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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어메니티와 삶의 질 향상
엄영숙|전북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머리말
우리는 쾌적한 환경 속에서 건강하고 풍요롭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이는 곧‘삶의 질’이기도 하고, 경제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이기도 하다. 지난 40여 년 동안 우리의 생활 및 소득수준은 괄목할 만큼 향상하였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 들은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느끼고 있는 것일까? 최근 발표된 세계경제포럼이 나 OECD 등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의 보건, 복지, 교육, 문화, 환경 수준 등은 세 계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양적 팽창에 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은 이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삶의 질은 소득 및 생활수준의 향상뿐만 아니라 국토환경이 제공하 는 어메니티 서비스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저출산의 가족구조와 노령화 시대에 진입하는 우리 사회는 이제 소득 및 물질 적 향상보다도 주거 및 자연환경인 국토가 주는 심미적인 어메니티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징조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청계천의 복원, 새만금 간척사업 에 대한 사회적 갈등 그리고 원전폐기물 저장소 건립을 둘러싼 국가적 혼란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국토어메니티를 개선하고 보전하는 일 은 시급할 뿐만 아니라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다. 좁은 국토와 제한된 자연환경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소득수준을 높이면서도 쾌적한 국토어메니티를 창출할 수 는 없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 해법을 모색해보는 일이 이 글의 목적이다.
특 집
국 토 어 메 니 티 창 출 을 위 한 과 제 와 전 략 4
우리가 살고 있는 땅, 즉 국토는 토지, 숲, 하천, 대기 등과 같은 자 연환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 환경은 인간이 경제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기본적 삶을 위 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매우 가치 있는 공공자산이다. 예 컨대 국토라는 자연환경은 거주공 간으로서, 재화의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제공하는 경제적 영역이기
도 하지만, 아름다운 경관과 생태계에 있는 다양 한 동식물의 생존 공간으로서 어메니티를 갖는 사회적(비경제적) 영역이기도 하다. 더욱이 경제 활동의 부산물로 생기는 폐기물을 분해 및 수용 하는 자기정화 공간으로서 국토 자연환경의 역할 은 경제적 영역이 확대될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우리 국토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산림이 나 숲은 목재나 약초와 같은 임산물을 생산하거 나 수자원조절, 기후조절, 대기정화와 같은 기능 을 하고, 산사태와 홍수를 예방해주고 야생동물 의 서식지로서 생명유지의 기능을 하고 있다. 아 울러 휴식과 여가활동을 위한 아름다운 경관서 비스를 제공하고, 종교나 예술 및 문화활동 등의 터전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산림은 인간에게 재화와 서비스를 복합적(multiple outputs)으로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일단 비용을 들여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임업경영을 위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져 숲이 무 성해지면 생태계의 다양성과 아름다운 경관이 연출되는 어메니티는 부가적으로 생산되기 때문
에 추가비용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물론 산림경 영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생태계와 경관지와 같 은 어메니티를 공급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비용 이 발생하므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 농촌에서 벼농사를 짓는 농 업생산 활동 역시 쌀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홍수 조절, 수자원 함양, 생물다양성 보전, 농촌경관 및 전통∙문화의 유지, 농촌활력의 유지 등과 같 은 어메니티가 추가적인 비용의 투입이 없이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단위 공업단지에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이루어지는 산업활동(예: 석유화학공 장)은 최종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굴뚝의 매연이나 폐수∙폐유 등을 배출하여 대 기 및 수질, 토양 및 지하수를 오염시켜 어메니 티를 감소시킨다. 이는 곧 반어메니티 (disamenity)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반 어메니티를 줄이기 위한 오염정화활동까지도 경 제활동으로 생각하고 여기에서 창출된 부정적 가치(disvalue)를 오랫동안 소득 속에 포함시켜
환
환경경적적 공공간간::
경관유지, 생태적 다양성기반
사
사회회적적 공공간간::
자연친화적 정주기반
문
문화화적적 공공간간::
전통 및 역사기반 경
경제제적적 공공간간::
경제성장 및 소득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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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토어어메메니니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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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삶의의 질질’’향향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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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로운운 경경제제적적 기기능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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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소득의 증가가 곧 경제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사고 또 한 수백 년 동안 버리지 않고 고수해 왔다.
공간적 입지선택과 어메니티
생산 및 소비활동을 포함한 대부분의 경제활동은 지리적 공간이 근거지이기 때문 에 입지에 대한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들은 보다 높은 이윤을 얻기 위하 여 원료, 인력 및 용수 등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에 입지하여 생산비용을 최소화 하는 것을 지상의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은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저렴하면서도, 쾌적하고, 문화적ㆍ사회적 욕구가 쉽게 충족되는 입지에 거주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입지선택의 기준으로 지대, 임금 및 수송 비, 집값, 세금 등과 같은 경제적 요인들이 중시되었다.
이러한 경제주체들의 입지선택 기준에 따라 우리 국토는 산림, 임야, 농지, 대 지, 공장용지 및 공공용지 등과 같이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일 수 있고, 따라서 그 쓰 임새와 용도에 따른 장소적 공간이 창출하는 재화와 어메니티 서비스도 달라지 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문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국토가 상대적으로 좁다는 것이 다. 경제학적으로 토지는 가장 제약적인 생산요소로 분류되고 있다. 토지자원을 집약적으로 활용하는 산업(예: 농업)은 경쟁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때 산업경쟁력의 판단기준은 단순히 잠재적 재화생산 능력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이 재화생산에 반드시 수반되는 환경오염과 반어메니티 서비스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우리와 같은 극도의 제약을 받고 있는 국토에서는 토지이용과 용도에 대한 경 합이 치열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때문에 이렇게 한정된 국토 및 자연환경을‘재화를 생산하는 공간’과‘어메니티 서비스를 생산하는 공간’으 로 어떻게 나누어 활용할 것인가가 과제다.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결국 희소한 자 원의 효율적 배분이라고 하는 경제적 논의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할수록 그리고 소득이 증가할수록 입지선택에서 어메니티, 즉 주변의 공기, 수자원, 지형지세, 녹지공간, 환경의 쾌적성 등과 같은 자원이 보다 중요한 요인 으로 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19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온 산업화와 도시화는 지역의‘자연환경’
을 공업 및 도시용도에 적합한‘인공환경’으로 만들었고, 따라서 지역의 경관이나 전통∙문화와 같은 어메니티는 대부분 사라지게 되었다. 도시나 산업화 지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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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 교통체증, 자연환경 부족과 각종 환경오염 등과 같은 반어메 니티가 팽배하였다. 다시 말하면,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고용 및 소 득과 같은 생활여건은 상승하겠 지만, 반면에 국토어메니티 서비 스는 상대적으로 과소 공급될 수
밖에 없었다. 상대적으로 풍부 했던 좋은 공기나 물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경관 등은 더 이상 자유 재가 아니고 희소한 재화로 바뀐 지 이미 오래 다. 결국 과거에도 그랬지만 미래에도 경제성장 에 따른 소득수준의 상승은 국토어메니티 서비 스의 감소라는 기회비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삶의 질의 필수요소를‘소득’, ‘복지’, ‘국토어메 니티 서비스’와 같이 세 개로 축약한다면, 이제 어메니티 서비스는 소득 및 복지와 서로 대체재 의 관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서비스재로서 어메니티의 특성
국토어메니티의 공급을 확대하는 일은 시대적 요청인 동시에 사회구성원 모두의 삶의 질 향상 을 위한 길이다. 그런데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소득수준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자연 스런 법칙이지만, 어메니티 서비스는 경제성장 과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어메니티가 가지고 있는 다음과 같은 고유의 특성 때문이다.
어메니티 서비스는 자연이 가지고 있는 고유 의 정체성이 주변 인문환경과 어우러져 우리에
게 교감을 일으키면서 만들어내는 쾌적함, 즐거 움, 매력적인 감흥 등으로 표출되면서 구체화된 다. 따라서 어메니티는‘장소적 속성’과‘인간의 심미적 인식’이라는 두 가지의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되면서 만들어진 개념이라고 정의할 수 있 다. 그 속성상 무형적인(intangible) 서비스재다.
또한 주로 자연을 주요한 생산수단으로 삼는 농 업, 임업, 수산업 등과 같이 산업적 경쟁력이 낮 은 부문에서 생산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이들 산업의 규모는 감소하는 것이 경제의 일반 적 법칙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의 국민경 제 내에 존재하는 산업생산 및 소비활동 과정에 서 어메니티가 결합하여 생산(joint products)되 어 공급되는 양은 점차 줄어들게 된다.
국토어메니티의 외부성
일상적인 경제활동과 결합하여 생성되는 국토어 메니티의 특성은 외부효과(外部效果)에 기인한 다고 볼 수 있다. 외부효과란 한 개인 및 기업의 경제활동이 직접 시장메커니즘을 통하지 않고 (응분의 비용을 치루거나 보상을 받지 않고) 다 른 개인 및 기업의 효용이나 생산에 유리하거나
인간의 심미적 인식
국
국토토어어메메니니티티 장소적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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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무분별한 도시개발에 따른 자연환경 및 경관훼손, 개인들의 자동차 운행에 따른 매연, 그리고 기업의 생산과정에서 발생 하는 폐수로 인한 수질오염 등과 같은 반어메니티는 불특정 다수의 삶의 질을 악 화시키는 부(負)의 외부효과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반어메니티는 개인이 시장에서 재화구입을 위해 지불하는 가격에도, 또한 기업이 재화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생산비에도 포함되지 않고 고스란히 사회적 비용으로 남는다. 다른 한편 으로 농산어촌에서 이루어지는 농림어업의 경제활동은 먹거리를 생산하여 식량을 공급하는 본원적 기능 이외에도 농촌어메니티라는 공급을 늘림으로써 정(正)의 외부효과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농산어촌어메니티의 공급 역시 시장에서 농산물 가격 및 생산비에 포함되지 않는 채, 사회적 편익을 증진하는 외부효과다.
국토어메니티의 비경합성과 비가역성
자연환경이 제공하는 서비스로서 어메니티는 일반적인 시장재와는 달리 사회구 성원 누구도 전유할 수 없는 공공재의 일종이다. 대기의 공기가 깨끗해지면 우리 모두는 깨끗해진 공기를 즐길 수 있다. 어느 특정지역 공기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서 돈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깨끗한 공기가 주는 편익과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할 방도는 없다. 농산어촌의 자연경관에서 우러나오는 공공재로서의 어메니티는 일 단 이곳을 방문한 일부 도시인들이 마음껏 즐겁게 소비(아니 탕진)한다고 해서 내 가 소비하면서 즐겨야 할 분량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어메니 티를 심미적으로 즐기거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함께 즐기거나에 관계없이 추 가적인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 비경합성(非競合性)을 갖는다.
도시 근교에서 어메니티를 생산하고 있는 산림환경이 도시의 주거공간을 넓
<표> 비시장재화로서의 국토어메니티의 특성
비시장재(어메니티) 특성
무형적 서비스재 장소적 속성+인간의 심미적 인식
외부성
정(正)의 외부효과: 농촌어메니티 공급
부(負의) 외부효과: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자연환경훼손과 환경오염
비배제성 돈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도 어메니티를 즐기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비경합성 다수가 즐겨도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는다
비가역성 한번 개발되면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 불확실성 개발 후 주변 자연환경의 변화에 대한 미래예측이 불확실하다
는 상황이 되면서 이미 사라진 산림환경과 경관 서비스를 원상태로 다시 회복할 시대가 되었다 고 치자. 그러나 아마도 과거에 주거공간 확보를 통해 얻어진 가치보다도 몇 배나 많은 노력과 비 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어느 경우에는 아예 복구가 불가능한 상황도 있다. 대규모 간척사업 으로 육지가 된 갯벌을 원상태로 복구하는 것이 경제적 혹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게 되는 사례 가 바로 그것이다. 나아가서 갯벌이 사라진 주변 의 생태계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해서 현재 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어렵다. 결국 어메니티는 비가역적인 특성을 가 지게 된다. 이렇게 불확실하고 비가역적인 성격 을 갖는 어메니티 자원이 이미 형성된 공간은 지 금 당장의 경제논리로 개발하여 서둘러 이용하 기보다는‘시간’이라는 요인을 고려하여 개발가 치를 산정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개발하지 않음 으로써 그 사회적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는 가 능성도 열어 놓아야 한다.
시장실패와 어메니티의 가격
어메니티는 공공재이고 외부성을 갖기 때문에, 시장이 존재하지 않거나 또는 불완전한 시장이 형성되는 시장실패를 야기한다. 그러므로 수요 자와 공급자들로 이루어진‘시장의 힘’이 국토 어메니티를 가장 최적의 용도에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배분해주는 데에는 미치지 못할 공산이 크다. 결국 어메니티는 사회적 가치를 나타내는 가격이 형성되지도 못하고, 시장에서 거래되지
우리나라가 산업화 과정에서 입지적 우위성 을 근거로 도시의 과밀화를 진전시켜 옴에 따라 의식주 환경의 악화로 인하여 발생한 반어메니 티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얼마인가? 이와는 반 대로 산업화나 입지적 우위성이 없어서 낙후를 면치 못한 대가로 보전된 농산어촌 어메니티의 사회적 편익은 얼마인가? 또한 이제까지 도시환 경을 위해 정부가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여 개선 해온 어메니티에 대한 사회적 편익은 얼마일까?
국가의 자원과 정부의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상과 같은 잠재적 사회적 비용과 편 익을 상세히 따져보지 않고 당장의 정치적 논리 나 일부 이해 당사자들에 의해 휘둘린 경제논리 에 의해 정책의사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자원배 분의 왜곡은 피할 길이 없다. 정부가 국토어메니 티의 보존과 개선에 어느 정도의 정책자원을 배 분해야 할 것인가. 이는 국민경제 차원에서 어메 니티 보존 및 개선에 의해 얻어진 국민들의 삶의 질의 크기와 여타 산업경제성장에 의해 얻어진 소득의 크기를 계측한 이후에야 얻어질 수 있는 우선순위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만약 국민들 이 어메니티 보전 및 개선에 의한 삶의 질 향상 효과가 다른 산업성장에 의해 얻어진 소득에 의 한 삶의 질 향상보다도 더 귀중하게 생각하거나, 혹은 더 귀중하지는 않더라도 이를 바란다면, 어 메티니 공급확대를 위한 정책은 경제적 타당성 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판단을 하 는 데 필요하고도 충분한 전제가 어메니티의 경 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문제로 귀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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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는 있으나 가격은 없는 어메니티의 측정
다시 말하면, 국토어메니티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좋아하고 싫어하는 선호도를 과학적으로 계측하는 것이 과제다. 우리 국민은 국토어메니티를 보존∙개선하는 정부정책에 대해 찬성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느 정도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 고, 환경오염과 같은 반어메니티를 줄이고 이를 막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의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 가지 우리가 여기서 명확히 해야 할 것은 이와 같은 국토어메니티의 가치평 가가 곧 국토 전체의 산림자원 가치라든가 또는 모든 수자원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사실 대다수의 연구자들은 이러한 우를 범하 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토어메니티의 가치평가란 다름 아닌‘생산자 및 소비자 개인들의 경제활동이나 정부의 정책시행 등으로 인하여 야기된 어메니티 의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어메니티에 대한 경제적 가치추정은 인간중심의 인본주의적 사고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좋은 공기, 좋은 수질, 생태계의 다양 성 등과 같은 어메니티의 쾌적성은 그 자체로서 무한한 본질적인 가치(intrinsic
value)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본질적인 가치는 측정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국토개발’과‘환경보전’이라는 두 가지 이슈가 극단적인 대립관 계로 형성되면서 표출하는 사회적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는 국토어메니티에 대한 본질적 가치의 의미와 이에 대한 경제적 가치의 의미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 한 탓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적 가치평가는 원칙적으로 어메니티의 변화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수요곡 선을 도출함으로써 측정이 가능하다. 만약 어메니티라는 서비스를 사고 팔 수 있 는 시장이 존재한다면, 각 개인들은 그 시장에서 제시된 가격과 그 서비스에 대해 서 지불할 의사가 있는 최대 금액을 비교하여 거래할 것이다. 그들의 지불의사가 시장가격보다 높다면 그 서비스를 구매할 것이다. 이렇게 어메니티 서비스 가격 의 변화에 대해서 소비자들의 구매의사 변화를 대응시켜 놓으면 바로 어메니티 서비스에 대한 수요곡선이 된다. 그러나 국토어메니티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시장재이므로 국토어메니티에 대한 시장가격과 시장수요곡선을 직접 찾는 일 은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국토어메니티와 관련이 있 는 대리 시장을 찾거나 혹은 가상의 상황을 만들 어 실험적 설문조사를 사용하여 간접적으로 국 민들의 선호도를 측정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여 도출한 결과보다 이러 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수행한 실험설계나 조 사절차가 합리성을 갖추어야 타당성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우리는 비시장재 가치평가기법이라고 한다.
먼저 간단한 사례를 들어 대리시장에 의한 가 치평가 기법을 이해해 보자. 도시화가 진전될수 록 도시근교의 녹지나 숲이 사라짐에 따라 도시 민들은 주말여가를 위해 이전보다 훨씬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여행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 바 로 이때에 늘어난 여행시간과 여행비용은 다름 아닌 휴양을 위한 자연환경의 손실로 인해 생긴 잠재가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를 들자면, 수질오염으로 인해 수돗물조차 먹지 못 하고 생수를 사먹는 것은 바로 내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이제까지는 지불하지 않아도 되었던 비용 을 지불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인 것이다. 나아가 똑같은 평수와 시설의 아파트가 한강변에 위치 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서 아파트 가 격은 현저한 차이가 있다. 바로 이 차액은 아름 다운 경관으로 인해 만들어진 어메니티에 대한 주민들의 지불의사라고 볼 수 있다.
어메니티 서비스의 변화에 대한 간접적인 대 리 시장마저 찾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설문조사 를 통해 가상으로 시장을 설정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대상 어메니티의 변화를 가능한 한 현실감
관, 문화적ㆍ역사적ㆍ생태적 가치가 있는 장소,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등에 의한 생태계 변화 등과 같은 무형의 어메니티 서비스에 대한 가치 를 평가하는 데 폭넓게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들은 사람들이 시장에서 실제 거래한 결 과를 바탕으로 한 선호가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하겠다는 의향을 바탕으로 한 선호이며 이를 기초로 가치를 평가한 것이다. 따라서 보다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가치평가를 위해서는 대 상 어메니티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거래상황 을 설정해야 하고, 가상 시장이 현실적으로 존재 하고 있는 시장에 최대한 근접하도록 주의를 기 울여야 한다.
국토어메니티 개선, 무엇부터 해야 하나
좁디 좁은 국토에 사는 우리 국민들에게 국토어 메니티의 쾌적성은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수요라는 것을 이제까지 살펴보았 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국토어메니티 수급에 대 한 사회적 합일점을 찾기 어렵고 서로 섞일 수 없 는 두 개의 극단적인 의견만이 대립되고 있는 것 같다. 그 한 극단은 국토어메니티 보전을 위하여 도시적 용도로는 개발을 하지 말아야 하고, 이미 개발된 자연환경도 원상태로 회복해야 한다는 목 소리다. 또 다른 한쪽의 극단은 이 빈곤한 국토자 원 속에서 우리 민족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우리의 자연환경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속적인 개 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제 이 양 극단에 치우쳐 있는 무게중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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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로 모아야 할 때다. 국토어메니티 문제는‘개발’과‘보존’이라는 두 가지 이슈가 조화를 이룬‘지속가능한 국토이용의 틀’안에서 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서는 어느 지역의 어떤 어메니티가 우선적으로 보전될 때 편익이 더 크고, 어떤 어메니티는 개발되더라도 사회적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가에 대한 사회적인 합 의를 이루어내는 데 필요한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지역별 혹은 유형별 국토어메니티에 대한 경제적 가치평가가 이루어져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한 선결과제는 먼저 우리 국토가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 및 인문환경 어 메니티 자원을 지역별 및 유형별로 발굴하고 상세히 분류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첨단 현장조사 기술(GIS)들을 동원하여 국토어메 니티 지도(혹은 어메니티 비오톱)를 작성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각 지역에서는 이 자료를 활용하여 보전되어야 할 어메니티 자원과 개발될 수 있는 어메니티 자원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에 부합된 지역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즉, 주민들이 자기 지역이 갖고 있는 고유의 어메니티를 바르게 알게 된 다면 이를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할 수 있고, 더불어 지역혁신 역량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지역의 정체성과 전통 을 살리면서도 동시에 부가가치가 높은 재화를 생산할 수 있는 어메니티 복합적 산업을 각 지역마다 찾아서 지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도 보다 쉬워질 수 있 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소득도 증대되고 삶의 질이 향상된다면, 두 마 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상생(win-win) 전략이 구현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것이 곧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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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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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iou, S, D. Whittington, D. Pearce, and D. Moran. 1997. 「Economic Values and the Environment in the Developing World」. Edward Elgar
Pearce, D. W. and R. K. Turner. 1990. 「Economics of Natural Resources and the Environment」.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