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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화학 전망, 제16권 제6호, 2013색즉시공(色卽是空)
❙이 철 태 단국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물질이란 무엇인가? 삼라만상(森羅萬象)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세상 만물의 근본 요소는 원자이다. 그 러므로 물질이 다르면 그 물질을 이루는 원자도 다르다. 원자는 중심에 양자와 중성자로 구성된 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핵 주위의 전자는 그들이 갖는 에너지 준위가 낮을수록 핵에 가까이 있을 수 있고, 에너지 준위가 높을수록 핵으로부터 먼 영역에 존재한다. 핵과 전자의 관계를 인간사회의 조 직에 비유하면 이런 표현은 어떨까? 핵의 사랑을 많이 받는 전자일수록 핵에 가까이 존재할 수 있으며, 핵 의 관심이 부족한 전자일수록 핵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존재한다. 핵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전자 를 ‘최외각전자’라고 한다.
물질의 특성은 그 물질을 이루는 원자의 특성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원자의 모든 특성을 그 중심에 있는 핵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전자에 의해 결정되며, 핵의 곁에 있는 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핵의 관심이 낮아 핵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최외각의 전자에 의해 결 정된다. 물질의 화학적 성질, 전기적 성질, 열적 성질, 광학적 성질, 원자가 다른 원자와의 결합방식을 결정 하며, 심지어 원자의 크기조차도 이 최외각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원자 내 구성요소인 핵과 전자의 이러한 상관관계는 인간사회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 민주주의 체제와 다 를 바 없다.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요건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모든 결정은 국민의 뜻이어야 한다. 어쩌면 삼라만상의 기본요소인 원자의 미시 세계(micro-world)는 인간사회가 추구하는 답을 이미 오래전부터 제시해 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 시각적 물질세계, 즉 삼라만상의 거시 세계와 이를 이루는 미시 세계인 원자, 그리고 그 원자의 구 성원들의 실체를 고려해보자.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The Tao of Physics)’의 저자인 물리학자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는 “오렌지가 지구 크기만 하다면 아마 오렌지를 이루는 원자 크기는 오렌지보다 더 작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실제로 한 방울의 물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크기로 확대한다면 원자 크기 는 야구공 정도가 될 것이다. 원자의 크기를 잠실 축구장의 크기로 한다면 핵의 크기는 엄지와 인지로 잡을 수 있는 작은 공의 크기에 불과하다. 그리고 가장 작은 크기인 전자는 핵을 이루는 양자 크기의 수천 내지 수 만분의 1의 크기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물질에 실존하는 구성요소인 핵과 전자를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무엇인가? 나머지가 차지하는 공 간은 전체공간의 99.999%이며 빈 공간이다. 삼라만상엔 1,000억 개의 은하계가 있다. 은하계엔 태양과 같은 별이 1,000억 개, 태양계엔 지구가 있고 이 지구엔 70억의 사람이 있다. 사람의 몸엔 100조 개의 세포가 있 고, 세포 하나에 들어 있는 원자는 100조 개다. 그러므로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거시 세계인 우주나 우리가 볼 수 없는 미시 세계인 원자의 99.999%가 비어있다.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것이나 우리가 갖고 싶어하는 그 모든 것의 99.999%는 빈 공간이다. 형체를 갖춘 것이 공간인가, 아니면 공간이 형체를 갖고 있는 것인가?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색은 곧 공이요, 공은 곧 색이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회원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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