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responding author: Jin-Seon Kim, Dept. of Environmental Landscape Architecture, Cheongju University, Cheongju 360-764, Korea, Tel.: +82-43-229-8507, E-mail: [email protected]
모더니즘 이전 조경에 나타난 촉지적 지각 양상
- 역사적 전개 과정을 중심으로 -
김진섭*․김진선**
*
청주대학교 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청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
The Haptic Perception Aspect shown in Landscape Architecture before Modernism
- Focused on Historical Development Process -
Kim, Jin-Seob*․Kim, Jin-Seon**
*
Dept. of Environmental Landscape Architecture, Graduate School of Cheongju University
**
Dept. of Environmental Landscape Architecture, Cheongju University
ABSTRACT
In the West, of the body's five senses sight is considered the most important but Ocular-centralistic thinking contains many issues. Privileging the subject and inhibiting interaction with the other senses, Ocular-centrism limits the experience of the world to the visual area. However, experiences can be understood as ‘touching' various forms and are related to touch. With the heightened interest in the multi-sensuous side of the body contrary to Ocular-centrism, the intervention of the body in the external space has become an important issue in modern landscape architecture. This study explores the possibility of the haptic perception system that causes the active experience of a subject. Haptic perception plays a catalytic role leading an active experience of the subject and the subject experiences a sense of place through such haptic perception. By revealing what was known through the sense of touch through the concurrency and interaction of the various senses, haptic perception draws active participation.
The haptic perception system has been studied in various fields but has not been studied in the field of landscape architecture. Thus, this study discusses the aspect of haptic perception limited to landscape architecture shown before modernism. In a discussion on haptic perception, the concept of haptic perception is clarified through previous study reviews and literature and the characteristics of haptic perception are derived. Then, the problems of the Ocular-centrism system and the need for haptic perception are discussed. In the historical development process of haptic perception, the change process of the scopic regime is examined chronologically and the ways in which Ocular-centralistic thinking and anti-Ocular-centralistic thinking have been projected on the architecture and landscape architecture of each age are studied via literature and cases studies. The impact of the scopic regime on the landscape architecture field in the historical change process is examined.
Key Words: Scopic Regime, Ocular-Centrism, Anti-Ocular-Centrism, Tactile
국문초록
서구에서는 인체의 오감 중 시각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나, 시각중심주의적 사고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시각중심주의는 주체를 특권화하며, 다른 감각들과의 상호작용을 억제하면서 세계에 대한 경험을 시각 영역에 한정한다. 그러나 경험은 다양한 양식의 ‘만짐’으로써 이해될 수 있으며, 감촉성과 관련이 있다. 현대조경에서는 시각중심 주의에 반하여 신체의 다감각적 측면에 관심이 고조되면서 외부공간에서 신체의 개입이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본 연구는 주체의 능동적 체험을 촉발하는 촉지적 지각 체제에 대한 가능성을 탐구한다. 촉지적 지각은 주체의 능동적 체험을 이끄는 촉매적 역할을 수행하며, 이러한 촉지적 지각을 통해 주체는 장소성을 체험한다. 촉지적 지각은 다양한 감각의 동시성과 상호작용을 통하여 촉각을 통해 알고 있던 것을 드러냄으로써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낸다.
촉지적 지각 체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었으나, 조경 분야에서는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는 모더니즘 이전에 나타난 조경에 한하여 촉지적 지각의 양상에 관하여 논하고자 한다. 촉지적 지각에 대한 이론적 배경에서 는 선행연구 및 문헌 고찰을 통하여 촉지적 지각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촉지적 지각의 특성을 도출한 연후, 시각중심주의 체제의 문제점과 촉지적 지각의 필요성을 논하다. 촉지적 지각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는 시각 체제의 변화 과정을 시대순으로 살펴보며, 시각중심적 사고와 반-시각중심적 사고가 각 시대의 건축과 조경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를 문헌 및 사례를 통하여 고찰한다. 이후, 시대적 변화 과정에서 시각 체제가 조경 분야에 미친 영향을 고찰한다.
주제어: 시각 체제, 시각중심주의, 반시각중심주의, 촉각적
Ⅰ. 서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인간의 시지각행위는 단순히 눈에 보여지는 것을 받아들여 기록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그 물체의 특징을 구성, 종합하여 심지어는 변형, 각색을 통해 새롭게 재편집하는 제2의 완성행 위까지도 포함하는 하나의 독립된 창작행위로 이해될 수 있다 (Arnheim, 1980). 즉, 시지각 행위는 하나의 판단행위로써 관 찰자의 정신적, 심리적 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총체적 시각적 영역(total visual field)'의 세움을 뜻하며, 이렇게 형성되는 총 체적 시지각적 영역은 바로 그 관찰자가 세상을 인지하고 해석 하는 사고의 틀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게 된다(Gombrich, 1984).
오랫동안 인간의 감각 중 시각은 철학, 예술, 종교 등에서 주도 적인 위치를 점하여 왔다. 특히 서구의 경우, 14세기 르네상스 이후 시각에 대한 특권은 강화되고, 이성에 특권적 권위를 부 여하면서 시각중심주의적인 사고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이 러한 시각중심주의적인 사고는 공간을 균질적으로 파악하고, 공 간을 추상화함으로써 비경험적 응시를 유도한다. 이로 인해 공 간과 인간은 밀접한 관계를 맺지 못하며, 주체는 공간의 체험 에서 다른 감각을 배제하게 된다. 또한, 개인을 가시적 세계 속 에서 일정하게 위치지음으로써 시각적 주체를 구성하고, 주체 는 자아(自我)를 세계에서 분리시키며 대상화 한다. 신체와 분 리된 주체는 비성찰적이며 다른 감각과의 소통은 억제된다.
그러나 주하니 팔라스마는 시각이 특권을 가진다고 해서 이
것이 반드시 다른 감각의 후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 다. 그에 의하면 시각은 다른 감각의 양상들(modalities)을 포 함할 수도, 심지어 강화할 수도 있다(Pallasmaa, 2012: 41). 시 각은 다른 감각과의 협력을 원하며 눈은 만질 수도 있다고 그 는 주장한다. 이러한 눈의 지각은 바라보는 관조적 시선이 아 니라, 체험자로 하여금 장소에서 구체적인 체험을 유도하는 능 동적 기능을 가진다.
최근 조경 분야는 가시적 형태 장식에만 치중한 한계를 극복 하기 위해 현상학적 관심과 장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 체의 참여, 작동하는 경관, 오브제에서 장(field)으로, 비결정성 에 의한 역동성 등을 추구하고 있다. 현대 조경은 표면적으로 연속적인 경관을 다루며, 시간에 따른 프로그램적, 사회적 변화 와 도시 활동의 복잡한 진화 단계를 조직하는 매체로서의 역할 을 수행한다. 이처럼 현대조경의 흐름에서 신체의 능동적인 참 여는 중요한 요소인데, 이러한 신체의 능동적 참여는 시각적 접촉에 의해 수반되어진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러한 시각적 접 촉(haptic)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고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서구를 중심으로 전개된 시각중심주의를 비 판적으로 검토하고, 촉지적 지각의 특성이 역사적 진행과정에 서 어떻게 변형되고 각색되어 왔는지를 탐구하고, 조경 분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고찰하는데 있다.
2. 연구의 방법 및 범위
본 연구는 질적 연구(qualitative research)
1)방법론에 기초
하며, 수용미학(Reception theory)
2)적 측면을 강조하는 촉지적 지각에 대한 해석학적 접근(interpretive approach)을 시도하였 다. 본 연구의 진행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촉지적 지각에 대한 이론적 배경에서는 선행연구 검토를 통해 본 연구의 차별 성에 대해서 논하고, 촉지적 지각의 개념 및 어원을 살펴봄으 로써 광학적(optical) 시각, 촉각적(taccile) 시각과 구분되는 촉 지적(haptic) 지각의 개념에 대해 고찰한다. 이후 선행연구 및 개념고찰을 통해 시각중심주의의 문제점과 촉지적 지각의 필 요성을 도출한다. 둘째, 촉지적 지각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는 시각중심주의와 이에 대항하는 촉지적 지각을 고대, 중세, 르네 상스, 바로크 시대의 건축 및 조경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마지 막으로 촉지적 지각이 조경에 미친 영향을 알아봄으로써 촉지 적 지각과 조경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고자 한다.
연구의 시간적 범위로 모더니즘 이전
3)의 조경에 한하였다.
‘모던’은 대략 18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의 시기를 지칭하며, 본 논문에서는 1860년대 이전 시기를 대상으로 한다. 모더니즘 이후의 조경은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어, 별도의 연구가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모더니즘 이전의 조경에 한하여 연 구하였다
4). 공간적 범위는 서구 유럽으로 한정하며, 내용적 범 위는 모더니즘 이전 서구 유럽의 건축․조경 양식에 나타나는 시각적 전개 과정을 통시적(diachronic)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Ⅱ. 촉지적 지각에 대한 이론적 배경
1. 선행연구 고찰
‘촉지적 지각(Haptic Perception)'은 최근 온라인 미디어에 대 한 예술계의 최근 관심에서 비롯(Lynch, 2013)되었다. 건축 분 야에서도 건축 표피에 미디어를 수용하면서 다양한 연구가 진 행되고 있다. 건축에서 촉지적 지각의 연구는 두 가지 양상으 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양상은 후기구조주의적 입장에 서 들뢰즈의 생성철학에 바탕을 두고 건축 표피의 다양한 가능 성에 초점을 맞춘다. 두 번째 양상은 현상학적 입장에서 신체 의 경험과 감각의 동시성을 강조한다
5). 이러한 구분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나, 두 그룹간의 미묘한 차이가 형성되어 있다.
전자는 표피의 잠재성 드러내기, 미디어를 활용한 매체적 특성 부여, 물성의 변화에 따른 시간성의 표현 등으로 나타나며, 시 각적 복잡성으로 형태적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반면, 후 자는 건축에서 느껴지는 신체의 감각에 주목한다. 즉, 건축공간 에서 체험되는 신체적 감각에 초점을 맞추어 즉물적인 재료의 사용 및 감정 변화에 따른 색채의 조절, 빛을 이용한 음영기법 을 통해 표현되며, 시각적 특성은 전자보다 두드러지지 않으나, 공간에서의 체험은 전자보다 극적이다.
조경 분야에서는 촉지적 지각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있지
않아 본 연구에서는 연구 주제와 관련성이 높은 최근 인접 분 야의 논문을 고찰하였다. 후기구조주의적 입장에서 촉지적 지 각에 관한 연구로는 Jeon and Kim(2008)이 연구한 현대건축의 표면에 나타난 시각적 촉각의 표현기법에 관한 연구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시각적 촉각을 형태, 텍스처, 색채로 구분하여 연 구하였다. Aha et al .(2009)는 현대건축의 표피 디자인 기술에 관한 연구에서 존재의 미학과 시각적 효과로 구분하여 연구하 였다. 현상학적 입장에서는 Park(2013a), Park(2013b)이 촉지 적 지각을 연구하였다. Park(2013a)은 영화적 지각방식을 건축 분야에 응용하여 건축 내부의 촉지적 지각 방식에 관한 연구와 건축가 조성룡의 작품을 중심으로 촉지적 지각을 통한 시간성 에 관한 연구
6)를 진행하였다. Park(2013b)은 페터 줌트르 건 축에 나타나는 촉각적 시각 현상에 관하여 연구하였다. 기타 Seo(2013)은 촉지적 공간에서 감성적 특성에 관한 연구에서 거 리에 따른 시각적 거리와 촉지적 거리를 구별하고, 이에 따른 감성적 특성을 연구하였다.
최근에 연구된 일련의 연구는 촉지적 지각의 가능성을 탐구 하고, 철학 및 미학에서의 촉지적 지각에 관한 고찰은 이루어 졌으나, 촉지적 지각에 대한 용어의 혼선 및 역사적 전개 과정 에서 촉지적 지각의 변화 과정에 대한 연구가 미비하고, 시각 중심주의 체제와 촉지적 지각의 체제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밝 히지 않고 있다. 또한, 기존 연구는 건축․예술 분야에서 주로 연구되고 있다. 조경분야에서는 외국에서 촉지적 지각에 관한 몇몇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국내 조경분야에서는 이루어 지고 있지 않다. 인간의 다양한 감각을 꾀하는 역동적 시각 개 념인 촉지적 지각은 외부공간 활동에서 더욱 중요하다. 촉지적 지각은 감각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공간’을 ‘장소’화 한다. 건 축과 조경, 도시설계와의 경계가 모호해져가는 시점에서 조경 역사를 촉지적 지각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인식의 전환과 담론 의 전개가 필요하다.
2. 촉지적 지각의 개념
햅틱(Haptic)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만지다(aptô)’라는 의미 의 그리스어 ‘Haptesthai’에서 유래된 단어로 ‘촉각의, 만지는’
이라는 형용사적 의미로 사용된다. 촉각과 관련된 용어로는 사
람의 촉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로 손가락과 팔 등 근감
각(mascular sensation)을 통해서 만지고 있는 환경을 느끼는
과정을 가리키는 ‘운동감각(kinesthetic)’과 피부의 직접적인 접
촉을 통해 환경을 느끼는 과정을 가리키는 ‘촉각의(tactile)’이
라는 단어가 있는데, ‘촉지적(haptic)’이라는 개념은 위의 두 단
어의 의미를 포함하며, 촉각과 관련된 모든 감각을 수용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즉, 촉지적 지각이라 함은 만져서 인지한
다는 운동감각과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서 인지하는 감각을 포
함하며, 시각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개념이다. 박영욱에 따르면 촉지적 지각은 광학적인(optical)시각과 촉각적인 시각 을 통합하는 개념이며, 전통적인 3차원적인 공간성을 파괴하며, 물리적이고 객관적인 공간이 제거되고, 감각적인 체험을 가능 하게 하는 지각이다(Park, 2009: 35). 조지 버클리는 촉감과 시 각을 연계하면서 시각은 촉각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하였다.
촉각으로부터 분리된 시각은 ‘거리, 외부성(outness), 깊이(pro- fundity)를 전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공간이나 몸을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Houlgate, 1993: 100)'. 우리 의 시각은 사물의 표면과 윤곽을 쓰다듬으면서 무의식적으로 촉감을 이용하여 사물의 성향을 파악하고, 촉각을 통해 알고 있던 감각을 드러나게 해준다. 이러한 지각 과정을 촉각적(tactile) 지각이라고 할 수 있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촉각적(tactile)'과 다른 ‘촉지적(haptique)' 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광학적 공간과 구별되는 “촉각적 공간”
또는 오히려 “촉지적 공간”이라는 개념이 있다. 여기서 촉각적 이라는 말보다 촉지적이라는 말이 더 적절한 이유는 이 촉지적 이라는 말은 두 감각 기관을 대립시키지 않고, 오히려 눈 자체 가 이러한 광학적 기능 이외의 기능을 가질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Deleuze and Guattari, 1980: 938).'라고 하면서 촉각 적이라는 용어보다 촉지적 이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한 다. 들뢰즈에 의하면 ‘촉지적’ 개념은 눈의 시각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촉각적이고,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기능까지 함축한다.
촉각적/촉시적 지각은 촉각과 시각이 결합되는 개념으로 이해 되는 반면, 촉지적 지각은 ‘눈’을 통해 사물의 표면을 ‘만짐’과 동시에 촉감, 운동감각, 고유 감각이 대립되지 않고 동시에 작 동하는 개념이다. 그리하여 ‘이때 바라본다는 것은 실제로 만져 보는 것으로, 즉 일종의 운동 행위로 변형된다(Hildebrand, 1918:
20-21)’. 이러한 촉지적 지각은 눈에 의해 읽혀지는 시각적 정 보를 신체의 감각기관과 중첩되고, 동시에 전이되어 공감각적 지각의 특성을 가지게 된다. 즉, ‘촉지적 지각’은 망막에 맺혀 있는 형태가 공간적으로 변형되고, 몸에 의한 경험들로 변형되 면서 정신적 작용과 연결된다. 이러한 촉지적 지각은 지속적으 로 움직이며 파악하는 지각작용이며, 신체의 행위를 유발하는 시각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촉지적 지각은 신체를 둘러싼 외부 환경을 시각을 통해 즉각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점차적 으로 파악해가는 과정적인 지각이라고 할 수 있다.
3. 시각중심주의 체제의 문제점과 필요성
시각 중심적인 사고는 대상과의 거리 두기를 기본으로 한다.
대상과 떨어져서 바라보는 원거리적 지각은 주체를 특권화 하 고, 신체에서 시각을 분리하는 경향이 있다. 눈이 가진 헤게모니 가 점진적으로 커지면서, 서구에서는 자아의식(ego-consciousness)
이 성장하고, 자아와 세계의 분리 또한 갈수록 심해졌다. 다른 감각들이 우리를 세계와 결합시키는 반면, 시각은 우리를 세계 와 분리시킨다(Pallasmaa, 2012). 이렇게 신체에서 분리된 시 각은 비성찰적 사고를 유발한다. 비성찰적 사고는 현대의 건축 과 도시를 비인간적인 눈이 우세한 가운데 다른 감각을 억제하 고 통제하는 상황을 초래하면서 무관심, 소외감, 외면성 등의 결과를 초래하였다. 무관심, 소외감, 외면성은 도시에서 장소성 을 앗아간다. 장소성을 상실한 공간은 획일적이고 보편적인 공 간만을 창출할 뿐, 인간의 심리와 정서를 반영하지 못한다. 월 터 J.옹의 주장에 의하면 청각에서 시각으로 지배권이 넘어가 면서 상황적 사고방식(situational thinking)이 추상적 사고방식 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공간의 추상화는 주체가 세계와 대상 을 바라보는 방식을 균질적 공간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신체 와는 무관한 공간을 추구하는 결과를 낳았다. 추상화된 균질적 인 공간은 뉴턴의 절대 공간론과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절대 공간의 개념은 공간이란 외부의 사물들에 대해서 독립적이며 항상 균등하고 운동하지 않으므로 불변적이라는 사실을 주장 한다. 뉴턴의 절대공간은 공간의 고유한 현존성과 공간 속에 포함된 사물들과는 분리되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Schroer, 2006: 36).’
르네상스 및 산업혁명과 더불어 시작된 근대성은 일반적으 로 철저히 시각중심적(Ocularcentric)
7)이다. 맥루한(M. McLuhan) 과 옹(W. J. Ong)의 주장에 따르면 망원경과 현미경이 발명되 면서 시각적인 것에 대한 특권을 부여하는 것을 부추겼다면, 인쇄술의 발명은 그러한 특권화를 뒷받침해 주었다(McLuhan, 1964). 서구 사상에서 특권화 된 감각으로 위치 지워졌던 시각 은 단순한 감각상의 지위를 넘어 일정한 인식론적 지위를 획득 하게 되고, 이러한 시각을 중심으로 한 근대성의 인식론은 다시 사회적, 문화적인 여러 흐름으로 확장하게 된다(Jang, 2006).
그러나 역설적으로 근대라는 시간은 다양한 시각양식을 실험 하는 무대가 되기도 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균형이 잡힌 프 레임, 투시적 깊이감과 같은 개념들을 폐기하였다. 폴 세잔 (Paul Cezanne)은 ‘세계가 우리를 만지는 방식을 시각화’하기 를 갈망하였고, 입체파 역시 단일 초점을 폐기하고, 반응적이며 주변적인 시야와 촉각에 의한 경험을 강화한다.
마틴 제이는 모더니티의 시각모델을 비판하면서 모더니티의
시각 체제를 ‘시각적인 이론들과 실천들이 조화롭게 통합된 복
합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같은 이론들과 실천들이 서로 경쟁
하는 지형(Jay, 1998: 23)’으로 파악한다. 그는 근대라는 시대
에는 적어도 세 가지 시각 모델-시각 모델, 묘사 모델, 바로크
시각 모델-이 공존하며, 경쟁하는 관계로 파악한다. Table 1은
마틴 제이의 세 가지 시각 모델에 대한 주요 차이점을 보여준
다(Table 1 참조). 그는 묘사 모델과 바로크적 시각 모델이 당
시 특권적 지위를 누리던 데카르트적 시각주의에 저항했다고
Main category Division Visual model Description model Baroque visual model Context Viewpoint ․Cartesian perspectivalism ․Topographical ․Opposed to the traditional
Worldview ․Rational(scientific) worldview ․Rational(scientific) worldview ․Eros worldview
View
Viewpoint ․Single viewpoint ․Rejected privileged viewpoint ․Crooked viewpoint Visual ․Male-centered visual ․Male-centered visual ․Female visual
Gaze ․Non-empirical gaze ․Empirical gaze ․Interaction with experience
Space
Boundary ․Clarity - ․Ambiguity, vagueness
Regularity ․Mathematical regularity ․Mathematical regularity ․No regularity
Plane ․Flat, closed ․Flat, open ․Complex, open
Mirror ․Reflection mirrors ․Reflection mirrors, anamorphosistic
mirror ․Anamorphosistic mirror
Standing reserve ․Standing reserve ․Various standing reserve ․Standing reserve in place
Sense
Participation of
sensory ․Exclude the involvement of other
sensory ․Does not exclude the involvement of
other sensory ․Involvement of sensory (Visual+auditory+tactile)
Embodiment ․Disembodiment ․Disembodiment ․Embodiment
Emotions ․Cool emotions - ․Madness, thrill
Sexualization ․De-sexualization ․Sexualization ․Sexualization
Philosophy
Idea ․Abstract, ideological ․Fragmentariness, details ․Tactile, haptic-visual Representative ․Representative possibility ․Representative possibility ․Unrepresentability
Aesthetics ․Beauty - ․Sublime
Subject ․Transcendental subjectivity ․Transcendental subjectivity ․Autonomous subjectivity
Text ․Decipher ․Decipher ․Impossible to decipher
Narrative ․Deconstruction narrative ․Narrative ․Narrative Textualization ․De-textualization ․Textualization ․Textualization
Ethics ․Bourgeois ethics ․Bourgeois ethics ․Bourgeois ethics Source: Jay, M. 1998: pp 3-23. Author edited.
Table 1. The main difference between the three visual system of Martin J.
주장한다. 바로크적 시각 모델은 ‘근대라는 시대 전체에 걸쳐 지속적으로 존재해온 어떤 시각적 가능성’을 제시하는 모델이 며, 데카르트적 시각주의에 대항하는 가장 중요한 대안 시각 모델로 여긴다. 그러면서 바로크적 시각이 가지고 있는 촉각적 혹은 촉감적 성질에 주목한다. 바로크적 시각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우리 ‘눈에 비치는 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시대에 마침내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 시각 체제를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그것은 아마 뷔스-글룩스만이 바로크와 동일시한 “시각의 광기”일 것이다.’라고 주장한다(Jay, 1998:
50-55). 제이가 주장하는 바로크적 시각모델은 촉지적 지각적 지각의 특성을 갖고 있다. 즉, 모호함과 복잡함, 왜곡으로 느껴 지는 낯선 느낌은 시각에게 다른 감각과의 협력을 요청한다.
미술사학자 케네스 클라스(Clark, 1960: 16-17)의 언급처럼 순 수하고 미학적인 감각 작용의 즐거움이란 그리 오래 가지 않기 때문에 눈을 무의식적으로 묶어두는 촉지적 지각은 필요하다.
‘눈을 붙들어놓지 않는다면 아무리 강렬한 풍경도 덧없이 흘러 가고(Tuan, 1974: 147)’말기 때문이다. 촉지적 지각은 시간의 연속적 흐름 속에서 경관의 변화를 지각하는 과정적인 체계인
동시에 공간에서 장소를 극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동태적인 시 각 체계이다.
Ⅲ. 촉지적 지각의 역사적 전개 과정
특정한 시대, 특정한 사회는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세계 를 바라보는 일정한 ‘보는 방식(way of seeing)'을 규정한다 (Joo, 2003: 19). 시각 체제(the scopic regime)
8)는 우리에게 볼 수 있는 것과 그것을 보는 방식을 미리 규정해 주며, 이를 통해 권력과 이데올로기는 말의 영역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시각적 재현들의 영역에서도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재클린 로즈에 따르면 ‘우리 이전의 역사란 결코 어 떤 단일한 시각적 공간이라는 화석화된 블록이 아니다. 왜냐하 면 그 같은 역사가 항상 어떤 불안정성의 계기를 포함하고 있 다는 점은 단지 힐끗 보고서도 알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Rose, 1986: 232-233)’. 실제 역사적으로 다양한 시각 체제들 이 존재하고 있었고, 때론 경쟁적인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마틴 제이가 주장했듯이, 근대 시기에는 시각모델, 모사모델,
바로크 시각 모델이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 발명한 투시법과 데카르트의 합리주의적 사고는 세 가지 모델에서 시각모델에 중점을 두었으며, 이러한 시각모델은 근대에 들어 과학 및 미 디어의 발달로 현대의 지배적인 시각 체제가 되었다. 그러나 적어도 르네상스 이전에는 시각모델이 중심적인 사고체계를 형성하고 있지는 않았다.
본 장에서는 역사적 흐름상에서 촉지적 지각 체제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추적한다. 특히 르네상스 이후 시각중심적 사고가 특권적 지위를 가지게 되는 배경을 살펴보고, 이러한 시각중심적 사고가 근대에 미친 영향을 고찰하고, 시각중심적 사고가 고착되어가는 과정에서 대안적 사고로 제시된 촉지적 지각 개념에 대해 철학 및 미학사에서 어떻게 다루어졌는지를 고찰한다.
1. 시각적 사고의 시작
서구 문화에서 역사적으로 시각(sight)은 가장 숭고한 감각 으로 간주되었으며, 보는 행위 자체를 지식과 연결하여 사고하 였는데, 데이비드 마이클 레빈은 모더니티와 시각의 헤게모 니 에서 ‘고대 그리스의 시작과 함께 서구 문화는 시각 중심적 패러다임, 즉 시각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시각에 중심을 둔 해 석을 지식, 진리, 실재성에 부여하였고, 이에 지배되었다(Levin, 1993: 9)’고 한다. 이러한 사고는 플라톤의 철학에서 연원하는 데, 플라톤은 시각의 창조를 인간 지성 및 영혼의 창조와 연결 시켰다. 지(知)란 ‘마음의 눈’이며, 이 눈은 이데아의 형상을 보 는 눈이다. 플라톤의 ‘이데아(idea)'란 말 자체가 ‘본다(to see)’
는 것에서 연원하며, 외양이나 의미 등의 쟁점과 결부된다(Joo, 2003: 147). 플라톤에게 있어 시각은 철학의 토대이고, 선(善) 을 인식할 수 있는 감각으로 여겼다. 그는 Timaeus 에서 “시 각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위대한 선물이며”, “윤리의 세계는 마음의 눈(the mind's eye)으로 도달할 수 있다”(Pallasmaa, 2012: 15. Re-quoted)라고 언급하며, 시각을 가장 중요한 감각 으로 여겼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시선의 우월함에 대해 말하 며, 더 나아가서 감각에 순위를 매겼다(Smith, 2007: 20-21).
그러나 그리스 문화가 시각에 특권을 부여하였다고 해서 그 리스 문화가 시각만이 모든 것을 지배한 것은 아니다. 이빈스 는 그리스 문화를 촉각적인 것으로 보는데, 그는 특히 그리스 기하학은 촉각적-근육적 직관이 지배한다고 해석한다(Ivins, 1973: 7-8). 또한, 플라톤에게 있어 조차 시각의 가치는 양면적 으로 나타나는데, 초월적인 빛의 진리이며, 마음의 눈은 그것을 볼 수 있는 데 반해, 육체의 두 눈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취하였다.(Joo, 2003: 148). 팔라스마는 그리스 건축에 대해 ‘엄 연히 촉각에 대한 감수성(sensibility)과 물질성, 그리고 권위 있는 무게감’이 있다고 하며, 무의식적이며 촉각적인 요인이 그
리스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말한다. 들뢰즈 또한 그리스 예 술을 언급하면서 그리스는 ‘원근법의 발명, 빛과 그림자의 활용 과 같은 광학 공간의 정복이 이미 시작되었다. 이 광학적 공간 은 촉각적인 가치들을 시간에 종속시키면서도 촉각적인 것에 의거하기 때문에 단순히 시각적이지만은 않다.’ 라고 말하면서
‘그리스 공간은 촉각적-광학적 공간’이라고 주장한다(Deleuze, 1968: 145-146). 즉, 그리스 문화는 시각과 촉각이 혼재되어 있 는 시각 체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문화는 그리스 건축에 투영되어 나타난다. 소피아 사라 는 파르테논과 에렉테리온의 상보적인 관점에 주목하면서 파 르테논은 ‘형식적이고 정형적이었으며, 물리적인 조직과 조각 적 내러티브를 하나의 총체적인 효과로 통합시킨’ 건물인 반면, 에렉테리온은 ‘전통에 제동을 걸면서, 다양한 오브제들과 종교 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을 현저하게 불규칙한 외양과 결합하였 다’고 말한다(Psarra, 2008: 25). 즉, 파르테논
9)은 내러티브의 의미적 표현 수단으로서 시각적인 건축이며, 에렉테이온은 내 러티브가 해석적 변이로 향해가는 수단으로 다양한 신화적 표 현 형식을 장식에 지속시키는 촉지적 건축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Figure 1a, b 참조).
파르테논이 시각적 사고가 우위를 점하는 건축이라면 김나 지움(gymnasium)
10)의 일종인 아카데미아(Academia)
11)는 시 각적 사고가 우위를 점하는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이 문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Let no one who is not geometer enter!)’라는 명문은 시각적이며, 이성적인 가치 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김나지움(gymnasium)의 일종인 아 카데미아의 중정 정원 양식은 ‘클로이스터(cloister)’의 모태가 된다. 반면, 에피쿠로스
12)의 정원학파(Garden School)은 촉지적 지각에 가까운 정원으로 볼 수 있다. 이 정원에서 에피쿠로스와 그의 제자들은 과일과 야채를 키우는 키친가든(kitchen garden) 을 운영하였다. 그는 정원을 가꿈으로써 자연의 성장과 쇠퇴의 상호 연결성을 드러내고, 삶의 유한성과 함께 하는 삶을 누리는 쾌락을 체득하게 하였다(Harrison, 2008: 110-111). 아카데미아 가 유토피아(Utopia)적 이상향을 꿈꾸는 시각중심적 정원 양식 이라면 가든스쿨은 현실의 삶과 가까운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13)를 중요시하는 촉지적 정원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로마는 그리스의 문화를 이어받아 시각적 질서를 사용하였
는데, 이는 기하학적 질서였다. 로마인들의 기하학의 원칙은 이
론상으로가 아니라, 자신의 육체로부터 감지했다. 리글은 로마
의 판테온을 설명하면서 “판테온에 들어서서 첫 부분에 바닥을
보면, 둘러싼 벽이 원형을 이룸을 깨닫고, 깊이와 폭이 동일해
야 할 것으로 결론짓는다. 이렇게 하여 경계를 이루는 면들을
통해 관찰자에게 통일성의 촉각적 느낌(tactile feeling of unity)
이 불러일으켜진다(Riegl, 1901: 31)”라고 하여 판테온 내부에
서 지각되는 촉각적 지각에 대해 언급한다(Figure 1c 참조).
a: Goddess column of Erechtheion
b: Temple of Parthenon
c: Pantheon, Rome Figure 1. Ancient Greece architecture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리스시대에는 시각적 사고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은 철학 및 미학사에 한하며, 사회 전반적으로는 시각 문화가 특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스 문화를 이어받은 로마 또 한 그리스인보다 더 시각적 속성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전체적 으로는 시각중심적 문화가 아니었다. 비록 고대에 원근법의 몇 몇 요소가 나타나긴 하지만, 고대인은 이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2. 청각적 구술문화
초기 기독교는 기독교를 전파하는 과정에서 시각의 중요성 을 깨달아가면서 성화나 조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일반적 으로 중세 시대는 시각을 다른 감각보다 아름답고, 강력하고, 진실하며, 독실하다고 여겼다. 13세기,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시선에 대해 금욕적이고 종교적인 권위를 부여하였다. 그에게 있어서 ‘최고로 완벽한 지적 본질의 기쁨은 신의 시각으로 보 는 데 있는 것’이지 ‘후각, 촉각, 미각이나 청각’에 있는 게 아니 었다. 중세 시대는 전반적으로 시각이 우위를 점하는 문화였다.
그러나 중세문화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가 함축하듯이 말과 청각을 중요시하여 시각에 대해 절대적이지 않았다. 중세 기독교는 글을 읽을 줄 모르는 평민들에 대한 전도 과정에서 성화나 조각이 적극적으로 이용되었고, 이러한 경향은 12세기 성모 마리아 숭배와 더불어 강화되었다(Jay, 1993: 40). 보링거 는 자신의 저서 추상과 감정이입 에서 자연조건을 바탕으로 중세 시대 추상미술은 북유럽에서 발달하고, 재현미술은 남유 럽에서 등장하였는지를 분석한다. ‘보링거는 미학의 영역에서 추상적인 선은 전혀 다른 두 개의 표현을 갖는데, 하나는 고딕 의 야만적인 선이며, 다른 하나는 고전주의의 유기적인 선이라 고 말했다(Deleuze and Guattari, 1980: 949-950).’ 즉, 중세 시 대 유목성을 띠고 있는 북유럽에서는 추상적 양식은 고딕적 선
으로 나타나는 반면, 상대적으로 남유럽에서는 재현양식이 등 장한다.
재현양식으로 대표되는 로마네스크 양식은 로마의 건축술을 이어받아 반원형 아치와 배럴 볼트를 사용하고, 천장의 하중을 견디기 위해 두꺼운 벽으로 구축된다. 반면, 추상예술로 대표되 는 고딕 건축은 높은 건물과 첨탑, 첨두아치로 수직적 상승감 을 나타내면서 기독교적 세계관을 표현한다
14). 고딕 건축의 창 문에는 스테인드글라스를 넣어 찬란하고 화려한 빛이 성당 내 부에 퍼지도록 만들고, 비가시적인 영역을 가시적으로 드러내 려는 시도로 보이지 않는 신을 나타내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 었다. 고딕 성당의 내부는 신성하게 보이며, 종교적 체험은 시 각뿐만 아니라, 오감으로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이푸 투안은 이 런 지각을 언급하면서 성당에는 내부의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특권적인 위치가 없으며, 건축물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고 개를 돌려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Tuan, 1974: 211-212) (Figure 2 참조).
중세 시대 발전한 수도원 정원(Monastery Garden)은 로마 네스크 양식에서 주로 나타나며, 시각적이고, 이상적인 세계관 을 가진 폐쇄적인 정원 양식이다. 김나지움의 양식을 이어받은 클로이스터(cloister)는 기하학적 정형성을 띄는 사분원으로 구 성된 수도원 정원으로 일반적으로 시각중심적인 정원 양식이다.
반면, 북부 유럽을 중심으로 발달한 성관 정원(Castle Garden) 은 시각적 질서가 우위를 점하기보다는 다양한 공간구성을 통 해 공간을 시각적으로 분절하며, 다양한 방향성 식물을 식재하 여 시각과 후각을 동시적으로 지각하게 하는 촉지적 정원이라
a: Gothic architecture external b: Gothic architecture inside Figure 2. Middle Ages Gothic architecture(Milano Cathedral)
a: Cloister of the monastery
garden(Sant Miquel de Cuixà) b: Appearing in Le Roman de la rose Castle Garden
Figure 3. Middle Ages garden
고 할 수 있다(Figure 3 참조).
중세의 문화를 맥루한은 필사문화와 낭독에 기반한 청각적- 촉각적 구어 문화이며, 이러한 문화는 인쇄술의 발명으로 시각 적 문화로 변화되었다고 주장한다. 인쇄문화 이전의 구술 문화 는 복합 감각적이며 청각적인 상식의 공간이라고 하였다. 그는 문자를 “겉을 비추는 빛(조사광)”으로 구어를 “안으로 투과하 는 빛(투사광)”에 비유하면서 투사를 중요하게 취급한 고딕 건축 을 구어적, 즉 청각적-촉각적 문화의 산물로 보고 있다(McLuhan, 1962: 562).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중세 시대 역시 시각문화가 우위를 점하지만, 특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다.
3. 시각의 특권화
르네상스 시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이어받아 신체의 감각에는 다섯 단계의 위계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각을 가장 높은 위계에 둔 반면, 촉각을 가장 낮은 위치에 두었다. 르네상 스 시대 시각 체제는 3차원적 공간을 재현하는 원근법에 기초 하여 기하학적 합리성에 입각하여 과학적 태도로 전향된 새로 운 시각 체제 양식이 지배하게 된다. 르네상스의 시각 체제가 이전 시대들과 다른 것은 첫째, 르네상스 시대부터 이미지는 말 또는 텍스트에서 해방되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중세까지만 해도 이미지와 형상은 텍스트에 종속되었으나, 르네상스 시대 에 와서는 이미지와 형상은 분리된다. 둘째, 르네상스 시대에 시작된 이러한 시각적 영역의 분리는 보는 방식의 새로움을 그 구조적 내용으로 가지고 있는 것, 즉 ‘시각의 합리화’의 시각 체 제의 시작이라는 점이다(Joo, 2003: 151-153). 이빈스에 따르면
“시각의 합리화야 말로…르네상스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 (Ivins, 1973: 13)”. 이렇게 말과 이미지의 분리라는 면에서나 시각의 합리화라는 면에서나 그 핵심은 투시법의 발명이다. 엄 밀히 말하면 투시법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15). 그리스, 로 마에서도 원근에 따른 단축법을 알고 있었지만, 통일되고 단 하나의 시점에 고정된 투시법은 르네상스의 창안물이다
16).
1) 단일시점의 등장
투시법
17)은 건축가로 알려진 브루넬레스코(D. Brunelleschi) 와 알베르티(L. B. Alberti)에 의해 발명, 전파되었다. 1425년 브루넬레스코가 거울을 이용하여 그린 피렌체의 세례당이 실물 과 거의 일치하는 실험은 소실점의 효과를 보여주는 기하학적 투시법의 최초 발명이었다(Figure 4 참조). 같은 해 마사치오 (Masaccio)는 삼위일체 성당의 벽화를 그리면서 투시법에 의 해 단축되는 원통 볼트(barrel vault)를 그림으로써 투시법적 회화의 출발점을 그었다(Giedion, 1967: 31-34). 그로부터 10년 뒤, 알베르티는 유클리드 기하학을 이용해 투시법이 과학적임
a: The first experiment of
perspective b: The second experiment of perspective
Figure 4. Brunelleschi's perspective experiment Source: Edgerton, 1975: 126-127
을 보여주는 ‘Della Pittura'이 발간되고, 당시 발전하기 시작한 인쇄술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전파되었다.
알베르티의 회화론이 출간된 이후 많은 이론가와 예술가들 이 그의 원리에 입각하여 소실점의 문제와 시각 공간의 합리화 를 사유하고 교정하려고 시도하면서 시각중심주의적 사고가 자리잡게 된다. 알베르티의 투시법 구성은 크게 ‘소실점’을 설 정하는 것과 ‘거리점’을 설정하는 것, 이 두 가지 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Edgerton, 1975: 42-49; Romanyshyn, 1989: 38-57)
18). 소실점은 ‘보는 사람과 보여지는 대상이 동일 평면상에 위치하 도록’ 하여 그림에서 깊이를 창조하고, 거리점은 그림에서 깊이 의 ‘정도’를 확립한다(Figure 5 참조).
투시법은 ‘단일시점(single vantage point)'을 전제로 한다.
즉, 투시법은 경관 속에 고정된 ‘특정 지점’에 서 있는 ‘특정 개 인’이 어느 ‘특정 방향’으로 바라보는 경관이다(Hwang, 2011:
394). 하나의 단일시점을 통해 들여다보는 고립된 눈은 정적이 고 깜박거리지 않는 기계적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투 시법에서 평행선들은 기하학적 원리에 입각하여 시각 공간을 합리화한다. 평행선들은 소실점으로 수렴되고, 이 수렴 현상에 따라 거리가 멀어질수록 대상의 크기가 단축되며, 소실점에 의 해 하나의 중심적인 시선을 강제한다. 투시법는 하나의 시점을 설정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시각 공간을 합리화함으로써, 보는 방식 자체를 합리화하는 동시에 가시적 세계의 중심이 되는 주
Figure 5. Alberti perspective drawing principles Source: Based on the Alberti ‘Della Pittura(1435)’
체를 정의한다.
이러한 투시법의 단안적인 시각의 문제점은 여러 학자들에 게서 지적되었다. 파노프스키(Ewin Panofsky)에 따르면 첫째, 투시법은 단안적 시각을 상정하므로 실제 우리의 두 개의 눈으 로 보는 역동적인 시각을 고려하지 않고, 둘째, 망막 이미지가 오목한 곡면에 투사되어 생기는 사실을 무시한다는 점을 비판 한다. 즉, 원근법적 구성과 망막 이미지 사이에는 형식적 불일 치가 존재하며, 이것은 우리 눈의 망막의 만곡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Panofsky, 1991: 28-32). 투시법은 지각을 묘사할 뿐만 아니라, 지각의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투시법적 시각 양식은 주체로 하여금 대상 세계와 거리를 두게끔 하는 동시에 자신의 시각에 의해 기하학적 조직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2) 대상과 이미지의 분리
알베르티의 투시법은 많은 사람들이 수용되면서 사진기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19)라 는 광학 장치를 고안하였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화가들과 과학 자들에게 세계를 관찰하는 유용한 장치를 제공해 주었다. ‘화가 들은 자연을 더 확실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또는 그림을 그리는 노동의 양을 덜어 주는 도구로서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하였 다. 특히 그것은 건축적 기념비의 재현과 그 내․외부 장식 및 투시법상의 어려운 문제에 봉착한 사람들에게 널리 이용되었 다(Scharf, 1986: 17)’(Figure 6 참조).
그러나 카메라 옵스큐라는 투시법처럼 정상적인 시각에서의 두 개의 눈이라기보다는 단일한 눈을 가정한다. 관찰자의 눈앞 에 놓여있는 하나의 구멍(peephole)을 통해서 들여다보는 고립 된 눈을 통해 사물을 관찰함으로써 카메라 옵스큐라는 관찰자 에게 무엇이 지각의 “진리”를 구성하는지를 규정해주는 수단 이었으며, 일련의 고정된 관계들의 윤곽을 그려줌으로써 관찰 자가 그러한 관계들에 대한 주체로서 설정되도록 해주는 것이 기도 했다. 즉, 세계에 관한 객관적 진리에의 접근을 보장해 주 는 장치였다(Crary, 1998: 69). 이 장치는 경관에 내재한 무질
Figure 6. Camera obscura Source: Crary, 1992: 39
서하거나 불규칙적인 것은 무엇이든 배제된다. 수학적으로 규 정이 불가능하거나, 신체에 의존하는 감각적인 증거는 무시되 고 거부된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인간의 두 눈을 통해 보는 시 각이 아니라, 단안을 상정함으로써 두 눈으로 보는 시각에서 발생하는 불일치나 불규칙성이 배제된다. 인간의 본다는 행위를 관 찰자의 물리적 신체로부터 떼어 놓음으로써 탈육화(decorporealize) 시킨다.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을 분리하는 투시법적 시각 구조를 물질적으로 구현하는 카메라 옵스큐라는 데카르트의 코 기토와 상통한다.
3) 시각중심주의 사상의 확립
카메라 옵스큐라는 데카르트적 주체의 시각적 이상을 구현 하는 장치로 설명된다. 데카르트는 La dioptrique 에서 우리 눈의 뒤쪽 표면에 자신들의 완벽한 이미지를 찍어 놓는다고 말 하면서 카메라 옵스큐라에 비유한다. 데카르트는 ‘신체에서 떼 어 낸’ 눈과 그 작용을 카메라 옵스큐라의 구조에 일치시킴으 로써 “관찰자가 어떻게 마음의 눈의 지각에 의해 세계를 알 수 있는가를 논증한다(Crary, 1998: 71)." 데카르트에 의해 설명 되는 단안적 시각은 감각으로부터 시각을 분리하고, 형이상학 적인 눈이 된다. 데카르트는 이런 시각을 가장 보편적이고 고 귀한 감각으로 생각했고, 그 결과 대상을 객관화시키는 그의 철학은 시각에 특별한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 데카르트적 원근 법주의는 전적으로 세계 밖에 존재하는 비역사적이고 무관심 적인 탈신체화된 주체에 특권을 부여하며, 세계는 오로지 멀리 서만 인식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데카르트에게 있어서 시 각은 유사성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신체에서 떨어진 마음의 눈 에 의해서 수행되는 것이다. 탈신체화된 초월적 주체는 메를로 -퐁티가 세계의 살(flesh)이라 부르던 우리가 파묻혀 있는 세 계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데카르트적 원근법 체 제(the Cartesian Perspectivalism)는 자연대상을 중립적인 신 체의 눈과 분리된 시각을 통해 수학적이며 규칙적인 시공간적 질서 안에서 인간화함으로써 결국 비역사적(nonhistorical)이고, 무관심적(uninterested)이며, 탈신체화(disembodied)인 신체를 주체로 특권화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볼 수 있다(Aum, 2004:
13). 신체에서 떨어진 단일적인 눈은 이미지가 종교적인 혹은 그 밖의 다른 외재적인 목적으로부터 벗어나서 점차 독립되도록 강제한다. 이로 인해 이미지는 “고전된 보존물(standing reserve)"
로 변형된다. 이 같은 시각은 “높은 고도의(high altitude)" 사 유와 결부되어 있다. 이러한 데카르트적 원근법주의는 과학적 인 세계관과 동맹을 통해 더욱 강화된다. 과학적 세계관은 세 계를 더 이상 신의 텍스트로서 해석학적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자연 대상들로 채워진, 수학적으로 규칙적인 시-공간적 질서 속에 위치한 것으로 본다(Jay, 1998: 33-36).
투시법의 발명과 전파는 정원 양식에 있어서도 기존과 확연
히 구분되는 시각중심주의적 정원 양식을 탄생하게 된다. 이탈 리아의 노단식 정원(Terrace-dominant Architecture Style)을 그 시작으로 프랑스의 정형식 정원(Plan Geometrical Style)에 서 정점에 다다른다. 투시법은 정원에 축선(axis)개념을 도입 하게 되고, 보는 시점을 통제한다. 앙드레 몰레는 “파사드에 수 직으로 된 큰 가로수 길을 만들 것, 이 가로수 길은 반드시 조 각상 또는 분수로 끝낼 것, 즉 건물의 앞쪽에는 반원 또는 사각 형의 커다란 광장을 두어, 넓은 조망을 차단하는 일이 없게 할 것” 등을 권하고 있다(Benoist-Méchin, 1975: 238).
4. 시각중심주의의 전복
바로크는 르네상스의 전통에서 벗어나 부조화와 불균형을 추구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르네상스는 이상적인 시 점을 기준으로 대칭과 균형, 안정을 중심으로 사물을 포착한 반면, 바로크에 이르면 소실점을 중앙에 두어야 한다는 제한은 사라진다. 안정성 대신 운동감 넘치는 역동성을 포착한다(Lee, 1997). 파노프스키는 이러한 차이를 객관적인 시점 대 주관적 인 시점으로 대비한다. 즉, 르네상스에는 객관적인 의미가 본질 적이었다면, 바로크에서는 주관적인 의미가 본질적이었다는 것 이다. 그는 이것이 규범적인 것 대 비합리적인 것의 대비와 연 관된다고 본다(Panofsky, 1991: 68). 이는 건축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르네상스의 건축은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전체를 한 눈에 다 포착할 수 있다. 소실점에 대응하는 중심점은 건물 중 앙에 자리잡게 되고 소실점을 기준으로 건물은 대칭적인 구조 를 이룬다. 반면, 바로크의 건축에서는 이와 달리 보는 지점이 달라짐에 따라 매번 다른 상을 제공한다. 단일적 시선으로 건 물의 전체상을 포착할 수 없도록 만든다.
프랑클이 지적하듯이 바로크는 확실히 시점마다 시시각각으 로 다르게 변하는 상을 즐긴다. 하지만 동시에 그 각각의 시점 들이 제공하는 부분적이고 불충분한 상을 하나로 종합하고 통 일시키는 특권적인 시점을 마련한다(Frankl, 1989: 238-243).
즉, 바로크는 움직이는 시점 각각이 가지는 고유한 의미를 인정 하지만, 전체를 포착하려는 단일시점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르네상스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 동시에 탈피하고 있 다. 크리스틴느 뷔시-글룩스만은 La Raison baroque (Buci- Glucksmann, 1984)과 La folie du voir (Buci-Glucksmann, 1986)에서 바로크의 시각 경험에서 이미지들의 과잉이 일정한 방향이 없으며, 현란하고 황홀한 상태임을 찬미하면서, 그 같은 바로크는 데카르트적 전통의 단일시점에 의한 기하학을 거부 한다고 한다. 바로크는 멀리서 신의 시선(God's-eye-view)으 로 본 동질적인 3차원 공간이라는 투시법적 환영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바로크의 시각 경험은 강한 촉각적 혹은 촉감 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
a: Leaning house b: Hannibal's elephant Figure 7. The statue in Garden of Bomarzo
Source: http://en.wikipedia.org/wiki/Gardens of Bomarzo
바로크 시대에 조성된 보마로초(Bomarzo) 정원
20)은 바로크 적 특징이 잘 나타나고 있다. 보마로초 정원은 형태도 평면도 질서도 조망도 없다. 르네상스 정원 양식에서 볼 수 있는 기하 학과 대칭적 질서는 사라지고, 불확정적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크 브누아 메상은 바로크 시대의 고뇌가 보마로초 정 원에 재현되었다고 언급한다. 이 정원은 인간의 어두운 부분을 보여주면서 ‘놀라움이라기보다는 공포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할 뿐 아니라, 눈이 얼어붙어 버릴 것만 같은 터무니없는 조각품 무더기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Bemoist-Méchin, 1975:
183) 준다’고 한다. 이 정원에서 고대풍의 신전은 기둥은 있지 만, 벽이 없고, 심지어 기울어져 있다. 숲 속에 산재한 조각상은 아름답다기보다 추(醜)하며, 기괴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조각 상은 일반적인 크기를 벗어나서 보는 이로 하여금 경악감과 경 외감,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정원의 내러티브는 무척이나 복합 적이고 다층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각중심주의적인 정원 양 식에서 나타나지 않는 여러 구성 방식이 보로마초 정원에서는 사용된다(Figure 7 참조).
5. 시각중심주의의 확산
바로크 시대 이후에 나타난 건축 및 조경 양식에서는 다시
시각중심주의는 그 우위를 점한다. 신고전주의는 르네상스와
고대 그리스를 모범 삼아 시각적인 비례와 조화에 초점을 맞춘
다. 프랑스의 기학적 정원은 르네상스의 투시법적 효과를 극대
화하기 위한 여러 기법이 개발되었다(Tuan, 1974: 109). 도시
계획 분야에서는 도시 가로를 구성하는 주요 개념으로 축과 대
칭이 적용된다. 이러한 계획은 19세기 프랑스에서 하나의 전형
으로 발전, 정착하게 되는데, 나폴레옹 3세 치하에서 오스만
(Georges Haussmann)이 파리의 도시 구조를 재구성하기 위해
파리의 주요 지점을 연결하는 파리 대개조 계획이 바로 이것이
다(Poole, 1972). 이러한 시각적 패러다임은 이후의 도시 계획에서
도 지배적으로 나타나는데, 르네상스의 이상도시계획안(Idealised town plans)에서부터 모더니즘 시기에 이르는 기능주의적인 조닝 계획에 이르기까지 ‘광학적’ 시각은 도처에 반영되어 있 다. 근대건축의 대가인 르코르뷔지에는 ‘나는 당신이 눈을 뜨기 를 촉구한다. 눈을 떴는가? 당신은 눈을 뜨도록 훈련받았는가?
어떻게 눈을 뜨는지는 아는가, 자주, 혹은 언제나 눈을 잘 뜨는 가?(Le Corbusier, 1930: 227)’라는 언급은 근대에 나타나는 시 각중심 사고의 전형을 나타내고 있다.
Ⅳ. 조경 분야에 대한 영향
건축과 조경, 지각, 철학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시대적 변화 의 흐름을 살펴보면 그리스 이전의 시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각 편향주의로 전개되지만, 전적으로 시각을 특권화하지 않 았다. 중세 시대 또한 점차적으로 시각을 특권화해 가지만 고 딕 예술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은 촉지적 지각 예술이 등장하기 도 한다. 르네상스 이후 투시법의 발명과 카메라 옵스큐라의 발명으로 시각 편향주의는 확대 전파되고, 데카르트의 사상으 로 말미암아 시각중심주의는 특권화되었다. 그러나 바로크 시 대에는 이런 중심적 시각을 이어받음과 동시에 탈피한 일그러 진 시각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각중심주의와 촉지적 지각 은 통시적 관점에서 상호 보완적이면서 때론 경쟁하는 관계를 맺으면서 변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서구 조경역사에서 시각중심주의적인 사고는 그리스 시대에 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보이며, 투시법이 발명된 르네상스 이 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시각중심주의적 사고는 고대 그리스 아카데미아(Academia)에서 시작되는 것 으로 보이며
21), 이러한 양식은 로마의 빌라정원에 영향을 주었 다. 빌라정원에서 발달한 페리양식(Peristyle)은 중세 수도원 정원의 클로이스터 양식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하 여도 시각중심주의적인 사고보다는 이상적 세계관에 대한 양 식의 답습이었다고 볼 수 있다. 서구의 시각적 사고는 르네상 스 이후 조경과 건축이 분화되기 시작되면서 서로 다른 양상을 띠면서 전개된다. 르네상스 시대 발명된 투시법은 정원 양식에 서 시각에 초점을 맞추어 공간을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수단으 로 사용된다. 시각중심주의적 사고에 맞서는 정원 양식은 고대 그리스의 가든 스쿨(Garden School)에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2). 중세 시대에는 성관 정원, 바로크 시대에는 보마로초 정원에서 시각중심주의에 반하는 조경 양식을 찾아볼 수 있고, 이후 풍경식 정원에 영향을 주었다. 유럽의 북방 지역에서 발 달한 고딕 예술의 촉지적 지각 특성을 바로크가 계승하고, 이 러한 흐름은 낭만주의에 영향을 미쳤다. 낭만주의의 영향 아래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고전주의에 반하는 ‘풍경식 정원’ 양식을 영국에서 탄생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낭만주의는 서구의
오랜 전통인 고전주의의 형식으로부터의 전환에서 비롯된다.
낭만주의 양식에서 자연풍경이 주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낭만주의가 인간중심의 세계관에서 비롯된 합리적 고전주의로 부터 벗어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근본적으로 낭만주의 정 신은 르네상스 이래 기존 서구 사상의 기본 흐름인 이성주의에 대한 회의이며, 동시대 주된 가치에 대한 반항인 것이다(Ryu and Kim, 2007).’
타푸리는 ‘치스윅, 블랙하임, 큐에 위치한 정원들은 단지 픽 춰레스크 개념을 풍경으로 옮겨 놓은 것이 아니다. 아르간이 설명한 바와 같이 이러한 정원은 16세기와 바로크의 저택과 마 찬가지로 성스러운 세계보다는 인간의 경험세계를 반영하는 일종의 소우주이며, 인간에게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비 판적 자극을 주입하는 교육적 도구이다. 자연은 이제 더 이상 성스러운 이상의 반영이 아니라, 인간이 참여하는 구조가 되어, 비코(Giambattista Vico)의 표현대로 문명의 합리적 과정인 인 류 전체의 역사는 감성의 영역에서 지성의 영역으로 전이한다 (Tafuri, 1968: 165).’ 고 말하면서 바로크적 영향 아래 풍경식 정원이 탄생하였음을 언급한다. 풍경식 정원은 촉지적 지각의 영향을 받아 이전까지와는 다른 조경 양식을 띠게 된다.
투시도법에 따른 고정된 단일 시점의 축(axis)과 대칭(sym- metry)으로 이루어진 조경 양식은 17세기 앙드레 르 노트르 (André Le Nôtre)에 의해 조영된 프랑스의 보르비 꽁트 (Vaus-le-Vicomte)와 베르사유 궁정에서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베르사유는 인간의 시각에 의존하는 축과 대칭의 조합으 로 인간 이성 중심의 무한한 능력을 상징하고 있다(Jang, 2006).
이는 데카르트 합리주의의 미학적 표현으로 모든 것은 직선이 나 방사선의 기하학적 형태 속에 정돈되며, 정원의 전체적인 구성은 초월적 주체의 시야에 일목요연하게 들어오도록 구성 되어 있다. 반면, 픽춰레스크 정원은 자유스러운 곡선을 즐겨 사용하였으며, ‘그림 같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고자 하 였다. 고전주의 정원이 대칭, 비례, 직선, 분명한 윤곽선 등 기 하학적 요소를 기본 구성의 단위로 삼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성격에 반해, 픽춰레스크 정원은 자연과 같은 곡선, 비례나 대 칭보다는 자유로운 구성, 다양한 수목과 화초, 많은 활엽수, 또 한 탁 트인 시야보다는 구릉에 가려져 있다가 예기치 않게 나 타나는 경관과 틀 속에서 갇혀 있는 화려한 색채의 꽃들보다 풀밭에 자연스레 피어있는 들꽃 그리고 호수와 숲, 강, 바위, 산 구불구불한 오솔길 등이 픽춰레스크 정원의 풍경을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들이다(Lee, 2009: 279).
Jang(2006)은 픽춰레스크 양식의 조경이 회화의 ‘유사’ 원리
에 기초하여 재현되었기 때문에 시각 중심적 미학의 전형으로
파악하며, 픽춰레스크식 정원은 ‘시각적인 형식에 따라 구성된
가상의 정원(Jang, 2006: 30)’으로 시각 중심적 정원 양식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픽춰레스크 정원은 모호한 경계를 만듦으
로써 촉지적인 조경 양식의 태동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후기로 오면서 이전과 달리 회화의 주제를 표현하기보 다는 제작 기법을 모방하면서 초기에 가지고 있던 불규칙하고 거칠은 ‘낯섦’은 사라지고, 하나의 양식으로 고착화되면서 목가 적인 풍경만을 생산하게 된다.
서구 조경에 나타난 시각중심주의와 반 시각중심주의를 구 분하여 살펴보았다. 두 개념을 나누어서 사고하는 것은 촉지적 지각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지, 둘을 대립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두 지각은 사실상 서로 혼합되어 있으며, 상 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끊 임없는 상호작용의 장 속에서 공존하고 경합하고 있는 것이다.
생성작용은 둘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출발하기 때 문이다. 조경의 역사에서 촉지적 지각에 관한 흐름을 찾아보는 데 그 의의가 있다.
Ⅴ. 결론
역사학자 카(E. H. Carr)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라고 하였다. 역사란 화석화된 기록이 아니라, 현재의 관 점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상호작용에 의해서 생명력을 유지 한다. 현대는 장소 상실에 대한 대안으로 다원주의적 시각에 대 한 접근이 필요하다. 근대에는 시각중심주의적인 사고가 중심 적인 사고로 자리매김하였지만 다른 시각 체제도 존재하였으며, 현대에 필요한 시각은 마틴 제이의 주장처럼 바로크적 제3의 시각이다. 이러한 제3의 시각은 촉지적 지각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촉지적 지각 의 개념은 촉각적이고,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기능까지 함축하 며, ‘눈’을 통해 사물의 표면을 ‘만짐’과 동시에 촉감, 운동감각, 고유감각이 대립하지 않고 동시에 작동하는 개념이며, 이러한 촉지적 지각은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파악하는 시지각 작용이다.
둘째, 시각중심주의는 대상과 거리 두기를 통한 원거리 지각 이며, 이러한 시각은 주체를 장소에서 분리하며, 비성찰적인 사 고로 다른 감각과의 상호성을 배제시킨다. 따라서 이러한 비성 찰적이며, 장소성을 상실하게 하는 시각중심주의의 대안으로 시 각과 다른 감각과의 협력을 요하고,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지 각되는 촉지적 지각은 현시대에 필요한 시각이다.
셋째, 역사적으로 다양한 시각 체제가 있었고, 상호 경쟁적 이며 보완하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음을 역사적 전개 과정에 따 라, 고대,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고대는 시각중심주의적 사고가 탄생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균형 잡힌 지각체제를 이루고 있으며, 중세 시대 역시 시각우월주의 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세는 청각적-촉각적 구어 문화이며, 이러한 문화는 투시법의 발달과 인쇄술의 전파, 카메라옵스큐 라의 발명으로 시각을 합리화하기 시작한 르네상스 시대에 들
어 시각에 특권을 부여하게 된다. 이러한 시각중심주의적 사고 는 근대를 넘어 현대까지 지배적인 사고로 자리매김한다. 바로 크 시대에는 이러한 시각중심주의에 반하며, 데카르트적 단일 시점을 거부하고 강한 촉각적 지각이 나타나기도 한다.
넷째, 시각의 변화 과정에서 조경 분야에 미친 영향으로는 시 각중심적 사고를 반영한 조경 양식은 그리스의 아카데미아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이후 중세 시대 수도원 정원을 거쳐 르 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정형식 정원으로 이어진다.
이에 반하는 반-시각중심적 사고를 반영하는 조경 양식으로는 그리스의 가든 스쿨과 중세 성관 정원, 바로크의 보마로초 정원 에서 촉지적 지각의 특성이 보이며, 이러한 흐름은 낭만주의에 영향을 주어 풍경식 정원에 강한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시각중심주의와 촉지적 지각은 현재 진행 중이며, 상대적으 로 현대는 시각중심주의에 편향되어 있고, 픽춰레스크 정원은 시각 중심주의의 반대편에서 시각 중심주의적 사고로 편향되 어가는 현도시의 파수꾼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픽춰레스크는 정지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이다. 현대의 조경에서는 감각의 상호작용을 통한 경험은 중요해지고, 이러 한 감각의 상호작용을 돕는 다양한 관점에서 촉지적 지각에 대 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본 연구는 모더니즘 이전 시기를 대상으로 하여 근․현대 시기의 촉지적 지각론에 대해서 고찰 하지 못하였고, 풍경식 정원에 촉지적 지각의 특성이 나타나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특징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 고찰을 하지 못한 한계점이 있다. 앞으로 근․현대의 촉지적 지각론, 풍경식 정원에 나타난 촉지적 지각의 특성, 동시대 조경이 나타나는 촉지적 지각의 흐름에 대한 연구, 개별 작가에 나타나는 촉지 적 지각의 특성 등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
---
주 1. 질적 연구에 대한 정의는 쉽지 않지만 대략 비수학적(non-mathematical) 분석, 비수치적(non-numeric), 비통계적(non-statistical) 방법을 차용 (Strauss and Corbin, 1998: 10-12)하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주 2. 수용미학은 1960년대 독일과 영미계통에서 태동한 문학이론으로, 독자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 건축 및 조경분야에서 수용미학은 인지-형 태 지향적 사고(connition-behavior-oriented thought)를 지향한다. 실 증 과학이 추구하는 ‘행태 결정론적 태도’에 반하며, 건축 및 조경공간 에서 인간의 지각과 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시 한다.
주 3. 모더니즘은 일반적으로 ‘-ism'이라는 용어가 의미하듯, 이전 시기의 역 사적 전통에 반대하는 19세 말엽부터 20세기 전반에 걸진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사상을 말한다. ‘모더니즘은 미래주의와 허무주의, 혁명적인 것과 보수적인 것, 자연주의와 상징주의, 낭만주의와 고전주의가 특이 하게 결합된 것이다.’(Bradbury and McFarlane, 1976: 46) 미술사적 용어로 ‘모던’이란 대략 18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의 시대를 말하는데, 시각예술에서는 ‘미술을 위한 미술’, 즉 미술의 자율성을 추구한 것으 로부터 비롯된다(Atkins, 1990). 본 논문에서 모더니즘 이전은 1860년 모더니즘이 시작되기 이전 시대를 통칭한다.
주 4. 시대적 범위를 모더니즘 이전으로 설정한 이유는 현시대가 포스모더니 즘 시기라면 우선 전 시대인 모더니즘 시기의 촉지적 지각에 관한 전 개 과정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나, 역사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면 모더니즘 이전 시기 촉지적 지각에 관한 고찰이 이루어진 연후에 모더 니즘 시대를 탐구하는 것도 촉지적 지각을 탐구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