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8월에 43년의 화학공학 교수생활을 마치 고 정년퇴직하였다. 내가 처음 교직생활을 시작하 게 된 것은 대학을 졸업하던 해인 1961년 4월 16 일로서 이재성 교수님의 추천서 한 장을 들고 대구 의 청구대학(통합 영남대학교의 전신) 화학공학과 의 박원규 교수님을 만나러 갔다. 그때 청구대학은 화학공학과를 막 신설하여 일학년을 모집해 두고 일반화학실험을 담당할 교원이 없었기 때문에 당 일로 학장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조교로서 근무를 시작하였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정실채용이라고 지탄받을 일이다.
이재성 교수님이 나를 경상도에 보내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의 하나는 이러하다. 대학 2학년 때 나는 함태탄광의 김세영 사장님이 숙식 과 등록금을 전담하시는 장학생이었고, 이재성 교 수님은 함태탄광으로부터 국산 무연탄의 가스화와 그 가스로부터 인공석유를 합성하는 연구프로젝트 를 수행하고 계셨다. 당연히 나는 김 사장님으로부 터 이 교수님의 연구실에 가서 심부름을 하고 공부 를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연구실에는 지금 미국에 계시는 고광국 박사께서 대학원 학생으로 가스화 실험과 합성 파일롯설비(?)를 운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학 2학년 학생인 내가 연구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청소뿐이었다. 그리고 주말에는 이 교수 님의 삼선교 자택을 방문해서 쌀과 반찬을 얻어오 는 일이었다. 그 후에 나는 오르사트(Orsat)가스 분석기를 이용하여 합성용 원료가스와 반응기에서
나오는 tail gas를 밤 세워 가며 수백 번 분석했 던 기억이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코피를 자주 흘 렸는데, 연구실에서도 가끔 코피를 흘렸다. 코피 가 나면, 물수건으로 이마를 적시고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책상위에 얹어서 코피를 멎게 하였다. 연구 실에서 나의 이런 장면을 이 교수님께서 한 번 보 신 적이 있는데, 아무런 말씀도 안하셨기 때문에, 나는 지금도 교수님의 그때 생각이 어떠하셨는지 궁금하다. 게으른 놈으로 보셨는지, 아니면 딱한 놈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아니면 못 보신 것인지?
조교로서 대학에 취직한 첫해의 내 담당업무는 일반화학 실험 강좌를 위한 실험 기구와 시약을 준 비하고, 학생들의 실험을 직접 돕는 일이었다. 당 시 청구대학에는 토목, 건축, 기계, 섬유, 화학공 학 등의 5개 공학과가 있었고, 주, 야간부가 있었 다. 한 주에 10개 반의 일반화학 실험 강좌를 준비 하고, 학생들의 실험을 돕고, 매 시간의 실험 레포 트를 평점해서 출석부에 정리해 두는 것이 한 주간 의 일이었다. 거기에다가 일 년 먼저 설립된 섬유 공학과 2학년 주, 야간 학생들을 위하여 정성분석 실험을 두 반 더 운영하였다. 그래서 야간학생을 위한 실험을 포함하여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오후 에도 실험 시간표를 편성해야만 하였다. 그 당시에 조교인 나를 도와주는 학생 조수가 두 명 있었는 데, 지금도 함께 근무하는 영남대학교의 배효광 교 수와 숭전대학교 섬유공학과의 이광배 교수이다.
정성분석실험은 내가 대학 2학년 때 나익영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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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내가 공부한 화학공학과 분체공학
강 석 호
영남대학교 응용화학공학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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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CE, 제22권 제5호, 2004
수님으로부터 매우 철저하게 교육을 받았기 때문 에 실험준비를 하거나 학생실험을 돕는 데 큰 어려 움이 없었다고 기억된다. 나 교수님의 조교 선생님 은 실험 후에 반납하는 비커가 깨끗하지 않으면 우 리를 집에 보내주지 않았다. 나도 그 훈련을 나의 학생들에게 적용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덕분 에 나는 지금도 집사람의 부엌일을 도울 때는 집사 람 보다 더 깨끗하게 포도주 잔을 씻고, 식탁을 깨 끗이 닦을 줄 안다. 그 당시에는 일반화학실험을 2 학기에도 계속하는데, 2학기에는 유기화합물을 이 용하는 일반화학 실험테마도 있었다. 40년이 넘 는 옛 일이지만 잊혀지지 않는 실수 한 가지는 에 틸알콜(C2H5OH)이 OH를 가지고 있으니 알칼리 성이고, 따라서 알콜 용액에 리트머스 시험지를 담 그면 푸른색으로 변한다고 학생들에게 설명한 일 이다. 그리고 실험에 들어갔는데, 어느 학생에게 서도 리트머스 시험지는 푸른색으로 변하지 않았 다. 에틸알콜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기화합물이 이 온결합 물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일주일 후였다.
박원규 교수님은 증류공학에 관심이 많으셨다.
그래서 나와의 공동연구로 공비혼합물의 증류에 관한 실험을 어설픈 장비로 시작하고 산-알칼리 적정법으로 각 성분의 조성을 분석을 했는데(그 시 절에는 GC도 분광분석기도 없었다), 논문을 쓰기 는 썼으나 통 마음에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일 을 계속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원자력연구소에 근무하시는 강웅기 박사님을 찾아가서 겨울방학 중에 원자력연구소에서 시키는 일이면 무엇이나 하겠다고 했더니, 탄산칼슘 슬러리의 여과실험을 테마로 주셨다. 방학 두 달 동안에 첫 한 달은 동숭 동 의 중 앙 공 업 연 구 소 에 가 서 Chemical Abstracts 30년분을 뒤져서 여과에 관한 논문 을 조사하였는데, 포도주의 여과에 관한 연구논문 이 그렇게 많은 줄은 미처 몰랐다. 나는 지금도 집
에서 포도주를 거를 때는 여과이론을 생각한다. 나 머지 한 달 동안 탄산칼슘 슬러리를 여과하는 실험 을 했는데, 여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 많 았다. 우선 고체입자와 물을 균일하게 혼합하는 문 제가 있었고, 혼합에는 분체의 입도가 중요함을 알 게 됐고, Dallavalle+Orr의 “Fine Particle Measurement”를 완독한 후에는 분체공학을 공부해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것이 지금부터 꼭 40년 전의 일이다. 다행이 독일 Karlsruhe 대학의 국제세미나에 2년간 갈 수 있는 기회를 얻 어서, 그곳의 룸프(Rumpf) 교수와 그 똘마니(자 기들을 칼스루헤 마피아라고 부른다) 조교들을 만 나서 분체공학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를 터득할 기회를 가졌다. 독일의 룸프 교수 밑에서 분체공학 을 공부한 덕분에, 내가 일본에 가면 일본의 많은 분체공학 교수들이나 산업체 기술자들이 나를 반 갑게 맞이해주는 영광도 누릴 수가 있었다.
퇴임을 두 달 앞두고 27일간 러시아를 동쪽의 블라디보스톡에서 서쪽의 쌍페테르부르크까지 시 베리아 횡단 철도여행을 하였다. 침대차의 각 객차 에는 항상 뜨거운 물이 준비되어 있어서 언제나 더 운 커피를 타서 마실 수가 있었다. 인스턴트커피 가루를 먼저 mug에 담고, 뜨거운 물이 나오는 열 탕기의 물 꼭지를 틀고 약간의 물을 컵에 받은 후 에 커피가 다 녹을 때까지 흔든다. 물의 양이 적기 때문에 커피물이 쏟아지거나 밖으로 튈 염려는 없 다. 커피가 다 녹으면 다시 필요한 양 만큼의 물을 열탕 꼭지에서 받을 수가 있다. 커피를 타기위해서 스푼을 사용하지 않는 지혜를 실용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준비된 커피는 너무 뜨거워서 마시 기에 적당한 온도가 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한 다. 이럴 때 뜨거운 커피 잔을 달리는 창 박으로 내 밀면 금방 식는다. 80km/h로 달리는 기차의 속 도 때문에 냉각에 필요한 열전달과 물질전달이 잘 일어나므로, 20~30초의 짧은 시간에 커피는 마
시기에 적당한 온도로 냉각된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달리는 차 때문에 비산먼지가 커피 잔에 섞여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출시간 이 짧으니까 먼지는 많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긴 기차여행의 단조로움을 달래는 경 험담의 일부이다.
나는일상생활에서도나의전공지식을응용하고즐기 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역시 화학공학을 배우고 분체공 학을 전문분야로 선택한 일이 잘한 일이라고 지금도 믿 고있다. 내직업은하늘이주신직업이었다고생각하고, 항상하나님께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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