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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 인문학의 윤리성과 종교성 3. 인문학의 윤리성과 종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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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 인문학의 윤리성과 종교성

3. 인문학의 윤리성과 종교성

인문학의 대상은 “인간의 인간성”이라고 했다. 그런데 인간의 인간성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인 간의 삶의 문제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즉 인간성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라는 윤리적 물음과 밀접하 게 결부되어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인간다운 삶인 가?”라고.

한번 물어 봅시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어떻게 살아야 인간다운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까요? 우리는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주 가끔씩 이런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선 서구의 사상 가운데 이에 대한 답변을 들어 보는 것도 우리의 답을 찾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서구의 전통을 형성하 는 사상은 인간다운 삶에 대해 세 가지 답변을 제시한다. 그러한 답변을 들어 보고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 는 것도 좋을 듯하다.

먼저 그리스에서는 인간다운 삶을 “잘 사는 삶”에 있다고 보았다. 그들은 잘사는 것이 곧 선(善:

agathon)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여기서 선은 ‘착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좋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착하다 는 의미의 선은 근대에 이르러 정립된 것이고, 고대로부터 중세에 이르는 서구의 유구한 전통은 선을 ‘좋 다’라는 의미로 생각하였다. 이에 최초의 서구인들, 즉 그리스인들에게 선은 잘 살고 좋은 것이고, 이는 경 제적으로 잘 살고 정치적으로 출세하고 성공하는 것을 의미했다. 이렇게 현세적이고 상대적인 도덕관념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잘사는 것은 육체가 잘사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잘사는 거라고 한 사람이 소크라테스이 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본질은 육체가 아니라 영혼인데, 그 이유는 영혼이 신들 곁에 살다가 죄를 지어 육체에 갇혔다가 다시 죽음과 더불어 신들 곁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영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육체와 영 혼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영혼을 육체에 비해 신적인 것으로 보는 것은 소크라테스 이전의 피타고라스학 파로부터 유래하는 서구의 뿌리 깊은 관념이다.

그렇다면 영혼이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영혼이 잘 사는 것 혹은 영혼이 좋은 것은 ‘덕’(arete)을 실현하는 것이다. 덕이란 지혜, 용기, 절제, 정의와 같은 것이 대표적인데, 그리스에서 덕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존재가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왜냐하면 덕은 존재 의 기능의 탁월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임금이 임금으로서의 기능을 탁월하게 발휘하면 임금의 덕이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가 구두장이로서의 기능을 탁월하게 발휘하면 구두장이의 덕이 있는 것이며, 심지어 연필이 연필로서의 기능을 탁월하게 발휘해도 연필의 덕이 있는 것이다. 이에 덕은 사람만이 갖는 것이 아 니라 모든 존재가 가질 수 있고, 그러한 고유한 기능의 발휘, 즉 탁월성이다. 따라서 임금이 임금답고 장 군이 장군다운 그러한 상태, 즉 “~다움”이 곧 덕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이러한 덕으로서의 선은 곧 미(kalon)이고, 정의(dikaiosyne)이다. 그리스에서 선은 미이자 정의 이며 나아가 최고선은 행복(eudaimonia)이다. 이는 플라톤의 저술에서도 확인된다 :

“잘 산다는 말에서 ‘잘’이라는 것을 ‘아름답게’라든지 ‘옳게’라든지 하는 말과 바꾸어 놓는다면 어떻겠나?”(플라톤,

『크리톤』).

“… 아가톤, … 좋은 것들이 아름답기도 하다고 자네는 생각하지 않는가?” …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플라톤, 『향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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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정의”로 이렇게 개념구분이 없는 것은 그리스뿐만 아니라 고대문화의 공통점이다. 이런 점에서는 동서사유가 구분되지 않는다. 이런 개념들의 분화가 본격적으로 정립되는 것은 서구에서는 근대에 이르러 서이고, 동양,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양 문화권에서는 대체로 그런 개념에 대한 분석이나 구분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그런 까닭에 개념구분에 있어 모호성이 많은 게 동양 문화이다. 아무튼 그 리스인들은 가장 인간다운 삶이 잘 사는 데 있다고 보았고, 이 잘 사는 삶은 곧 영혼의 덕을 추구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스의 덕론은 이후 헬레니즘 시대에 이르러 스토아 철학으로 수용된다. 스토아 철학은 기독교의 가 교 역할을 하면서 교부철학이나 스콜라 철학에 윤색되어 침투된다. 이에 따라 서구에서 그리스적 덕론 및 가치관은 거의 2000년 동안 그들의 전통을 형성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칸트에 이르면 이러한 덕론에 대한 비판이 가해진다. 선은 더 이상 좋음이나 잘사는 것 혹은 행복이 아니라 착함이다. 그리고 착함을 착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 ‘선의지’(ein guter Wille)라고 칸트는 강변한다. 즉 외모나 재능이나 부는 좋은 것이지 만 그것이 선의지가 없으면 더 이상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선의지는 좋음을 좋은 것으로 만들 어 주는 절대적 기준이라는 것이다. 이에 그는 “이 세상에서, 혹은 이 세상 밖에서라도 그 자체로 제한 없 이 무조건적으로 선한 것은 선의지밖에 없다”라고 말하고, 그러한 선의지를 실천할 때 인간에게는 진정한 행복, 즉 숭고한 행복이 마련된다고 말한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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