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통 상 법 률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2

Share "통 상 법 률"

Copied!
113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

목 차

2015 / 10 (통권 제125호)

◈ 시 론

1. 쌀 관세화, 마지막 남은 우루과이 라운드 농업통상 이슈 ···이 동 필 / 3

◈ 논 단

1. 헤이그 국제상사계약 준거법 원칙 ···정 홍 식 / 14

2. 환율문제에 대한 통상법적 제재 연구··· 강 민 지 / 58

(2)
(3)

쌀 관세화, 마지막 남은 우루과이 라운드 농업통상 이슈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 동 필

Ⅰ. 머리말

우리나라는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 에 가입하면서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을 관세화1) 하였으나, 쌀에 대해서는 10년간 관세화를 유예하였고 2004년 협상을 통해 2014년까지 한 차례 더 연장하였다. 관세 화를 미루는 대가로 최소시장접근(MMA2), 이하 MMA 물량)이라는 명칭으로 일정량 의 쌀을 해마다 수입해야 했다. MMA 물 량은 1995년 51,307톤에서 매년 늘어나

2014년 408,700톤에 이르게 되었으며, 이 는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쌀 소 비량의 약 9%3)에 달한다.

정부는 관세화유예 종료를 앞두고 지난 해 다시 쌀 관세화 여부에 대한 극단적인 논쟁에 직면하게 되었다. 일부 농업인단체 와 국회는 MMA 물량의 증가 없이 관세화 유예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였으 나, 정부는 관세화유예는 MMA 증량 등 추가적인 양보가 불가피하고 이는 우리농

1) 1995년 우루과이 라운드(UR) 당시, 농산물에 대하여 관세이외의 무역장벽(수량제한, 자율적 수출제한 등) 을 철폐하고, 오로지 관세만을 부과하는 원칙을 채택하였는데 이는 WTO 농업협정 제4조 2항에서 규정됨.

“Members shall not maintain, resort to, or revert to any measures of the kind which have been required to be converted into ordinary customs duties, except as otherwise provided for in Article 5 and Annex 5"

2) 최소시장접근(Minimum Market Access) : WTO 농업협정상 시장접근방식의 하나. 관세화원칙에 따라 모든 농산물시장을 국내외 가격차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고관세 품목은 사실상 수입이 어려우므로 수입국과 수출국의 이익균형 차원에서, 일정물량은 저율관세로 시장접근을 보장하였는데 이를 시장접근(MMA) 물 량, 또는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이라고 지칭함. 수입이 국내소비량의 3%미만인 경우 최소시장접근 (MMA), 3%이상인 경우 현행시장접근(CMA, Current Market Access)으로 구분하나, 일반적으로 MMA 또는 TRQ로 지칭됨

3) 2014년 MMA물량 408,700톤은 기준년도인 1988-1990년간 연평균 국내 쌀소비량 5,131천톤의 7.96%이나, 쌀 소비량 감소에 따라 2014년 국내 쌀소비량 4,424천톤 기준 9.2%수준임

(4)

업계에 큰 부담이 된다는 판단 하에 다양 한 의견수렴절차를 거쳐서 관세화를 단행 하게 되었다.

정부는 WTO규정을 면밀히 검토하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관세 율은 513%로 설정하고, 소비자 시판용 쌀 (table rice, 이하 ‘밥쌀용 쌀’)을 의무적으로 30% 수입하던 조건 등을 없앤 양허표수정 안을 지난해 9월 국회 보고를 거쳐 WTO 에 통보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제출한 양 허표수정안에 대해 미국, 중국, 베트남, 태 국, 호주 등 5개국이 이의를 제기하였고, 정부는 관세율 513% 관철을 최우선 목표 로 관련국가와의 검증협의에 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쌀 관세화 결정 배경과 공감대 형성 과정, 당시 관세화 반대 논쟁, 그리고 관세화 이후의 수입쌀 운영에 대한 통상법률적인 논쟁을 살펴보고, 아울러, 일본과 대만의 검증사례를 교훈삼아 불필 요한 사회적 갈등과 소모적 논쟁보다는 WTO에 제출한 양허표수정안의 관철을 최 우선 목표로, 우리 쌀 산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살 펴보고자 한다.

Ⅱ. 쌀 관세화 결정 배경

정부는 두 번째 관세화유예 종료를 앞둔 2014년, 쌀 관세화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국내외 국제법 전문가에게 법률자문을 구한 결과, WTO 농업협정상 더 이상의 쌀 관세 화유예가 불가능하며, 만약 관세화하지 않 는다면, WTO농업협정을 벗어나 WTO 의 무면제(이하 ‘웨이버’)4)라는 새로운 카테 고리에서 WTO 모든 회원국을 대상으로 MMA 증량을 포함하여, 다른 분야도 양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2014년 당시, 우 리나라와 비슷하게 두차례의 쌀 관세화유 예 종료를 앞두고 다시 한 번 관세화유예 를 추진하던 필리핀의 사례를 볼 때 더욱 분명하였다.

WTO 농업협정 부속서 5는 관세화의 예 외, 즉 개도국 주식(predominant staple in the traditional diet of a developing country Member)의 경우, 일정기간 한시적으로 관 세화를 유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속서 5에 따르면, 우리나라(개도국)의 특 별대우(관세화유예)는 한시적 예외조치임 을 명백히 규정(7~9항)하고, 특별대우 기 간 종료시 관세화원칙을 명시(10항)하고 있다. 즉 WTO 농업협정 부속서 5에서는

4) 의무면제(웨이버, waiver) : GATT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예외적인 상황”의 경우 WTO 회원국의 의무를 면제하며, 1년 단위로 면제여부를 재검토함.

(5)

관세화유예가 관세화 원칙에 대한 한시적 예외조치로서 1995년부터 10년간 가능하 고, 그 연장은 1회에 한해 2004년에 협상 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과, 또 특별대우 기 간이 종료되면 관세화로 전환된다고도 명 시되어 있다.

대부분의 통상법학자들과 전문가들은 2015 년 이후 관세화 의무가 발생하는데도 불구 하고 유예 연장을 시도할 경우에는 WTO 설립에 관한 ‘마라케쉬 협정’에 따른 웨이 버를 요청하고 WTO 모든 회원국과 협상 을 추진해야 하는데, 이 경우 모든 WTO 회원국들의 동의가 필요하며 MMA 쌀 증 량 뿐만 아니라 다른 품목에서도 추가적인 대가 제공이 불가피하다고 보았다. 이는 최근 필리핀의 쌀 관세화 웨이버 사례5)를 통해 알 수 있었다. 필리핀은 MMA 물량 을 2.3배 증량하고, 국별쿼터를 5.5배 증량 하였다.

특히, 필리핀의 쌀 관세화 웨이버 사례

는 관세화를 앞둔 우리에게 타산지석의 교 훈을 주었다. 필리핀은 쌀 관세화유예 종 료기한인 2012년 6월 말을 8개월 앞둔 2011년 11월에 WTO 농업위원회에 쌀 관 세화 특별대우(관세화유예)를 다시 한 번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회원국 들은 ‘WTO 농업협정에 의한 쌀 관세화 특 별대우의 연장은 1회만 가능하다’, ‘농업협 정상으로는 추가유예 근거가 없다’며 반대 하였다. 이후 필리핀은 2012년 3월, 관세화 유예 종료를 3개월 앞두고 농업협정상의 관세화유예가 아니라 웨이버 협상으로 변경 하였고, 5년 동안의 한시적 의무면제이후 2017년 7월 1일부터 관세화하기로 합의하 였다. 쌀 이외, 가금육 등에 대해서도 별도의 양허가 있었던 것으로 외신6)들은 보도했다.

필리핀 사례는 대가 없는 관세화유예 연 장은 없으며, 관세화 의무를 웨이버 받더 라도 한시적이며, 결국에는 관세화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7) 이는 우리

5) 필리핀은 2014년 7월, WTO 일반이사회에서 쌀 관세화 의무를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면제(waiver)받았으 며, 그 대가로 쌀 MMA물량을 350천톤에서 805천톤으로 2.3배 증량하고, 당초 국별쿼터를 3개국 138천톤 에서 7개국 755천으로 증량하였으며, MMA 물량 관세율도 40%에서 35%로 감축하였음. 기타 쌀 이외 요 구에 대해서는, 미국, 호주, 캐나다, 태국 등과 양자간 합의문서를 교환하였으나,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 기로 함

6) “필리핀의 특별대우 연장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은 몇 가지 농산물에 대한 실행관세 감축을 받게 될 것 임”(Inside US Trade, 2014.5.5.). “협상 과정 중, 몇몇 국가들은 필리핀의 특별대우 연장의 대가로 그들 국가 농산물의 필리핀 시장에 대한 시장접근 개선을 요구함”(GMA News, 2013.9.1.)

7) 이는 2014년 5월 26일 방한한 필리핀 알카라 농업부장관과의 면담에서 “필리핀은 MMA 증량 등을 대가로 관세화유예를 추진 중”이라면서, “WTO 체제하에서 추가적인 부담없는 관세화 면제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가 있음.

(6)

나라를 방문한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8) 도 인터뷰 등에서도 확인한바 있다.

정부는 이러한 국내외 여건을 감안하여, 또 다시 쌀 관세화를 유예할 경우 이를 위 한 WTO 근거조항도 없고, 웨이버에 따른 추가적인 부담은 우리 쌀 산업에 큰 부담 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 하에 지 난해 7월 18일 쌀 관세화를 결정・발표하였 다.

Ⅲ. 쌀 관세화 과정과 공감대 형성

정부는 주식으로서 쌀의 상징성, 농가소 득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인해, 관세화 과 정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정부는 오랜기간 쌀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였고, 관세화 시점에 당면해서는 면 밀하게 법적 쟁점을 검토하여 농업인 등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만 했다.

우선, 정부는 1995년 이후 관세화유예 종료에 대비하여 우리 쌀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하여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 다. 비록 농업생산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 중은 2005년 24.3%에서 2014년 18.2%로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쌀에 대한 지원은 확

대하였다. 2014년 쌀 관련 예산의 경우 4 조 1천억원으로 2005년 3조 5천억원 대비 약 6천억원 증가하였고 농림예산 중 쌀 예 산 비중도 2014년 29.8%로 2005년 21.7%

대비 약 8.1%p 증가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정책에 힘입어 지난 20년간 쌀 생산기 반 정비와 기계화, 농가소득안정장치 강화, 쌀 유통구조 개선 등으로 우리의 쌀 산업 은 소비-생산-유통 전 부문에서 빠르게 변 화해 왔고 나름대로 국제경쟁에 맞설 수 있는 준비가 갖추어진 상황이었다.

특히, 경지정리를 확대하고, 수리시설을 확충・보수하였으며, 상시 침수구역의 배수 개선과 용수개발 등 쌀 생산기반정비사업 에 20년간 연평균 1조 31백억원을 투자하 였다. 그 결과 수리안전답률이 1995년 33%

에서 2014년 60%로 크게 증가하였으며, 배 수개선율도 1995년 22%에서 2014년 55%

로 증가하였다. 또한, 2005년에는 양정개 혁을 통해 쌀 농가소득안정을 위해 쌀소득 보전직불제 및 목표가격제를 도입하고 식 량안보목적의 공공비축제를 도입하였다.

특히, 쌀 유통비용 절감과 쌀 품질 향상을 위해 미곡종합처리장 등을 집중 지원, 육 성하였다.

8)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은 2014년 7월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쌀 관세화 의무는 현재 진 행중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WTO 농업협정에 따라 이행해야 한다”면서 “(농 업협정 부속서에) 앞으로 관세화유예를 더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7)

지난 20년간 쌀 생산 관련 주요지표 개선현황

구 분 1995 2005 2014

수리안전답률(%) 33 44 60

배수개선율(%) 22 43 55

논농업 기계화율(%) 82.9 89.9 97.8

논 10a당 노동시간(시간) 34.7 20.8 11.8

쌀전업농 영농규모(ha) 2.5 4.2 6.0

쌀 생산량 대비 RPC 건조능력(%) - 41.0 45.8

이와 같은 장기적인 준비와 함께, 정부 는 관세화 시점이 다가옴에 따라 2013년 6 월 28일 정부와 농업인단체, 연구기관・대 학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쌀산업발전포 럼’을 구성하여 쌀 관세화 논의를 본격화 하였다. 2013년 8월부터는 지역별 설명회 와 협의회, 그리고 언론기고 등을 통해 쌀 관세화유예 종료와 관련 대책을 설명하였 다. 또한 정부는 전문가 의견수렴 및 관계 부처 협의 등을 통해 관련 쟁점을 검토하 는 한편, 60여 차례의 설명회, 간담회, 토 론회, 공청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농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농업계와의 공감대 형성 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2014년 4월 3일에는 쌀 관세화 관 련 정부 주최 토론회를 개최하였으며, 6월 20일에는 농식품부와 산업부가 공동으로, 그리고 7월 11일에는 국회 농해수위가 주

관하는 공청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토론 회와 공청회 등에는 쌀 관세화를 반대하는 농업인단체와 전문가도 주제발표자 및 토 론자로 참여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마침내 농업계는 쌀 MMA 물량 등 추가적 부담은 쌀 산업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에 공감하게 되었 고, 2014년 7월 18일 쌀을 관세화하기로 공식 발표하였다. 이후에도 야당이 ‘여・

야・정부・농업인단체로 구성된 4자 협의체 구성’을 주장함에 따라, 정부는 농업인단 체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쌀 산업 발전 협의회’를 구성하여 2014년 8월부터 12월 까지 총 13회 회의를 개최하여 쌀 산업발 전대책을 마련하는 등을 통해 관세화로 불 안해하는 농업인들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지속하였다.

(8)

일본・대만・한국 쌀 관세화 비교

구 분 한 국 일 본 대 만

특별대우 (1차)

기간 10년(’95~’04) 6년(’95~’00) 1년(’02)

MMA (세율)

51~205천톤 (5%)

379~758천톤 (0~25%)

144천톤 (0~25%)

특별대우 (2차)

기간 10년(’05~’14) MMA

(세율)

225~409천톤 (5%)

관세화

시기 ’15.1.1 ’99.4.1 ’03.1.1

관세율 513% 341엔/kg 45NT$/kg

MMA (세율)

409천톤 (5%)

682천톤 (0%)

144천톤 (0~25%)

Ⅳ. 일본과 대만의 관세화 사례

정부는 관세화 과정 및 공감대 형성과정 에서, 관세화유예에 따른 MMA 증량의 부 담을 인식하고 관세화를 단행한 일본과 대 만의 선례에 주목하였다.

일본의 경우 UR협상에서 쌀에 대해 6년 간(1995.4~2001.3) 관세화를 유예 받았으 나, 지속적인 풍년과 MMA물량 증가로 국 내 쌀 재고가 급증함에 따라 쌀 조기관세 화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유예기간이 종료 되기 전인 1998년에 관세화를 결정하고 WTO에 통보하였다. 1999년 4월에 조기관 세화 조치를 단행함으로써 당초 2001년 3 월 유예기간 종료 시 758천톤인 MMA물량 을 682.2천톤으로 축소하고, 관세화 이후

고율관세를 적용하여 추가적으로 수입되 는 물량은 연간 약350톤 수준에 불과하다.

대만의 경우에도 2002년 WTO 가입시 쌀 관세화를 1년간 유예받았지만 이를 연 장할 경우 매년 0.8%씩 MMA물량이 늘어 난다는 이유로, 다음해 바로 관세화 조치 를 단행함으로써 MMA물량 이외에 고율 관세를 납부하고 수입되는 물량은 연간 500톤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만과 일본의 조기관세화 사례는, 쌀 관세화를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주었다. 가정이지만, 우리나라도 2005년에 관세화유예를 중단하고 관세화 를 시행했다면, MMA 물량을 국내소비량 의 4% 수준에서 유지함으로써 이후 2014

(9)

년까지 1조원 상당의 추가적인 MMA쌀 1,119천톤을 수입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일본과 대만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쌀 관세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성공 하지 못했기 때문에 쌀을 지키려던 노력이 오히려 MMA 증량으로 국내시장에 부담 이 되어버린 것이다.

Ⅴ. 관세화 대신 현상 유지해야 한다는 논란 (현상유지론)

쌀 관세화 논의에서 가장 논란이 된 이 슈는 관세화유예를 유지하면서 현재 의무 수입물량도 늘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이른 바 ‘현상유지(standstill)'론이다. 정부는 국 내・외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외국 사 례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주요국 의견도 타진한 결과, 관세화유예 재연장을 시도할 경우,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을 추가적으로 늘리지 않을 수 없으며, 이로 인해 쌀 산업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는 결론에 이르렀다. 또한 관세화유예를 재연장해도 그 역시 한시적이며, 일정기간 이후에는 결국 WTO 회원국으로서의 의무 인 관세화를 피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했 다. 당시 현상유지와 관련된 논쟁을 정리 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일부 농민단체가 주장한 현상유지

란,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타결 전까 지 현행 의무수입물량(408,700톤)을 유지 하면서 관세화유예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 이다. 이 논의는 2013년 10월 14일 국정감 사에서 쟁점이 되었으며, 여야 모두 대체 로 그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였으나 일부 의원은 정부가 가능한 모든 측면을 검토한 후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정부는 WTO 협정과 일본・

대만의 관세화 사례, 그리고 필리핀의 관 세화 웨이버 사례와 전문가 자문 등을 검 토한 결과, 이 주장은 실현가능성이 없다 는 결론을 내렸다.

일부 농민단체와 통상법학자들은 현상 유지 협상을 시도하라고 주장했으나, 현실 적으로 불가능하고 검증되지 않은 일부 주 장에 떠밀려 정부가 관세화유예를 시도했 을 경우 우리 쌀산업의 미래가 어떻게 되 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당시 대부분의 통상법 전문가들은 우리가 관세화를 이행 하지 않을 경우 주요 이해관계국가들이 WTO 분쟁해결기구 제소 등 조치를 취하 게 될 것이며, 이 경우 패소할 것이 자명하 다는 의견을 밝혔다.

Ⅵ. 밥쌀용 쌀 수입을 중단해야 한

다는 논란

(10)

우리나라는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첫 번 째 관세화유예를 하면서, 수입쌀을 국내소 비자에게 팔지 않고, 주정용 등 가공용 쌀 로만 유통시켰다. 사실 이러한 관행은 WTO의 가장 핵심적인 원칙인 내국민대우 원칙9)(National Treatment, 국산제품에 비교 하여 수입제품에 불리한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위반소지가 있었다. 이러 한 이유로 주요 쌀 수출국들이 내국민대우 원칙을 요구하였고 이를 반영하여 2004년 양허표수정안에서 5년차인 2010년부터 전 체 MMA 물량의 30%를 유통시킬 것을 명 시하였던 것이다.

정부는 2014년 관세율을 포함한 양허표 수정안을 WTO에 통보하면서 밥쌀용 30%

의무를 삭제하였는데, 이는 밥쌀용을 아예 수입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WTO 원칙과 국내수요 등을 감안하여 밥 쌀용 쌀을 수입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에 대하여 일부 농업인 단체와 법률전 문가는 MMA 물량을 전량 가공용으로만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의 근 거는 첫째, MMA 물량은 농산물 수입국의 민감성을 반영한 제도이므로 내국민대우

등 WTO 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며, 둘째, 2014년 WTO에 통보한 우리나라 양허표수 정안에서 밥쌀용 규정이 빠져있기 때문이 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내 통상법학자에 따 르면, 이러한 주장은 국제법적 근거가 없 는 명백히 틀린 주장이다. 우선, MMA 물 량에도 WTO 원칙은 적용된다. 대부분의 통상법학자는 MMA 물량에 WTO 원칙의 예외가 적용된다는 어떠한 규정도 없으므 로, ‘예외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강 조한다. MMA 물량에도 내국민대우가 적 용된다는 국제법 사례는 우리나라의 쇠고 기 수입 구분판매제도(1999)와 터키의 쌀 수입허가 제도(2006), 그리고 EC의 바나나 수입허가 제도(1996) 등 WTO 판례를 통해 이미 확인된 사항이다. 터키의 경우 국산 쌀을 구매한 실적이 있는 업체에 한해 MMA 물량 쌀 수입을 허용하는 제도를 운 영하다가, 미국의 제소로 WTO 협정 위반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다.

둘째, 양허표수정안에 밥쌀용 규정이 빠 져있다고 해도, 이것이 곧 WTO의 일반원 칙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9) GATT 제3조(National Treatment) 제4항: 다른 체약당사자의 영도내로 수입되는 체약당사자 영토의 제품은 그 국내판매, 판매를 위한 제공, 구매, 운송, 유통 또는 사용에 영향을 주는 모든 법률, 규정, 요건에 관하 여 국내원산의 동종 상품에 부여되는 대우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부여받아야 한다. 이 항의 규정은 상품의 국적에 기초하지 아니하고 전적으로 운송수단의 경제적 운영에 기초한 차등적 국내 운임의 적용 을 방해하지 아니한다.

(11)

내국민대우원칙 등 WTO 일반원칙을 준수 하는 것은 양허표 명시 여부와 상관없이 WTO 회원국의 의무사항이다. 지난해 WTO에 통보한 양허표수정안은 관세율을 설정하고 MMA 물량 등을 규정하는 것이 주요 목적인 바, 내국민대우원칙과 국영무 역에 있어서의 상업적 고려 원칙 등은 WTO의 일반원칙으로 양허표 명시와는 상 관없이 모든 회원국들이 지켜야하는 의무 사항인 것이다.

일부 농민단체와 법률전문가는 WTO 법 률을 최대한 우리나라에 유리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면서, WTO 분쟁으로 비화되 더라도 최종판결까지는 가공용으로 도입 할 것을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통상관련 규범을 무리하게 해석하고 이를 정부가 실행에 옮 길 경우 WTO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WTO 패널 등에서 우리에게 불 리한 방향으로 수입쌀 정책이 결정될 수 있다.

WTO 원칙을 무시할 경우, 대만의 사례 와 같이 수출국이 요구하는 사항을 받아들 여야 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대만은

관세화하면서 여러 부대 조건을 삭제하여 WTO에 통보하였으나, 이후 검증과정에서 내국민 대우 원칙 명시하고, 수입쌀의 식 량원조와 사료용 사용 금지 등 부대 조건 문구가 부활되고, 미국을 포함한 4개국의 국가별 쿼터 물량이 추가로 신설되었다.

대만 사례뿐 아니라, 우리도 과거에 가 공용 쌀만 수입하다 WTO 내국민대우 위 반 등을 이유로 상대국들이 이의를 제기하 여 2004년 쌀 관세화 재유예 협상에서 30%까지 밥쌀용 쌀 수입을 의무화하는 조 항이 신설된 적이 있다.10) 밥쌀용 쌀 수입 문제를 그릇된 명분에 치우쳐 무리하게 적 용할 경우 오히려 쌀 관세율 513% 관철이 란 보다 큰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결과 적으로 WTO규정에 따라 정한 관세율로 우리 쌀산업을 지키려는 준법전략에 차질 을 빚게 될지 모른다.

Ⅶ. 맺음말

개방화와 관세화란 절체절명의 위기 앞 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농업의 미래성 장산업화를 실현해야 하는 역사적 과제 앞

10) UR이후 10년간 정부는 국영무역을 통해 가공용 쌀만 수입하였기 때문에 주요 수출국들이 지속적으로 내 국민대우 위반 문제를 제기하였으며, 2004년 협상 당시 상대국들은 국영무역이 아닌 민간의 직수입을 허 용할 것과, 밥쌀용 쌀을 소비자 판매가 가능하도록 강력히 요구하였음. 정부는 민간의 직수입에 따른 시 장교란을 막기 위해 국영무역을 유지하되, 밥쌀용 쌀은 국내시장 충격완화를 위해 2005년 10%에서 시작 하여 2010년 이후 30%까지 점진적으로 늘리는 선에서 합의를 도출하였음.

(12)

에서 불필요한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 는 데 있어, 우리나라와 쌀이 가지는 중요 성과 정서가 비슷한 일본과 대만의 쌀 관 세화 검증과정은 우리나라에게 좋은 교훈 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일본의 경우 1998년 12월 21일 쌀 양허표수정안을 WTO에 공식 통보한 후, 호주, EU,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총 4개 국가와 검증협의를 약 23개월간 거쳐 2000 년 11월 27일 검증을 완료하였다. 일본의 검증에 있어 의미있는 점은 정부와 여당, 그리고 농협계통조직을 통해 조기관세화 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었으며, 이것이 정 부의 검증에 힘을 실어 주었다. 정부는 이 러한 국회와 농업계의 후원에 힘입어 미국 등 주요국과의 충분한 설명과 협의를 통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검증을 완료하였 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관세율에 대해 WTO 농업협정의 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원칙적인 부분을 강조하면서 상대국에게 이해를 구하는 전략으로 최초 제출한 양허 표 원안을 관철시켰다.

대만의 경우 2002년 9월 30일 쌀 양허표 수정안을 WTO 통보한 이후 미국, 호주, 태국, 말레이시아와 4년 9개월에 걸친 오 랜 협의를 거쳐 2007년 6월 22일 검증을 완료하였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대만은 관

세화를 선언하면서 관세화유예 동안 적용 되었던 양허표상 여러 부대조건을 삭제하 여 통보하였으나, 이후 검증과정에서 수입 쌀과 국산쌀의 동등한 대우, 수입쌀의 식 량원조와 사료용 사용 제한, 밥쌀용 쌀의 사용을 저해하지 않게 적절한 방식으로의 판매 등 부대조건에 관련된 문구가 부활되 고, 심지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이집트 를 포함하여 미국 등 총 4개국에게 국별쿼 터 물량까지 추가로 신설하여 양허표에 명 시하였다.

20년간 미루어 온 쌀 관세화의 마지막 관문은 WTO 회원국들의 검증을 통과하는 것인데, 현재 미국, 중국 등 5개국이 우리 가 제출한 양허표수정안에 이의를 제기하 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처럼 제출한 양허 표수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수도 있다.

아니면 대만처럼 삭제한 부대조건들이 부 활되고 국별쿼터 물량까지 신설되는 등 제 출한 양허표가 수정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검증전략은 쌀 관세화가 WTO 원칙으로 복귀하는 것인 만큼, 쌀 관 세율도 WTO 규정에 따라 산출되었고, MMA 쌀도 WTO 원칙에 맞게 운영한다는 것이어야 한다. 10년 전 쌀 관세화유예 협 상에서 경험하였듯이 내국민대우 등 WTO 일반원칙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맥락을 간과하고 WTO의 규정을 무시할

(13)

경우, 우리가 원하지 않는 WTO 검증 결과 로 인해 또 다시 우리 쌀 농가에게 치명적 인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이 상황에 서는 농업인단체는 물론 관련 부처간 공감

대를 형성하고 관세율과 밥쌀용 쌀을 포함 한 MMA 쌀 관리 운영 등 우리측 논리를 치밀하게 다듬어 대응하는 것이 가장 분명 하고도 확실한 전략이라고 판단된다.

(14)

헤이그 국제상사계약 준거법 원칙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정 홍 식

*논문접수 : 2015. 9. 9. *심사개시 : 2015. 10. 1. *게재확정 : 2015. 10. 16.

< 목 차 >

Ⅰ. 서론

Ⅱ. 헤이그 계약준거법원칙의 개관

Ⅲ. 각 조문별 구체적 내용

1. 계약준거법원칙의 적용범위 2. 당사자자치의 원칙

3. 법의 규칙(Rules of law)

4. 명시적 그리고 묵시적인 준거법 선택 5. 준거법 선택의 방식

6. 준거법지정계약과 서식전쟁 7. 준거법지정계약의 분리가능성 8. 반정의 배제

9. 선택된 법의 규율범위 10. 채권양도의 준거법 11. 최우선 강행규정과 공서 12. 영업소

Ⅳ. 결론 및 우리에게 시사점

Ⅰ. 서론

2015년 3월 19일 헤이그국제사법회의 (Hague Conference on Private International Law)는 “헤이그 국제상사계약 준거법원칙 (Hague Principles on Choice of Law in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이하,

“계약준거법원칙”)을 최종 승인하였다. 2012 년 11월 헤이그국제사법회의 특별위원회 (Special Commission) 회의가 일주일 동안 개최되어1), 계약준거법원칙2) 초안이 승인 된 지 2년 6개월 만이다. 국제계약의 준거 법을 결정하는 것은 법원이나 중재판정부 뿐 아니라, 계약을 계획하고 이행하는 당

1) 저자는 영광스럽게도 본 특별위원회 국제회의에 한국정부 대표의 일원으로서 참가한 바 있고, 회의 당시 10여 명의 초안 drafting committee의 일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2) 특별위원회 회의 당시 스위스 대표단은 원칙(principles)이 아닌 모델규칙(model rules)의 형식으로 할 것을 제안했으나, 많은 국가의 대표단들이 반대하여 채택되지 않았다. 모델규칙의 형식에 대한 주된 반대이유 는 각국별로 별도 입법절차가 뒤따라야 하기에 불필요하고, UNIDROIT의 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도 원칙의 형태이지만 국제적으로 널리 잘 쓰이고 있고 국제중재에서도 적용되고 있 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칙(principles)의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15)

사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는 취지하에 서 계약준거법원칙의 성안 필요성이 대두 되었다.3)

계약준거법원칙을 관통하는 기본이념은 당사자자치 원칙의 존중이다. ‘당사자자치 원칙(principle of party autonomy)’이란 계약 을 규율할 준거법을 계약의 당사자들이 선 택할 수 있다는 원칙으로서 오늘날 국제적 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이 원칙은 당사 자들 거래에 확실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공 한다.4)

계약준거법원칙은 국제계약의 법 선택 에 관해 크게 두 가지 접근방식으로 기여 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각국의 입법자들 에게 준거법 선택규칙을 입안하거나 또는 현존하는 준거법 선택규칙을 보충・발전시 키는데 사용할 수 있는 통일적인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조 문은 제2조 제4항에서 당사자들이나 그들 의 거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법의 선택 을 허용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 여러 국가들에서는 이러한 법의 선택을 허용하 지 않고 있고, 선택된 법은 당사자들이나 그들 간의 거래와 객관적인 관련성이 있어 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다른 예는 제6조

에서 소위 “약관의 충돌(battle of forms)”

문제를 실무적인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규칙을 정립해 제공하고 있다.

두 번째는 소송과 중재에서 법의 선택과 그 제한의 차이를 해소하려고 했다. 계약 준거법원칙은 최초로 소송과 중재의 방식 을 구분하지 않고 준거법 선택과 그 제한 을 하나의 규칙에 담으려 하였다. 대표적 으로 제3조에서 분쟁해결방식과 관계없이

“법의 규칙(rules of law)”을 선택할 수 있 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제11조에서 당사 자자치에 의해 어느 법을 선택해도 최우선 강행규정과 공서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GDP의 70-80% 이상이 국제교역을 통해 창출되는 국가의 입장에 서는 매일같이 체결되는 수많은 국제계약 에서 지정되는 준거법과 그에 관한 원칙은 매우 중요하다 할 것이다. 세계적인 차원 에서 계약준거법원칙이 마련되었기에 본 고에서는 최종 승인된 원칙의 주요 내용의 검토와 아울러 우리 국제사법 및 중재법과 의 차이를 비교해 본 후, 우리 법에의 시사 점을 제시해보고자 한다.5)

3) Introduction to the Hague Principles on Choice of Law in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이하,

“Introduction”), para. I.1.

4) Introduction, para. I.3.

5) 계약준거법원칙에 관한 우리 문헌은 석광현, “헤이그 국제상사계약 준거법원칙”『진무 서헌제선생 정년기

(16)

Ⅱ. 헤이그 계약준거법원칙의 개관

헤이그국제사법회의가 국제상사계약에 서 준거법 선택과 관련한 문서를 기획하기 시작한 연도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 다. 헤이그국제사법회의는 준거법 선택과 관련하여 소송의 경우와 중재의 경우 모두 현존하는 규칙들과 실무들의 현황에 대해 타당성조사를 벌인 바 있으며, 아울러 회 원국들과, ICC, 주요 중재기관들에게 설문 조사를 하였다. 그 설문에서는 실제 실무 에서 준거법 합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인정이 되는지를 파악하 고자 하였다. 그 후 타당성조사와 설문조 사를 토대로 2009년 헤이그국제사법회의 의 의사결정 기구는 사무국(permanent bu- reau)으로 하여금 Working Group을 구성하 여6) 구속력 없는 문서를 만들도록 하였다.

그 Working Group은 주요 국가들의 국제 사법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2011년 초안을

만들었고, 2012년 Special Commission 회의 에서 이를 수정한 최종안이 도출된 것이 다.7)

계약준거법원칙은 전문(Preamble)과 모 두 12개의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약 준거법원칙은 구속력을 가지는 조약이 아 니고, 각 국가로 하여금 입법을 권고하는 모델법의 형식도 아니다. 각국으로 하여금 자국의 상황에 맞게 적절한 방식으로 국제 사법 체계에 편입하도록 권유하는 구속력 없는 일반원칙(general principles)의 형식이 다.8) 동 원칙은 국제상사계약의 준거법선 택에 관해 최신의 실무경향이 반영된 것이 라 한다. 헤이그국제사법회의는 준거법 선 택에서 당사자자치 원칙을 증진시키는데 이러한 구속력 없는 형식이 현재로서는 바 람직하다고 보았다.9) 계약준거법원칙이 앞으로 각국의 국제사법 개정에 영향을 미 쳐, 어느 정도 국제계약 준거법선택의 조

념집』(2015. 2), 279면 이하; 김도형, “헤이그국제사법회의 특별위원회 참가보고서”, 국제규범의 현황과 전망 – 2013년 국제규범연구반 연구보고 및 국제회의 참가보고서 - (2014), 443면 이하 (이는 2012. 11. 12.

개최된 특별위원회 참고보고서이다); Marta Pertegás and Brooke Adele Marshall, “Intro-regional reform in East Asia and the new Hague Principles on Choice of Law in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국제사법연 구 제20권 제1호 (2014), p. 391 이하 참조.

6) 이 Working Group에 아시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전문가가 들어갔으나, 한국의 전문가가 들어가지 못한 것 은 아쉽다.

7) 계약준거법원칙의 채택과정과 그 배경에 대해서는 Marta Pertegás & Brooke Adele Marshall, “Party Autonomy and Its Limits: Convergence through the New Hague Principles on Choice of Law in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39 Brook. J. Int’l L. 975 (2014), pp. 980-981을 참조.

8) Introduction, para. I.8.

9) 헤이그국제사법회의가 이를 조약이 아닌 구속력 없는 원칙을 선택한 배경에는 헤이그국제사법회의의 회 원국이 75개국으로 증가하여 이들의 입장을 반영해 조약의 형태로 만드는 것에 대단히 부담을 느꼈다고

(17)

화가 이루어진다면 그때 가서 구속력 있는 형식의 문서를 채택한다는 계획이다.10) 그 러나 계약준거법원칙은 아쉽게도 당사자 들이 준거법을 지정하지 않은 경우, 객관 적 준거법 결정을 위한 규정을 담고 있지 않다.11)

계약준거법원칙의 목적은 당사자자치 원칙을 강화하고, 아직 당사자자치 원칙을 수용하지 않은 국가들12)에게까지 이 원칙 을 확대하려는 데 있다. 또한 당사자자치 가 이미 수용된 곳에서는 그 원칙을 지속 적으로 발전시키고 보다 확대하려는 목적 도 있다.13) 당사자자치는 당사자들의 정당 한 기대를 충족하여 예측가능성을 드높이 고 법적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당사자들이 준거법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 적용될 법은 법정지(forum)가 어디냐 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계약준거법원칙의 법적안정성은 한층 고 양될 수 있다.14) 또한 당사자자치는 당사 자들로 하여금 중립적인 법 혹은 특정 계 약에 가장 적절한 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한 다. 반면 계약준거법원칙은 당사자자치 원 칙에 몇 가지 명시적인 제한을 가하고 있 다. 그 제한은 최우선강행규정이나 공서와 같이 가장 근본적으로 중요한 규정과 정책 들에 반하는 당사자 간 합의를 한 경우이다.

계약준거법원칙의 주된 사용자는 법원, 중재판정부, 입법자 및 당사자들과 그들의 변호사들일 것이다. 계약준거법원칙은 기 본적으로 소송과 중재에 차별 없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원과 중재판정부

한다. 왜냐하면 75개국들은 조약을 비준하는데 주저하기도 할 뿐더러, 원칙의 형태는 각국의 어려운 비 준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손쉽게 성안할 수 있었다는 견해가 있다. Ralf Michaels, “Non-State Law in the Hague Principles on Choice of Law in International Contracts”, SSRn-id2386186, pp. 9-10. (이 논 문은 헤이그국제사법회의 홈페이지 (www.hcch.net)의 계약준거법원칙 상의 bibliography에 링크된 글임.

또한 이 논문은 Liber Amicorum for Hans Micklitz, Varieties of European Economic Law and Regulation (2014), p. 43 이하에 수록되었으나, 여기에서는 전자를 인용함).

10) Introduction, para. I.9.

11) 헤이그 국제사법회 사무국의 주요 인사에 따르면,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한 경우의 규정들을 먼저 성안 한 다음 점진적으로 객관적 준거법 결정규정을 담는 것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 한다. 그렇지 않고 아 직까지 국제적인 컨센서스가 확보되지 않은 객관적 준거법 결정규칙까지 담으려고 하면, 이 원칙을 계획 된 시일 내에 성안시키기는 무리라고 보았다.

12) 특히 다수의 남미국가들에서는 당사자자치 원칙이 아직 확고하게 뿌리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Symeon Symeonides, “The Hague Principles on Choice of Law for International Contracts: Some Preliminary Comments”, 61 Am. J. Comparative Law 873 (2013), p. 876.

13) Official Commentary on the Hague Principles on Choice of Law for International Contracts (이하, “공식 주 석”), para, P.2.

14) 공식 주석, para, P.3.

(18)

Article 1 – Scope of the Principles

1. These Principles apply to choice of law in international contracts where each party is act- ing in the exercise of its trade or profession. They do not apply to consumer or em- ployment contracts.

2. For the purposes of these Principles, a contract is inter-

제1조 원칙의 범위

1. 이 원칙은 각 당 사자가 그의 영업 또는 직업활동으 로 행위하여 체결 하는 국제계약에 서 법의 선택에 적용된다. 이 원칙 은 소비자 또는 근로계약에는 적 용되지 아니한다.

2. 이 원칙의 목적상, 각 당사자가 그의 영업소를 동일한

national unless each party has its establishment in the same State and the relationship of the parties and all other relevant ele- ments, regardless of the chosen law, are connected only with that State.

3. These Principles do not address the law governing – a) the capacity of

natural persons;

b) arbitration agree- ments and agree- ments on choice of court;

c) companies or oth- er collective bod- ies and trusts;

d) insolvency;

e) the proprietary effects of con- tracts;

f) the issue of wheth- er an agent is able to bind a principal to a third party.

국가에 가지고 있 고 그리고 당사자 들의 관계 및 기 타 모든 관련 있 는 요소가, 준거법 에 관계없이, 그 해당 국가와만 연 계된 경우가 아니 라면, 계약은 국제 적이다.

3. 이 원칙은 아래의 준거법은 다루지 않는다.

가) 자연인의 능력

나) 중재합의와 법 원선택합의(관할 합의)

다) 회사 또는 기타 집합기구와 신탁

라) 도산

마) 계약의 물권법적 효력

바) 대리인이 제3자 에 대하여 본인 을 구속할 수 있 는지 여부 는 국제계약과 관련된 분쟁의 준거법 결정

에 있어 계약준거법원칙을 적용하거나 참 조하여 준거법합의의 유효성과 그 효과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15) 이처럼 소송과 중 재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통일적인 준거법 결정원칙을 제정한 것은 새로운 시도이다.

또한 계약준거법원칙은 각국의 국제사법 규칙을 해석하고 보충하며 그리고 개선하 는데 사용될 수도 있다.

Ⅲ. 각 조문별 구체적 내용

1. 계약준거법원칙의 적용범위

계약준거법원칙은 다음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1) 당사

15) Introduction, para, I.20.

(19)

자들 간 계약관계가 있어야 하고, (2) 그 계약이 국제계약이어야 하며, (3) 상사계약 의 경우에 한한다. 상사계약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한정하는 이유는 상사계약에서 당 사자자치가 널리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러 나 제1조에서는 ‘상사계약’에 대한 정의를 제공하지 않고, “각 당사자가 그의 직업 또는 영업활동으로 행위하는 경우”의 계약 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로마 I, Article 6(1)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며, 그 반대로 규정하고 있다.16) 여기에서 당사자 는 모든 자연인 또는 법인을 포함하며, 당 사자가 그의 직업이나 영업활동에 많은 경 험과 기술을 가질 것을 요구하지 않는 다.17) 제1조의 적용범위에 포함되는 계약 이라면 그 계약이 어떤 방식에 의해 체결 되는지의 여부는 불문한다. 따라서 당사자 들이 전자상거래 방식에 의해 국제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도 동 원칙은 적용가능하다.

계약준거법원칙은 제1조 제1항에서 소 비자 또는 근로계약에는 동 원칙이 적용되

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 있어, B2B 형식의 계약에만 적용됨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많은 나라들에서 사회경제적 약자로 분류 되는 소비자와 근로자를 국제사법적 혹은 저촉법적 차원에서 보호하기 위한 조문을 따로 두어 당사자자치를 제한하고 있기 때 문이다.18)

계약준거법원칙이 적용되기 위한 또 하 나의 요건은 국제계약이어야 한다. 이 요 건은 국제사법이 섭외적인 혹은 외국적인 요소가 있는 사건에 적용된다는 기본원칙 과 동일한 맥락이다. 계약준거법원칙은

‘국제계약’에 대해 적극적 정의가 아닌 소 극적 정의(negative definition)를 두고 있다.

즉 국제계약이라 함은, 당사자들이 그들의 영업소를 동일한 국가에 두고 있고 그리고 당사자들의 관계 및 기타 모든 관련 요소 가, 준거법에 관계없이, 그 해당 국가와만 관련이 있는 경우가 아닌 계약을 말한다 (제1조 제2항). 이러한 소극적 정의는 오직 순전히 국내계약만을 배제하기 위한 의도

16) 공식 주석, para. 1.6. (로마 I 에서는 소비자를 그의 직업 또는 영업활동이 아닌 목적으로 행위하는 자연 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17) 공식 주석, para. 1.7. (따라서 상인이나, 제조업자 또는 전문가들의 상업행위나 보험계약 및 라이센스계약 도 직업이나 영업활동의 대상으로 본다).

18) 그렇다고 소비자계약과 근로계약 유형이 아닌 다른 상사계약에서 준거법의 결정이 늘 공정하게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국제프랜차이즈계약에서 franchisor는 다국적 기업일 확률이 높고 자신에게 유 리한 형태의 계약양식을 미리 작성해 이를 franchisee에게 제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에 반해 franchisee는 가족단위의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제계약이나 준거법에 관한 이해가 낮은 수준이다. 따 라서 이러한 국제프랜차이즈계약의 내용과 준거법 선택은 양측에게 공정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고 fran- chisor에게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20)

이다. 이러한 소극적 정의 방식은 2005년 헤이그관할합의협약(Hague Choice of Court Convention), 제1조 제2항의 방식을 따른 것이다. 결국 계약의 국제성 확정을 위해 서는 두 가지 중 하나의 테스트를 충족하 면 된다. 첫째, 당사자들의 영업소가 서로 다른 국가에 소재하고 있다면, 그 계약은 국제계약이고 동 원칙이 적용된다. 만일 일방 당사자의 영업소가 둘 이상이라면, 제12조에 따라 그 당사자의 영업소는 계약 체결 시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업소가 된다.19) 둘째, ‘그 밖에 모든 관 련 요소’가 동일한 국가에 소재하지 않는 경우이다. 여기에서 관련 요소라 함은 예 컨대, 계약체결지, 이행지, 당사자의 국적, 그리고 당사자의 법인설립지 혹은 영업소 를 말한다.20) 첫 번째 테스트를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여기 두 번째 테스트를 충족하 면 국제성 요건에 부합한다. 예컨대, 계약 체결 당사자들이 동일 국가에 소재하고 있 고 계약체결이 그 국가에서 이루어졌다 하

더라도 매매대상인 부동산이 다른 국가에 소재하고 있다면 두 번째 요건을 충족한다 고 본다.

제1조 제2항의 “준거법에 관계없이”란 문구는 당사자들이 선택한 준거법이 국제 성 요건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모든 관련 요소가 동일 한 국가에 소재한 경우인데 당사자들이 준 거법을 다른 외국법으로 선택했다 하더라 도 국제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

계약준거법원칙은 계약에 대한 정의를 제공하지 않으나, 몇 가지 항목에 대해서 는 그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그 항목들은 계약적인 사안인지 아닌지에 대해 아직 국 제적인 컨센서스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혹은 당사자자치에 따라 합의할 수 있는 항목인지 여부도 불명확한 것들이다. 여기 에는 (i) 자연인의 능력21), (ii) 중재합의와 관할합의22), (iii) 회사 또는 기타 집합기구 (collective bodies)23)와 신탁, (iv) 도산, (v)

19) 공식 주석, para. 1.17.

20) 공식 주석, para. 1.18.

21) 이는 자연인이 계약을 독립적으로 체결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것을 의미한다. 계약체결 능력의 결여는 당사자자치를 제한하게 되는데, 그 근거는 연령이나 정신 상태에 기인한다. 공식 주석, para. 1.25.

22) 어떤 국가에서는 중재합의나 관할합의를 규율하는 준거법은 절차의 문제로 봐서 법정지법이나 중재지법 에 의해 규율하는 것으로 보는 반면, 다른 국가에서는 이를 실체의 문제로 봐서 중재합의나 관할합의를 규율하는 별도의 준거법에 의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계약준거법원칙은 이처럼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23) 집합기구란 법인으로 설립된 것에 한정하지 않고, ‘partnership’ 또는 ‘associations’처럼 법인으로 설립되지 않은 것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공식 주석, para. 1.27.

(21)

Article 2 – Freedom of choice

1. A contract is gov- erned by the law chosen by the parties.

2. The parties may choose -

a) the law applicable to the whole con- tract or to only part of it and b) different laws for

different parts of the contract 3. The choice may be

made or modified at any time. A choice or mod-

제2조 – 선택의 자유

1. 계약은 당사자들 이 선택한 법에 의 하여 규율된다.

2. 당사자들은 다음의 법을 선택할 수 있다.

a) 계약의 전부 또는 그의 일부에만 적용되는 법 또한

b) 계약의 상이한 부분에 대하여 상이한 법 3. 준거법 선택은 언

제든지 행하거나 변경될 수 있다.

계약 체결 후에 행

ification made after the contract has been concluded shall not prejudice its formal validity or the rights of third parties.

4. No connection is required between the law chosen and the parties or their transaction.

해진 준거법 선택 또는 준거법 변경 은 계약의 방식 또 는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아 니 된다

4. 당사자들 또는 그 의 거래와 선택한 법 간에 어떤 관련이 있을 필요는 없다.

계약의 물권법적 효력(the proprietary ef- fects), (vi) 대리인이 제3자에 대하여 본인 을 구속할 수 있는지 여부의 준거법이 그 것이다(제1조 제3항).

2. 당사자자치의 원칙

제2조는 계약은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 에 의하여 규율된다고 규정함으로써 당사 자자치 원칙을 명시한다. 준거법 선택에 있어서 당사자들 또는 그의 거래와 선택된 준거법 간에 어떤 관련이 있을 필요는 없 다(제2조 제4항).24) 보다 중요하게는 당사 자자치 원칙은 준거법 또는 ‘법의 규칙 (rules of law)’을 선택함에 있어 소송 혹은 중재의 분쟁해결 방식에 구애되지 않는 다.25) 이는 소송의 분쟁해결 방식이라고 해서 반드시 국가의 법을 준거법을 선택해

24) 당사자들은 종종 거래 및 자신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중립적인 법이나 혹은 특정 거래유형에 발달된 법체계를 가진 준거법을 선택한다. 예컨대 해상운송 및 국제보험에 발달된 영국법을 들 수 있다. 이는 미 국의 Restatement (Second): Conflict of Laws의 입장과 다르다. Restatement (Second)에서는 선택된 법의 州 는 당사자들 혹은 거래와 ‘실질적 관계’가 있거나 혹은 당사자들의 선택에 다른 ‘합리적인 기반’이 있어 야 한다고 되어 있다. American Law Institute, Restatement (Second): Conflict of Laws § 187(2) (1971). 그러 나 최근 미국의 루이지애나 주와 오레곤 주에서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중립적인 법을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Louisiana Civil Code Art. 3540; Oregon Revised Statutes § 81.120 Symeonides, supra note 12, footnote 38.

25) 공식 주석, para. 2.3.

(22)

야 하고 중재라고 해서 법의 규칙을 준거 규범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의 미이다.

계약준거법원칙은 당사자들이 (i) 계약의 전부 혹은 그의 일부에만 적용되는 법을 선택하건, (ii) 계약의 상이한 부분에 상이 한 법들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준거법의 분열이 허용됨을 명시한다. 이 또한 당사자자치 원칙의 일환이다. 이는 우리 국제사법 제25조 제2항과 동일한 취 지이다. 우리 중재법에도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준거법의 분열은 당연히 허용되는 것으로 이해된다.26) 만일 계약의 일부에만 적용되는 법을 선택하고 나머지 부분들에 대해 적용되는 법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 나머지 부분들에 대해서는 법관이나 중 재인이 객관적인 준거법 결정원칙에 따라 결정할 것이다.27)

당사자들은 언제든지 계약의 준거법을 선택하거나 사후 변경할 수 있다(제2조 제 3항 제1문). 다만 계약 체결 후 준거법의

선택 또는 변경은 계약의 방식 또는 제3자 의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제2조 제3항 제2문). 제9조 제1항 마호에서는 당 사자들이 선택한 법은 계약의 유효성 여부 를 규율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 결과 계 약 체결 후 준거법 변경은 계약의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방식상의 흠결로 말 미암아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 소급하 여 계약을 무효로 하는 문제를 피하기 위 해 제2조 제3항에서는 계약체결 후 준거법 의 변경으로 인해 원래의 준거법에 따르면 계약의 방식이 유효했던 계약에 영향을 미 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28) 또한 준거법 의 변경이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 록 하는 것은 로마 I, Article 3(2)에서 보는 것처럼 국제적인 컨센서스가 어느 정도 형 성되어 있다. 따라서 계약체결 후 준거법 이 변경된다 하더라도 이미 존재하는 제3 자의 권리는 그대로 유지된다.29) 우리 국 제사법 제25조 제3항에서는 명시적으로 준거법의 사후적 변경을 허용한다. 우리 중재법에는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준거법 의 사후적 변경은 당연히 허용되는 것으로

26) 석광현, 주5, 285-286면.

27) 공식 주석, para. 2.7.

28) 공식 주석, para. 2.11.

29) 예컨대, A와 B가 계약을 체결하고 X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 선택했다고 가정하자. C는 A의 의무를 보증 하는 보증인이다. 그 후 A와 B가 계약의 준거법을 Y국가의 법으로 변경하였는데, Y국가의 법에 따르면 A는 B에 대해 기존의 X국가의 법보다 훨씬 많은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다. 준거법의 변경이 유효한 반 면, 보증인 C의 권리와 의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고, C의 권리와 의무는 여전히 X국가의 법 에 따라 규율된다는 의미이다.

(23)

이해된다.30)

3. 법의 규칙(Rules of law)

Article 3 – Rules of law The law chosen by the parties may be rules of law that are generally accepted on an interna- tional, supranational or regional level as a neutral and balanced set of rules, unless the law of the forum pro- vides otherwise.

제3조 – 법의 규칙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은, 법정지의 법이 달리 규정하지 않는 한, 국제적, 초국가적 또는 지역적 수준에 서 중립적이고 균형 있는 일련의 규칙들 로서 일반적으로 승 인되는 법의 규칙일 수 있다

국제계약에서 당사자들은 통상 준거법 으로서 특정 국가의 법을 선택한다. 문제 는 당사자들이 특정 국가의 법이 아닌 규

범(non-state law) 또는 ‘법의 규칙(rules of law)’을 준거법(또는 준거규범, 이하 편의 상 양자를 포괄하여 ‘준거법’이라 칭한다) 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가이다. 계약준거법 원칙은 제2조 당사자자치 원칙의 범위를 여기 제3조에서 확대하고 있는데, 당사자 들은 국가의 법뿐만 아니라 법의 규칙까지 계약의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31) 계약준거법원칙은 종래 전통적인 국제사법에서는 허용되지 않았던 법의 규 칙의 ‘저촉법적 지정’을 허용하고 있음이 다.32) 이러한 법의 규칙의 선택은 분쟁해 결수단이 무엇인지 상관없이 가능하다. 국 제중재에서는 당사자들이 법의 규칙을 준 거법(또는 준거규범)으로 선택할 수 있음 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33) 반면 소송에서 는 전통적으로 이를 허용하지 않았으나 근 래에는 논란이 있다.34)

30) 석광현, 주5, 286면.

31) 계약준거법원칙의 성안과정에서는 당사자자치를 널리 인정하기 위해 법의 규칙까지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견해와, 반면 이를 허용할 경우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우월적 지위에 있는 당사자가 자신에게 익숙한 법의 규칙을 준거법으로 선택되도록 하는 등의 남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였다. 후자의 견해는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주로 유럽연합과 중국대표단이 강력하게 표명하였다.

32) 전통적인 국제사법에서는 당사자들이 법의 규칙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없더라도 당사자들이 이를 마 치 약관처럼 계약의 내용을 편입할 수 있다. 전자가 이른바 ‘저촉법적 지정’이고 후자가 ‘실질법적 지정’

이다. 영국에서는 후자에 대해 ‘언급에 의한 외국법의 편입(incorporation by reference)’라고 한다. 두 가지 상황의 차이는,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 별도의 객관적 준거법(강행규정을 포함)에 의해 여전히 규율받게 된다. 반면 저촉적법 지정의 경우라면 별도의 객관적 준거법에 의해 통제받지 않게 된다. Michaels, supra note 9, p. 2.

33) UNCITRAL 모델 중재법 제28조 제1항; ICC 중재규칙 제21조 제1항 참조.

34) 로마 I 채택과정에서 법의 규칙의 저촉법적 지정을 허용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반대에 부닥쳐 성사되 지는 못했다고 한다. 결국 최종 합의점은 Rome I의 Recital 13에서 법의 규칙이 언급에 의해 편입될 수는 있도록 하였다. Symeonides, supra note 12, footnote 99.

(24)

제3조는 당사자들이 어떤 유형의 법의 규칙을 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보다 확 실성을 제공하기 위해 법의 규칙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 기준은 법의 규 칙의 법원(source)과 속성(attributes)에 관계 된다. 첫 번째 기준은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의 규칙은 국내적인 차원을 넘어서 국제 적, 초국가적 또는 지역적 수준에서 일반 적으로 인정되는 정도의 법원을 가져야 한 다. 국제조약이나 협약은 일반적으로 수용 되는 법의 규칙의 법원이지만 그 조약이나 협약이 당사자들이 선택한 결과로서 적용 되는 경우로 한정한다.35) 예들 들어, 국제 물품매매협약(CISG)에서는 적어도 매도인 과 매수인 일방의 영업소가 체약국에 소재 하지 않은 상황에서(양 당사자 모두 비체 약국에 소재한 경우를 포함하여) 당사자들 이 CISG 체약국의 법을 준거법으로 선택 한 경우이다.36) 만일 당사자들의 선택이 없었다면 CISG는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때 CISG는 법의 규칙으로서 적용된다.

그 밖의 다른 법의 규칙은 국제상사계약원 칙(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유럽계약법원칙(PECL)과 유럽 계약법 공통참조기준 초안(DCFR) 등 구속 력 없는 형태를 들 수 있다. 다만 여기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generally recognized)”

의 문구에 대해서는 도대체 누구의 인정을 받을 정도의 규칙이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가 애매하다는 비판이 있다.37) 그리고 ‘법의 규칙이 국내 적인 차원을 넘어서 국제적, 초국가적 또 는 지역적 수준’이어야 한다는 요건에 대 해서도, 보통의 당사자자치에 의해 지정되 는 준거법은 특정 국가의 법(국제적으로 인정되지 않는)인데 왜 법의 규칙은 초국 가적이어야 하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비 판도 있다.38)

두 번째 기준으로 법의 규칙은 다음 세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 은 중립적이고(neutral) 균형 잡힌(balanced) 일련의 규칙(a set of rules)이어야 한다. 일 련의 규칙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단지 소수 의 조문들만으로는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없고, 국제적 맥락에서 통상의 계약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규칙들을

35) 공식 주석, para. 3.5.

36) CISG에서 이 경우는 제1조 제1항 가호의 직접적용이 아닌 나호의 간접적용 상황이다. 간접적용은 국제 사법 규칙에 의해 체약국법이 적용되는 경우인데, 상기 예에서 당사자들이 체약국법을 지정하였기 때문에 간접적용에 의해 CISG가 적용된다. 직접적용은 양 당사자가 속한 국가가 모두 체약국인 경우를 말한다.

37) Michaels, supra note 9, p. 17.

38) Ibid, pp. 17-18.

(25)

포괄하고 있어야 한다.39) 한편 법의 규칙 의 중립적이고 균형 잡혀야 하는 요건은 불분명하고 애매하다는 비판이 있다. 그 요체는 법의 규칙의 실질 내용이 과연 중 립적이고 균형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는 것 인지, 그리고 당사자자치 원칙은 당사자들 간 계약내용을 자유롭게 합의할 수 있다는 것인데 왜 준거법의 내용은 중립적이고 균 형 있는 것이어야 하는지를 지적한다.40) 그러나 여기에서 중립적이고 균형 잡힌 요 건은 법의 규칙을 제정하는 기관이 당사자 들에게 있어 중립적인 기관이어야 한다는 의미인 것으로 이해한다.

예외적으로 법정지 국가는 법의 규칙의 선택을 불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재 의 경우와 달리 소송에서는 법의 규칙의 선택을 허용하지 않고 오직 국가의 법의 선택만 허용하는 국가들이 있기 때문에, 계약준거법 성안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되 었던 이 쟁점에서 하나의 타협점으로 이러 한 예외를 두게 되었다.

한편 당사자들이 법의 규칙을 선택한 경 우, 그것이 규율하지 않는 사항은 어떻게

처리되는가? 계약준거법원칙은 CISG와 UNIDROIT Principles과는 달리 법의 규칙 이 규율하지 않는 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때문에 법의 규칙 을 선택하는 당사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서 보충적 준거법을 지정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41) 그러나 이렇듯 보충적 준거법을 지정할 정도라면 법의 규 칙을 선택하는 장점은 무엇인가라는 비판 이 가해질 수 있다. 사견으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국 당사자들과 수많은 국제계 약을 체결하면서 준거법 선택에 있어 우월 한 지위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 게 된다. 많은 경우 상대방 국가의 법 아니 면 영국법 등의 중립적인 국가의 법을 선 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경우보다는 우 리에게 좀 더 익숙할 수 있는 UNIDROIT Principles를 준거규범으로 선택하고 보충 적인 준거법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한국 기업들에게는 보다 유리한 것이 아닌가 생 각한다.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UNIDROIT Principles 차원에서 해결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보충적인 준거법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39) 공식 주석, para. 3.10.

40) Michaels, supra note 9, p.16.

41) 공식 주석, para. 3.15. 보충적 준거법을 지정하는 예시문은 다음과 같다: “This contract shall be governed by the UNIDROIT 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and, with respect to issues not covered by those principles, by the law of State X”.

참조

관련 문서

(1) The buyer loses the right to rely on a lack of conformity of the goods if he does not give notice to the seller specifying the nature of the lack of conformity within

The informative Annex A to this International Standard gives additional information intended to assist understanding and use of the document; it does not itself constitute part

(1.1 points) According to the passage, which of the following is NOT mentioned as the nature of pain.. ① Pain is not tied to any referent in

1 John Owen, Justification by Faith Alone, in The Works of John Owen, ed. John Bolt, trans. Scott Clark, &#34;Do This and Live: Christ's Active Obedience as the

If you started writing your hypothetical novel using L A TEX instead of a WYSIWYG editor, and used custom environments for typesetting events in different dimensions, and

A technology transfer agent can be qualified with finishing its registration education course over 40 hours on the basis of the article 14 of law on the Promotion of

North Korea is not the country which deserves to be invested, but it could play a crucial role in the process of propelling the South Korea's new

 Figuring out the dynamics involved in highway operations including tradeoffs among toll charges, service level,. volume of traff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