 상승이라는 요인이 마찬가지로 존재했다. 식량 문제야말로 민중의 불만을 폭발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며, 그래서 최근 러시아의 수출용 밀 가격 상승을 재스민 혁명의 도화선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튀니지의 한 대졸 노점상의 분신자살, 이집트 혁명에서 시민들이 외쳤던, 빵과 자유라는 의미의 “아이 쉬 호레야!”라는 구호는 모두 민중의 빈곤이 재스민 혁명의 직접적 원인임을 말해 준다. 이집트는 빈곤층에 해당하는 1,400만 명에게 빵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그런 데 밀 가격이 50%나 폭등하자 무바라크 정부는 보조금을 축소했고, 국민들은 결국 무바라크의 축출까지 불러 온 저항운동을 시작했던 것이다.
혁명에 관한 정치학 이론들은 절대 빈곤 그 자체보다는 상대적인 박탈감 (Relative Deprivation)이 더욱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한다. 중동 독재국가들의 통치 자들은 국민들은 굶거나 말거나 그야말로 초호화 생활을 영위하는 자들이다. 튀니 지 대통령의 재산은 9조 원이 넘는다고 하며, 카다피 일가의 재산은 최소 800억 달 러에서 1,500억 달러(약 17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중동의 젊은이들이 원하는 것은“빵과 자유”
재스민 혁명의 불길이 그토록 빠르게 번지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 시사주 간지 타임 대기자인 국제문제 전문가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는 두 가지 독특한 변수를 동원한다. “청년과 테크놀로지(Youth and Technology)”가 그것이다.
1970년부터 2007년까지 발생한 모든 정치적 갈등의 80% 이상이 30세 이하가 차 지하는 인구 비율이 60%가 넘는 나라들에서 발생했다. 청년실업이 25%가 넘는 곳 에서 특히 혁명이 빈발한다. 중동 국가 중에서 정부의 재정 사정이 좋은 쿠웨이트
나 바레인 같은 나라는 2011년 자국 국민들에게 각각 3,000달러, 2,700달러의 보 너스를 주기로 결정했다. 국민들에게 뇌물(bribe)을 줌으로써 혁명의 예봉을 피하겠 다는 것이다. 그럴 여유가 없는 나라들은 국민들을 더욱 포악하게 압박하는 방식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동의 젊은이들이 원하는 것은 “빵과 자유”다. 그리고 이들을 한 마음으로 뭉치 게 한 것은 세계 구석구석을 연결시켜 놓은 정보통신 기술(technology)이다. 중동 국가들을 지배하고 있는 독재자들은 빵도 주지 못하면서 자유마저 박탈하는 자들이 다. 9ㆍ11 직후 서방의 많은 전문가들은 테러리즘을 중동의 가난한 젊은이들이 자 신들의 분노를 미국을 향해 분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중 동의 혁명을 보며 중동의 젊은이들이 원하는 것은 “자기들이 원할 때 갈아치울 수 있는 (민주주의) 정부, 만연하는 부패의 종식, 그리고 직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 다. 이번 재스민 혁명에는 반미도 반이스라엘도 없다. 미국이 적이 아니라 무능한 독재자들이 적인 것이다. 이집트의 한 청년은 “좋아하지 않는 지도자를 바꿀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면, 나는 누가 이집트를 지배하던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고 말한다.
이라크의 한 청년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인공위성 TV를 보며 미국은 매 4년마다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데 우리는 왜 그렇지 못한가를 묻게 됩니다”고 말한다. 아랍 청년들의 56%는 매일 인터넷을 통해 해외의 정보를 접하고 있다.
23년 지속된 벤 알리의 독재체제, 30년 지속된 무바라크의 독재체제를 무너뜨리 는 데 성공했고 42년째 지속되고 있는 카다피의 독재마저 무너뜨릴 상황에 이른 중 동의 젊은이들은 21세기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Freedom)”와 “민주주의 (Democracy)”를 자신들의 힘으로 쟁취하고 있는 중이다.
중동에서 불고 있는 민주 혁명의 바람이 동북아시아에도 불어 올 것인지가 우리 의 더 큰 관심사이다. 동북아시아라 함은 독재정권이 지배하는 중국과 북한을 의미 한다. 시간이라는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물론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다. 마이 클 멘델바움 교수는 『자유의 지배(The Ideas that Conquered the World)』라는 저서에서 자유주의, 민주주의, 평화라는 세 가지 생각이야말로 전 세계를 정복한 이 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오늘 지구에 살고 있는 65억 인류 중 그들의 피부색이 무엇이든, 믿는 종교가 무엇이든, 자유와 민주주의를 희구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중동 국가들의 국민들과 똑같이 중국, 북한 사람들도 자유를 희구한다. 자유는 인간 의 본능이며 그것을 보장하는 체제가 바로 민주주의다.
중동의 민주 혁명 바람이 언제 중국과 북한에 도달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반 드시 도달할 것이다. 재스민은 중국어로는 모리화(茉莉花)이다. 중국에는 이미 모리
화 혁명의 기운이 번지고 있다. 2월 19일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은 “中國 茉莉花 革命(중국 모리화 혁명, THE JASMINE REVOLUTION IN CHINA)”라고 쓴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중국인이면 누구나 다 안다는
“모리화”라는 민요이다. 중국 당국은 인터넷에 혁명을 상징하는 모든 단어들을 지우 고 있으며, 베이징 왕푸징 거리의 맥도날드 앞에는 시민 숫자보다 더 많은 경찰들 이 순찰 중이다. 지워진 단어 중에는 “내일”이라는 단어도 포함되었다. 그렇게 함으 로써 중국 정부는 스스로 “내일”을 보장하지 못하는 정부가 되어 버렸다.
북한 주민들이 재스민 향기를 들이마실 수 있도록 도와야
북한 당국 역시 북한 주민들이 재스민 혁명의 소식을 접하게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자유”가 보장된 국민들은 절대 굶어죽지 않는다. 그래서 자유주의 시장경제 를 최선의 경제 제도라고 말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자유를 빼앗음으로써 수백만을 굶어 죽게 만든 북한의 독재자는 자신들의 권력이 종식될 것이 두려워 국민들에게 자유를 계속 박탈하고 있다. 북한 독재자의 연명을 위해 수천만 북한 주민의 생존 이 더 이상 희생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북한 주민들이 중 동발 민주 혁명의 재스민 향기를 빨리 그리고 더 깊이 들이마실 수 있도록 도와주 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