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
우리 사회가 갈등이 적지 않은 만큼 사회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따라 사회통합이 정치적 과제로 떠올랐다.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갈등은 빈부 간 갈등인 것처럼 보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도 넓은 의미의 빈부 간 갈등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비 정규직 문제를 이용하여 그 갈등의 원인이 개인들이 가진 사상들 또는 아이디어들임을 보이고자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 평균 임금의 약 57% 수준으로서 절반 을 약간 넘는 정도이다(분석의 편의상 ‘자발적인’ 비정규직 노동자는 분석에서 제외한 다). 근래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자신을 포함해서 민주노총과 같은 상위 노동조합 조직 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턱없이 낮은 임금은 기업의 ‘차별’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차별 철폐 를 소리 높여 외쳐 왔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그렇게 낮은 이유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가 받 는 임금이 자유시장에서 결정되는 임금보다 높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원인 노동자가 받게 되는 자유시장보다 높은 임금을 ‘제한주의적 임금’이라고 부른다. 기업은 제한주의적 임 금에 맞추어 고용을 줄이고 그 만큼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게 된다. 때로는 그런 높 은 임금 때문에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경우도 일어난다. 이 경우에는 비정규직 일자리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노동조합이 일부 기업집단을 포함한 대기업에만 조직되어 있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작지 않다. 예를 들어, 현대 자동차 노조원이 받는 특혜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 을 정도이다. 노동조합이 없는 대기업도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과 대기업 간의 경쟁은 노동자 채용 뿐 아니라 다차원에 걸쳐 치열하기 때문이다. 경제에서 4대 기업집단의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나타나는 우리나 라만의 특이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렇게 많은 것 뿐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그렇게 낮은 것은 물론 다른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노동조합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가 노동조합 을 허용한 것은 기업가(부자)에 비해 노동자(빈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만약 그렇지 않
2013-05-09
갈등의 원인은 개인들이 가진 사상들이다
전용덕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으면 기업가(부자)가 노동자(빈자)를 착취할 것이라는 사상 또는 아이디어 때문이다(이 런 사상 또는 아이디어가 어떻게 생겨났는가 하는 것도 풀어야 할 의문점인데, 짐작컨대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그런 사상 또는 아이디어들의 이론적 기초를 일부 제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좋은 일자리를 놓고 노동자들도 상호 경쟁하지만 기업가들 도 좋은 노동자를 채용하기 위하여 서로 경쟁하기 때문에 노동조합 없이도 착취는 가능 하지 않다. 그러므로 기업가(부자)를 규제하고 노동자(빈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상 또 는 아이디어는 전적으로 틀린 것이다.
최근 노동조합의 폐해가 누적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가 심각해지자 양대 노총과 노조 지도자들은 문제의 원인을 기업가의 차별 탓으로 돌림으로써 다시 한 번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 일반 노동자들이 잘못된 사상이나 아이디어를 갖도록 기회 있을 때마다 설득해왔다. 그들은 결국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을 차별로 돌림으로써 빈부 간 문제로 바 꾸고 있는 것이다. 진실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의 핵심은 노동자와 노동자 간의 문제임 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요약하면, 기업가의 횡포에 직면하여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상이나 기업가가 노동자를 차별하고 있다는 아이디어는 틀린 것일 뿐 아니라 바로 그 이유로 반자본주의적 또는 반기업가적 사상이다.
미제스(Mises, Ludwig von)는 그의 저서 ‘경제학의 궁극의 기초’(The Ultimate Foundation of Economic Science)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집단은 개인들로 하여금 특정 그룹의 구성원으로 행동하도록 하게 만드는 아이디어들에 의해서 존재하게 되고, 이 아이디어들의 설득력이 뒷받침하지 않을 때 존재하기를 그치게 된다. 집단들을 인식 할 유일한 길은 그 구성원들의 행위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 또는 집단은 그 사회 또는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지닌 아이디어들과 행동들로부터 별개로 존재하지 않 는다.
사용자(부자)와 노동자(빈자) 간 갈등을 해소함으로써 사회통합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사회 내 개인들이나 집단의 구성원들이 가진 잘못된 사상들 또는 아이디어들을 바로 잡 아야 한다. 그리고 이 방법을 다른 갈등, 즉 종교, 인종, 지역 간 갈등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런 갈등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막연히 어떤 사상들이 좋다고 선전하기 이전에 특정 갈등에 연루된 개인들이 가진 사상들 또는 아이디어들이 무엇인가를 찾아내 는 일이 우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