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스트모더니즘(Post modernism)
환경설계 분야에서의 탈 근대주의는 근대주의의 지나친 보편주의와 그 결과로서의 국제주의 건축, 도시계획, 조경에 의한 역사와 지역 환경의 파괴 및 획일화에 대한 반동으로 출발하 였다. 우리는 이러한 탈 근대주의 문화에서 생겨난 새로운 디자인 양식을 포스트모더니즘이 라고 한다. 포스트모더니즘에서는 주로 모더니즘에서 소외되고 파괴되었던 가치들을 복원, 복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고 구체적으로는 역사적, 지역적 양식의 복권, 특히 장식과 그 에 포함된 인간적 의미의 부활에 기본의도가 있다. 나아가서는 모더니즘 시대에서 경멸해왔 던 다양한 주제와 효과들을 부활시키기도 했다.
2. 포스트모더니즘 조경의 계보
포스트모던 조경작품의 경향을 그 이면의 가치관과 이념을 중심으로 유형화하면 크게 다음 과 같은 세 계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중 주류는 양대 계열인 부류와, 일반적으로 별도 의 계열로 분류되지 않는 독특한 경향이지만 현재의 추세로 보아 향후 확장가능성이 많은 부류라고 하겠다.
세 부류는 다음과 같다. 역사와 지역성을 존중하는 비교적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역사주의 적, 맥락 주의적 경향’을 가지는 부류, 과거양식의 해체와 재구축을 통한 새로운 미학의 발 견이라는 면에서 진보적 성향을 가지는 ‘아방가르드, 미니멀리즘, 해체주의적 경향’의 부류 그리고 근대 이후 구분되어 왔던 장르와 형태, 양식들을 자연환경 속에서 재통합하려는 극 히 혁신적 사고를 가진 ‘탈장르와 환경 주의적 경향’의 부류이다.
(1) 미니멀리즘
근대주의의 연장으로 이해되기도 하나 근대주의의 기능주의적 측면보다는 형태와 물성 그 자체의 근원적 힘과 그것이 전달하는 직관적, 명상적 분위기를 탐닉한다는 면에서 여기서는 탈 근대주의의 한 계보로 분류하였다. 서구의 미술과 조경에서는 미니멀리즘의 기원의 한 부분을 일본 문화, 특히 '용안사 석정' 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고산수 선정원에서 찾으려는 시도도 있다. 사상의 기원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최소한의 시각요소가 주는 근원적, 명상 적 느낌은 공통점이 있으며, 서구적 표현에서 결여되기 쉬운 깊은 정신성을 이러한 동양적
발상을 통해 찾으려 하는 것이다. 실제 피터 워커나 마사 슈월츠, 이사무 노구치, 스즈키 쇼 도 등 미니멀리즘 조경 작가들은 용안사의 기본 패턴이나 개념들을 자기 작품에 재해석해서 이용하고 있다.
(2) 해체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 진보주의 성향으로 기존의 이성 주의적, 구조주의적 형식 미학으로부터의 탈피, 혹은 전면적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주로 건축과 조경의 관계에 서 해체를 적용한 사례가 많으며 베르나르 츄미, 사이트 그룹, 암바스 등이 대표 작가이다.
3. 포스트모더니즘 조경가들의 디자인 패턴 (Design Pattern)
(1) 기본도형, 포인트 그리드, 평행선과 임의 사선 - 아방가르드 계열
이것들은 포스트모더니즘 조경설계 중에서도 강한 형태적 특징을 의도하는 계열들인 미니멀 리즘, 해체주의 등 아방가르드 계열에서 주로 사용하는 형태언어들이다. 이들 계열은 이념 적으로는 모더니즘의 기능주의나 형식미학을 거부하고 있으나, 형태적으로는 모더니즘에서 즐겨 사용하던 시각적으로 강한 환원적 형태들(기본 도형)을 선호한다. 그러나 기본도형의 사용에 있어서 모더니즘적 형식미학(비례, 균형 등)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이러한 원칙을 벗어나거나 이들 형태들 간의 임의적 중첩에 의한 우연한 효과를 노린다. 그들의 주장에 의 하면 이러한 탈 형식 미학적 시각 효과를 통해서 새로운 '낯설음' 의 미학적 효과를 얻어내 려 한다." 는 것이다.
① 포인트 그리드
그리드가 모더니즘의 기본 도상이었다면 포인트 그리드는 모던 그리드의 변형이자 포스트모 더니즘의 기본 도상이다. 점이 길이와 면적을 부정하고 단지 위치만 나타내듯이 포인트 그 리드는 서로 균등한 위치관계를 통해서 중심을 부정한다. 중심과 주변을 등가치화 하고 공 간의 무한확대를 표현하며, 모더니즘의 형태분석 이론인 점, 선, 면 사이의 위계적 구조를 해체하려 한다.
② 평행선
포인트 그리드와 함께 대지의 평면성을 강조한다. 미니멀리즘 회화가 평행선을 통해 화면 그 자체의 물리적 평면성을 확인, 강조한 바와 같이 미니멀리즘적 조경은 대지에 평행선의 패턴을 그려넣음으로써 대지 자체가 갖는 평면성 내지 평면적 '물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건 축물의 강한 수직성에 대해 형태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려 한다.
③ 임의사선
고전주위에서 사용되던 '축'의 변형이다. 애매한 각도 때문에 평론가들 사이에서 '칵테일 스 틱' 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하였다. 고전주의 축이 대칭적 질서의 기준선으로서 공간적 통일 과 위계질서를 구축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 임의사선은 전체공간을 지배적으로 관류하면서도 부분공간들을 전체질서에 종속시키지 않고 대신 주변요소들과의 임의의 중첩을 통해 연속된 우연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
즉, 이들의 기본도형과 포인트 그리드, 평행선, 임의 사선 등은 형태와 공간의 어떤 예측된 질서 내로의 '수렴' 보다는 중심을 부정하고 예기치 않은 만남을 향한 '확산'을 기도한다는데 공통점이 있다.
(2) 패러디(parody), 상호 침투, 경계의 층화(layering), 희미한 경계-반 형태주의
주로 반 형태주의(경험주의, 낭만주의, 맥락주의) 계열의 전략에 사용되는 설계언어들이다.
이들은 모더니즘의 주된 목표였던 명료한 형태와 의미를 거부한다. 즉 공간이나 형태가 주 된 시각적 대상으로서 주변 환경을 지배하는 것보다는 주변경관에 침투, 확산, 융합되는 맥 락 주의적 사고를 중시한다.
① 패러디 (parody), 상호침투
형태를 이루는 기본요소인 중심과 경계 모두를 부정하며, 보다 적극적으로는 상호 이질적인 역사적, 지역적 양식을 동시에 패러디하여 중첩 혹은 병치시키고 이들 간의 형태적 충돌에 의해 우연하고도 애매한 의미가 발생할 것을 기대하기도 한다. 나아가 모더니즘 시대에 분 리·정착된 각 문화영역 사이의 경계까지도 해체하여 상호침투 혹은 융합을 시도한다. 예를 들어 츄미의 라빌레뜨 공원에서는 문학, 철학, 영화 등의 개념들이 상호 넘나들며 이용되고, 사이트나 암바스의 작품에서는 조각, 조경, 건축, 도시의 언어들이 서로 융합된다.
② 경계의 층화
시각적 경계요소의 약화나 희석을 의도한다. 경계의 층화라는 것은 부지경계 혹은 부지 내 부의 각 공간 간의 경계에 명확한 경계선을 없애고 그 대신 복수 층의 점진적 경계요소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희미한 경계라는 것은 근대주의에서 형태의 강조를 위해서 공간 사이의 경계요소를 과장하던 것을 거부하고 점진적 변화로 이에 대신한다는 것이다.
모더니즘이 자연과 사실의 세계를 구조적으로 분류하여 이들 간에 인위적 경계를 설정하고 상호 분리하려는 세계관을 가졌었고, 그 결과 모든 공간과 형태에 명확한 경계를 강조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관행이 주변 공간맥락과의 형태적, 사회적 단절을 가져 왔었다면, 포스트 모더니즘의 설계언어는 이러한 뚜렷한 경계를 부정하고 해체하려 한다. 즉 경계의 층화를 통해서 내부와 외부의 이원적 구조를 희석하고 근대 환경설계의 대표적 가치였던 명료한 가 시성을 의도적으로 약화시킨다. 부수적으로는 경계의 중첩에 의해 깊이감이 창출되고 주변 경관과의 융합감이 증가하는 효과도 갖게 된다.
③ 희미한 경계
조경설계의 요소 중 경계요소를 시각적으로 불분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에크보 등 근대주의 작가의 작품에서 경계(녹지와 포장면, 수면 등 재료와 공간의 경계선)는 아주 중요한 설계 요소로서 입체파적인 표면굴곡의 강조와 명확한 공간분리를 위해 실제 이상으로 과장되어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포스트모더니즘 설계에서는 이러한 명확한 경계를 종종 의식 적으로 희미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설계언어는 최근의 생태학적 가치관을 반영하 고 있기도 하다. '자연에는 경계가 없다.'는 말은 생태학적 대전제로 자연 공간 사이에 잠정 적 경계나 점진적 변화는 있을지언정 완전한 이질적 요소로 구분하는 경계는 없다는 뜻이 다. '희미한 경계'는 작품 속에서 이를 형태적으로 실현하고 있으며, 그를 통해 '다양성이 통 일성보다 복잡성이 단순 명료함보다 우월하다'는 생태학적 미학을 달성하려고 한다.
4. 주요 작가와 작품
(1) 조지 하그리브스
하그리브스가 조경을 통해서 추구하는 것은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더 큰 주변 환경을 연결시켜 주는 것.
-둘째, 물의 흐름, 바람의 움직임, 빛의 변화와 같은 자연의 현상.
-셋째, 인문학적인 탐구.
하그리브스는 이 세 가지를 한데 엮어 사용함으로써 조경을 통해 자연과 문화의 진정한 의 미를 표현하려 한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 조경의 대표적 이론가이자 작가이기도 한데 SWA 재직 당시 포스트모더니즘 조경에 관해서 거의 효시가 될 만한 논문을 미국조경가협 회지(Landscape Architecture)에 발표하였다. 여기서 그는 "포스트모더니즘 조경은 고정된 양식을 거부(style-free and free-style)하며 양식 대신에 문화적, 형태적 맥락(context)을 중시하고, 그에 따라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조경가는 근대주의적 '그리드' 대신에 '지도 (map)'에 밀착해야 한다." 고 주장하였으며 그 스스로도 맥락주의, 해체주의, 생태주의 등 폭넓은 사조에 걸친 실험적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작품을 표현할 때도 포스트모던 건축가들 과 대지예술가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었으며, 환경공원의 개념으로 설계된 작품에서도 환경과 생태를 직접적으로 복원하거나 묘사하지 않고 이를 상징적, 은유 적으로 처리하였다.
- 작품 소개 : 크리시 필드(Crissy Field)(미국)
미국 제6 육군기지인 프레시디오(Presidio)를 국립공원으로 변모시킨 곳이다. 습지와 사구 로 형성된 자연 경관의 복원과 재생을 꾀하였으며 평탄한 부지에 의도적인 지형을 조작하여 강풍에 대처하는 한편 대지 예술적 효과를 냈다. 시민의 다양한 레크리에이션 활동과 역동 적 환경이 어우러짐으로써 부지의 역사적 맥락을 극대화시키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의 금 문교와 어우러지는 경관은 새로운 랜드 마크로 부상하고 있다. 크리시 필드는 골든게이트 국립 레크리에이션 지역과 결합되는 광역 녹지 체계를 이루고 있다.
(2) 피터 워커
그의 아내인 마샤 슈와르츠(추상화가이자 미니멀 조각가)와 함께 대표적인 형태주의 작가이 다. 이들은 미니멀아트류의 작품 성격 때문에(미니멀아트는 일반적으로 모더니즘의 연장으 로서 레이트모던 양식으로 봄) 레이트모던 작가인지 포스트모던 작가인지에 대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어 왔다. 그러나 이들의 작품 성향이 모더니즘적 합리성보다는 직관에 의존하고, 기능보다는 시각적 예술성이나 상징성을 작품의 주된 목표로 하고 있다는 데서 보통 포스트 모던 계열로 분류한다. 추상화가였던 아내의 영향으로 건축형태에 대응한 만한 강한 시각적 효과의 형태주의 작품을 추구해 왔으며 스스로 르노뜨르의 고전적 작풍, 미니멀리즘 조각의 설치 미술적 성격이 자기 작풍의 기조가 되고 있다고 술회하고 있어 형태주의 작가임을 분 명히 했다 또한 자기 작품 구상의 주개념을 미니멀리즘 조각의 '일관성', '평면성', '연속성' 에 두고 있다고 하였다.
(3) 베르나르 츄미
'21세기 공원'이라는 주제로 현상 공모되었던 '라빌레뜨' 공원설계의 당선작가로서 일약 주 목받게 되었다. 이 작품에서는 기존의 도시와 건축, 공원을 다르게 보는 고정관념에 대해
근원적 의문을 던지면서 이들이 상호 융합된 새로운 도시공원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이 '라빌레뜨' 공원은 해체주의 건축·조경의 대표작으로 인식되고 있다.
- 대표 작품 : 라빌레뜨 공원
베르나르 츄미는 조경에 있어서 처음으로 점, 선, 면의 층위구조를 도입한 인물이다. 라빌레 뜨 공원에서 보여지는 점은 120m x 120m 의 그리드로 배열된 붉은색 건축물, 선은 동서 남북을 잊는 동선과 산책로이며 면은 흙이나 잔디로 포장된 광장이나 녹지로 표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