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VI. 결 론

Ⅵ. 결 론

제4장 일본식 경영이 한국문화에 적합한가? 97

Ⅰ. 서 론

외환위기 이후 그 원인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단기적인 정책 실패가 그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환난 청문회가 열리 기도 했다. 기아나 한보 등 부실대기업을 신속히 퇴출시키지 못한 점, 국제적 게임 룰의 무시, 지나치게 거시경제지표를 신뢰하여 외환 수급관리를 소홀히 한 점, 무리한 환율방어, 과다한 단기외 채 도입, 부실한 종금사의 난립 허용 등이 지적되었다.

그러나 당시의 경제정책 관계자들은 외부적 요인을 중시하는 외환론外患論을 주장했다. 외환위기의 원인이 태국과 말레이시아의 외환위기 및 엔화 평가절하, 홍콩증시의 폭락 등으로 인해 외국 투자자들이 철수하고 단기자본을 회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 레이시아의 마틸 수상과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경제정책 책임자 들은 세계의 과잉 유동성이 투기적 목적으로 활용되어 세계 각국 의 외환위기가 초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UNCTAD, 1998 ; 이찬 근, 1998).

그러나 가장 큰 공감대를 형성한 견해는 한국경제 고도성장 과 정에서 누적된 구조적 문제들로 인하여 각 경제주체들이 급격한 개방 등의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외환위 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부문의 후진성과 기업의 방만 한 경영 등으로 이윤을 창출하지 못한 기업부실 및 이를 가져온 한국 경제의 시장경제 인프라의 미비가 문제라는 것이다(정운찬, 1998). 구제금융의 대가로 강력한 구조조정과 개방을 요구했던 IMF의 시각도 이에 해당한다. 한국 정부도 이러한 견해를 수용해 4대 부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1)

정부주도적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실시했던 정책금융으로 인해

1)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의 성과에 대해서는 김승욱(2001) 참고.

98 제도연구

금융산업이 낙후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위기가 거시적 경기변동 때문이 아니라, 미시적으로 기업의 이윤율이 낮고, 기업이 부실해서 발생했다는 견해에도 어 느 정도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이제민, 2002).

그러나 기업부실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 았다. 기업부실의 원인으로 중복과잉투자, 기업지배구조의 문제점, 대마불사의 신화에 의지한 외형적 팽창 위주의 기업정책, 무리한 차입 경영 등이 거론되었다(정운찬, 1999).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대개 선단식 경영이라고 불리는 한국기업에 특유한 재벌운영과 관련이 된다. 재벌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외환위기 이전에는 오히려 한국 기업의 강점으로까지 평가되기도 했으며, 그 문제점에 대해서는 아직 실증적으로 검증되지 못하고 있다(이 규억․이성순, 1985 ; 이규억․박병형, 1993 ; 정병휴․양영식, 1992 ; 전인우, 1996, 1997).

경쟁적인 과잉중복투자가 기업부실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었 는데(정운찬, 1998), 이것도 아직 실증적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제민(2002)은 위기 발생 이전 3년(1995-1997)간과 직후 3년 (1998-2000)간의 ‘상장협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저이윤의 원인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에서 ‘과잉투자’가 위기의 원 인이라든지, ‘과잉투자’가 ‘과잉차입’과 관련이 있다는 가설은 입 증되지 못하였다. 그리고 ‘중후장대형’ 산업구조가 위기의 원인이 라는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

기업지배구조와 경영투명성도 한국기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었 다. 그래서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 사외이 사제도를 의무화하는 등 구조조정을 했다. 그 결과로 기업부문과 금융부문에서는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 으로 판단된다. 전경련(2002, pp.30-31)이 외국인 기업 4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기업의 구조개선 성과와 투명성에 대한 외

제4장 일본식 경영이 한국문화에 적합한가? 99

국인 기업의 평가’에 의하면 외국기업들은 지난 4년간 국내기업들 의 구조조정 노력으로 인해 기업지배구조와 경영투명성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평가했다.2)

그러나 이제민의 연구(2002) 결과에 의하면 경제위기 이후 금융 부문과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부실기업의 고부채-저 이윤의 악순환 구도가 청산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구조조정에서 고려하지 못했던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논문은 이것을 찾아내는 데 목 적을 두고 있다. 즉, 그동안 한국의 기업들이 1980년대 후반 이후 이윤을 내지 못한 이유를 밝혀 앞으로 위기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주로 관심을 가졌던 지배구조 문제점이나 투명성 부 족 등의 문제는 기업의 주인principal에게 초점을 맞춘 것인데, 이것 이외의 다른 요인이 있다면 대리인의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논문은 대리인agent들의 동기에 초점을 맞추어 기업 내부의 각 대리인들의 인센티브는 기업조직에 따라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으며, 이 기업조직은 문화에 의해서 장기간 형성된다는 데서 출발한다.

최근에 기업을 제도의 하나로 보고, 이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이루어지고 있다(좌승희․이수희, 2000 ; 좌승희․윤덕룡, 2001).

그런데 동일한 제도라고 할지라도 사회 문화적 환경에 따라서 효 율성에 차이가 난다. 그래서 특히 경제위기 이후의 문화적 요인에 관심이 많이 모아졌다. 유교에서 연유하는 아시아적 가치가 외환 위기의 원인이 되었는가 하는 것이 그 요지였다. 이 논문은 경제 위기의 문화적 요인에 대해서 간과한 측면을 지적하고자 한다.

2) 대상 기업은 미국계 18개사, EU계 17개사, 일본계 8개사이다.

100 제도연구

일반적으로 한국의 기업경영방식은 일본과 유사하다는 것은 널 리 인정되고 있다. 그리고 한국문화도 일본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는 것도 많이 지적된다. 그렇다면 일본식 경영방식이 문화가 다른 한국에서도 효율적으로 작동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지금까지 한일간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일본식 경영방식이 한국에서도 효율적으로 작동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별 다른 의문을 품지 않았다. 이 논문은 우리 문화와는 맞지 않는 일 본식 기업제도가 식민지의 유산으로 이식되었고, 이것이 최근 한 국기업의 저이윤성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다.

문화가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논의할 때 주로 유교의 가부장적 문화가 지배구조나 정부의 역할 등에 미친 영향 에 관심을 가졌을 뿐, 대리인의 인센티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부족을 채우 려는 시도를 했다.

이 논문에서는 먼저 문화적 환경의 중요성을 검토한다. 제3절에 서는 일본식 경영이 무엇이며 이것이 한국의 경영과 얼마나 유사 한가 등을 살펴본 후 일본식 경영이 다른 문화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가를 살펴본다. 제4절에서는 일본식 경영이 효율적 으로 작동되기 위한 전제조건을 살펴보고,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저신뢰성의 원 인을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면이 실제적으로 어떻게 관측 되는지를 하청기업과 모기업 사이의 관계를 통해서 살펴본 후, 결 론을 맺는다.

제4장 일본식 경영이 한국문화에 적합한가? 101

Ⅱ. 문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한일간 문화적 차이

1. 문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문화가 경제적 성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 었다(안충영․김승욱, 1999, pp.29-39). 종교를 문화의 경제적․사 회적 정신ethos으로 보고 기독교 신학의 변화가 자본주의를 낳게 하였다는 베버명제(Weber, 1976) 이후에 문화와 경제적 성취의 인 과관계는 마르크스주의자들과 사회경제사 학자들 간에 많은 논의 를 낳았다(오오츠카 히사오, 1990 ; 칼 뢰비트, 1992). 일반적으로 1940 -50년대 이전에는 문화를 중요시했으나 1960-70년대에 문화 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문화를 설명변수로 파악하려는 움직임이 되살아나서 1990년대 초반에는 문화의 중요성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Huntington and Harrison, 2000, p.9). 그리고 경제학분야에서 신제도주의 경제학이 확산되면서 제도와 문화에 대한 분석이 활기를 띠고 있다.3) 그리 고 이러한 현상이 여러 사회과학으로 확산되면서 사회과학분야에 서 경제학, 법학, 행정학, 사회학, 문화인류학 등 학제간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또한 뉴욕테러사건 이후 이 주제에 대한 관심 이 더욱 고조되었다. 이제는 다른 문화에 대한 감수성과 이해 능 력, 즉 문화지수Culture Quotient(CQ)가 낮은 사람을 ‘문화맹文化盲’이 라고 부르기도 한다(한경구, 2001).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국 기업의 이윤율 저하 원인에 대해서 문화적 요인보다는 주로 경제적, 정책적, 또는 대외적 환 경변화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 이유는 문화는 짧은 기간에 변화되 는 것이 아니며(North, 1990), 문화적 요인을 따로 떼어 내기 어렵

3) 문화도 넓은 의미의 제도에 포함되지만 여기서는 좁은 의미의 제도를 의미한다.

102 제도연구

기 때문이다(Porter, 2000, p.72).

그런데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에 아시아적 가치라는 논쟁을 통 하여 문화적 요인이 아시아 외환위기에 미치는 영향에 많은 관심 을 가지기 시작했다. IMF는 아시아 금융위기의 주된 원인이 정경 유착이 관행화된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 때문이라고 파악했 다. 권위주의 정부에 의해 고도성장이 유도되는 과정에서 정부가 권한을 독점하였고 규제가 양산되어 국가 경쟁력이 약화되었으며, 그 결과로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되었다고 보았다. 또한 유교적 문 화의 영향으로 집단 이익을 중시하는 기업풍토로 인해 개인의 창 의성과 자유가 억압받고, 기업경영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소 수의 지배지주에 의해서 자의적으로 운영되어 비효율을 낳았다고 보았다. 따라서 IMF는 구제금융의 지원 조건으로 글로벌 스탠더 드에 따라 시장경제로 전환해 시장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개방할 것을 요구했다.

물론 일부 학자들은 아시아의 고유한 문화보다는 이들 국가가 채택한 경제체제 및 제도, 유리한 국제적 환경 또는 근면성 등이 더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폴 크루그만(Paul Krugman, 1994) 은 아시아 국가의 경제성장이나 위기의 원인은 아시아적 가치라 는 문화적 요인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경제적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4)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1999. pp.26-27)도 아시아 금융위기의 원인은 각국 정부의 경제정책의 실패 때문이 지, 아시아적 가치 등 문화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5) 또 아마티야 센(Amartya Sen, 1999)은 문화적 가치관과 경제발전

4) 그는 “하루아침에 아시아가 스위스로 변할 수는 없다”며 “아시아의 고유한 특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으나 문화가 경제성장을 좌우한다는 견해를 표명한 것은 아니다.

5) 그는 아시아적 가치론은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독재정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 어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아시아적 특징은 존재하지만 서구의 문화와 이질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4장 일본식 경영이 한국문화에 적합한가? 103

의 관계는 사후적인 해석으로 이뤄져 왔음을 지적했다.6) 센은 문 화적 가치를 토대로 경제발전을 예측하기는 어렵고 정확성도 떨 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7)

문화적 차이를 가지고 경제적 성취에 대한 영향을 논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장기적인 변화에는 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우즈바르트(Goudzwaard, 1978)는 서구사회가 중세사회로 부터 자본주의 사회로 전환되기 위해서 ‘교회와 천국의 장벽’, ‘운 명과 섭리의 장벽’, ‘실낙원paradise lost의 장벽’ 등 3가지 문화적 장 벽을 넘었어야 했다고 했다. 서구 사회는 이러한 세 가지 문화적 장벽을 르네상스, 이신론, 그리고 계몽주의의 진보사상에 의해서 극복하면서 자본주의가 탄생할 수 있었으며 따라서 자본주의의 도래는 서구의 문화적 선택이었다고 주장해 종교 등 문화가 경제 에 미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베버 명제에 대해서도 그 근거가 되는 칼뱅주의와 청교도주의의 차이에 대한 잘못된 이해 등이 지 적되었으나(Tawney, 1983), 기본적으로 종교를 비롯한 문화적 요 인이 경제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최근에 널리 확산되고 있는 신제도주의경제학에서는 문 화 등 이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노스(North, 1981, p.7)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있는 제도의 중요 성을 강조하면서, 제도의 변화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소유권에 대 한 규정, 정부 이론 등과 함께 이데올로기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

6) 즉, 영국, 네덜란드, 미국 등 신교 국가가 발전하자 막스 베버에 의해 프로테스탄 티즘이 경제발전에 미친 영향이 강조되었고, 프랑스나 이탈리아 경제가 성장할 때 학자들은 카톨릭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아시아의 경우 일본이 발전할 때는 사무라 이 정신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4마리 용’이 성장할 때는 유교의 영향이 지적 됐다.

7) 문화의 영향이 있었다면 한국의 경우에는 유교, 도교, 불교 등 사상의 다양성과 교 조적이지도, 보수적이지도 않은 실용적인 시각이 경제성장의 열쇠였다고 주장하면서, 센도 문화의 영향이 없다는 것은 아니고, 단지 분석하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했다.

문서에서 제 도 연 구 5제 도 연 구 5 (페이지 95-140)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