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도시재생 이야기 • 36
강원에 새로운 물결을 만드는 사람들, 더웨이브컴퍼니
김지우 더웨이브컴퍼니 디렉터 & 더루트컴퍼니 대표 ([email protected])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다시 지방으로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나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는 대부분의 경우 탈지방을 강요받는 다. 국내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 좋은 일자리 등은 주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한정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고향인 강릉에서 20여 년 동안 지내면서 막연하게 서울 생활을 꿈꿨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 다. 그러나 별 고민 없이 시작된 서울살이가 계속될수록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맞지 않는다
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도시’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살아 가는 환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시기부터였던 것 같다. 다른 도시에 비해 고향 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울보다는 조금 더 여유로운 도시 분 위기와 멋진 자연이 있다는 단순한 이유로 강 릉에서 살아볼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동기만으로 삶의 터전을 바 꾸기는 쉽지 않았다.
<그림 1> 더웨이브컴퍼니 사람들
제475호 2021 May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강릉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영향으로 이전 10년의 세월보 다 도시 인프라나 주민들의 인식에서 더 큰 변화를 겪고 있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관광 도시이기에 매년 방문객은 여전히 15%씩 상승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도시에 필요한 다양 한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었지만 그것을 공급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내가 동쪽으로 발길을 돌린 이유가, 살고 싶은 도시에 대한 생각으로 시작해 지역에 필 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더웨이브컴퍼니의 시작, 지역과 스킨십할 수 있는 공간 ‘웨이브라운지’
더웨이브컴퍼니는 ‘지역에 새로운 물결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세 명의 공동창업자가 모여 설립한 조직이다. 2018년부터 ‘로컬 크리에이터’나 ‘지역혁신’과 같은 키워드가 화두가 되 고 있지만, 경영학을 전공한 사회초년생 세 명이 갑자기 지역을 기반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시 우리는 자연스럽게 지역의 관점에서 지역에 필요한 공간을 기획했다. 지역에 없지만 필요한 콘텐츠가 있는 공간이자, 더웨이브컴퍼니가 지역 과 스킨십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고 생각한 것이다. 바로 ‘웨이브라운지’다. 웨이브라운 지는 독서, 음악, 로컬을 주제로 한 콘텐츠와 음료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공간 내에 서는 모임 형태를 띤 5~8개 정도의 커뮤니티 서비스가 운영되는 형태였다.
사업을 시작한 초기에는 아무런 레퍼런스나 네트워크가 없었기 때문에 웨이브라운지에 서 만난 강릉의 지역주민들이 우리에게는 친구이자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고, 나아 가 비슷한 결을 가진 커뮤니티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
강원 로컬 생태계의 비빌 언덕,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감자꽃스튜디오
2018년 6월, 우연한 계기로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한종호 센터장, 감자꽃스튜디오 이선 철 대표를 웨이브라운지에서 만날 수 있었다. 2015년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당시
있었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더웨이브컴퍼니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Local Creator Acceleration(이하 LCA)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창업가들을 발굴하고 성장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LCA 프로그램을 통해 강원지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창업가들을 만나며 그들이 어떠한 동기로 지역에 왔고, 무엇을 통해 지역에서 비즈니 스를 하거나 영향을 주고자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선철 대표 는 강원으로 이주하는 창업가를 비롯해 기존 지역 출신들의 정착을 일선에서 컨설팅하는 역할을 했고, 한종호 센터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초기 창업가 발굴뿐 아니라 이들이 시장 (market)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지속가능한 창업을 이어갈 수 있는 지원을 맡았다. 더 웨이브컴퍼니는 이러한 강원 로컬 생태계의 두 비빌 언덕 사이에서 지역창업 생태계에 필 요한 초기 액셀러레이터로서 경험을 쌓아가고 있었다.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과 뉴웨이브 액셀러레이팅
더웨이브컴퍼니가 말하는 ‘지역에 새로운 물결’ 초기에는 막연함이 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를 바라보는 방식이나 관점이 생기고 조직의 미션도 뚜렷해졌다. 2019년, 우리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존중받는 도시를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수립하고, 이를 위해 지역창업가와 로컬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기로 했다. 커뮤니티 공간과 카페 의 기능을 하고 있던 웨이브라운지의 철학을 더욱 뾰족하게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 우리 는 지금보다 조금 더 오피스의 기능을 강화한 코워킹스페이스(co-working space)로서의 공간, ‘파도살롱’을 기획하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강릉에서는 코워킹스페이스의 개념 도 생소한 상태였고 시장도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웨이브라운지 커뮤니티 에서 코워킹스페이스에 대한 요구를 확인할 수 있었고, 향후 지역창업가들에게 비슷한 일 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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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
제475호 2021 May
공간의 입지를 구상할 때에도 기존보다 조금 더 동네를 생각하게 되었다. 파도살롱이 위치한 강릉의 명주동은 현재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오는 곳이 되었 지만, 과거에는 여러 지역에서 모여든 작가들이 활 동하던 곳이었다. 또한 재미있는 골목들이 많아 공 간 기반의 지역창업가들이 새로운 실험을 하기에 좋 은 위치라고 생각했다. 2019년 5월, 파도살롱이 생 긴 초기부터 강릉을 중심으로 한 로컬 크리에이터와 지역창업가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창업 초기 에 지역자원에 대한 조사나 네트워크가 필요한 사람 들, 다양한 크리에이터와 협력이 필요한 사람들, 그 리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주 멤버십 사용자가 되었다. 관광객과 는 성격이 다른 오피스 이용자들이 명주동에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동네 주민들과의 관계 도 생기기 시작했다. 동네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서로 연계하거나 재미있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파도살롱은 로컬 크리에이터를 위한 공간으로 태어났지만 지역의 코워킹스페이스로서 자연스레 동네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는 공간이 되었다.
공간에 사람이 모이면서, 더웨이브컴퍼니는 지역창업 생태계에 필요한 부분을 한 번 더 고민하게 되었다. 공간이나 커뮤니티는 강원도 곳곳에 생겨나고 있었지만 이들의 성장을 돕기 위한 ‘액셀러레이터’의 존재가 부재했던 것이다. 이는 당연히 시장이 없기 때문이었 다. 초기 창업부터 투자나 엑시트(exit) 단계까지 생태계에 나름대로 빼곡한 플레이어들이 있는 수도권의 경우, 서로 연계가 유기적이지만 지역에는 공공지원을 제외하면 플레이어
<그림 3> 파도살롱의 로컬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그림 4> 더웨이브컴퍼니가 함께 한 로컬 크리에이터 컨퍼런스와 임팩트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
들이 별다른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한 시장이 없었다. 강원도 내 지자체 등에서도 일부 창 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 트랙을 마련하 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기술 기반과 같은 강 원도 자체의 자원과는 거리감이 있는 프로그 램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우리는 도시의 콘텐 츠를 만드는 창업가들을 위해서는 지역에 대 한 이해와 지역자원을 연결할 수 있는 지역 기반 액셀러레이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뉴웨이브’라는 이름의 액셀러레이션 프로그 램을 론칭하게 되었다.
뉴웨이브 액셀러레이팅은 지역문제를 해결 하거나 지역자원을 활용한 비즈니스의 발굴 및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기업가 정신이 있는 지역 기반의 창업가들을 양성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강원도의 크리에이티브 생태계와 도시재생
2021년까지 더웨이브컴퍼니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한 LCA 1, 2기, 뉴웨이브 액 셀러레이팅 1, 2기 등을 통해 70여 팀의 지역창업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해왔다. 더웨이브 컴퍼니는 이 과정에서 둥지를 틀고 있는 강릉뿐 아니라, 주변 지역에서도 도시재생 뉴딜, 관광 콘텐츠 개발, 리모트워킹(remote working) 캠페인, 로컬 브랜드 중심의 상업공간 개 발 등 지역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디자인하며 실행해나가는 조직으로 성장 하였다. 우리나라는 국가주의 방식의 압축적 성장을 통해 높은 경제발전을 이루었지만 이 에 대한 숙제는 고스란히 지역에 산재해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일자리 부족, 고령화, 지방 소멸, 교통 및 문화 인프라 부족 등 지역이 마주한 사회문제들은 앞으로 더 많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창업가의 관점에서는 이 지점이 흥미롭기도 하다. 지역에 많은 문 제가 있고 그것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은, 반대로 지역 기반의 창업가들이 일으키는 변화 들이 지역을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역에는 여전히 사람이 없다. ‘로컬’이나 ‘로컬 크리에이터’, ‘지역혁신’ 그리고 ‘도시재 생’이라는 키워드가 정책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아직 지역 생태계에 구멍이 많 다. 지역에 사람이 없는 이유는 비단 예산 부족이나 정책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상 대적으로 적은 예산이나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 없이도 강원도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느슨한 연대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를 비롯해 지역의 보이지 않는 선배 활동가들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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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LCA 프로그램
제475호 2021 May
으로 끈끈한 지역 생태계를 만들어왔다. 사람이 사람을 부르고, 그 사람들은 커뮤니티를 만든다. 그리고 이런 커뮤니티는 지역재생의 다양성을 만들고, 외부 자원과 연계하여 확장 한다. 강원도의 도시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생태계는 결국 ‘사람’이 중심이다.
강릉에서의 3년, 앞으로의 30년을 위한 강원도 임팩트의 필요성
더웨이브컴퍼니의 3년을 돌아보면서 초기에는 창업가 개인의 생각이 조직을 만들고, 이후 조직이 지역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유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개인의 생각 에서 공간으로, 공간에서 도시로 사고를 확장하다 보면, 결국 지역을 재생하는 방식은 모 든 지역에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강릉과 강원도에서 더웨이브컴퍼니의 미션이나 비전은 조금씩 방향성을 바꾸어왔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지역의 관점으로 기획하 고 실행하는 일’일 것이다.
지역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공간과 비즈니스를 만들거나, 지역에 필요하거나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로컬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앞으로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사람 중심 그리고 지역 관점의 기획을 중심으로 강원도의 지역 생태계를 만들어왔다면, 앞으로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 진짜로 강원도의 도시와 지역의 재생을 위한다면, 첫째로 지역에 맞춘 지역재 생정책과 유연성이 필요할 것이다. 강원도는 국토 면적의 16%를 차지하는 넓은 지역이다.
영동, 영서, 남부 폐광 등 지역마다 정체성과 역사, 주민들의 성향이나 라이프스타일이 모 두 다르다. 더웨이브컴퍼니가 강릉에서 만드는 공간과 변화 역시 지역재생의 방법 중 하나 일 뿐이듯, 다른 지역의 사례를 복사하고 붙여넣기 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을 고려한 재 생정책과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로 외부 파트너와의 연계가 필요하다. 전 통적으로 산업적 기반이 약한 강원도는 지역 내 자본을 연계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또한 강릉이나 속초, 춘천 등 일부 도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의 경우, 로컬 크리에이터의 이주 등에서 선호의 차이가 많기도 하다. 지금까지 강원의 방식으로 지역을 재생하고 새 로운 변화를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를 구축해왔다면, 이제는 이들과 외부의 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