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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도 연 구 5제 도 연 구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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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도 연 구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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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연구 5

1판1쇄 인쇄/2003년 9월 3일 1판1쇄 발행/2003년 9월 8일

발행처/한국경제연구원 발행인/좌승희 편집인/좌승희 등록번호/제13-53

(150-75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28-1 전경련회관 전화(대표)3771-0001 (직통)3771-0057 팩시밀리 785-0270~1

http://www.keri.org/

ⓒ 한국경제연구원, 2003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간행물은 전국 대형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구입문의) 3771-0057

ISBN 89-8031-279-2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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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간 사

제도는 사회에서 자원을 형성하고 배분하는 경기의 규칙이다.

사회의 구성원들은 이 경기의 규칙에 따라 그 사회의 성과와 개 인의 몫을 위하여 노력하고 창의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한 사회의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경제적 성과는 바로 이 경기의 규칙이 얼 마나 건강하게 자리 잡혀있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 사회는 시장경 제의 성숙을 위한 여러 제도개혁으로 인하여 많은 진통을 겪고 있다. 요즈음 우리 사회를 보면 다양한 이해집단이 전체의 파이보 다는 각자의 몫을 키우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건 전한 시장경제와 이를 지탱할 수 있는 올바른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제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미에 서 제도연구는 큰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들어서 제도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깊어지기 시작하고 있 다는 것은 이러한 점에서 반가운 현상이다. 경제학이 진정 다른 사회과학과 인문학의 깊은 뿌리와 더불어 호흡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제도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이다. 제한된 가정 속에 정작 중 요한 내용을 다 가려버리고 단순히 최적화 모형을 풀어내는 신고 전학파적인 좁은 틀을 깨뜨리는 것이 경제학을 사회과학으로 환 원시키는 일이라고 느껴진다.

본 보고서는 그동안 제도연구회에서 발표하고 토론된 논문을 수정․보완하여 담고 있다. 제도연구회는 제도에 대한 일반적인 연구와 더불어 한국경제를 둘러싼 제도문제 대한 이론적․실증적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함으로써 제도연구를 활성화시키고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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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직한 제도개혁을 모색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이 논문집에는 갈등과정에서의 제도의 발전, 제도 변화의 내생적 메커니즘, 일본 식 경영체제와 한국문화의 충돌, 노동제도와 그 성과분석 등 4가 지 주제에 대한 논문을 수록하고 있다. 그동안 제도연구회를 진행 하고 수고한 이병기 박사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또한 본 보 고서를 편집하는 데에 있어서 서정환 박사와 조성봉 박사가 수고 하였다. 제도연구회에서 발표해 주시고 또 논문을 보내 주신 동덕 여대 최병서 교수, 경희대 정진영 교수, 중앙대 김승욱 교수, 한국 경제연구원 박성준 박사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각 논문 에 대한 유익한 논평을 통해 논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 신 논평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바쁜 일정 중에도 제도연구에 대한 열정으로 참여하시고 귀한 토론의 말씀으로 제 도연구회를 빛내 주신 많은 회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끝 으로 본 보고서에 수록된 논문의 내용은 필자 자신의 견해이며, 한국경제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과 무관하다는 점을 밝혀둔다.

2003년 8월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좌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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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ⅰ

차 례

제1장 연구목적과 내용요약

-조성봉 / 3

제2장 홉스적 함정, 진화적 함정, 그리고 소유권 제도

-최병서 / 11

Ⅰ. 서 론 / 13

Ⅱ. 홉스적 함정 / 15

1.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일반적 특성 / 16

2. 게임적 상황으로서의 홉스적 함정에 대한 진화론적 견해 / 17

3. 탈출구Wayout / 18

Ⅲ. 사회계약과 소유권의 결정양식 / 22 1. Hobbes적 경우 / 23

2. Locke적 경우 / 25 3. Rawls적 경우 / 26

Ⅳ. 진화적 함정Evolutionary Trap / 28 1. 비최적화 / 30

2. 탈출구Wayout / 33

Ⅴ. 자연발생적 질서와 소유권제도의 생성 / 36 1. 자연발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 / 36 2. 소유권의 생성 / 40

Ⅵ. 결 론 / 42 참고문헌 / 45 국문요약 / 48 영문요약 /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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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차 례

제3장 내생적 개입주의와 경제질서의 효율성: 제도개혁에 대한 시사점

-정진영 / 50

Ⅰ. 서 론 / 53

Ⅱ. 자율적 질서? / 56

Ⅲ. 시장․사회․국가 / 62

Ⅳ. 내생적 개입주의 / 69

1. 국가개입에 대한 수요 / 70 2. 국가개입의 공급 / 72

Ⅴ. 경제질서의 효율성과 제도개혁의 문제 / 74

Ⅵ. 내생적 개입주의와 한국의 국가개입 / 77 1. 재산권제도 / 77

2. 재벌규제 / 80 3. 금융규제 / 83

4. 거시경제의 운영 / 85

Ⅶ. 결 론 / 86 참고문헌 / 88 국문요약 / 92 영문요약 / 93

제4장 일본식 경영이 한국문화에 적합한가?

김승욱 / 95

Ⅰ. 서 론 / 97

Ⅱ. 문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한일간 문화적 차이 / 101

1. 문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 101 2. 한일간 문화적 차이 / 106

Ⅲ. 일본식 경영 / 108

1. 일본식 경영의 특징과 성립 배경 / 108 2. 한국의 기업제도와 일본식 경영 /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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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ⅲ

3. 일본식 경영의 타문화 적용 가능성 / 120

Ⅳ. 한국의 기업제도와 문화 / 125 1. 한국문화의 특징 / 125

2. 한국의 저신뢰성에 대한 원인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 / 129

Ⅴ. 한일간 문화적 차이가 낳은 기업제도운영 차이의 실례 / 136

Ⅵ. 결 론 / 141 참고문헌 / 146 국문요약 / 153 영문요약 / 155

제5장 노동제도와 노동시장 성과: OECD국가들을 중심으로

-박성준 / 157

Ⅰ. 서 론 / 159

Ⅱ. 노동시장 성과 / 161

Ⅲ. 이론적 분석의 틀 / 166

Ⅳ. 노동제도들과 노동시장의 성과 간의 상관관계 / 170 1. 고용보호 규제(Employment Protection

Legislation) / 171 2. 노동조합 / 177

3. 최저 임금제(Minimum Wage System) / 180 4. 사회 안전망 제도 / 185

Ⅴ. 제도의 노동시장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 분석 / 190

Ⅵ. 결 론 / 193 참고문헌 / 196 국문요약 / 199 영문요약 /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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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목적과 내용요약

조 성 봉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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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연구목적과 내용요약 5

제도는 우리 사회에서 자원이 형성되고 분배되는 경기규칙이다.

주어진 경기규칙에 따라 경제주체들은 외부적인 상황에 대응하며 각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정부와 같은 공 적인 기관, 많은 학자와 논객들은 이러한 경기규칙이 사회전체에 발전적인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한다며 여러 가지 연구와 논의를 제시한다. 한편, 많은 이해단체들은 단순히 경기규칙에 순응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경기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각종 법률의 개폐와 제 정, 정부의 지침 그리고 다양한 제도적 변화를 요구하는 건의와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또한 이러한 주장의 정당성을 보이기 위한 이론적 추론, 경험적 증거, 해외사례, 여론조사 등이 흔히 이 러한 주장과 함께 제시된다.

한 사회에서 제도는 이처럼 첨예한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변화 해 가고 있다. 제도연구 5호에서는 제도가 변화해 가는 모습에 대 한 연구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제도연구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엮은 것이다. 제도연구회는 제도에 대한 일반적인 연구와 나아가 서 한국경제를 둘러싼 제도문제에 대한 이론적․실증적 연구결과 를 발표하고 토론함으로써 이 분야의 연구활동을 촉진하며 바람 직한 제도개혁방안을 모색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이 논문집에 는 개인간, 이해집단간 갈등의 함정 속에서 한 사회가 어떻게 발 전적으로 제도를 형성하여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 한 사회에 서 제도 변화가 나타나는 내생적 메커니즘에 대한 논의, 일본식 경영체제와 한국문화의 충돌에 대한 분석, 그리고 OECD국가들에 있어서 노동제도가 어떻게 노동시장의 성과에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경험적 분석 등 4가지 논문이 실려 있다. 다음은 이 책에 수 록된 논문들의 주요 내용을 간단히 요약․정리한 것이다.

제2장에서는 사회계약의 출발점이 되는 아나키에서의 열등한 상태인 홉스적 함정을 검토하고 이로부터 보다 나은 상태로의 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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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도연구

출 가능성에 대해서 분석하였다. 신사회계약주의의 세 가지 견해 에 기초해서 아나키적 특성을 살펴보고 그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사회제도의 형태를 검토하고 아울러 사회계약에 의한 단순한 공 동생산의 예를 통하여 분배와 소유권의 생성 가능성을 논의하였 다. 또한 진화주의적인 관점에서도 다중균형의 가능성으로부터 진 화과정에서 열등한 상태에 빠지거나 잠겨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 이고, 나아가서 이로부터 탈출의 가능성은 집단선택의 개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아울러 매-비둘기 게임으로부터 소유권 제도의 개념이 진화주의적으로 도출될 수 있음을 보였다. 결론에서는 우 리나라 사회제도에 대한 시사점을 두 가지 제시하였다. 하나는 제 도의 수립이나 집행에 있어서 참여자들이 ‘공정한 관찰자'의 입장 에서 접근하고 합의에 도달해야만 그 제도는 준수할 가치가 있게 된다는 점이며, 또 하나의 시사점은 집단선택이론이 주는 함의로 우리나라에 만연된 도덕적 해이현상과 불신풍조는 집단 내의 무 임승차자들을 증가시키게 되므로 이를 극복해야만 사회 전체적인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제3장에서는 국가의 경제개입을 내생적으로 결정하는 메커니즘 에 대해서 살펴본다. 내생적 개입주의란 국가의 경제개입을 수요 와 공급의 관계에서 산출되는 내생적 요인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국가의 경제개입에 대한 수요는 민간부문과 국가부문의 수요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민간부문의 행위자들은 국가의 특혜적 인 재정․금융지원, 특혜적인 인허가권, 시장규제조치들을 요청하 고, 시장게임을 정치게임으로 전환시키려 노력한다. 정치인이나 국가관료와 같은 국가부문의 행위자들은 권한과 지대의 확대, 경 제통제 및 자원동원력 증대, 정치적 경제운영을 원한다. 경제개입 에 대한 공급은 국회의 입법활동, 국가관리자들의 정책결정 및 집 행의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따라서 국가개입의 공급은 국가 와 사회의 관계와 관련된 여러 변수들, 즉 국가자율성, 사회적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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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연구목적과 내용요약 7

력균형, 국가의 내적 통일성 등에 의해서 중요한 영향을 받는다.

내생적 개입주의는 경제제도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역사적․사회 문화적․정치적 맥락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경제질서의 효율성에 대한 평가는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하여 현 실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의 현실에서 경제제도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고, 이것이 기대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척도가 되어야 한다. 이상적인 기준에 맞추어 현실의 경제제도를 평가하거나 이상적인 제도를 현실에 도입하려는 노력은 좌절되고 왜곡되기 마련이다. 경제제도 개선과 경제적 효율성 증대 문제를 점진주의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4장에서는 일본식 경영이라는 구체적인 경영관행이 우리나라 문화라는 비공식적인 제도와 잘 어울리는가에 대한 문제를 검토 한다. 우리나라의 기업경영방식은 일본과 매우 유사하다. 이는 일 본식 경영방식이 오랜 일본의 점령기 동안에 우리에게 식민시대 의 유산으로 이식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식 경영은 흔 히 종신고용제, 연공서열제 및 기업노조 등의 관행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러한 일본식 경영방식은 암묵적으로 다음과 같은 신뢰 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기업이 라고 하는 조직을 더 중시하는 풍토, 그리고 기업의 발전이 곧 나 의 발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기업에 헌신하는 종업원 집단이 존 재해야 한다. 둘째, 근로자들로부터 인정받는 기업지배구조를 가 지고 있어야 하며 기업 내에서 사용자, 또는 경영자와 근로자들 사이의 상호책임에 근거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셋 째, 종업원 동료 상호간에 신뢰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적신뢰는 낮고 사적신뢰는 높은 사회로서 이러한 일본식 경영 이 자리 잡기에 적절한 전제조건을 형성하고 있지 못하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저신뢰성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혈연의 범 위 안에서 신뢰가 형성되는 유교의 영향, 상하간에 상호책임에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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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도연구

각한 관계가 형성되지 못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전통이 자리잡 지 못했다는 점, ‘직능지향적’ 일본인의 성향에 대비되는 ‘지위지 향적’인 한국인들의 성향, 식민지 통치와 해방이후 정권의 취약한 정통성 등을 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까지 고도성 장이 가능했던 것은 일본식 경영방식이 한국문화에 잘 부합되었 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대리인들이 일본식 교육을 받은 세대였으며, 산업화 초기에 엄청난 잠재적 실업, 저임금 및 양질의 노동력의 존재 등 다른 요인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한국에서 일제 교육세대가 퇴조하고, 민주화운동 등 사회․문화적 변화가 발생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일본식 경영의 효율성은 크 게 저하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 사회의 저신뢰성이 기업경영 비효율의 원인이라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를 고신뢰사회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그러 나 단기적으로는 기업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인센티브 구 조를 창출하여서 우리 실정에 맞는 경영방식을 활용하여야 할 것 이다.

제5장에서는 주요 선진국에서 노동제도의 변화가 노동시장의 성과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본다. 우리나라는 경제위기 이후 노동제도에 많은 변화를 시도하였다. 이러한 제도 변화가 노 동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향후 노동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제도의 변화가 일천한 관계로 평가하기에는 시 기상조라고 볼 수 있다. 비록 그렇다하더라도 우리나라보다 일찍 이 노동제도의 변화를 시도하였던 국가들의 노동시장의 성과를 살펴본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제도 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 향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는 일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본 연구는 OECD국가들의 노동제도와 노동시장의 성과 간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OECD에서 발간하는 1990년대 노동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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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연구목적과 내용요약 9

자료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자료의 문제로 유의한 결과를 얻는 데 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유념에 두고 그 결과를 살펴 보면 먼저 고용보호제도는 전체 실업률을 미미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다시 계층별로 나누어 보면 핵심 연령의 남성 근로자의 실업률 감소에는 별 영향이 없으면서 오히려 2차 노동력―여성 및 청소년―계층의 실업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 다. 뿐만 아니라 일단 실업상태에 놓이게 되면 장기화되는 역기능 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률이 강한 노동조합은 전체 실업률 뿐만 아니라 계층을 불문하고 그리고 장․단기 실업 감소에 부정 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 안전망을 대표하는 실업보험제 도의 경우 실업급부의 수준이 높고 또한 수급기간이 길수록 실업 률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특히 장기 실업률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의 개혁으로 노동시장이 다소 역동적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따른 노 동 수요의 증가가 매우 유의하게 노동시장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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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적 함정, 진화적 함정, 그리고 소유권 제도

최 병 서

(동덕여자대학교 경영경제학부)

I. 서 론 II. 홉스적 함정

1.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일반적 특성 2. 게임적 상황으로서의 홉스적 함정에 대한

진화론적 견해 3. 탈출구Wayout

III. 사회계약과 소유권의 결정양식 1. Hobbes적 경우

2. Locke적 경우 3. Rawls적 경우

IV. 진화적 함정Evolutionary Trap 1. 비최적화

2. 탈출구Wayout

V. 자연발생적 질서와 소유권제도의 생성 1. 자연발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 2. 소유권의 생성

VI. 결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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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홉스적 함정, 진화적 함정, 그리고 소유권 제도 13

I. 서 론

사회는 사회계약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상호이익을 위한 공동체community for mutual gains’라고 할 수 있다.

사회란 개인이 각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 만든 공동체로서, 이 공동체의 구조를 결정하는 사회의 ‘제도institutions’는 사회구성 원들의 이익에 부합해야 하며, 따라서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반 영하여야 하며, 또한 동시에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른 행위를 조정 하는 조직체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회의 구조와 성격을 규정하는 제도는 사회계약에 의해서 ‘만장일치로 합의’되어야 하며 어떠한 사회제도와 규칙도 개인의 이익에 반하여 ‘강제’될 수 없다.

우리나라가 현재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아마도 국가의 기본 골격인 경제적, 사회적 제도가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점일 것이다. 재벌기업에 대한 규제, 공정거래, 금융제도의 개혁 및 언론규제, 의약분업, 국민연금 등 많은 현행 제도와 법률 이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혼란을 야기하며 시행착오적 과정을 거 치게 되었는데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수밖에 없는 가 장 큰 이유는 사회적 합의가 부재하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정한 사회적 제도의 수립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이론적 기초로서 사회공동체 를 구성하기 이전에 인류의 초기적 상태State of Nature에 관한 규명 이 필요하다. 이에 관하 연구의 출발점은 그 원초적 상태를 어떻 게 상정하는가이다. 왜냐하면 그 원초적 상태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후에 생성 혹은 출현하게 되는 사회의 모습이 달라지고, 그 사회를 규정하는 사회제도의 구조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를 구성하기 이전, 원초적 상태의 인간의 모습에 대해서는 Thomas Hobbes는 그의 방대한 저서인 ‘Leviathan’에서 비정하리 만큼 냉혹하게 묘사한 바 있다. 자연상태에서의 인간의 삶은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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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도연구

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War, as is of every man, against every man”라 고 본다. 따라서 이러한 투쟁상태에서의 개인의 삶이란 대단히 열 악한 상태를 면할 수 없다고 하였다. 또한 이러한 상태는 어떤 외 부적인 힘, 가령 국가나 사회제도가 도입되지 않고는 그 열악한 질곡의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홉스는 이러한 아나키적 상태를 벗어날 수 없는 함정에 빠진 것으로 묘사했다. 이를 우리 는 홉스적 함정Hobbesian Trap 혹은 거인의 함정Leviathan Trap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에 반하여 사회제도의 생성이 만장일치적 사회계약과 같은 인위적 절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우연히 출현하 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진화주의적 견해도 최근에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회제도는 관습과 규범의 집합체이며, 사회적 관습 과 질서는 자연발생적 진화적 과정에서 생기는 우연의 산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존속하는 사회제도는 여러 가지 관습과 규 범이 선택가능한 자연적 경쟁상태에서 선택되어 살아남은 것이다.

이러한 진화적 과정에서도 홉스적 함정과 같이 국소적인 열등한 상태에 진화과정이 빠지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진 화과정이 그 안에 잠겨있게 되며lock-in 보다 우월하고 효율적인 상 태로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이것을 여기서는 진화적 함정evolutionary trap이라고 부르자.

본 논문에서는 사회계약의 입장에서 이러한 거인의 함정에서 헤어날 수 없는 아나키상태를 게임적 상황으로 다시 재해석하여 그 특징을 검토하며, 이러한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책을 제 시한다.1) 그리고 사회계약주의 전통에 따라 아나키 상태로부터 생성될 수 있는 소유권제도의 특징을 단순한 사회계약에 따른 공 동생산과 분배의 예를 통하여 살펴본다. 그리고 진화주의적 관점

1) 제도에 관한 논의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예를 들면, 송 현호(1998), 이재열(1994), 최병서(2000)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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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홉스적 함정, 진화적 함정, 그리고 소유권 제도 15

에서 진화과정이 열등한 균형으로 잠겨버리는 진화적 함정을 다 루며, 아울러 이러한 함정으로부터 어떻게 집단선택에 의해서 탈 출이 가능한지 검토한다. 또한 재산권과 같은 제도의 출현이 어떻 게 이루어지는지 진화주의적 관점에서 매-비둘기 게임을 통해서 분석하기로 한다.

II. 홉스적 함정

자연상태에서 개인들간의 갈등은 어떠한 외부적인 제도나 규범 의 제약이 없는 상황에서는 필연적으로 투쟁상태를 야기하게 된 다는 것이 홉스의 비관적 견해이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홉스 자 신이 인간 본성 자체가 호전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이다. 각 개인은 아마도 투쟁적 상태보다는 평화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이기적 동기에 따라서 행동하게 되 고 이것이 전체적으로는 피할 수 없는 투쟁적 결과를 낳을 따름 이다.

이러한 홉스적 함정의 열등한 상태는 게임이론에서 가장 대표 적으로 알려진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게임의 상황과 본질 적으로 흡사하다. 자연상태에서 각 개인은 자신들 모두에게 더 나 은 상태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 하고, 각 개인은 그들의 개인적 차원에서의 합리적인 행동을 하게 되므로 전체적인 결과로 볼 때 더 나쁜 상태에 처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일종의 함정에 빠져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 게임으로 치환해 보자.

(18)

16 제도연구

1.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일반적 특성

두 행위자가 각 전략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표시한 청산 행렬에서 한 행위자의 수익만을 다음과 같이 표시해 보자. (이때 이 게임은 대칭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자.)

(갑)

협동 비협동

협동 a b

(을)

비협동 c d

이때 이 청산행렬이 죄수의 게임이 되기 위한 제약조건은 b<

d, a<c이고, d<a이어야 한다. 즉, b<d<a<c가 만족되어야 한다. 그 리고 쌍방이 협동적 전략을 택할 때 총체적 이익이 극대화되는 조건을 부가하면 b+c<2a라는 조건을 덧붙일 수 있다.2)

그러면 구체적 게임의 예를 들어 보자.

(을)

평화적 호전적

평화적 (3, 3) (0, 5) (갑)

호전적 (5, 0) (1, 1)

2) 이 게임은 간편하게 표준화(normalization)할 수도 있다. 즉, b=0, c=1 이라고 할 때, a>d, a>1/2을 만족하면 이 게임은 죄수의 게임이 된다. 또한 다른 방법으로도 표준 화할 수 있는데, 가령, a=1, d=0라고 할 때, c>1, b<0이면 역시 죄수의 딜레마게임 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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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홉스적 함정, 진화적 함정, 그리고 소유권 제도 17

이 게임에서는 우월전략dominant strategy이 존재한다. 즉, 갑, 을 모두에게 우월한 전략은 호전적 전략이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어 떠한 전략을 택하든지 간에 호전적 전략을 택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쌍방이 모두 평화적 전략을 택한다면 그 결과는 더 나은 상태에 도달할 수 있으나 각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의 결 과로 말미암아 쌍방이 처하는 상태는 더 열등한 상황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상태는 내쉬균형Nash equilibrium 상태이다.

이러한 열등한 내쉬균형 상태로부터 파레토적으로 우월한Pareto

superior 상호 평화전략에 의한 보다 나은 상태로의 이행은 외부적

제약이 가해지지 않으면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함정과도 같은 상태인 것이다.

2. 게임적 상황으로서의 홉스적 함정에 대한 진화론적 견해

죄수의 딜레마 게임으로 홉스적 함정을 들여다보면 이 함정의 흡인력은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이 게임에 수많은 사람 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하자.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화적인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고 하면, 한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어 떤 사람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호전적인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유 리하게 된다. 따라서 설사 파레토 우월한 상태에 도달했을 경우에 도 어떤 한 개인도 이탈의 유인을 가지게 됨으로 이 상태는 쉽게 와해되고 열등한 함정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게임적 상황에서 진화주의적 분석에서 중요한 모집단 내에서의 어떤 특정 전략을 선택하는 개체들의 비중은 이 게임에 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특정 전략을 선택하는 개체의 비율이 얼마이든지 간에 중국적으로는 오직 호전적인 전략을 선택하는 개체들만 남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홉스적 함정에 대한 내쉬균형상태는 진화적으로 안정적인 균형Evolutionary S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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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도연구

Equilibrium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러한 게임에서 평화

적 전략의 선택은 항상 각 당사자들에게 유리하지 못하고 결국은 각자가 개인적 이기심에 따른 전략의 선택으로 열등한 결과를 초 래하는 진화적 균형점을 갖게 된다는 의미이다.

3. 탈출구Wayout

이와 같은 아나키에서의 피할 수 없고 강력한 흡인력을 가진 열등한 함정을 극복하고 피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홉 스는 개인간의 투쟁상태를 종식시킬 수 있는 거대한 기구, 즉 Leviathan과 같은 기구의 출현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것은 구체 적으로는 국가와 같은 조직의 도입을 의미하는 것이며, 아나키 상 태에서 이러한 국가의 출현은 국가만이 갖는 강제력을 통하여 개 인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개인들은 무정부적 자연상태에 서 누리던 자유와 권리를 거대한 기구인 국가에 어느 정도 위임 혹은 양도를 감수해야만 한다. 좀 더 부연하자면, 각 개인은 보다 나은 개인적 후생을 보장받기 위하여 제 3자인 초인적 기구, 즉 국가를 개입시켜, 국가와 개인적 권한의 포기에 관한 계약을 맺은 것이 되는 셈이다. 즉, 개인과 국가간의 사회적 계약이다.

이러한 홉스적 견해에서 보면 폭력violence을 행사할 수 있는 유 일한 기구는 바로 국가이며, 개인간에 행사되는 폭력은 일단 국가 가 출현한 후에는 정당화될 수 없다. 따라서 홉스적 국가관에 의 하면 국가는 합법화된 폭력기구라고 할 수 있으며, 국가는 개인들 위에 군림하는 무시무시한 거인과 같은 존재이다.3)

3) 한편으로는 국가를 가공할 만한 거대한 조직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최 소한의 권한만을 위임받은 국가의 출현도 상정할 수 있는데, 이는 바로 Nozick (1974)에 의해서 정교하게 이론화되었다. 그는 개인들의 부富의 소유권의 획득과 거래의 자유를 보호해주는 제도로써 국가의 출현을 모델화하였다. 그에 의하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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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홉스적 함정, 진화적 함정, 그리고 소유권 제도 19

그러나 Rawls(1971), Buchanan(1976)과 같은 신계약주의에 따르 면 홉스와 같은 고전적 사회계약론과는 달리 사회계약의 주체로 서의 국가나 정부의 역할은 배제되고 다만 국가의 구조를 결정할 헌법과 같은 제도를 만드는 데 구성원의 만장일치적 합의의 도출 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계약주의적 접근방법의 출발점은 합리 적이고 이기적인 개인들이 어떠한 제도적 장치도 존재하지 않는 원초적 상황에서 만장일치적인 합의에 의한 규칙이나 헌법을 도 출하게 되는가이다.4)

홉스적 함정에서의 구조적 요체는 바로 개인적으로는 합리적으 로 행동하는 개체들이 어떻게 열등한 비합리적인 ‘집단적’ 귀결을 피할 수 있는가에 있다고 하겠다. Varoufakis(1991)는 이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거인의 함정’으로부터의 탈출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다. 우선 가장 간단한 방법은 사회적 규범에 의해서 개인적 선 택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면 굳이 국가권력에 의지하지 않고도 도덕적 가치에 의해서 개인의 전략적 선택을 한정시킬 수 있다.

이러한 대안은 개인이 지니는 자연권natural rights을 자연상태에서 상호 인정하는 경우가 된다. 따라서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상호 자연권의 존중과 같은 규범이나 도덕률이 호전적 전략의 선택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셈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각 개인이 개별적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공 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을 가 지고 있는 개인은 호전적인 전략의 선택보다는 평화적인 전략에

나키적 상태에서 타인으로부터 개인의 소유권을 보호해주는 사적인 보호조직이 생 겨날 수 있게 되며, 점차 이러한 조직들이 여러 개 생겨나게 되면 이 조직들간에 자유로운 경쟁(free competition)을 통하여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통합되 게 되며 이러한 강력한 조직은 하나의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는 기구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국가조직의 출현이고 이것을 가리켜 Nozick은 최소국가 (minimal state)라고 하였다. 이에 대한 좋은 예는 아마도 야경국가일 것이다.

4) 최근의 헌법경제학에 대한 광범위한 이론의 소개는 Voigt(1997), Berggren(199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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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도연구

보다 더 큰 가치를 두게 될 것이다.5)

가령, 여기서 (갑)이 흄Hume적 선호체계를 갖는다고 하면, (을) 이 평화적 전략을 택했을 때, (갑)의 이익은 평화적인 전략의 경 우가 호전적인 경우보다 더 높을 것이다. 이 경우 (갑)은 평화적 전략의 선택하는 경우를 오히려 (을)이 평화적인 경우에 자신이

무임승차free riding하는 것보다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

나 을이 확실히 호전적인 경우에는 역시 자신도 호전적이 되는 편이 유리하다.

이 상황에서는 갑에게 우월전략의 가능성은 사라진다. 그러나 을에게는 호전적인 경우가 우월전략이고, 따라서 이 경우는 우월 전략에 의한 균형상태는 존재하지 않으나, 내쉬균형상태는 여전히 존재하며, 갑은 을의 호전적 전략의 선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홉스적 함정으로부터의 탈출은 여전히 불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에 쌍방 모두 흄적 선호체계를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그때는 두 사람의 청산행렬은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

(을)

평화적 호전적

평화적 (5, 5)* (0, 3) (갑)

호전적 (3, 0) (1, 1)+

이 경우에는 균형상태가 유일하지 않고 두 개의 내쉬균형이 생 긴다. 하나는 파레토 우월 상태(*)이며, 다른 하나는 이전과 마찬 가지인 파레토 열등한 투쟁적 상태(+)이다. 쌍방이 흄적인 선호체 계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이와 같은 열등한 균형상태에 도달할

5) 이러한 선호는 Hume이 상정하고 있는 인간관 즉, 공동체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인 간의 선호를 반영하고 있으므로 Hume적 선호체계(Humean preferences)라고 한다.

(23)

제2장 홉스적 함정, 진화적 함정, 그리고 소유권 제도 21

수 있는데, 이때는 쌍방 모두 평화적 전략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 으면서도 상대방의 평화적 전략에 대한 약속 위반의 위험성을 두 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두 개의 균형점Nash equilibria은 홉스적 함정에 대해서 대단히 중요한 시사점을 지닌다. 아나키 상 태에서의 홉스적 함정에의 귀결은 더 이상 ‘필연적’이 아니다. 즉, 아나키에서 거대 국가의 개입 없이는 만인에 대한 끊임없는 투쟁 상태가 필연적으로 계속된다는 홉스의 명제는 여기서는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면 파레토 우월한 균형상태와 열등한 균형상태 중에서 아 나키 상태는 어느 쪽으로 진행될 것인가는 순전히 쌍방 간의 신 뢰의 정도에 달려있다. 쌍방이 서로에게 상호 확신common assurance

을 갖고 있다면 파레토 우월적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며, 반 면에 쌍방 모두가 상대방의 신뢰에 회의적이 될수록 혹은 상대방 에 대해서 ‘무지’할수록 무지로부터 오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 쌍방은 최대최소전략maximin strategy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며, 따라서 열등한 균형상태인 홉스적 함정은 필연적인 귀결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공동체 의 식이나 집단적 연대감을 갖거나 더 나아가서 타인의 재산권을 존 중하는 집단적 양심이나 혹은 타인의 후생에 대한 동정심extended sympathy과 같은 일종의 내부화된 제약internalized constraints을 각 개 인들이 인식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6)

6) Schelling(1960)은 이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함정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당사자들 간의 사전적 서약(ex ante commitment)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사후적(ex post)으로 는 자신의 이익이 되지 않을 행동을 하도록 하게 만드는 사전적 언질이 있어야만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서약의 문제이다. 또한 Frank(1987)는 각 행위자가 양심(conscience)을 갖고 있는 경우가 이러한 딜레마에 대한 하나의 언질 의 방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경우도 상대방에게 양심을 가지고 있다 고 단순히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어 야 한다. 이것은 이 게임이 반복될 때 협동전략을 계속 선택함으로써 이러한 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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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도연구

이러한 아나키적 함정에 대한 홉스의 처방인 국가기구를 도입 하는 경우를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살펴보자. 아나키에서의 약 탈행위는 그것이 약탈자의 후생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조직의 역할은 우선적으로 자연상태에서 각자에게 정당한 소 유권을 인정해주고, 나아가서 각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존중하도록 유도하며 이를 위반하는 자를 징벌해야만 한다. 따라서 국가는 공 권력을 사용해서 호전적인 전략을 사용하는 자를 감시하고 강제 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는 자는 응징하여야 한다. 그러면 죄수의 게임에서 청산행렬은 다음과 같이 될 것이다.(사회적 제도에 대한 위반자에게 -6만큼의 징벌을 가한다고 하자.)

이 경우에는 각자가 호전적인 전략을 택하는 경우의 이익이 5 가 아니라 -6의 징벌을 받으므로 -1이 될 것이다. 그러면 국가의 응징 역할 때문에 쌍방 모두 평화적으로 사회제도에 순응하는 전 략을 택하는 것이 우월전략이 되며 따라서 홉스적 함정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사회제도의 이탈자에 대한 국가 의 감시와 응징의 역할이 결국 개인들의 이기적인 투쟁적 행동을 제한하게 만든다.7)

III. 사회계약과 소유권의 결정양식

고전적 사회계약론에서도 분명한 모형을 설정하지는 않았지만 기 본적 출발점은 자연상태이다. 1970년대부터 그동안 풍미했던 공리 주의적 전통에 대한 대안으로서 고전적 사회계약론에 기초한 새로 운 시도가 Rawls(1971), Nozick(1974), Buchanan(1975) 그리고 최

신뢰가 얻어질 수 있을 것이다.

7) 효율성의 면에서 볼 때, 이 같은 국가제도의 도입은 각자의 개인적인 감시와 응징 의 비용의 합보다 집단적인 감시와 응징의 비용이 적을 때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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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홉스적 함정, 진화적 함정, 그리고 소유권 제도 23

근에는 Gauthier(1986)등에 의해서 이루어져 왔는데, 이것이 곧 “결 약주의契約主義의 부활復活”이라고 명명해도 좋을 신계약주의

Neo-contractarianism의 대두이며, 이들은 고전적 계약론을 새롭게 해 석하고 확장시킨 셈이다.8) 즉, 이들의 이론은 가설적인 상황에서

사고실험思考實驗 Gedanken experiment에 의한 만장일치적인 사회적

제도의 도출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고실험이 가능한 가 설적인 상황에서는 모든 개인들이 개인의 특성과 능력 및 사회적 지위와 역할 등에 관한 모든 정보가 차단되어 있는 원초적 상태, Rawls의 표현에 의하면 ‘무지의 장막Veil of Ignorance'에 가려져 있 다. Buchanan과 Tullock (1962)의 헌법제정이론 역시 이러한 특성 을 가진 아나키적 상태를 상정한다.

이제 Hobbes, Locke, Rawls의 아나키를 보는 관점에 따라 어떤 사회적 원칙이 가능하며, 어떤 방식으로 소유권이 생성될 수 있는 지 살펴보자.

1. Hobbes적 경우

홉스적 자연상태에서의 한 개인의 행위는 어떠한 법률적 혹은 도덕적 규범norms과도 무관하며, 그것들에 의해 영향 받지 않는다.

이러한 자연상태에서는 개인의 행위에 어떠한 외부적 제약조건이 없다(In the state of nature every man has a “right” to everything.

Buchanan, p.24.). 따라서 어느 누구도 애초에 아나키 상태에서는 자연자원에 대해서 어떠한 소유권도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개인 의 어떠한 행위도 강제할 외부적 제약이 없다는 사실은 각 개인 이 모든 자원에 대해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어떠한 권리를 소유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 홉스적 자연상태에서는 어떤 개인도

8) 신계약주의 이론에 관한 개괄적인 조명에 대해서는 Gordon(1976) 그리고 최병서 (199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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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제도연구

자신의 노동에 의해서 생산된 재화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그 사람 의 소유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왜냐하면 자연상태에서 재산권이 라는 제도는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소유권이란 자신이 통제할 수 있고 방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이 홉스적 상황에서 한 개인의 시간 배분은 생산과 약탈, 방어 활동 의 시간당 한계생산물의 크기에 달려 있게 된다. 이러한 아나키 상태는 결국 내쉬균형상태에 이르게 되고, 이 자연적 분포상태가 바로 공정한 사회제도의 수립을 위한 협상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홉스적 자연상태에 기초한 고전적 사회계약이론을 현대에 부활 시킨 사람이 바로 Buchanan(1975)이다. 그에 의하면 모든 인간이 평등한 능력과 조건을 갖고 태어나지 않는 한 아나키적 균형상태

anarchistic equilibrium는 불평등한 상태에 있게 될 것이라고 본다. 그 러면 불평등한 아나키적 균형상태에서 맺게 되는 사회계약에 의 거한 소유권의 분포상태 역시 불평등을 초래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불평등한 상태는 공정한 것인가? 이에 대한 뷰캐넌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뷰캐넌에 있어서 정의란 동의同意에 기초하고 그것 으로부터 파생되어 나온다.(“Justice is rooted in consent.”)9) 따라 서 사회계약에 의해서 합의된 사회제도가 자연상태의 불평등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하여도 뷰캐넌의 파생적 정의의 개념에 위배되 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소유권제도의 수립 및 수정 역시 각 개인의 자연상태에 서의 협상력natural power의 행사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된다. 또 일 단 수립된 사회제도 즉, 헌법이나 재산권 제도는 이러한 협상력의

9) Buchanan에 의하면 어떤 규칙이 공정하다고 말할 때는 모든 경기자들이 그 규칙에 동의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것은 그 규칙이 공정하기 때문에 경기자들 이 동의한다는 의미하고는 전혀 다르다. 즉, 어떠한 규칙이든 그것이 자유롭게 계 약하고 참여할 수 있는 행위자들의 순수한 합의의 산물일 때는 그 규칙이 공정하 다는 의미이다. 이런 의미에서 Buchanan의 정의의 개념은 ‘파생적 정의’ (Derived Justice) 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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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홉스적 함정, 진화적 함정, 그리고 소유권 제도 25

균형상태가 깨지거나 바뀌게 되면 당연히 재수정이 요구될 수 있 다. 즉, 헌법은 재협상의 대상이다.(Constitution is ‘re-negotiated’.)

2. Locke적 경우

로크적 아나키에서는 홉스적 상태와는 달리 개인의 어떠한 행 위도 무제한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로크적 개인은 어느 정도 소 유권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각 개인은 각자가 처한 자연환경에 자신의 노동력을 가하여 얻어진 생산물에 관해서는 생산자로서의 권리를 갖게 되고, 이에 대하여 다른 타인들은 그 권리를 존중해 야 한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로크적 정의는 ‘호혜적 정의

Reciprocal Justice’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적인 법률체계는 없더라도 자연상태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소유권이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또한 타인의 소유권 역 시 침해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투쟁한다. 이러한 자연상태는 규 범이 지배하는 상태로 홉스적 투쟁적 상태는 아니다. 그러므로 이 러한 자연상태에서의 사회제도의 수립을 위한 협상은 각 개인이 자연적 상태에서 ‘당연히’ 소유해야 할 권리에 기초하게 된다. 여 기에서 비규범적인 행위(가령, 약탈의 위협)는 용납되지 않지만 공동사회 제도를 위한 계약에 참여하지 않을 자유는 가질 수 있 으며, 이것이 곧 로크적 사회에서의 협상력이 된다.

로크적 사회계약의 전제는 각자가 생산한 생산물을 각자의 소 유로 인정하는 일이다. 따라서 각 개인이 로크적 단서를 지키며 타인이 생산한 재화에 대한 권리를 존중하게 될 때 아나키적 균 형상태가 이루어지게 되고 약탈과 방어의 노력 없이 각자 순수하 게 생산해낸 산출량의 수준이 소유권에 관한 사회제도의 기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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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제도연구

3. Rawls적 경우

롤스에 의하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제도를 수립하기 위한 기본전제로서 우선적으로 꼽는 것은 아나키적 상태가 원초적 평 등성Primitive Equality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초적 평 등성을 유지하기 위한 롤스적 자연상태는 무지의 장막에 가려져 있는 가설적인 아나키 상태이다.

홉스에 있어서 자연상태란 국가조직이 와해된다면 그 다음의 상황은 곧 아나키적 상태가 된다. 그러나 롤스에 있어서는 기존의 사회가 갖고 있는 불공평한 혜택unjust advantage이 제거된다면 그 상황이 바로 원초적 자연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홉 스적 자연상태는 ‘역사적’ 자연상태이지만, 롤스에 있어서 자연상 태란 ‘가설적’인 상태이다.

문제는 현실세계의 협상에서는 참여자들이 이미 너무 많은 것 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그 둘의 사회적 지위나 협상 테 이블에서 행사할 수 있는 힘의 한계 및 그들의 능력과 기호 등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식이 사회구조와 우선 순위 및 분배원칙을 결정하는 문제에 본질적인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무지의 베일 개념이 도입된다. 따라서 롤스는 개인적인 자연적 자산이나 능력 은 사회 전체의 ‘공동자산’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Rawls, pp.100-101.) 그에 의하면 불평등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으 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정의의 원칙에 의해서 제거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초기상태에서의 정당하지 못한 불평등을 제거 혹은 수정하기 위한 원칙을 롤스는 보상補償 혹은 수정의 원칙Principle of Redress이라고 불렀다.

롤스는 정의로운 사회계약의 전제로서의 자연적 아나키 상태는 본질적으로 외생적 혹은 도덕적으로 임의적인 자연상태의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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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홉스적 함정, 진화적 함정, 그리고 소유권 제도 27

이 제거된 상태에서 출발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런 점에서 초기 상태의 부존상태나 자연적 우연의 산물인 초기의 불평등을 주어 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뷰캐넌이나 노직보다 롤스가 훨씬 평등주 의적egalitarian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롤스적 자연상태에서는 사람들이 만장일치적 합의에 의 해서 무엇보다도 사회적 약자social underdogs에게 가장 높은 가중치 를 부여하는 사회제도를 수립하게 된다. 이것이 그의 유명한 “차 등의 원칙Difference Principle”이다.

이러한 무지의 베일에 싸여 있는 롤스적 자연상태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지위나 능력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로부터 차단되 어 있기 때문에 사회제도에 관한 협상에서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영향력이나 협상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되며, 따라서 이 러한 상황에서 만장일치적으로 합의된 사회제도는 공정하다고 본 다.

위에서 본 세 가지 타입의 아나키 상태의 특성에 기초해서 어 떠한 소유권의 형태가 성립할 수 있는지 Cooter(1983)가 제시한 생산과 분배의 예에서 살펴보자. 간단한 2인 경제를 상정하자. 아 나키 상태에서 두 사람은 경작물 생산과 자신의 생산물 방어 그 리고 타인 생산물에 대한 약탈과 같은 세 가지 경제활동이 가능 하다고 하자. 만약 이 두 사람이 아나키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 해서 사회계약을 통하여 공동생산에 참여한다고 하자. 이때 생산 된 작물의 분배에 대하여 세 가지 타입의 아나키의 특성이 어떻 게 소유권의 양식을 결정하는가 분석해 보자. 물론 공동생산의 경 우에 분업과 규모의 경제를 통하여 공 생산에 의한 생산량은 아 나키에서 개별적으로 생산했을 때, 각각 생산량의 합보다는 클 것 이다. 이것을 <표 1>로 나타내 보자.

홉스적 분배제도의 특징은 아나키에서의 약탈의 가능성을 인지 하며 그것 자체가 사회계약을 위한 협상에서 하나의 위협치thr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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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ue로서 작용한다. 로크적 아나키 상태에서는 내재적 규범에 의

해서 약탈의 가능성은 부인되며 오로지 각자의 독자적 생산량이 협상의 기준점이 되며 각자는 공동생산에의 참여와 탈퇴의 수단 을 협상에서의 위협치로 쓸 수 있다. 롤스적 상태에서는 어떤 참 여자들도 분배의 협상에서 위협의 카드는 쓸 수 없다. 왜냐하면 각자가 자신의 재능이나, 사회적 지위, 혹은 선호에 대해서 ‘무지’

하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이 자신에게 유리할 지 알 수 없기 때문 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서는 롤스가 공정한 원칙으로 제시한 “차 등의 원칙”에 의해서 소유권이 결정되며 이는 약자에 대한 최우 선적 배려에 따른 분배양식이 된다.

<표 1>

(갑) (을) 합계

(비협동)

각자 생산 100 50 150

약탈에 의한 이익 +10 +20 +30

약탈에 의한 손해 -20 -10 -30

각자 소비 90 60 150

(사회계약에 의한 협동)

공동생산 0 0 250

세 타입의 아나키의 특성으로부터 나타날 수 있는 분배제도

Hobbes적 분배제도 140 110 250

Locke적 분배제도 150 100 250

Rawls적 분배제도 125 125 250

IV. 진화적 함정Evolutionary Tr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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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홉스적 함정, 진화적 함정, 그리고 소유권 제도 29

경제에서의 경쟁상태를 자연적 진화과정으로 파악하려는 진화 론적 접근방법은 경제학에서 한 분야로 자리잡은 지 꽤 오래 되 었다. 대표적인 고전 논문으로는 Alchian(1950)과 Friedman(1953) 을 들 수 있겠다. 이들에 의하면, 경제주체자들의 극대화 행동은 그들의 명시적 혹은 묵시적 목적에 의해서 정당화될 필요는 없으 며 다만 ‘진화적’ 과정 속에서 그들이 처한 환경 속에서 극대화하 거나 환경에 잘 적응한 기업이나 개인들이 살아남고 번창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또한 경제에서의 진화적 요소야말로 경제학에 서의 극대화 가설을 정당화시켜주는 요인이라고 본다. 따라서 진 화적 선택과정은 개인이나 기업들의 최적화 행동을 유도하게 된 다는 낙관론에 기초한다. 이 같은 낙관적인 경제학자들에게 있어 서는 ‘생존이란 곧 효율’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또 이것을 당연하 게 받아들였다.

이러한 낙관론의 중심에는 다윈조차도 쓰기를 꺼려했던 가정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것은 바로 진화란 본시 항상 점증적인 진보 와 효율을 의미하고 저급한 조직이나 생명체로부터 상급으로의 이행 그리고 열등함으로부터 우등함으로의 상승을 의미한다는 가 정이다. 이러한 가정에 가장 잘 부합하는 개념은 ‘최적자 생존

survival of fittest’일 것이다. 이것은 대단히 오해의 소지가 많은 개 념이다.

왜냐하면 자연의 선택이란 반드시 최적자로 귀결되는 것이 아 니라 차적자 혹은 부적자로 선택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진 화란 필연적으로 점차적인 ‘완벽함’에 이르는 자연적 과정은 아 니다. 진화과정에서 오류와 오차는 어느 때든지 나타날 수 있으 며 되풀이 될 수 있고 또 유전적으로 축적될 수도 있기 때문이 다. 그러므로 비효율적인 조직이나 개체도 존재하고 생존할 수 있으며 동시에 효율적인 개체들이 생존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 우도 많다. 따라서 자연선택의 메커니즘이 적자생존을 의미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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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도연구

않을 수도 있다.

1. 비최적화

진화생물학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이론적 특성은 진화과정에서 의 다수 균형점multiple equilibria & peaks들의 존재 가능성이다. 이 경 우 진화적 자연선택의 결과로 전체 진화과정에서의 최적점 또는 극대점으로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국소적인 최적점local optimum에 개체들이 모이거나 수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국소적 최적점은 진화과정에서 하나의 함정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러므로 국소적 최적점의 함정에 일단 빠지게 되면 다시는 그 함정에서 탈출할 수 없게 되며 진화과정에서 가장 효율적이며 최적인 상태global optimum에 도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 에서 사회계약론자들이 사회계약이론의 출발점으로 삼는 아나키 에서의 홉스적 함정과 유사한 성격을 갖는다고 하겠다.

진화생물학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잠금lock-in현상으로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진화과정에서 전체적 최적점으로의 진화가 저해 받는 이유는 진화과정 자체가 ‘잠겨지거나’ 또는 진화 경로 가 어떤 내부적 특성으로 인해서 하나의 안정적인 발전 경로로 미리 결정되어서 경로의존적path dependent으로 되기 때문이다. 이것 을 운명지어진 경로chreodic path라고 부른다. 이것은 특히 테크놀로 지의 세계화 또는 표준화가 이루어진 요즘에는 더욱 현저하다. 일 단 기술적인 패러다임이 결정되고 이것이 채택되게 되면 이것이 앞으로의 일반적 발전 방향이나 경로를 미리 결정해버린다는 것 이다.10)

10) 이것은 생물학에서의 초선택(hyperselection)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것은 강력한 개 체와 집단 혹은 종種 간의 관계에서 강력한 피드백 효과에 의해서 더 이상의 수 정이 불가능하도록 주어진 종의 구조나 특성을 얼어붙게(‘freeze’) 혹은 고착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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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홉스적 함정, 진화적 함정, 그리고 소유권 제도 31

이것은 현대 기술의 급속한 전파 속도와 맞물려 세계적 기술의 표준화에 비추어 보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이에 대한 좋은 예는 많이 있다. 가령 David(1985) 와 Arthur(1985)가 지적하 고 있듯이 타이프라이터의 문자판이 그 좋은 예이다. 이것은 소위

“QWERTY”의 예라고 불리는데 이 문자판의 배열이 반드시 최적 의 배열은 아닐 것이며 신체공학적으로 더 좋은 문자판을 개발해 사용할 수 있으나 이제는 변경불가능한 자판으로 세계적으로 표준 화된 것이다. 또한 최근의 재미있는 예로는 비디오테이프의 녹화 방식간의 경쟁을 들 수 있다. SONY에서 개발한 BETAMAX 방식이 화질면에서 볼 때 VHS 방식보다 우월함에도 비디오시장에서의 경쟁 에서 살아남지 못하게 된 예가 바로 그것이다. 또 Kindleberger (1983)는 철도의 표준 규격의 전파를 다루고 있다. 이처럼 철도나 컴퓨터에서처럼 규격의 표준화 도입에 따른 논의는 기술의 전파

technology diffusion에 관련된 것인데 Katz and Shapiro(1986)는 이 문 제를 네트워크상의 외부경제networking externalities로 다루고 있다.

다음은 기업간의 경쟁이 총체적 최적의 관점에서 비효율을 초 래하는 진화주의적 함정에 빠질 수 있는지 Hodgson (1991)이 제 시한 가상적 예를 통해서 분석해 보자. 이 예는 어떤 이상적이고 우월한 환경이 자연적 선택과정의 결과에 의해서 지속될 수 없고, 더 열등하게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종류의 기업 즉, A타입과 B타입의 기업이 존재하는 산업을 상정하자. 이 두 기업은 조직의 형태와 기업간 관계에 있어서 차 이가 있다고 하자. 가령 B타입은 A타입의 기업보다 조직이 더 투 명하고, 공개적이고, 조직원들이 더 참여적인 내부구조를 갖고 있 으며, 기업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정보나 기술의 교류에 있어 보다

키는 현상을 가리킨다. 또한 이것은 진화과정에서 놀라운 변이를 초래하기도 하 는데 초기 상태에서 미소한 차이가 진화과정을 통해서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가 져올 수도 있다. 이것을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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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제도연구

협력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고 하자. 또한 이 산업에 새로운 기업 이 진입한다고 할 때 그 기업은 무차별하게 두 가지 타입 중 어 느 기업도 될 수 있다고 하자. 그러면 새로 진입하는 기업이 얻는 이윤은 다음과 같이 주어질 수 있다.

A타입일 경우의 이윤 : 50+{B타입 기업의 비율(%)}

B타입일 경우의 이윤 : {B타입 기업의 비율(%)}

우선 초기 상태에는 전 산업이 A타입의 기업으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하자. 이때 새로 진입하는 기업이 A타입이면 이윤이 50, 만약 B타입이라면 이윤이 0일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 하에 서는 B타입의 기업은 존립할 수 없게 된다. 반면에 산업 전체가 모두 B타입의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새로 진입하는 A기업은 이윤이 150이 될 것이고, B타입은 100이 될 것이다. 이 경우는 A 타입의 기업이 성공적으로 B타입만 있는 산업에 진출 혹은 침입

invade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A타입의 기업은 초기에 어떤

상태에 있든지 지배적이 된다. 그러므로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A 타입만 남은 산업에서의 A기업의 평균 이윤은 50인 데 반해 B타 입의 기업만 존재하는 산업에서는 평균 이윤이 100이 될 것이다.

그러나 A타입의 기업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전략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산업 전체가 B타입으로만 이루어져 있을 경우라도 결국은 B타입만의 산업이 가질 수 있는 긍정적 외부효과나 혜택이 점차 잠식되고 끝내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실세계에서 협동적 기업보다는 비협동적 기업들이 훨 씬 많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것이 경제에서의 진화과정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단지 집단 속에서 더 많이 증식한 기업이라는 이유로 그 기업들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라 고 하는 사실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협동적 기업이 적다는 사실 은 그것이 덜 효율적이어서가 아니라, 단지 주어진 상황에서 개별 적이고 폐쇄적인 소유개념을 가진 기업들보다 출현하고 존속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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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홉스적 함정, 진화적 함정, 그리고 소유권 제도 33

어렵다는 사실을 의미할 뿐이다.

이 가상적 상황으로부터 두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이 가장 효율적인 개체에 반드시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며 또 최적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진화과정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지 규제나 개입과 같은 교정장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시사점은 개체와 환경 간의 ‘피드백’ 관계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가령 어떤 환경에서 하나의 또는 소수의 개체(또는 기업)에게 대단히 유리한 기회가 있다고 하자.

이때 이 소수의 기업은 성장하고 번창할 것이다. 이때 다른 수많 은 개체 또는 기업이 이들을 ‘모방imitate’하여 같은 행동이나 전략 을 행한다고 하면 이러한 사회경제적 진화과정 속에서 처음의 환 경조건은 더 이상 모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게 될 것이다.

2. 탈출구Wayout

경제학자들은 왜 경제적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전제하에 논의를 전개하는가? 이에 대한 가장 신뢰할 만한 대답은 이기적 행동에 대한 진화주의적 해답일 것이다. 즉, 자연상태에서 여러 대안적 혹은 경쟁적 인간행동 가운데 가장 보수payoff가 높은 행위가 자연 선택에 의해서 선호된다면, 다시 말해서,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행위가 자연상태에서의 경쟁을 통하여 지배적이 된다면, 그 리고 이기적 행위가 이타적인 행위보다 더 보수가 높다면 (대부분 의 자연상태에서 그렇듯이) 진화적 과정을 통하여 자연히 이타적 행위는 자취를 감추게 되고 오직 이기적 행위만이 살아남게 되고, 그것이 각 개인의 입장에서 우월한 행동전략이 될 것이다. 그러므 로 만약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이 더 높은 보수를 갖는 종을 선택 하고 또 만일 이타적 개체는 이기적 개체보다 더 낮은 이득을 얻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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