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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투표제의 강행규정화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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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투표제의 강행규정화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

권재열*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며, 모든 주주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되 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이후 여러 가지 새로운 제 도를 도입하여 소수주주권을 강화한 주된 이유는 바로 회사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 는 데 있다. 그러나 집중투표제는 태생적으로 회사운영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제고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수에 의한 경영참가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연혁적인 이유때문에 집중투표제는 전통적으로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고 있는 주식회사의 지배구조에서 제대로 자리잡기가 어려운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소수주주는 대주주와는 달리 많은 거래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시장에서 퇴출할 수 있 는 지위에 있는 만큼 회사경영에 대하여 책임감이 약하다. 소수주주가 선임한 이사를 이사 회의 구성원으로 진출시키는 것은 자칫하다가는 이사회를 싸움의 장으로 변질시킬 우려가 있다. 이처럼 기업지배구조에 있어서 소수주주에 의한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는 것도 중요 한 사항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영권의 안정 및 경영권에 대한 프리미엄을 인정하는 것 도 효율적인 기업경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아직까지 효용성이 완전하게 검증 되지 못한 집중투표제를 법률로 강제함으로써 할 게 아니라 그 수용 및 시행여부를 회사판 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쇠뿔을 자르려고 하다가 소를 잡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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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주식회사에서 주주는 회사의 궁극적인 소유자인 위험인수자(residual claimant)로 서 회사의 업무와 경영에 참가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가진다.1 ) 이 때문에 주주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자신의 이해(利害)에 중대한 관계가 있는 사 항에 직접 관여할 권능을 가진다.

주주의 권한범위에 속하는 사항은 경상사항(ordinary matters)과 비상사항 (extraordinary matters)이 있다. 주주의 이사선임권(상법 제382조 1항, 제385조)은 경상사항에 속하는 것으로서, 이사의 행위에 대한 일종의 감독권으로서 가치가 있 다.2) 예컨대, 이사가 의무위반행위를 하였을 경우에 주주는 새로운 이사의 선임을 통해 의무위반을 한 이사를 교체함으로써 그 이사의 행위에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또는 이사의 재선임을 거부하여 징벌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 상법상 이사의 선임의 방법으로서는 단순투표제와 집중투표제가 있다. 이들 중에서 집중투표제3)(cumulative voting)가 1998년 우리 상법에 새롭게 도입됨에 따라 (제382조의 2) 이제는 이사선임을 통한 단순한 감시․감독 차원을 넘어서서 소수주 주를 대표할 자를 이사로 선임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들어 집중투표제를 강행규 정화하고 의무화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집중투표제의 강행규정 화 논의의 찬반양론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검토하자고 한다.

II. 집중투표제의 일반론

1. 집중투표제의 개념

*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조교수․법학박사

1) Jonathan R. Macey, “An Economic Analysis of the Various Rationales for Making Shareholders the Exclusive Beneficiaries of Corporate Fiduciary Duties,” Stetson Law Review 21, 1991, p.26.

2) Bernard S. Black, “Shareholder Passivity Reexamined,” Michigan Law Review, 89, 1990, p.531.

3) 집중투표(제)라 함은 영미의 cumulative voting을 번역한 용어이다. 1988년 상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때까지만 해도 학계에서는 ‘cumulative’의 뜻에 충실하여 “누적”투표제로 번역되었으나 소위원회의 심사과정에서 “누적”이라는 표현이 생경하다고 하여 “집중”투 표제로 변경된 바 있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누적투표라 부르고 있다. 유진희,「집중투표 제의 장단점과 그 실효성」, 『상장협』, 제44호, 한국상장회사협의회, 2001, p.35 각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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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중투표제의 의의

집중투표제는 단순투표제에 대비되는 이사선임방식이다. 단순투표제4)(straight voting)에 따른 이사선출인 경우에는 각 주주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수만큼 의결권을 가지 고 이를 자신이 원하는 이사후보에 대해서 행사할 수 있다. 예컨대, 의결권있는 주식을 총 100 주를 발행한 어느 주식회사에서 정관에 의해 3인의 이사를 선임하여야 한다고 가정하자. 만약 에 그 회사의 주주 갑은 51주를 그리고 주주 을이 49주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은 A, B, C에게, 을은 D, E, F에게 투표하였다면 갑의 지지를 얻은 후보 3명이 이사로 선임된다. 이처 럼 주식회사에서의 이사선임에 있어서는 51%의 지분을 가진 주주, 즉 1대주주가 항상 자신이 원하는 이사 전원을 선임하는 이른바 다수자독식원칙(the winner-take-all tendency)이 지 배한다.5) 따라서 단순투표제에서의 이사선임은 대주주의 의사에 좌우될 수밖에 없어 결국 소 수주주는 이사선임에 있어서 자신이 보유하는 주식에 비례하는 영향력(voice)을 행사할 수 없 다.6)

집중투표제는 단순투표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 다.7) 집중투표제하에서 각 주주는 자신이 보유하는 주식의 수에 선임할 이사의 수를 곱한 만 큼의 의결권을 갖고, 그 의결권을 1인에게 집중하거나 수인에게 분산하여 투표할 수 있다. 즉, 집중투표제에서의 1주에 대해서는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의 의결권이 부여되는 것이다.8) 가령 3인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의결권있는 발행주식 총 100주중에서 51주를 가진 갑은 51주×3 인=153개의 의결권을, 그리고 49주를 가진 을은 147개의 의결권을 가진다. 만약에 갑이 자기 의 의결권을 A와 B에게 각각 77개 및 76개씩 나누어 행사하는 반면에 을은 D에 대하여 의결 권 전부 또는 적어도 76개 이상을 투표한다면 을은 소수주주의 위치에서 1인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또한 갑이 A, B, C를 이사로 선임하기 위해서 3후보에 대하여 각 51개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을이 D와 E에 대하여 77개 및 60개의 의결권을 투표한다면 을은 다득표순에 따라 무려 2인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4) 단순투표제는 이사선임에 있어서 통상적인 방식(ordinary system)이라는 점에서 일반투 표제라고도 한다. 에컨대, 오수근,「집중투표제」, 『인권과정의』, 제270호, 대한변호사협 회, 1999, p. 67; 유진희, 앞의 논문, p.35 참조.

5) Robert C. Clark, Corporate Law, 1986, p.362

6) 김성탁,「대주주의 이사선임 독점현상을 시정하기 위한 제도모색―집중투표제의 실효성 제고방안을 중심으로―」, 『상사법연구』, 제20권 제3호, 한국상사법학회, 2001, p.249.

7) John E. Moye, The Law of Business Organization (5th ed.), 1999, p.454.

8) 권재열,「소액주주권의 행사요건완화에 관한 연구」, 『규제연구』, 제8권 제2호, 한국경 제연구원, 1999,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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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집중투표관련 공식

집중투표제하에서 일정한 수의 이사를 선임하는 데 필요한 주식의 수(X)를 산정하기 위한 공식으로 널리 알려진 공식은 다음과 같다. 이 공식은 소수점 이하를 절사하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9)

X=(A×C)÷(B+1)+1

A :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의 총수 B :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이사의 총수 C : 당해 주주가 선임하기 원하는 이사의 수

이 공식을 C를 중심으로 변형하면 C=(X-1)×(B+1)÷A가 된다. 100주의 발행주식 중에서 49주를 가진 을은 전체 3명중에서 최대 2명을 선임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경우 에 따라서는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수가 소수주주에 의해 선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 다. 이상의 공식에서는 소수주주가 선임할 수 있는 이사의 수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이사의 총수가 클수록 커지며 발행주식총수가 클수록 작아진다.10)

또한 어느 특정한 이사 후보가 주주의 의결권행사 동향에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이사로 선임될 수 있는 최저찬성득표율(threshold of exclusion: TE)을 산정하는 공식 은 다음과 같다.

TE=1/(B+1)

B :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이사의 총수

이 공식에 따를 경우 총 100주를 발행한 주식회사에서 3명의 이사를 집중투표방식 으로 선임하는 경우에 어느 특정한 이사 후보가 이사가 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

9)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 주회사법(California Corporations Code §407)에서는 단주발행 도 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별도의 공식이 적용되어야 한다. B. Keith Martin, “Corporate Deadlock can be Overcome Through the Creative Application of Cumulative Voting Techniques,” Los Angeles Lawyer, 23, July 2000, pp.42-43.

10) 김정호․박양균, 『집중투표제의 경제학』, 자유기업센터, 1999,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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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총 의결권의 25%를 획득하여야 한다. 즉, 소수주주는 자신이 원하는 어느 특 정후보에 대하여 75개 이상의 의결권을 던져야만 그를 이사로 선임할 수 있다.11) 이 처럼 선임될 이사의 수가 많을수록 소수주주가 적어도 1명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2. 집중투표제의 입법례

(1) 개관

현재 집중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로서는 미국, 일본, 러시아, 필리핀,12 ) 대 만13) 등이 있으며, 멕시코,14) 칠레,15) 브라질,16 ) 및 아르헨티나17)도 집중투표제 또는 그것과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18 ) 그 중에서도 특히 누적투표에 관하여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입법례와 최근들어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러시아의 경우를 중심으로 고찰하기로 한다.

11) Steven J. Mulroy, “Alternative Ways Out: A Remedial Road Map for the Use of Alternative Electoral Systems as Voting Rights Act Remedies,” North Carolina Law Review, 77, 1999, p.1880.

12) 필리핀 회사법 제3장 제24조는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선임과 관련하여 “stockholder may vote such number of shares for as many persons as there are directors to be elected or he may cumulate said shares and give one candidate as many votes as the number of directors to be elected multiplied by the number of his shares shall equal, or he may distribute them on the same principle among as many candidates as he shall see fit”으로 규정하고 있다.

13) 대만의 公司法 第198條에서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선임과 관련하여 “得集中選擧一人, 或 分配選擧數人, 由所得選票代表選擧權較多者, 當選爲董事”로 규정하고 있다.

14) 멕시코의 경우 일반적으로 이사는 집중투표에 의해 선임된다. Antje Z. Mueller,

“Corporate Governance Assessment: Mexico,” United States-Mexico Law Journal, 9, 2001, p.150.

15) 칠레 회사법 제66조.

16) 브라질 회사법 제141조.

17) 아르헨티나 상업회사법 제263조.

18) Bernard Black & Reinier Kraakman, “A Self-Enforcing Model of Corporate Law,”

Harvard Law Review, 109, 1996, p.1948 n.73; Jose W. Fernandez, et al., “Corporate Caveat Emptor: Minority Shareholder Rights in Mexico, Chile, Brazil, Venezuela and Argentina,” University of Miami Inter-American Law Review, 32, 2001, p.157ff. 이들 국가가 집중투표제를 강제하는가의 여부에 관해서는 김정호․박양균, 앞의 책, pp.59-6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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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국

1) 집중투표제의 도입

연혁적으로 집중투표제는 기업에서 이사선임을 위해 고안된 제도는 아니다. 1870년 일리노 이주(State of Illinois)는 헌법을 개정하면서 주하원(House of Representatives)의 의원을 선임하기 위한 투표방식으로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였다. 게다가 동 헌법은 모든 사기업의 경 우에도 집중투표를 강제하는 조항을 두었다.19) 이처럼 미국에서 집중투표제의 도입과 관련하 여 특이한 사항은 이 제도가 회사법이 아니라 헌법에 규정되었다는 점이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자에 대한 대표선출권부여라는 정치적 이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는 특히 1861년 발간된 공리주의자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의「대의정체론」(Essay on Representative Government)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밀의 저서는 소수자에 대한 대표 권을 부여함으로써 정치영역에서 자유로운 사상을 교환할 수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사회발전 의 원동력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정치상의 대의제와 분권제의 의의를 강조하고 있다.20)

1880년까지 집중투표를 강제한 주는 일리노이주와 7개 주가 있었으나, 1900년에 이르러서는 17개로 증가하였다. 이들 17개 주중에서 11개 주에서 주헌법에 의해 집중 투표가 강제되었다. 이처럼 집중투표를 강행규정화 붐은 1940년대 후반에 절정에 달 하였으며, 이 무렵에는 무려 22개 주가 이를 강행규정화하였다. 1933년의 은행법 (Banking Act)도 집중투표제를 채택하였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부터 미국의 대부분 의 주가 집중투표제의 강행규정화경향을 포기하고 임의규정화로 입장을 선회하여 오 늘에 이르고 있다.21)

2) 집중투표제의 임의규정화 이유

집중투표제가 미국에서 초기에는 강행규정으로 강제되다가 나중에는 임의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입장이 선회하게 된 이유로서는 기업경영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1950년대에는 경영자는 자신의 지위유지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위임장 쟁탈전(proxy contest)의 발생이 감소하기를 원하였으며, 1980년대에는 이질적

19) Jeffrey N. Gordon, “Institutions as Relational Investors: A New Look at Cumulative Voting,” Columbia Law Review, 94, 1994, p.142.

20) Harry G. Henn & John R. Alexander, Laws of Corporations and Other Business Enterprises (3d ed.), 1983, p.495, n.12.

21) Gordon, supra note 19, pp.14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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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외부인이 이사회로의 진출하는 것을 봉쇄하여 적대적 인수합병(hostile takeover)의 가능 성을 축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집중투표제에 대하여 반대하게 되었다.22) 이러한 집중투표제와 경영자간의 긴장을 이유로 집중투표제를 강행규정화한 주에서 회사설립하는 것을 기피하게 되 자, 각 주는 경영자에게 유리한 기업환경을 조성하여 회사를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집중투표제 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기존의 법령을 개폐하였다.23)

3) 집중투표제의 임의규정화 유형

집중투표제의 임의 규정화의 유형으로는 다음과 같은 2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식은 이른 바 opt-in 방식이다. 이 경우에는 집중투표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정관에 의 하여 도입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 주로서는 델라웨어주, 뉴욕주, 그리고 개정모 범사업회사법(Revised Model Business Corporation Act) 등이 있다. 두 번쨰 방식은 이른 바 opt-out 방식이다. 이 방식은 집중투표제를 원칙적으로 인정하면서 정관에 의하여 이를 배 제하거나 허용하지 않는 유형이다. 따라서 정관에서 집중투표를 반대하는 규정이 없으면 집중 투표제를 시행할 수 있다. 이 방식을 취하고 있는 주로서는 미시간주, 캘리포니아주, 펜실바니 아주 및 텍사스 주 등이 있다.24)

(3) 일본

일본은 1950년 개정이전의 상법에는 누적투표제(집중투표제)를 인정하는 명문규 정을 두지 않았으나, 1950년 개정시 미국법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집중투표제를 처 음으로 도입하였다. 일본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것은 동 개정상법이 주주총회의 권한을 축소하고 이사․이사회의 권한을 확장함에 따라 일반주주의 지위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1950년 개정상법은 누적투표청구권을 단독주주권으로 인 정하되 정관으로 누적투표를 배제하는 규정을 둘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 경우 발 행주식총수의 1/4 이상을 갖는 주주는 누적투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누적투표 청구권을 소수주주권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누적투표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도 주주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해임될 수 있었기에 사실상 누적투표제도는 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였다.25) 또한 당시 대다

22) Gordon, supra note 19, pp.147-160.

23) 유진희, 앞의 논문, p.38.

24) Julian J. Garza, “Rethinking Corporate Governance: The Role of Minority Shareholders-A Comparative Study,” Saint Mary's Law Journal, 31, 2000, p.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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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회사가 누적투표제를 정관으로 배제하고 있었다는 점을 비추어 보아 누적투표 제는 본래의 의도를 실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회사경영상에 혼란만을 야기하여 심 각한 폐해를 초래하였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26)

그 후 1974년 상법을 개정하면서 경제계의 비판을 받아들여서 회사가 정관으로 이사선임시 누적투표를 배제할 것을 정한 경우에는 소수주주권의 행사에 의하여서 도 누적투표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하여 누적투표의 완전한 배제를 가능하게 하였다 (일본상법 제256조의3 제1항).27) 그 결과 현재 일본에서는 누적투표제를 시행하는 회사는 거의 없게 되어 사실상 그 의미를 상실하였다.28)

(4) 러시아

1993년 공기업의 사유화과정에서 경영자와 노동자가 연합하여 대기업의 의결권있는 주식 의 51∼75%를 보유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즉, 경영자가 소유자로서 회사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그 나머지 주식은 은행이나 투자기금, 개인 등이 보유하 는 소유구조를 형성하였다. 이러한 소유구조는 경영자로 하여금 기회주의적인 행동 (opportunism)을 할 가능성이 많다고 보아 소수주주를 보호할 목적으로 집중투표제를 모든 회사에 대하여 강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29)

(5) 소결

이상에서 논한 바와 같이 집중투표제에 관한 각국의 입장은 다양하다. 즉, 미국의 경우에는 집중투표제가 임의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반면에 일본의 경우에는 사실상 사문화(dead letter) 25) 上柳克郞․鴻常夫․竹內昭夫 編, 『新版注釋會社法』, 有斐閣, 1987, pp.45-46(上柳克郞

집필부분).

26) 浜田道代 編,『日本會社法の歷史的展開』, 商事法務硏究會, 1999, p.259(中東正文 집필부 분).

27) 현행 일본상법 제256조의3에 따르면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정관으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주는 누적투표를 청구할 수 있으며(제1항), 누적투표의 청구 는 총회일로부터 5일전에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제2항). 그리고 이사를 누적투표로 선임 하는 경우 각 주주는 1주에 대하여 선임해야 할 이사의 수와 동수의 의결권을 가지며, 이때 각 주주는 1인에게만 투표하거나 또는 2인 이상에게 분산투표할 수 있으며(제3항), 이 경우 이사선임은 투표의 최다수를 얻은 자로부터 순차적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제4 항). 또한 누적투표의 청구가 있는 경우에는 의결에 앞서 누적투표의 청구가 있다는 뜻을 의장이 선고하여야 하며(제5항), 청구서면은 총회종결시까지 본점에 비치하여 주주가 열 람할 수 있도록 규정(제6항)하고 있다.

28) 商事法務硏究會 編, 『取締役ハンドブック』, 新訂版, 商事法務硏究會, 1991, p.37.

29) Black & Kraakman, supra note 18, pp.1922-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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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의 경우는 경제체제의 변동으로 인하여 발생한 기형적 인 소유구조로 인한 폐해를 방지할 목적으로 집중투표제를 강제하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

한편, 독일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독일의 경우 이사는 감사회30)라 는 별도의 기관에서 선임하므로 집중투표제가 이용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독일주식법 제84 조 제1항).31)

3. 현행 우리 실정법상의 집중투표제

(1) 집중투표제 도입의 배경

1997년말 우리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으로부터 구제 금융(bailout)을 지원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에 관한 총체적 인 개선이 요구되었다. 즉, 1960년대 이후부터 계속하여 우리 기업의 규모가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은 뒤떨어져 있었으며, 대주주 내지 지배주주, 또 는 그의 가족(이하 “대주주”로 줄임)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기업의 지배구조는 매우 후진성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에 정부는 대주주에 의하여 이사회가 사실상 독점되는 문제점을 시정 하고 소수주주의 이익과 경영상의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의도로 미국법과 일본법을 모델로 삼 은 집중투표제의 도입이 시도되었다. 1998년 상법개정당시 집중투표제의 도입여부와 관련하여 찬성과 반대로 심각하게 나누어졌지만, 진통 끝에 완화된 형태로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었다.32)

(2) 집중투표제 도입의 취지

단순투표제에 대비되는 이사선임방식인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것은 집중투표를 통해 소수자(minority)가 자신의 이익을 옹호하고 대변할 수 있는 후보를 이사로 선임함으로써 다 수자(majority)만에 의한 이사선임을 지양하고 회사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33) 말하자면 집중투표제를 통해 특히 기관투자가와 같이 비교적 규모가 큰

30) 감사회의 구성원은 주주의 대표자인 경우에 한하여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며(독일주식법 제101조, 제119조 제1항 제1호), 근로자대표인 경우에는 근로자 전원에 의하여 선임된다.

31) 독일에서 집중투표제가 인정될 수 없는 이유에 관하여 보다 자세한 것은 York Schnorbus, “Tracking Stock in Germany: Is German Corporate Law Flexible Enough to Adopt American Financial Innovations?” University of Pennsylvania 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 Law, 22, 2001, pp.600-601 참조.

32) 김성탁, 앞의 논문, pp.245-246; 오수근, 앞의 논문, p.68.

(10)

소수주주들은 이사회에의 참석을 통하여 회사의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여 이사의 의무위 반행위를 감독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34)

(3) 상법상의 집중투표제

1) 상법규정의 내용

1998년 개정 상법은 제382조의 2에서 집중투표제 실시요구권을 소수주주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상법 제382조의 2는 다음과 같다. ① 2인 이상의 이사의 선임을 목적으로 하는 총회의 소집이 있는 때에는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에 대하여 집중투표의 방법 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청구는 회일의 7일전까지 서면으로 이 를 하여야 한다. ③ 제1항의 청구가 있는 경우에 이사의 선임결의에 관하여 각 주주는 1주마 다 선임할 이사의 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가지며, 그 의결권은 이사 후보자 1인 또는 수인 에게 집중하여 투표하는 방법으로 행사할 수 있다. ④ 제3항의 규정에 의한 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에는 투표의 최다수를 얻은 자부터 순차적으로 이사에 선임되는 것으로 한다. ⑤ 제1항의 청구가 있는 경우에는 의장은 의결에 앞서 그러한 청구가 있다는 취지를 알 려야 한다. ⑥ 제2항의 서면은 총회가 종결될 때까지 이를 본점에 비치하고 주주로 하여금 영 업시간 내에 열람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이처럼 우리 상법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함에 있어 이 제도의 채택여부를 회사의 자 율적인 결정 내지 자치에 위임한 것이 아니라, 이른바 opt-out 방식을 채택하여 집중투표 제를 원칙으로 인정하되 정관에 의하여 배제할 수 있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회사가 정관 으로 배제하지 않는 한 집중투표제의 채택을 의제하는 것이다. 정관에 의하여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의 특별결의가 있어야 한다(상법 제433조, 제434조).

2) 상법상 집중투표제에 대한 기존의 논의

33) 정부가 제출한 상법개정안에서 임승관 국회전문위원은 “누적투표제도는 상법상 자본다 수결원칙이 적용되는 결과, 이사의 선임이 지배주주의 일방적인 의사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에서 이사회가 주주전체의 이익보다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고 있으 므로 이사선임에 있어 소수주주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하여 소수주주의 이익과 기업경영 의 투명성을 유도하고자 하는 점”에서 집중투표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 다. 오수근, 앞의 논문, p.68.

34) Black & Kraakman, supra note 18, p.1947; Gordon, supra note 19, p.142.

(11)

① 1주 1의결권 원칙의 관계

상법상 집중투표제에 대하여서는 과연 이 제도가 1주 1의결권 원칙(rule of “one share, one vote”)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가에 관한 논의가 있다. 1주 1의결권 원칙은 그 역사가 주식회사의 그것과 동일할 정도로 회사법에서는 전통적인 제도이다.35) 또한 이 원 칙은 주주평등의 원칙을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결국 집중투표제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가의 여부에 관한 논의와 연계되어 있다.36) 이와 관련하여 상법 상 집중투표제를 1주 1의결권 원칙에 대한 예외로 보는 입장과, 예외는 아니지만 일종의 그 변형으로 입장, 그리고 1주 1의결권원칙에 대한 예외가 아니라는 입장으로 나누어진 다.

먼저 집중투표제를 1주 1의결권원칙의 예외로 보는 견해에서는 무엇보다도 집중투표 는 통상의 이사선임방식과 다르고 의결권의 수가 주식의 수보다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37) 예외는 아니지만 일종의 그 변형으로 보는 견해에서는 집중투표제가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는 않지만 1주에 대하여 다수의 의결권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1주 1의결 권제도의 변형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3 8) 한편, 1주 1의결권 원칙에 대한 예외가 아니라 는 견해는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법, 즉 의결권의 집중 또는 분산을 통한 행사가 통상의 선임방법과 다를 뿐 단순투표제와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39)

② 집중투표제 채택의제의 위헌

35) Jeffrey Kerbel, “An Examination of Nonvoting and Limited Voting Common Shares

― Their History and Validity,” Securities Regulation Journal, 15, 1987, pp.48-50;

Henry G. Manne, “The “Higher Criticism” of the Modern Corporation,” Columbia Law Review, 62, 1962, p.407.

36) 김교창, 「집중투표제의 채택의제․강행법규화의 위헌성」,『상장협』, 제44호, 한국상장 회사협의회, 2001, pp. 51, 57.

37) 전삼현,『회사법의 쟁점』, 자유기업센터, 1999, p.64. 김교창 변호사는 1주에 대하여 공 익권인 의결권을 복수로 부여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 집중투표제를 1주 1의결권 원칙 의 예외로 보고 있다. 김교창, 앞의 논문, pp.57-59.

38) 권기범,『현대 회사법론』, 삼지원, 2001, p.558. 한편, 이철송 교수는 집중투표제를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 내지는 변형으로 보고 있다. 이철송, 『회사법강의』, 제9판, 박영사, 2001, pp.414, 516. 미국의 경우 주민들이 그들의 대표를 집중투표로 선임하는 경우 과연 1인 1표제라는 헌법상의 원칙에 위배되는가의 여부에 관해서 주민 각자가 동일한 가치의 투표권을 보장받기 때문에 헌법에 위해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관해서는 Reynolds v. Sims, 377 U.S. 533, 559(1964) 참조.

39) 김성탁, 앞의 논문, p.258.

(12)

현행 상법은 회사가 opt-out방식으로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것으로 의제(擬制)하고 있는 데, 이를 위헌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 이유를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집중투표 제의 채택의제는 헌법 제21조에 규정된 결사(結社)의 자유를 침해하였다. 결사의 자유란 단체 결성의 자유 및 단체가입의 자유를 의미한다. 이 때 그 결성의 자유에 따라 단체의 조직과 운 영을 자치적으로 할 수 있다. 따라서 상법이 집중투표제를 자율적으로 채택결정을 하도록 내 버려두지 않고 이 제도의 채택을 의제한 것이므로 결국 국민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므 로 헌법에 반한다.40)

둘째, 1주 1의결권 원칙과 다수결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 집중투표제를 회사의 자유로운 결 정에 의해 채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법이 강제적으로 그 채택을 의제하고 있다. 즉, 회사가 자치적으로 예외를 채택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용인할 수 있으나 법이 예외적인 것을 채택의제 하는 것은 헌법에 반한다.41)

(4) 증권거래법상의 집중투표제

1) 증권거래법규정의 내용

2001년 4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증권거래법은 일정규모 이상 의 상장법인과 협회등록법 인에서는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 우를 제외하고는 당해 법인에 대하여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 다고 규정하여(증권거래법 제191조의 18 제1항) 상법보다 소수주주의 집중투표제 실시요구를 위한 자격요건을 완화하였으며, 또한 일정규모 이상의 상장법인 또는 협회등록법인이 정관에 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3%를 초과하는 지분을 가진 주주는 그 초과하는 주식에 관하여는 의결권행사를 금하고 있다(증권거래법 제191조의 18 제2항). 따라서 해당 상

40) 김교창, 앞의 논문, pp.58-59.

41) 김교창, 앞의 논문, p.59. 김교창 변호사는 집중투표제의 채택의제의 위헌주장의 예로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전원재판부 2001. 7. 19. 2000헌마91․112․134(병합))을 차용하고 있 다. 동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제1항에 의하면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에 있어 선거인이 직접 특정정당에 대한 투표를 할 수 없고 지역구 후보에 대한 투표결과를 곧바로 그 후보의 소속정당에 대한 지지로 의제하고 있고, 당선인은 정 당별 비례대표국회의원후보자명부에 기재된 순위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선거인의 진정한 투표의사와 관련 없을 뿐만 아니라, 정당으로 하여금 사실상 중간선거 인의 역할을 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보장된 직접선거원칙에 정면으 로 위배된다”고 판시하면서 투표의 의제를 위헌으로 판단하였다. 김교창, 앞의 논문, pp.48, 49, 59.

(13)

장법인 등의 경우 대주주가 소수주주의 의사에 반하여 집중투표제를 정관으로 배제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지게 되었다.

2) 증권거래법상 집중투표제에 대한 기존의 논의

2001년 개정 증권거래법이 집중투표제의 채택의제를 배제하기 위하여 정관을 변경에 하는 경우에는 3%초과하는 지분에 관하여는 의결권행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3% 룰 (rule)’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우리 실정법상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경우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으 로서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의 감사위원의 선임에 있어서 의결권행사제한(상법 제409조, 증 권거래법 제191조의 11 참조)이 있다. 이 경우 감사는 주식회사에서의 집행기관에 대한 업무 집행을 감독하는 특수한 임무를 띤 기관이라는 점에서 주주들이 그 제한을 수인(受忍)할 수 있다. 그러나 주주 전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는 이사는 주주총회의 하위기관인 이사회의 구 성원이며 주주의 뜻에 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는 지위에 있는데, 그의 선임에 관하여 주주의 의결권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42)

III . 집중투표제의 강행화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

1. 강행규정화논의의 배경 및 연혁

(1) 강행규정화논의 대두의 배경

1998년 상법개정으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였으나 현재 이사선임에 있어서 이 제 도를 채택하고 있는 회사는 거의 없다. 예컨대, 2000년 전체 647개 상장기업중에서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실시한 기업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또한 집중투표제를 회사 정관에 도입한 기업은 조사대상의 21.9퍼센트에 불과하였다.4 3) 2001년 4월 24 일 현재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12월 결산 상장회사 569개 중 78.4%에 달하는 446개 회사가 정관규정으로 집중투표제의 도입을 배제하고 있다.44) 이처럼 많은 회사가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어 사실상 이 제도는 사문화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42) 김교창, 앞의 논문, pp.57, 59.

43) 유진희, 앞의 논문, p.39.

44)「12월결산 상장회사 정관 기재유형 조사」, 『상장』, 제318호, 2001, p.66.

(14)

(2) 강행규정화논의의 연혁

집중투표제를 강행규정화 내지 의무화하자는 주장은 1998년 상법에서 이 제도를 도입한 이래 몇몇 학자 및 실무가 그리고 시민운동단체들로부터 계속적으로 제기되 어 왔다.45) 그러던 중 2000년 6월 우리나라와 미국의 법률사무소와 학자 등이 포함 된 기업지배구조개선 자문용역 사업단이 작성하여 법무부에 제출한「국제경쟁력 강 화를 위한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최종보고서 및 법개정권고안」(이하 “권고안”으로 줄임)은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러한 권고안에 대하여 동년 10 월 11일에 개회된 공청회에서 긍정적인 견해와 부정적인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되었 다.46)

이윽고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참여연대는 2000년 10월 16일 집중투표제 의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상법개정안을 입법청원하였다. 또한 동년 11월 29일 새 천년민주당의 송영길 의원 등 여야의원 34명이 공동으로 집중투표제의 의무화를 의 원입법법안으로 발의하였다.47) 이에 대하여 학자와 실무가를 포함하여 대한상공회 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및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이 강력한 반대의견을 개진하였 다.48) 2001년 6월 21일 국회에서 의결되고 그 개정법률이 2001년 7월 24일에 공 포․시행된 2001년 개정상법에는 집중투표제의 강행규정화규정은 들어 있지 않 다.49)

2. 강행규정화논의의 구체적 내용

(1) 강행규정화 찬성론의 내용 및 그 근거

45) 예컨대, 오수근, 앞의 논문, pp.75-76 참조.

46) 이에 관해서는 2000년 10월 11일에 개최된「상법개정공청회」자료에 잘 나타나 있다.

집중투표제의 강행규정화의 찬반론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47) 상법개정안의 재382조의 2 제1항은 이사선임에 있어서 집중투표청구권을 단독주주권으 로 하고 회사정관에 의해서도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형 규, 앞의 논문, p.197.

48) 예컨대, 대한상공회의소,「집중투표제 의무도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건의」(2001.4.2.);

대한상공회의소,「기업지배구조 권고안에 대한 업계의견 건의」(2000.8.); 전국경제인연합 회, 「기업지배구조개선 권고안에 대한 검토의견」(2000.9.);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기업 지배구조개선 권고안에 대한 의견」(2000.8.) 참조.

49) 김교창, 앞의 논문, p.47; 이형규,「기업지배구조개혁의 미해결과제」,『상사법연구』, 제 20권 제2호, 한국상사법학회, 2001, pp.191, 197.

(15)

1) 학자 및 실무가의 주장

집중투표제를 강행규정화 내지는 의무화를 주장하는 학자 및 실무가들은 대주주 의 전횡을 견제하여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집중투표제를 강제하여 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즉, 집중투표제의 배제를 금지하지 않는 한 이 제 도를 자발적으로 채택하는 회사는 거의 전무할 것이고 그 결과 이 제도는 상법의 장식품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지만, 집중투표제를 강제함으로써 기업의 투명성을 제 고할 수 있어 외자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50) 더 나아가 집중투표제 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시차임기제를 제한하고51) 집중투표로 선임된 이사의 해 임요건을 강화하는 방안52) 등을 제시하고 있다.53) 특히 집중투표제 강행규정화로부 터 얻는 이득이 그로부터 부담하는 손실보다 클 것으로 판단하여 이의 의무화를 주 장하는 견해도 있다.54) 또한 상법이 집중투표제를 정관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규정 한 것을 입법상의 미비로 보아,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적으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55)

한편,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권의 강화를 위한 수단이라기 보다 이사선임에 있어 서 주주의 의사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제도로 보는 견해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현행 단순투표제에서는 51%를 가진 주주가 이사전원을 선임할 수 있기

50) 강희갑,「주주의 권리강화를 위한 회사지배구조의 개선」, 『상사법연구』, 제19권 제3 호, 한국상사법학회, 2001, pp.33-35; 나승성,「주식회사지배구조에 관한 연구」, 고려대학 교 대학원 법학박사학위논문, 1999, pp.46-47; 박찬우,「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연구―

OECD의 기업지배구조원칙을 중심으로―」, 『상사법연구』, 제20권 제2호, 한국상사법학 회, 2001, pp.344-345, 403; 오수근, 앞의 논문, pp.75-76; 유진희, 앞의 논문, pp.43-44.

51) 이사의 시차임기제는 선출시기를 달리함으로써 1회에 선임될 이사의 수가 줄어들게 된 다. 이는 결국 소수주주가 이사를 선임할 기회를 감소시켜 누적투표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한편, 현행 우리 상법에서는 이사의 임기는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내에서(상법 제383조 제2항) 회사가 자율적으로 정관 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할 수 있으므로, 시차 임기제의 시행이 가능하다고 풀이된다. 권재열,「미국회사법상 이사와 이사회의 지위에 관한 소고」, 『기업구조의 재편과 상사법―회명 박길준 교수 화갑기념논문집』, 정문, 1998, pp.551-552; 김성탁, 앞의 논문, p.280.

52) 현행 상법상 이사는 그가 단순투표 또는 집중투표에 의하여 선임되었는가의 여부에 상 관없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 의하여 해임될 수 있다(제385조 제1항 본문). 따라서 만약 에 집중투표방식으로 선임된 이사가 대주주의 특별결의에 의해 해임된다면 이는 집중투 표제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된다.

53) 김성탁, 앞의 논문, pp.280-283; 오수근, 앞의 논문, p.75; 유진희, 앞의 논문, pp.44-45.

54) 정광선, 「발표 및 토론(6)」, 『상법개정공청회』, 2000.10.11., 법무부, p.113.

55) 김용구,「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연구」, 『기업법연구』, 제6집, 한국기업법학회, 2000, pp.45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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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나머지 49%에 해당하는 주식은 의미가 없게 되며, 그 결과 대주주에 의해 선임된 이사는 진정한 대표성을 가질 수 없으며 또한 49%의 의결권은 사표(死票) 로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을 집중투표제를 채택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 견해에서는 집중투표제의 채택으로 대주주와 소수주주 간의 협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되어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56)

2) 기업지배구조개선 자문용역 사업단의 주장

집중투표제의 강제함으로써 기관투자가와 같은 큰 규모의 소수주주가 이사회에 서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다. 즉, 이 제도를 통하여 소수 주주는 회사의 상황에 관하여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어 대주주와 소수주 주사이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을 완화할 수 있어 경영 진의 활동을 더 잘 감시할 수 있다. 또한 집중투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강 제규정화 이외에도 시차임기제(staggered terms)의 도입을 금하기 위하여 이사의 임기를 1년으로 하고57) 주주에 의하여 추천되고 집중투표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를 해임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사를 해임한 후 다시 집중투표에 의해 선임할 것을 제안 하고 있다.58)

3)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주장

경실련은 1999년 9월 29일 집중투표제의 강행규정화를 위한 법개정을 청원한 바 있다. 그 후 기업지배구조개선 자문용역 사업단의 권고안에서 제시된 집중투표제으 의무화에 대하여 경실련은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가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며 대주주의 전횡울 방지하고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며 또한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한 바 있 다.59)

56) 김주영, 「발표 및 토론(1)」, 『상법개정공청회』, 2000.10.11., 법무부, p.22.

57)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회사법은 시차임기제의 시행을 막기 위하여 모든 이사의 임기를 1 년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California Corporations Code §301).

58) Coudert Brothers, 법무법인 세종, International Development Law Institute & Bernard S. Black,『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최종보고서 및 법개정권고안』, 2006.6., pp.53-55.

59) 서헌제, 「발표 및 토론(3)」, 『상법개정공청회』, 2000.10.11., 법무부,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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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참여연대의 입법청원 및 여야의원의 상법개정안의 입장

① 참여연대의 1999년 입법청원

참여연대는 1999년 11월 11일 증권거래법 등에 관한 입법청원에서 집중투표제의 의무화를 주장하였다. 말하자면, 참여연대는 상장회사에 한하여 집중투표제를 강제 하는 입법을 요구하였다. 입법청원의 근거로서 참여연대는 회사가 대주주에 의한 황 제적․독단적 지배로부터 벗어나고 회사경영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해가 반영되 기 위해서는 대주주로부터 독립한 이사(independent director)의 선임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즉,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상장기업에서 실질 적으로 대주주에 의해서 이사가 추천 및 선임되고 있어 대주주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서 대주주를 견제할 독립적 이사의 선임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소수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이사의 선임이 봉쇄되어 있다. 현재 도입시행중인 사외이사제도도 제대로 기능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단지 사외이사의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배구조개선 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에게 자 신을 대표할 수 있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방법이다.60)

② 참여연대의 2000년 입법청원과 여야의원의 상법개정안

참여연대의 2000년 입법청원에서는 상장회사에 대해서만 집중투표제를 의무화를 원하 였던 1999년 입법청원과 달리 모든 주식회사에 강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상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입법청원을 한 것은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선임을 정관에 의 해 배제할 수 없도록 하여 그 실효성을 높이자는 데 그 이유가 있었다. 참여연대의 2000 년 입법청원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점은 집중투표제의 강행규정화를 주장하면서도 이사를 몇 개의 집단으로 나누어 선임하는 시차임기제를 동시에 도입하는 것을 금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경영권의 안정도 함께 보장받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61)

참여연대가 청원한 상법개정안과 여야의원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은 서로 동일한데, 그 주요내용으로서는 첫째, 집중투표 청구권자를 3%이상의 주식을 가진 주주에서 단독주주

60) http://www.peoplepower21.org.

61) http://www.peoplepower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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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둘째 회사정관에 의하여 집중투표를 배제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삭제하도록 하여 집중투표제의 의무화를 요구하였다.

(2) 강행규정화 반대론의 내용 및 그 근거

1) 다수결의 원칙에 반함

다수결의 원칙(majority rule)은 소수보호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예컨대, 소수에게 토론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부여하고, 다수는 그 의견에 대하여 경청할 뿐만 아니라 수 렴하여 이를 정책에 반영하여야 한다. 물론 토론과정에서 다수는 소수를 이해시키도록 노력 하여야 한다. 그러나 소수의 보호가 다수결의 원칙의 전부는 아니다. 다수결의 원칙에서 최 종적인 의사결정은 어디까지나 다수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즉, 다수결의 원칙은 다수에 의하여 결정된 의사를 전체의 의사로 인정하며 소수도 이를 흔쾌히 승복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62) 그러나 만약 현행 상법과 증권거래법 규정 아래에서 상법이 집중투 표제를 강행규정화한다면 일정규모 이상의 상장회사 등은 경우에 따라서는 대주주가 이사회 의석 과반수를 확보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소수주주들이 대주주의 의사를 배제하고 회사운영을 좌우할 수 있게 된다.63) 이처럼 최종적인 결정이 소수의 의사 에 달려 있는 것은 다수결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며 민주주의 이념에 배치된다.

2) 이사회내 갈등으로 인한 경영효율성 저하

이사회는 이사들 상호간의 응집성(cohesiveness)을 바탕으로 신뢰하고 협력하여 의사결정을 하여야 한다.64) 이사는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주주전체를 위하여 회사 를 경영하여야 한다. 그러나 집중투표제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는 아무래도 자신을 선임하여 준 자의 이익을 주주전체의 이익보다 우선하여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소수주주를 대표하는 이사는 대주주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와 함께 이사회를 구성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이익의 충돌(conflict of interests)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즉, 집중투표제는 이사회 구성원을 이질화시키고 이사들로 하여금 당파적 행동을

62) 김교창,「집중투표제, 다수결원칙 위반」, 『한국경제』, 2000년 12월 19일자, p.6; 김교 창, 앞의 논문, p.51.

63) 서혜숙,「집중투표제 득과 실」,『매일경제』, 2001년 5월 9일자, p.5.

64) Robert J. Haft, “Business Decisions by the New Board: Behavioral Science and Corporate Law,” Michigan Law Review, 80, 1981, pp.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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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할 수 있으며, 결국 이로 인하여 시기적절하고 과감한 의 사결정을 지연 또는 방해받을 염려가 있다.65) 의사결정이 지연되면 기업이 리스크 는 있으나 유망한 분야로 신규로 진출하는 것이 어려워지게 될 것이므로 이는 기업 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66)

3) 소수주주의 무책임한 행동의 가능성

주식회사에서 지주율이 높은 주주와 그렇지 않은 주주 중에서 당해 회사와 관련 하여 전자가 후자보다 더 책임있게 행동한다. 예컨대, 어느 특정회사의 지분율이 20%인 주주는 0.001%인 주주보다 더 많은 책임감을 부담한다. 그 이유는 지분율 이 높을수록 부실경영으로 인한 손실을 더 많이 감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 순투표제에 의하여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에는 많은 책임감을 부담하는 주주가 선임 하는 자가 이사가 되지만, 집중투표제에서는 무책임한 소수주주가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그리하여 소수주주는 이사선임에 있어 주주전체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에서는 소수주주 는 자격이나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자를 이사로 선임할 우려가 있다.6 7)

4) 제2 또는 제3의 대주주만을 위한 제도

집중투표제에 의하여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에도 소수주주가 상장회사에서 자신 을 대변할 이사를 선임하는 것도 주식의 보유비율이 높지 않는 한 사실상 어렵 다.68) 따라서 집중투표제가 실시되면 회사의 제2, 제3의 대주주들이 주로 이용할 것 65) 김정호․박양균, 앞의 책, p.43. 민주주의는 나름대로 장점을 가지기는 하나 기업이 민주 주의를 실현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의사결정의 지연처럼 민주주의의 이행에 는 고유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Chung-Ho Kim, Markets and Corporate Governance in Korea: A Critical Review of the FCRAP Report, Center for Free Enterprise, 2001, p.53.

66) 권재열, 앞의 논문, p.156; 박준,「발표 및 토론(2)」, 『상법개정공청회』, 2000.10.11., 법 무부, pp.36-37; 이경훈,「발표 및 토론(4)」, 『상법개정공청회』, 2000.10.11., 법무부, pp.86-87; 이문지,「집중투표에 의한 이사선임의 득과 실」, 『상장』, 제292호, 한국상장 회사협의회, 1999, pp.13-14; 임홍근,「발표 및 토론(5)」, 『상법개정공청회』, 2000.10.11., 법무부, p.103.

67) 김정호,「누적투표제의 어두운 그림자」, 『Opinion Leaders' Digest』, No. 31, 1998, p.2; 이문지, 앞의 논문, p.14.

68) 정동윤,「기업지배구조의 바람직한 개선방향」,『상장협』, 제42호, 2000, p.9. 다수의 군 소주주들이 의결권을 모아 집단적으로 이사선임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냐 하면 의결권을 모아 연합전선을 펴는 것에는 상당한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 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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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예상된다. 결국에는 집중투표제는 기관투자가와 같은 대주주를 위한 제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실상 제2, 제3의 대주주와 제1 대주주사이에는 이사 선임에 있어서 서로 경쟁하는 것보다는 상호간의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오히려 거래비용이 적게 들 수도 있다.69)

5) 이사회의 고유기능에 배치

이사회의 구성원인 이사는 주주의 가치를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이 때문에 특정한 이해관계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를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참가시키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예컨대, 대주주와 대결할 소수주주를 대변할 사람이나 경영자와 맞서 근로자들의 이익을 대변할 사람을 이사회에 참가시키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 즉, 이사회는 다양한 이해 관계집단의 대변자가 모여 각 집단의 이익을 조정하는 기관이 아니라, 주주들의 이익을 보 호하는 자리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상법은 주주총회라는 기관을 두어 대주주와 소수주 주간의 이익을 조정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주식회사에서 대주주와 소수주주 사이의 대립은 주주총회에서 해결하여야하므로 이를 집행의사를 결정하는 이사회에까지 연장시킬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요컨대, 집중투표제를 통해 소수주주를 대변하는 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이사회의 기능에 비추어 유익한 제도는 아니다. 상법은 주주제안제도(제363 조의 2)와 같이 이사회의 실효성을 제고할 보완책들은 별도로 마련하고 있으므로 집중투표 제에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할 정도로 절박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이 제도를 강행법규화하기 보다는 회사의 자율적인 시행에 맡겨야 한다.70)

6) 경영권에 대한 위협

공개회사(publicly-held corporation)의 경우 보통의 주주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 을 시장에서 매도함으로써 주주의 지위를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대주주의 경우에

때문이다.

69) Kim, supra note 65, pp.53-54. 집중투표란 소수주주가 첫번째 이사의 선임때 행사할 수 있던 것을 의결권을 아껴두었다가 두번째 이사의 선임때에 집중적으로 행사함으로써 그가 지지하는 후보를 이사로 선임할 수 있는 제도이다. 따라서 집중투표제를 시행하여 이사선임을 하는 경우에는 각 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을 어느 정도로 분산과 집중할 것인 지를 예측할 수 없다. 어느 한쪽에 몰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에게 돌아 갈 것 인지를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대주주들이 이사선임에 있어서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기 위 해서는 서로간의 장외협상을 통해 일정한 몫을 할당받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70) 김교창, 앞의 논문, pp.6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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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한 회사에 많은 투자를 하였기 때문에 주식을 쉽게 매도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량의 주식을 일시에 처분할 경우 주식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처럼 공개회사의 경우에는 소수주주는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자신의 주식을 매도할 수 있으나 대주주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식 을 보유하여 대주주가 되고자하는 것은 경영권획득을 그 주요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중투표제는 대주주에 의한 경영권확보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대주주가 되려는 인센티브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심지어는 대 주주 스스로의 지위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것이 우리 기업과 국가경제에 반드 시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고 장담할 수 없다.71)

7) 공개회사에의 부적합

집중투표제는 소규모 폐쇄회사에는 적용가능한 제도이지만 상장회사에 강제하는 것은 적당하지 못하다. 즉, 이 제도는 주주의 수가 적고 주주상호간에 인적 신뢰관 계가 있고 주주가 이사 또는 사용인이 되어 회사경영에 직접 참여하여 이익배당뿐 만 아니라 자신의 노동에 대한 보수 또는 급료를 받을 수 있는 폐쇄회사 (closely-held corporation)의 경우에 의미가 있다. 예컨대, 주주대부분이 직접 경영 에 참여하는 폐쇄회사에서 다수파주주가 소수파주주를 포용하여 회사경영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고자 할 경우 이 제도는 실효성이 있다.72) 이처럼 폐쇄회사에서는 집 중투표제의 시행을 통해 소수주주에게도 지분율에 따라 그가 지지하는 후보를 이사 로 선임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아 그의 의사를 이사회의 업무집행에 반영시킬 수 있

71) 김정호, 앞의 자료, p.2; 서혜숙, 앞의 자료, p.5.

72) 남기윤, 『유형론적 방법론과 회사법의 신이론』, 학우출판사, 1999, p.292. 폐쇄회사의 주주는 시장에서의 주식매각이라는 퇴출방법(exit option)이 허용되지 않으며 회사내부에 서의 교섭력(bargaining power)은 일방에만 치우쳐져 있다. 이러한 환경을 다소간 개선하 기 위해서는 폐쇄회사의 소수주주가 회사경영에 대한 직접적인 참여(voice)할 수 있는 길 이 열려 있어야 한다. Kim, supra note 65, p.54. 이에 관해서는 Hirschman의 연구를 살 펴 볼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 조직의 구성원은 경영의 참가와 퇴출사이의 선택에 직 면한다. 만약 퇴출이 봉쇄된 경우 구성원은 경영참가에 많은 관심을 보일 것이지만 경영 참가가 퇴출보다 어려운 경우에는 당연히 구성원은 조직을 이탈하려고 한다. 이러한 경 영참가와 퇴출의 메카니즘에 관하여 자세한 것은 Albert O. Hirschman, Exit, Voice and Loyalty: Response to Decline in Firms, Organizations and States, Harvard University Press, 197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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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73)

8) 지나친 규제입법

자본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운영되는 주식회사에서 모든 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을 비율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려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다.

또한 이를 강행규정화하는 것은 기업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규제적 입 법이 될 수 있다.74)

9) 경영정보의 유출위험

집중투표제의 가장 중요한 기능중의 하나로서 소수주주는 회사경영에 대한 정보 를 취득하여 대주주의 전횡에 대해 감시․감독할 수 있음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다 양한 정보중에서 대주주의 전횡에 대한 감시․감독에 필요한 정보만을 골라내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사업에 관한 정보가 구분없이 외부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 예 컨대, 회사경영에 관한 중요정보를 접할 수 있는 이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소수주주 에게 그 정보를 사전에 유출하는 경우 비밀유지가 요구되는 사업의 채산성을 떨어 뜨리게 되거나 심지어는 사업자체의 성사까지도 곤란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따라 서 집중투표제의 도입을 통한 정보접근의 용이성을 확보하기보다는 공시제도의 강 화와 같은 다른 방법에 의해 회사의 경영정보에 대한 소수주주의 접근가능성을 제 고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법이다.75)

10) 국제적 동향에 역행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여 시행하는 것은 이 제도에 대한 국제적 동향에 역행하 는 하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였던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나 이제는 임의규정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현재 6개주에서 만 이 제도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초래한 것은 이 제도를 의무화하는 73) 김교창, 앞의 논문, p.58; 정동윤, 앞의 논문, p.9; 並木俊守, 『株主總會のすすめ方』, 中

央經濟社, 1978, p.157.

74) 김교창, 앞의 논문, p.62; 이형규, 앞의 논문, p.200.

75) 김정호․박양균, 앞의 책, p.50; 박준, 앞의 자료, pp.36-37; 이경훈, 앞의 자료, p.87. 대 한상공회의소의 엄기웅 상무는 회사경영정보의 유출은 소수주주의 주식매수청구의 비용 을 올리게 되어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기업 집중투 표제 의무화」,『한국일보』, 2001년 1월 12일자,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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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에서는 기업들이 영업을 포기하고 다른 주로 옮기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본도 1950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다가 1974년 상법을 개정하여 현재에 이르기까 지 회사가 자율적으로 이 제도의 책택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법을 개정한 것은 소수주주의 권리강화나 회사경영의 투명성확보와는 무관하게 이사회가 제1대, 제2대, 제3대 주주간의 파벌싸움의 장소로 변질되어 경영효율성에 심각하게 저해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러시아와 멕시코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집중투표제의 의무화는 아직까지 충분한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러한 각국의 동향 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제도의 의무화는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에 역행하는 것이다.76)

3. 검토: 반대론에 대한 약간의 보충의견

이상에서 집중투표제의 강행규정화 내지 의무화에 관한 찬반양론을 중심으로 그 내용과 근거를 살펴보았다. 2001년 상법개정에서 집중투표제의 강행규정화가 채택 되지 않은 것은 적어도 현재에는 이 제도의 강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믿음이 있었 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본고에서 살펴본 찬성론과 반대론의 주장이 나름대로의 근거와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 기업이 대주주에 의해 독단적으로 경영되는 것을 막고 기업경영의 투명 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이 제도의 시행이 고유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집중투표제 의 강행규정화 반대론에서 보듯이 이 제도를 강제하기에는 아직까지 극복하여야 할 다양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이 제도의 강행규정화는 다수결 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다음과 같이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의 원칙은 일반적으로 의사결정을 위한 합리적인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다.77) 그렇다고 해서 이 원칙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수 의 구성원을 가진 집단이 만장일치에 의하여 의사를 결정한다는 것은 비용적인 측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 때문에 집단의 합리적 의사를 도출하기 위한 차선의 방법으로 다수결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78) 다수결의 원칙은 다수자와 소 76)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지배구조 권고안에 대한 업계의견 건의」(2000.8.); 이형규, 앞의 논문, p.200; 「증권집단소송제․집중투표제」, 『경향신문』, 2000년 11월 10일자, p.7(김 석중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의 의견).

77) 김교창, 앞의 논문, p.51.

78) 김성태, 「소수주주보호를 위한 현행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상장협』제28호, 한 국상장회사협의회, 1993, p.137; Morton J. Horwitz, “Santa Clara Revisited: The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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