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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 학회지 > 인간의 디지털화와 개인 맞춤형 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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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반에 인간의 디지털화와 개인 맞춤형 의학의 태 동을 위한 두 가지 발명이 있었다. 하나는 1948년 월터 브래 튼, 윌리엄 쇼클리, 존 바딘이 발명한 트랜지스터이고, 다른 하나는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이 발견한 이중 나선형 구조의 디옥시리보핵산, 즉 DNA다.

전유전체 시컨싱

Whole Genome Sequencing (WGS)

DNA 발견 후 인간 창조의 암호를 풀기 위해 이중나선구조 에 붙어 있는 C-G-A-T 등의 염기 서열을 파악하려는 연구 가 시작되었다. 1970년대 초기에는 수작업으로 염기들에 직 접 방사능 동위원소 표지자를 붙이는 방법으로 염기 분석을 했다. 젤을 이용하는 방법은 1980년대, 자동화된 시컨싱은 1990년대에 가능해졌다. 1990년대 중반 모세관 시컨싱(cap- illary sequencing)이 보편화되면서 하루 100만 개 이상의 염 기 분석이 가능해졌고, 비로소 비용도 염기 하나당 1달러 정 도로 낮아졌다. 첫 인간 게놈 시컨싱이 완료되기까지는 여러 연구소들이 공동참여하여 15년이 걸렸고 무려 27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었다. 이후 염기 시컨싱을 대량으로 할 수 있는 병렬 분석방식의 기계들이 개발되면서 2005년에는 하루 2000 만 개, 2010년에는 하루 25억 개의 염기 분석이 가능하게 되 었다. 불과 5년만에 분석 속도는 1000배 이상 빨라진 반면 분 석 비용은 염기당 0.01달러에서 0.000001달러로 낮아졌다.

2010년 한 사람의 전유전체 시컨싱에 28000달러가 소요되 었지만, 최근에는 1000달러 내외에서 가능하게 되었다. 이런 급속한 성장의 배경에는 인간게놈 자체가 미래산업을 위한 동력임을 자각한 산업계의 적극적인 투자와 후원이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벨 연구소에서 발명한 트랜지스터를 혁신을 통

해 새롭게 창조한 마이크로프로세서라는 중앙연산장치들의 병렬식 정보 처리 방식과 초당 수십경 번의 연산 수행이 가능 한 슈퍼컴퓨터들의 등장 덕분이다.

2000년 6월,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초기 결과가 발표되자 곧 대부분의 질병을 진단, 예방, 치료하는 데 혁명적인 변화가 일 어날 것이란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런 기대 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0년, 그간 발견한 것들이 실 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알지 못한 상태로 10년이 흘렀 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인간게놈 연구는 예상치 못한 영역에서 의미 있는 발전을 가져왔다. 개인의 유전 정보 에 근거하여 미래에 발생할 질병의 확률을 파악할 수 있게 된 점과 특정 약물과 상호작용하는 특정 유전자를 파악하는 약 물유전체학(pharmacogenomics)이라는 새로운 학문영역의 발전이다. 게놈을 유전체라고 하며 이는 생물체가 지닌 모든 유전 정보의 집합이다. 최근 게놈이 주목받는 이유는 생물체 의 유전 정보를 통해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게놈을 분석하면 그 사람이 어떤 질병에 걸릴 확률 이 얼마인지, 이에 맞는 치료법이 무엇이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생명을 구하기 위한 시컨싱

5세 소년 니콜라스 볼커는 식사를 할 때마다 생기는 창자 와 피부 사이에의 누공(fistula) 때문에 100번도 넘게 수술을 해야 했다. 한 연구자가 게놈 시컨싱을 했고, 면역 체계에 중 요한 역할을 하는 XIAP 유전자 돌연변이가 병의 원인으로 밝 혀졌다. 다행히 제대혈 이식을 통하여 면역체계의 중요한 부 분인 백혈구를 생성하는 줄기세포를 교환함으로써 니콜라스 볼커는 완치되었다. 이것이 게놈 정보가 실제 인간의 치료에

Digitizing Human Beings & Personalized Medicine

Guk-Hee Suh, MD, PhD

Editor-in-Chief, JoHTA; Professor, Hallym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Korea

인간의 디지털화와 개인 맞춤형 의학

보건의료기술평가 편집위원장,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서 국 희

Editorial

JoHTA J Health Tech Assess 2014;2(1):1-5 ISSN 2288-5811

Copyright © 2014 The Korean Association for Health Technology Assess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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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역할을 한 최초의 사례였다. 이에 전 세계는 줄기 세포의 효능에 주목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의학의 현주소

근거중심의학이 유행이다. 임상 현장에 사용되는 의학적 검사나 처방에는 실제 이를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없거나 부 족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 일반인들은 거의 모든 종류 의 의료 서비스가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일반적인 상식적 믿음에 반하는 예를 고지혈증 치료제 아토르바스타틴과 혈소판억제제 클로피도그렐에서 파악해 보자.

성분명 atorvastain은 스타틴 계열 약물로 간 효소인 HMG CoA reductase를 억제하여, 대부분 환자의 혈중 LDL 콜레 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이전에 출시된 스타틴보다 콜레스테 롤을 더 많이 낮춰주고, 부작용이 드물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제약사는 ‘리피토(성분명, 아토르바스타틴)는 심근경색의 위 험을 36% 감소시킨다’고 광고했다. 리피토를 복용하기만 하 면 연간 30만 건 발생하던 심근경색이 36% 감소하여 약 20 만 건 정도만 발생한다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실제 의미하 는 바는 전혀 그런 뜻이 아니다. 하자 없이 설계되고 수행된 대규모 임상연구는 위약군의 3%에서 심근경색이 발생하였 지만 리피토를 복용한 환자군은 2%에서만 심근경색이 발생 했다고 보고하였다. 바로 이 보고에 근거하여, 그 비율에 따 라 36%(3%→2%) 감소를 주장한 것이다. 심근경색을 예방하 고자 리피토를 복용하는 100명의 환자들 중에서 리피토 덕 분에 발생해야 할 심근경색이 발생하지 않게 되는 혜택을 받게 될 사람은 단 1명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99명은 왜 리피토를 먹었을까?

첫째, 약물 임상시험이 집단을 대상으로 한 데에서 기인한 다. 그간 유의한 차이를 입증한 무작위임상시험 대상이 개인 이 아니라 특정 인구집단이었기 때문에 실제 이득을 볼 1명 의 개인을 찾아내는 대신, 특정 인구집단 모두에 약을 제공 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간 이를 지지하는 명백한 증거가 임 상시험 결과 속에 있다고 믿어왔다. 이는 인구 집단을 대상 으로 하는 임상 의학이 가지는 한계이며 오류다. 근거중심의 학은 개인이 아닌 특정 인구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 에서 발견한 다양한 근거 위에 구축된 학문적 체계다. 그러 므로 당연히 특정 인구집단 모두를 약물을 투여해야 하는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둘째, 임상시험에서 심근경색의 발생이라는 최종종결점 (final end point) 대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의 감소라는 대리

종결점(surrogate end point)을 임상적 효과의 판정 지표로 사 용한 것이 스타틴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게 만든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Surrogate end point는 심근경색 발생의 예방이라 는 목표 달성과 상관 관계가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 지표, 즉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의 감소라는 대리종결점을 지칭한다.

즉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하면, 환자에게 실제 심근 경색 발생이 줄어들 것이다’는 가정에 근거한 대리 지표이다.

이론적 배경은 LDL 수치가 1% 감소하면 심근경색도 1% 감소 하며, LDL 수치와 심근경색이 같은 방향으로 매우 유사하게 움직인다는 가정이다. 그런 가정이 전적으로 오류라고 할 수 는 없지만 사실이 아니다. 리피토를 복용하는 거의 모든 사람 들의 LDL 수치가 감소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리피토의 무 작위 위약대조임상시험에 의하면, 이들 중 심근경색 발생 병 력이 없으면서 심근경색 발생 위험요인을 갖고 있는 100명 중 단 1명만이 리피토 사용을 통해 심근경색 예방이라는 실 제 편익을 얻는다. 그렇다면 리피토의 사용으로 인한 다양한 이상반응의 발생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얻는 편익은 리 피토를 복용함으로써 LDL이 정상화되었다는 심리적 안도감 뿐이다. 하지만 이미 심장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스 타틴 복용으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매우 크고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처방이 정당화될 수 있다.

Cochrane Collaboration이라는 국제적 컨소시엄은 14개 무작위 임상시험에 참가한 34000명의 데이터를 검토하여 원 래 심장질환이 없었던 사람에 대한 스타틴 처방이 주는 편익 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전혀 하자 가 없도록 설계되고 수행된 임상시험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 인다는 결과를 제시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스타틴을’ 처방해 왔다.

근거중심의학에는 또 다른 심각한 결함이 있다. 그것은 근 거가 매우 부족하거나 아예 존재하지도 않을 경우 전문가가 제시한 의견을 근거 수준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이다. 다수 전 문가의 권고사항에 따라 임상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다. 만 약 임상가이드라인이 저명한 학술지나 널리 사용되는 의학 교과서에 게재되기만 하면, 별다른 근거가 없는 의견에 불과 한 것조차 마치 표준적 치료인 것처럼 관행적으로 받아들여 져왔다.

이런 근거 체계를 만든 것이 바로 근거중심의학이다. 물론 여러 단계를 두어 근거수준을 달리하기는 했지만, 만약 근거 수준이 의미하는 바를 모른다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 들이 모여 정한 가이드라인이라는 권위를 무비판적으로 있 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다. 물론 근거중심 가이드라인은 그 것을 지키는 의사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할 수 있지만 개인 맞춤형 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근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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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 어온 혈소판억제제다. 이 약물은 P2Y12라 불리는 혈소판 수 용체를 차단하는데, 이 수용체는 혈전 형성에 있어 혈소판이 응집하는 데 중요한 매개 물질로 작용한다. 그런데 상품명 플 라빅스를 처방해 온 임상가들은 약의 효과가 개인에 따라 상 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미 국 FDA는 특정한 유전자 변형을 가진 환자들에게는 클로피 도그렐의 약효가 없음을 고지했다. 간에서 cytochrome 2C19 (CYP2C19)를 활성화시키는 유전자가 제 기능을 못할 경우, 플라빅스는 혈소판을 억제하거나 혈전을 예방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2006년 연구결과에 의하면, CYP2C19를 활성화시키는 유전자가 제 기능을 못하는 환자의 경우, 관상 동맥이 막혀 치료를 위해 스텐트 시술을 받으면 삽입된 치료 용 스텐트에 혈전이 생성될 위험이 최소 3배 증가하며, 이로 인해 이차적 심근경색이 발생하거나 사망을 초래할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기능상실 대립유전자(allele)를 하나만 가진 환자의 경우 플라빅스의 용량을 2배로 올리면 문제가 해결되 지만 CYP2C19 기능상실 대립유전자가 쌍으로 있으면, 플라 빅스는 전혀 효과가 없다. 기능상실 대립유전자가 쌍으로 있 는 변이가 백인종의 30% 이상, 흑인종의 40%, 황인종의 50%

에서 발견될 정도로 매우 흔하다.

2003년 모 다국적제약기업의 고위임원이 ‘90% 이상의 약 들이 단지 30~50%의 환자들에게만 효과가 있다’는 제약업 계의 공공연한 비밀을 공식석상에서 처음 언급했다. 즉, 모든 사람에게 유효한 약은 없으며, 각 개인의 유전적 차이로 인해 동일한 약물에 대한 효과나 이상 반응의 발현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일정 수준의 약물의 복용량을 정해 두었을까? 그것은 ‘모든 사람이 동일한 용량에 동일한 반응 을 보인다’는 가정하에 설계된 임상시험의 결과를 100% 신뢰 한 탓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휠씬 적은 용량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보일 수 있고, 누군가는 건강보험이 허용하는 기준이 되는 최대 용량의 2배 이상을 투여해야만 효과를 보일지도 모른다. 임상시험 자체가 임상현장에 약물의 투여를 결정한 예가 있다. 항치매약물 중 일부 약은 MMSE 26점 이하이기 만 하면 투여가 가능하지만, 효과나 부작용면에서 차이가 없 는 동일 계열의 약물 중에서 MMSE 24점 이하이어야만 투여 가 가능한 약이 있다. 이런 이상한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단 지 한 임상시험은 MMSE 10~26점 군을 대상으로 했고 다른 임상시험은 MMSE 10~24점 군을 대상으로 연구하여 유효 성을 입증했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해당 약물의 처방 조건을 건강보험이 설정하였기 때문이다.

개인 맞춤형 의학의 시대

똑같은 질병에 똑같은 치료법을 써도 누구는 낫고 누구는 낫지 않는다. 그럴 때 흔히 체질 때문이라고 말한다. 약물을 투여했을 때 치료 효과만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원치 않는 이상반응의 출현도 예측하기 어렵다. 성공률이 99퍼센 트인 치료라도 1퍼센트에게 치명적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큰 문제다.

21세기에 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간 게놈분석이 그 동안 ‘체질’이라고만 여겼던 의문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똑같 은 질병을 앓는 환자들의 유전체를 분석해 보니, 특정한 유전 자의 변형이 존재하는 군과 존재하지 않는 군이 존재하며, 이 들 두 군의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특정한 유전자를 갖거나 유전자 변형을 가지면 똑같은 약 에 대한 반응이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달리 말하면 특정한 유전자가 있거나 없으면 효과가 있는 약물도 달라질 수 있는 데, 이를 미리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놈 해독 덕분에 인간 마다 존재하는 미세한 차이를 알게 되었다. 게놈 해독이 완료 된 덕분에 발달한 학문이 약물유전체학이다. 이로써 과거에 는 설명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원 인을 알면 치료도 할 수 있다.

최근 고비용-저효율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 맞춤형 의 학이 주목받고 있다. 환자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개인 맞춤형 의료를 도입하면 효율은 높이고 비용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왜냐하면 약물을 투여하면 효과가 있을 환자를 미 리 알고 약물을 투여하기 때문에 약물을 융탄폭격식으로 대 량살포하는 낭비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개인의 질병관련 유전자를 분석하여 특정 질병의 발병 위험도를 미 리 예측할 수 있는 진단테스트와 특정 약물에 대한 효능을 검 사할 수 있는 약물유전체학적 검사의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 고 있다. 유전자 발현과 질병의 발생 사이의 연관을 조사하는 임상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항암치료 분 야에서 항암제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생물학적 표지자의 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천 달러 비용으로 개인의 게놈분석이 가능해지는 대중화 시 대가 오면서 개인의 질병 진단, 개인 맞춤형 신약의 개발 등 으로 관련 시장의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악성 흑색종(malignant melanoma)은 비교적 드문 질병으 로 국내 발생 환자는 연간 500명 미만이지만, 백인의 발생 빈 도가 휠씬 높아 미국에서만 연간 7만 명 가까운 사람이 진단 을 받는데, 진단 후 평균 생존기간이 8개월에 불과하다. 악성 흑색종 치료제 젤보라프(Zelboraf)는 치료하기 전 유전자 검 사를 통해 미리 젤보라프가 효과가 있는 환자를 가려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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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는 측면에서 혁신적이다. 젤보라프는 악성흑색종 환자 60%에서 발견되는 BRAF라는 유전자에 직접 작용한다. 그 러므로 젤보라프는 BRAF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만 효과 가 있다. BRAF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의 경우 종양이 금새 눈에 띄게 줄어들지만, BRAF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에게 투 여하면 오히려 상태가 악화된다. 이 약은 임상시험을 거쳐 FDA 승인을 받으면서 동시에 BRAF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 도 같이 승인을 받았다. 이 사례가 신약과 검사가 동시에 승 인을 받은 최초의 사례다. 2012년에는 식약처 허가가 내려 져 국내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2002년 출시된 간염치료제 페가시스(Pegasys)는 C형 간염 치료에 연간 5만 달러라는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효과 는 반 정도에서만 나타나고, 인종에 따른 차이가 많다. 하지만 2009년 이후, 페가시스에 효과가 있는 환자를 미리 가려서 치 료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그간 흑인보다 백인에게 더 좋은 효과를 나타내었던 원인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임 상에서 모든 질병에 유전자 검사가 사용되고 있지는 못하지 만, 조만간 치료법을 선택할 때 유전자 변이 유무를 알아보는 것이 당연한 절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 50%의 확률을 기대하 면서 다른 치료법을 포기한 채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낭비가 사라질 날이 멀지 않았다.

향후 신약개발과 임상시험의 패러다임도 크게 달라질 것 으로 전망된다. 과거라면 이상반응으로 인해 당장 폐기되었 을 물질들이 특정 군에서는 매우 효과적인 약물로 밝혀질지 도 모른다. 한 물질이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폐암에 효과적이라고 하자. 그런데 전체 폐암 환자 중 그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가 불과 10%에 불과하다면, 과거에는 신약 후보 물 질에서 탈락했겠지만, 이제는 당당한 신약으로 얼마든지 등 재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99%에게 효과가 있지만 1%에게 치명적인 물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리 치명적인 부작용 이 나타날 1%를 가려낼 수만 있다면, 이 물질은 훌륭한 신약 이 될 것이다. 게놈 분석과 유전자 진단 기술의 발달로 인해 과거 제외되었던 의약품 후보물질들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 다. 2009년 7월 유럽은 전이성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이레사 Iressa(성분명: gefitinib)를 승인했다. 이는 EGFR-tyrosine kinase의 유전적 변이가 확인된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 과거 이레사는 임상3상에서 실패했었던 약물이지만, 유전자 검사 를 통해 특정 군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효과를 입증하는 데 성 공한 최초의 의약품 사례다.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이라는 패러다임이 서서 히 저물고 있다.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서는 기존 임상시험처럼 엄청난 숫자가 필 요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십 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만으로도 충분한 근거를 확보할 수 있고, 심지어 1상 임 상시험만으로 신약의 효과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는 주장 도 제기되고 있다.

개인 맞춤형 의학의 발전은 의료비 절감에 도움을 줄 것으 로 기대된다. 과거에는 모든 환자에게 같은 약물을 주고 그 중 효과를 볼 수 있는 일부만 효과를 보고 나머지는 약물을 낭비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60%에 효과가 있다면, 미리 검사 를 해서 효과가 있을 60%에게만 투약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검사에 비용이 들겠지만,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유전자 검사 비용을 생각하면 이런 비용이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 은 별로 없다. 악성 흑색종을 넘어, 유방암, 관절염, 당뇨병에 도 이런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면 비용 절감의 규모는 어마어 마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 맞춤형 신약을 개발한 제약사가 대 상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개인이나 건강보험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지나치게 높은 약가를 요구할 경우 심각한 사회 적 갈등과 도덕적 논쟁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10월 창간호에 실린 편집자의 글 중 “약제사 한스 이야기”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질병 예방 분야에 개인 맞춤형 의학이 접목될 경우 파급력 이 상당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가족력의 유무를 제외하면 누 가 어떤 질병에 걸릴 위험이 얼마나 높은지를 미리 알 수는 없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똑같이 예방접종을 받고 같은 약 을 복용하고 모두 정기검진을 받는 방식이 지금까지 고수되 어왔다. 물론 전염병의 경우 타인에의 전파를 막기 위한 외현 효과(external effect)를 기대하고 모두가 대상이 되어 예방 접종을 하지만, 이마저도 예외는 아니다. 개인의 게놈 정보 분석을 통해 감염에 대한 저항성뿐만 아니라 미리 발병 가능 성이 높은 질병과 낮은 질병을 알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질 병 예방이나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사람들은 더 건강해질 것이고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은 줄어들 것이다.

개인 맞춤형 의학의 전망

국내의 IT 인프라와 개발의 열기를 고려하면 게놈분석을 포함한 각종 질병 관련유전자 검사와 약물유전체연구가 단 시간내에 매우 활발해져 대한민국이 개인 맞춤형 의학의 발 전을 선도하는 국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 세계적으로 개 인 맞춤형 의학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는 세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국내 건강보험에서 중증질환에 대한 환자의 본인 부 담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아 의료공급자나 의료소비자 모두 적극적으로 진단과 치료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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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개인 맞춤형 치료가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 건강보험이 지속적으로 중증질환자에 대한 낮은 본인 부담 이라는 특례혜택을 제공한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하다.

둘째, 국내 제약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신약연구 개발에 나 서고 있다. 전통적인 신약개발 분야에서 한계에 봉착한 다국 적제약기업들도 게놈 분석 기술과 개인 맞춤형 의약품 개발 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신약을 작은 기업이나 연구소에 서도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대규모 임상시험의 비용 을 감당할 수 없었던 중소제약기업은 개인 맞춤형 의료의 영 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고려한 의약품은 환자의 유전자에 따른 소수 환자군만을 임 상시험에 이용함으로써 과거에 비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 고 대규모 임상시험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신약 개발비를 대 폭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약물의 대상 환자가 분 명하고 제한적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존 의약품들이 다룰 수 없었던 틈새시장 이 창출되고 강소 제약기업이 출현하게 될 것이다.

셋째, 물질이나 제조법 등의 지적소유권과 관련된 전 세계 적 특허가 서로 거미줄처럼 얽혀 신약의 개발을 어렵게 만드 는 작금의 현실이 개인 맞춤형 신약의 개발을 촉진하게 될 가 능성이 크다. 신약을 출시하더라도 나중에 제소당해 특허소 송에서 패소한다면 신약으로 획득한 이득을 모두 빼앗길 가 능성 높다면 아무도 신약 개발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전 세계적 상황이다. 이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과거에 허가를 받았던 약물이나 특허가 만료된 약물을 변형 하거나 임상시험에서 실패했던 물질들을 다시 검토하고 효 과가 있는 특정군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약물로 개발하려는 노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맺는 말

20세기 의학의 발전이 현미경과 항생제, 마취제의 개발에 힘입었다면, 21세기 의학의 발전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게 놈 의학의 발전으로부터 가장 큰 동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의 진보가 실제로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아직 장담할 수 없다. 개인의 유전 정보 자체가 엄 청난 가치를 가지게 됨으로써 이를 획득하려는 부당한 시도 들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현재의 보건의료 시스 템이 가지고 있는 한계는 명확하고, 꾸준히 발전하는 과학기 술을 활용하여 그 한계를 조금씩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점 도 분명하다. 어떤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그 과정 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달라 진 환경 속에서 의사를 비롯한 의료공급자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의료소비자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져야 하 는지, 이를 조정하는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진 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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