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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결 론

Ⅶ. 결 론

제3장 내생적 개입주의와 경제질서의 효율성: 제도개혁에 대한 시사점 53

Ⅰ. 서 론

국가의 경제개입이 한국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 판은 이제 진부한 이야기가 되었다. 경제질서의 작동방식을 국가 주도에서 시장주도로 전환해야 된다는 지적은 벌써 20여 년 전부 터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물론 그동안 시장주도적 경제 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제도개혁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선정부들은 한결같이 변화와 개혁을 최대 의 국정과제로 내걸어 왔다. 1997년의 외환/금융위기는 한국경제 의 구조조정과 제도개혁의 필요성을 극명하게 드러냈고, IMF 감 독체제 하에서 금융제도, 기업지배구조, 회계투명성 등에서 상당 한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개발연대에 수립된 정치경제모델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경제제도의 개혁이 왜 이렇게 어려 우며, 의도된 대로 일어나지 않는가?

경제개혁을 규범적으로 접근하는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정치적 영향력, 이른바 정치논리의 개입을 비난한다. 정치가 경제를 망치 고 있다는 비난이다. 이에 비해 국가의 계급적 성격을 중시하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은 한국 자본주의의 저급한 발전상태, 소위 천민 성의 피할 수 없는 결과로 경제개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가가 미천한 자본가들의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 판이다. 그런데 이러한 설명들은 모두 국가의 경제개입에 대한 잘 못된 이해에 기초하고 있다. 경제논리와 정치논리는 분리될 수 있 는 것도 아니고,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관 계도 아니다. 물론 특정한 나라의 특정한 시점에 있어서 어느 한 쪽이 지배적인 상황이 있을 수 있다.1) 그러나 우리는 국가와 시

1) 한국의 경우 여전히 국가우위의 사회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IMF 관리체제 이후 다양한 시장지향적, 신자유주의적 개혁조치들이 취해졌지만 한국의 국가가 변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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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정치와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면서 하나의 전체를 형성 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사람들은 시장에서는 사익을 추구하고 정치에서는 공익을 추구 하는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또한 경제인은 부를 추구하고 정치 인을 덕을 추구하는 식으로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개인적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부와 권력을 추구하는 이기적 인 존재이며, 때로는 부를 이용하여 권력을 추구하기도 하고, 때 로는 권력을 이용하여 부를 추구하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경제개혁의 어려움을 개혁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집중과 수익 분산의 특성에서 찾는 정치경제학적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경제 개혁의 비용을 집중적으로 부담하는 강력한 소수의 반대가 종종 개혁을 좌절시키거나 왜곡시키기 때문이다(Olson 1982 ; Bates &

Krueger 1993). 그러나 이 시각 역시 국가의 경제개입을 경제질서 의 구성적 차원에서 파악하지 않고 있다. 강력한 소수는 경제개혁 을 반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경제개입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국가의 경제개입은 경제 활동의 본질적인 한 부분이며, 경제질서의 형성과 진화에 있어서 내재적이고 내생적인 요소이다.

이 글은 국가의 경제개입을 내생적 과정으로 설명하는 시각을 정립하는 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 오늘날 많은 경제학적 연구들 이 지금껏 외생변수로 취급하던 요인들을 이론적 틀 속으로 도입 하여 새로운 내생적 설명모델들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내 생적 보호무역이나 내생적 부패에 대한 연구가 좋은 예다(Gawande

& Banyopadhyay 2000 ; Barreto 2000). 이 글의 시각은 사회정치 적 과정을 통하여 설립되고 진화하는 경제제도를 경제분석의 내 생변수로 취급하는 신제도학파의 시각과 일치한다(North 1981 ;

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개발국가의 성격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평가 이다(이연호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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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gertson 1990 ; 정진영 2000b).2) 국가의 경제개입이 내생적이라 는 주장은 경제활동의 본질적인 한 부분으로서 국가의 경제개입 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며, 국가개입의 정도와 방향은 이러 한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경제영역과 정치영역을 구분한 다음 정치의 기능 을 자율적 경제질서의 수립을 위한 보조적인 역할로 국한하는 신 고전파 경제이론이나, 정치를 단순히 경제적 토대의 반영으로 보 는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에 상반되는 것이다. 국가의 경제개입 은 개인이나 기업이 경쟁을 제한하고 독과점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중요한 원천이다. 국가관리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국가개입 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거나 수입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국가는 경제질서의 밖에 있는 것이 아 니라 내부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 국가의 경제개입은 경제활동 과 경제질서의 내생적 변수이다.

그러면 경제활동과 경제질서의 효율성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가능한가? 효율적 시장에 대한 가설을 기초로 경제행위나 제도의 효율성을 평가하고, 제도적․정책적 처방을 제시하는 일이 대개의 경우 경제학적 연구의 주요한 업무다. 그런데 만약 경제제도나 정 책이 복합적인 사회현상의 결과라면, 그러한 개혁 처방이 갖는 의 미는 무엇인가?3) 그러한 처방은 국가와 이것의 운영을 결정하는

2) 신제도학파 경제이론은 경제제도의 설립과 진화, 경제제도와 경제적 성취 사이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런데 기존의 정통파 경제이론은 경제조직이나 제도를 외생적으로 주어진 조건, 즉 외생변수로 취급했다. 따라서 그 러한 문제는 경제분석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조직이나 제도 자체에 대한 경 제학적 분석과 이해가 증대되고, 이들이 시장의 작동과 경제주체들의 행위에 미치 는 영향에 대한 인식이 증대하면서 경제주체, 조직, 제도에 대한 통합적인 분석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즉, 조직과 제도의 문제를 외생변수가 아니라 내생변수로 다 루는 이론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신제도학파 경제이론은 바로 이러한 필요성에 대 한 부응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3) 이러한 주장은 효율적 시장이 우리 경제의 미래의 지향점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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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활동이 경제외적 변수로서 경제학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작동할 때에나 가능하다. 경제가 왕이고 정치나 사회는 시 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시장, 사회, 국 가는 본질적이고도 긴밀한 상호작용의 관계에 놓여 있다. 따라서 경제질서의 효율성은 이것이 효율적 시장모델에 얼마나 가까운가 라는 기준에 의해서만 결정될 수 없다. 그것이 현실의 사회정치적 여건에 얼마나 적합하며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가도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이상적인 경제제도나 정책을 도입하 려 해도 이것이 대다수 사람들의 인식이나 관습에 맞지 않고, 문 화적․사회적․정치적 여건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효율적으로 작 동할 수 없다.

이러한 논의는 한국의 국가개입과 경제제도개혁에 대해서 매우 의미있는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래에서 우리는 우선 내 생적 개입주의에 관한 이론화 작업을 시도하고, 이 시각에서 우리 나라의 몇 가지 사례들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러한 논의가 우리의 제도개혁 노력에 주는 시사점을 제시해보 고자 한다.

Ⅱ. 자율적 질서?

국가개입에 대한 논의는 자율적인 경제질서spontaneous economic

order에 대한 전제를 필요로 한다. 자율적 질서가 가능하며 효율적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국가개입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것이고,

긍정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다만 경제질서가 사회정치적 과정을 포함하여 계속해 서 진화해 갈 것이며, 특정 시점에 있어서 경제질서의 효율성은 경제지도가 이상 적 기준에 얼마나 가까운지가 아니라 당시의 대내외적 환경에서 얼마나 효율적으 로 작동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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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적 질서가 가능하지 않거나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은 국가개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그런데 어느 쪽이건 국 가개입과 자율적 질서를 상반적인 성격의 것으로, 국가와 시장을 분리된 것으로 이해하는 데는 일치한다. 즉, 자율적 경제질서란 국가개입이 없는 질서, 경제가 시장기제의 자동조정장치를 통하여 스스로 규율되는 질서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자율적 질서에 대한 잘못된 관념이다. 우리는 자율적 질서에 관한 논의의 출발점 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최고의 사상가로 간주되는 아담 스미스와 하이에크로 돌아가, 자율적 질서에 대한 위와 같은 관념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아담 스미스는 개인의 이기적 욕심에 기초한 경제활동이 시장 의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하여 사회적으로 유익한 결과를 가져온다 는 너무도 유명한 명제를 제시했다. 개인들의 이기적 행동이 어떻 게 사회적 선을 가져오는가? 보이지 않는 손은 도대체 어떤 마술 을 가진 것인가? 우선 아담 스미스(Smith 1992: p.434)의 이야기 부터 들어보자.

각 개인이 최선을 다해 자기 자본을 국내산업의 지원에 사용 하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노동을 이끈다면, 각 개인은 필연적으로 사회의 연간수입을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치 가 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된다. 사실 그는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한 것도 아니며 그가 얼마나 기여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해외산업보다 국내산업의 지원을 선호함으로써 그 는 오직 자신의 안전을 의도한 것이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 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지도함으로써 그는 오직 자신의 이득을 의도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함으로써〔다른 많은 경우와 같 이〕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에 이끌리어 그가 전혀 의도하 지 않은 목적을 증진시키게 된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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