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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의비합리적규제를규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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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규제의 합리화를 겨냥한‘토지이용규제 기본법’이 2년여의 산고를 치른 다 음 작년 12월에 제정되었다. 국토계획법(2002)의 다른 법률에 대한 지정제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14개 부처에 걸친 324개 지역∙지구∙구역은 국민들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혼란을 가져왔다. 토지이용규제 기본법의 의도는 명쾌하다.

복잡다기한 규제시스템의 단순화, 투명화, 그리고 전산화다. 하지만 소관부처 의 개별적인 법령이 각기 고유한 정책목표에 따라 구역을 지정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규제활동은 정책의 구체화된 표현이고 이를 현실화하는 실천수단인 까닭이다. 이른바 기능부처의 종적 할거 주의는 각자의 동굴 속에서 앞만 내다보게 되어 있다. 따라서 난마 같이 얽혀 있는 토지이용규제를 범부처적 시야에서 조정∙평가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긴요하다. 바로 여기에 비합리적인 규제를 규제할 해법으로 토 지이용규제 기본법이 등장한 이유가 있다. 건설교통부가 국토관리의 허브로서 위상을 되찾을 호기이기도 하다.

첫째는 규제의 단순화다. 용도지역이나 지구지정은 대표적인 규제방식이지 만, 이들이 상충 또는 중첩되었을 때 관할권의 영역 다툼으로 여겨진다. 설령 그 기능적 당위성이 인정될지라도‘규제의 질곡’에 빠진 민원인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럽다. 비근한 예로, 상세계획구역과 도시설계지구가 지구단위계획구역 으로 일원화되는 데 얼마나 많은 시일이 소요되었는지 깊이 성찰해 볼 일이다.

마찬가지로 도시지역에서 주상공(住商工)을 제외한 녹지와 국토이용체계상 유 보적 성격의 관리지역은 시가화조정구역으로 통합되어야 할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건축, 미관, 교통, 환경, 에너지 심의 등 민원인이‘산 넘어 산’을 넘어 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가 통합∙운용될 수 있듯 이, 규제의 단순화는 절차적 간소화에서도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보다 근원적 인 해결방안은 관련 기구와 법령을 통폐합하거나‘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국 토 시 론

토지의 비합리적 규제를 규제해야 한다

권원용|서울시립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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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적 틀에서 지방자치단체에게 권한을 분산하는 행정개혁이다.

둘째는 토지규제의 투명화다. 토지소유자나 이해 당사자가 규제행정의 주체와 내용은 물론 어떠한 절 차를 통해 규제되는가에 대해서 분명히 알 수 있어야 한다. 국방상의 기밀이 아닌 바에야 지역∙지구를 지 정하기 전에 주민의견을 청취할 기회를 마련함으로 써 신뢰를 확보하고 나아가서는 협조를 구할 수 있 다. 이와는 반대로, 토지규제가 행정정보로 공개되지 않고 담당공무원의 서랍 속에 은밀히 숨겨져 있다가 민간의 경제활동이나 개발행위를 저해하는 제도적 함정이나 복병이 된다면 곤란한 일이다. 따라서 제대 로 공시되지 않은 규제는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분위 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1999 년에 도입된 서울시의 민원처리 온라인 공개시스템 (OPEN System)은 행정정보의 공유에 따라 부조리 발생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면서 의사결정의 신속 성도 보장하는 인터넷의 전략적 활용에서 비롯되었 다. 이러한 투명성 제고의 성공사례는 현재 UN에서

6개 국어로 번역된 교본으로 보급되어 세계적인 호

응을 얻고 있다. 일찍이 벤자민 프랭클린이 설파하였 듯이, ‘햇볕은 최고의 살균제’다. 부패는 어둡고 음 습한 환경을 좋아한다.

셋째는 위의 투명화와 직결된 전산화다. 국토연구 원에 따르면 이미 지정된 지역∙지구의 총 면적은 전 국토면적의 4.6배에 이른다고 한다. 줄잡아서 필지 마다 4.6개의 토지규제가 누적되어 있는 셈이다. 유 감스럽게도 현행 국토이용정보체계는 이러한 규제내 용이 소상하게 등재되지 않아‘토지이용계획확인서’

를 열람해 보아도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이 미흡하다.

비록 지방행정이 종합행정이긴 하지만, 행위제한이 전적으로 개별 법률에 위임되어 있는 만큼 담당부서 를 포괄하는 규제정보의 통합된 DB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토를 관리자(官) 중심에 서 이용자(民) 입장으로, 보는 발상의 전환이 선행되 어야 한다. 우선 건축이나 토지형질변경 등 개발행위 를 유형에 따라 표준화하고 상세한 매뉴얼을 작성하 여 자의적 판단을 줄여야 한다. 또한 주요 개발사업 의 추진에 필요한 인허가 기준, 절차나 구비서류 등 을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규제안내서(규제지도 포함)의 제공이 요망된다. 이러한 규제정보를 민원 인이 실시간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끝으로 한 가지 덧붙인다면, 토지규제의 민간화가 확대되어야 한다. 장기적 안목에서 용도규제보다도 계획중심의 국토관리를 지향한다면 공익(公益)이란 결코 행정의 전유물이 아니다. 민(民)과 관(官)이 상 호 협력하여 공익달성을 위한 규제활동의 분업을 시 도하거나 민간의 자율규제가 활발해진다면 공신력은 오히려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민사회가 성숙할수록 자신들의 커뮤니티에서 발생하는 개발행 위나 환경파괴에 대한 주민의 감시기능이 강화되어 야 한다. 선진행정으로 가면 용도지역 지정까지도 주 민제안이나 주민투표가 도입된다. 그간에 규제(권한) 의 단맛에 길들어진 행정과, 규제(비용)의 쓴맛을 본 민간 사이의 갈등이 국토이용과 관리에 대한 불신의 줄기세포를 키워왔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추구하는 규제제도의 합리성(合理性)이 각 토지이용 주체가 쫓는 합리성(合利性)을 쉽사리 당해낼 수 없다. 그런 뜻에서 토지이용규제 기본법의 시행이 과도한 규제 를 완화시키는 노력과 아울러 건축의 부자유를 수반 하는 규제의 정당성을 강화시켜 주기를 바란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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