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출처 보도일자
CP 대칭성 깨짐
_ 케이온 붕괴 실험 네이버캐스트 2010년 4월 23일(금)
약력에서 좌우대칭성이 깨졌다는 1956년의 발견은 우리 우주에 대해 물리학자들이 가지고 있던 근본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워한 학자들 도 있었지만 다른 실험 결과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좌우대칭성의 붕괴는 확고부동한 사실이 되고 말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중성미자 같은 입자는 좌우를 약간 차별하 는 정도가 아니라 차별할 수 있는 최대한도로 차별한다는 사실이었다. 실험에서 발 견되는 중성미자는 하나의 예외도 없이 100% 왼손잡이이다.
왼손잡이만 발견되는 중성미자는 좌우대칭성 깨짐의 대표적인 예
재미있게도 중성미자라는 입자의 존재를 처음으로 예언했던 사람은 바로 파울리였 다. “신이 왼손잡이라니!”라고 비명을 지르며 좌우 대칭성을 믿어보려고 했던 그는 자신이 세상에 등장시킨 중성미자에 철저하게 배신을 당한 셈이 되었다. 중성미자 라는 입자는 발견 당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아주 흥미로운 연구 대상 이었다. 여기서는 중성미자가 100% 왼손잡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약력의 좌우 대칭성 깨짐’에서 어떤 물체의 회전은 오른손을 써서 나타낸다고 하였 다. 오른손의 엄지를 세워 나머지 네 손가락과 직각으로 만든 다음 네 손가락을 물 체의 회전을 따라 감쌌을 때, 엄지가 가리키는 방향을 화살표로 나타내고 그 물체 의 회전방향으로 정한다. 중성미자도 이런 회전방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론적으로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회전방향이 중성미자가 움직이는 방향과 같은 방향이거나 반대방향이거나. 같은 방향이면 그 중성미자를 오른손잡이, 또는 우파라고 부르고 반대방향이면 왼손잡이, 또는 좌파라고 부른다. 본래 회전방향을 정할 때 ‘오른손’
을 써서 정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부르는 것이다.
중성미자는 이론적으로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두 가능성이 있다.
왼손잡이 중성미자를 거울에 비추면 오른손잡이 중성미자가 된다.
실험에서 발견되는 중성미자는 모두 왼손잡이이다.
만약 약력이 왼쪽과 오른쪽을 바꿔도 대칭이라면 중성미자는 좌파와 우파가 절반씩 섞여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실험에서 중성미자는 우파는 하나도 발견되지 않고 좌파만 발견되었다. 바로 이것이 중성미자가 100% 좌파, 즉 왼손잡이라는 말 의 의미이다.
CP 변환 : 왼쪽과 오른쪽만 바꾸지 말고, 물질을 통째로 반물질로 바 꿔보자
약력에서 좌우 대칭성이 명백하게 깨진 것을 알게 된 물리학자들은 어떻게든 새로 운 돌파구를 찾아 대칭성을 살려놓고 싶었다. 그리하여 착안한 것이 물질과 반물질 사이의 관계였다. 거울 속 세계, 즉 왼쪽과 오른쪽을 바꾼 세계는 우리 우주와 다 르다. 하지만 만약 거울 속에서 물질이 반물질로 바뀐다면 어떨까? 다시 말하여, 왼쪽과 오른쪽만 바꾸지 말고 동시에 물질을 통째로 반물질로 바꿔버리면 어떻게 될까? 우리 우주는 이에 대해 대칭일까? 참고로 물질을 반물질로 바꾸는 것을 기호 로 C로 표현하고 좌우를 바꾸는 것을 P로 표현한다. 그러므로 두 가지를 동시에 바꾸는 것은 CP 변환이라고 한다.
왼손잡이 중성미자를 CP변환(물질 ↔ 반물질, 왼쪽 ↔ 오른쪽)하면 오른손잡이 반중성미자가 된다.
실험에서 발견되는 반중성미자는 모두 오른손잡이이므로 이 경우는 CP 대칭성이 있다.
CP 변환을 통해 확인한 오른손잡이 반중성미자, 우주는 아직 대칭성 을 가지고 있다
이 생각을 중성미자에 적용하면 멋지게 성공한다. 중성미자의 반물질인 반중성미자 는 좌파는 하나도 없고 항상 우파만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좌파 중성미자를 CP 변환한 것과 같으므로 CP 대칭성이 살아있다는 의미이다. 물리학자들은 이 결 과에 대해 안도하였다. 결국 우리 우주는 그냥 거울에 비추면 안 되고 거울에 비춤 (P)과 동시에 모든 물질과 반물질을 뒤바꿔야(C) 하는 것이다. 그러면 반물질로 이 루어진 그 거울 속의 세계는 우리 우주와 완전히 같은 법칙을 따를 것이라고 물리 학자들은 생각하였다. 예를 들어 좌우를 바꿔서 제작한 시계는 다르게 작동할 수 있지만 시계 부품을 만들 때 물질 대신 반물질을 사용하여 좌우를 바꾸면 본래 시 계와 똑같이 작동할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중성미자의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고 다른 경우에도 CP 대칭성이 있을 지는 실제 실험으로 검증해야만 한다. 다행히도 물리학자들은 많은 실험에서 정말 CP 대칭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우주의 대칭성에 대한 믿음이 복원되는 것처럼 보였다.
케이온 붕괴 과정을 통해, CP 대칭성마저 붕괴하여
하지만 물리학자들의 이 순진한 믿음은 10년이 채 가지 못하고 또 한 번 배신을 당 한다. 1964년 피치(Val Fitch) 와 크로닌(James Cronin)은 ‘수명이 긴 중성 케이온 (KL0)’이라는 ‘이상한 입자(strange particle)’의 약력에 의한 붕괴 과정에서 CP 대 칭성이 있는지 실험하였다. 자세한 것은 생략하고 이해하기 쉬운 결과만 한 가지 쓰기로 하자. CP 대칭성이 있으려면 다음 두 반응이 일어나는 비율이 같아야 한다.
케이온 붕괴 실험을 통해 CP대칭성이 깨짐을 보인 피 치(왼쪽)와 크로닌(오른쪽).이 두 사람은 1980년에 노 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출처 : 노벨상 위원회>
양전자를 나타내고 π-는 음전하를 가지고 있는 파이온, π+는 그것의 반물질이다.
또한 ν는 중성미자, 는 반중성미자이다.
쉽게 말해서 첫 번째 반응을 거울에 비추고 물질을 반물질로 모두 바꾸면 두 번째 반응이 된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두 반응이 일어나는 비율이 같으면 CP 대칭성이 있는 것이고 비율이 다르면 없다. 실험 결과 첫 번째 반응이 0.65% 정도 더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반응은 CP 대칭성을 깬다. 이 실험으로 두 물리학자는 1980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 실험은 우리 우주가 물질을 반물질로 바꾸는 변형된 형태의 좌우대칭성조차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다만 이 CP 대칭성은 깨진 정도가 극히 작아서 보통의 좌우대칭성이 100% 깨지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왜 이렇게 작은 정 도로 깨어지고 왜 하필 그 숫자만큼만 차이가 나는지는 또 다른 수수께끼인데 아직 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다.
외계인과의 만남, 물리적인 이유 때문에 두 문명이 파멸할 수도 있다?
지구와 같은 환경을 가진 행성을 찾기 위해, NASA에서는 사진과 같은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만약 노력이 성공하여 외계 생명체를 만났다 하더라도, 함부로 접촉하는것은 위험하다. 외계 생명체가 반물질로 구성되어 있다면, 접촉은 곧 붕괴를 의미한다.
이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인류가 외계인과 처 음으로 통신에 성공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외계인을 당장 직접 만나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그전에 미리 상대방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서로의 언어도 모르고 어떻 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외계인이 반물질로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만 약 그렇다면 그들이 아무리 인류에게 호의적이라 해도 그들과 직접 만나는 것은 두 문명 모두의 파멸을 불러올 수 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물리적인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어떻게 외계인과 만나지 않고도 성공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까? 첫 번째 단계는 우주 어디에서나 적용되는 지식을 교환하여 낱말을 하나씩 배워나가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숫자 세기. “땅! 하나. 땅땅! 둘. 땅땅땅! 셋.”
이것을 반복하며 서로 숫자 세는 법을 배운다. 이제 이 숫자를 이용하여 우주 근본 물질의 성질에 대해 서로 아는 것을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그들도 우리처럼 원자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그들도 수소원자부터 시 작하여 백여 가지의 원자들을 알고 있을 것이고 각 원자의 질량을 알고 있을 것이 다. 하지만 우리가 질량을 재는 단위인 1kg은 그들의 단위와 같지 않으므로 직접 질량을 알려주는 것은 무의미하다. 대신 각 원자의 질량비는 단위와 무관해야 하므 로 가장 가벼운 수소원자를 기준으로 질량비를 교환하여 서로 각 원자를 어떻게 부 르는지 이름을 알아나간다. 이런 식으로 우주 어디에서나 성립하는 수학과 과학 지 식을 공유함으로써 인류와 외계문명은 서로의 언어를 배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왼쪽과 오른쪽, 우리가 정한 기준은 외계인에게는 쓸모가 없어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 이르러 드디어 인간의 구조에 대해 설명할 때가 올 것이다. 얼굴∙팔∙다리... 차례대로 설명하다가 인간의 심장이 ‘왼쪽’에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하지만 외계인은 ‘왼쪽’이 어느 쪽인지 모른다. 외계인은 우리에게 가운 데를 기준으로 하여 양쪽으로 나뉘는 두 방향 중에서 어느 쪽을 “왼쪽”이라고 부르 는지 설명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약력에서 좌우 대칭성이 깨져 있음을 알고 있다. 우리는 외계인에게 코발트-60(60Co)의 베타붕괴 실험을 해볼 것을 권 유한다.
그리고 우리가 ‘오른손’을 이용해 정한 60Co의 회전방향에 대해 전자가 반대방향으 로 튀어나올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이때 다른 입자()가 하나 더 튀어나오는데 그 입자는 반중성미자라고 부르며 100% 우파라고 설명한다. 원자나 원자핵에 대해서 는 이미 서로 어떻게 부르는지 알고 있으므로 외계인은 즉시 우리가 설명한 것을 이해하고 실험에 착수할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물질과 외계인이 말하는 물질이 과연 같은가?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확인한 외계인은 다시 우리에게 이렇게 물어올 것이다. 모든 물질은 그에 해당하는 반물질이 있는데 우리가 말하는 물질이 그들이 말하는 물질 과 같은 것이냐고. 만약 우리가 물질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들의 반물질에 해당한다 면 왼쪽과 오른쪽이 모조리 뒤집히므로 지금까지 한 실험이 모두 허사가 된다고.
예를 들어 그들의 전자가 우리의 양전자, 그들의 수소원자가 우리의 반수소원자, 그들의 중성미자가 우리의 반중성미자라면 위의 베타붕괴 실험으로 정한 그들의 왼 쪽은 우리의 오른쪽이 되어버린다.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된다. 이제 드디어 마지막 단계에 도달하였다. 우리는 외계인 에게 다른 실험을 하나 더 해볼 것을 권한다. 그 실험이란 바로 위에서 설명한 ‘수 명이 긴 중성 케이온(KL0)’의 붕괴 실험이다. 이 실험의 두 반응을 비교하면 어느 한 쪽이 0.65% 더 많이 일어날 것이며 그 반응에서 양전자(e+ )도 나오고 또한 중 성미자(ν)도 나온다는 것을 설명한다. 이렇게 하여 마침내 인류와 외계인은 최종적 으로 ‘왼쪽’과 ‘오른쪽’에 대해 합의에 성공한다. 또한 물질과 반물질, 양전하와 음 전하의 구분에 합의한다. 물론 이제 인류와 외계인이 만나서 악수할 수 있는지 떨 어져 살아야만 하는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우리 우주에서 CP 대칭성이 깨어졌다는 것의 의미이다.
케이온 붕괴 실험 이후에도 CP 대칭성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케이온의 붕괴 실험 이후에도 CP 대칭성에 대해서는 더욱 많은 사실이 밝혀지고 지금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특히 우주의 근본 물질이라고 하는 쿼크(quark) 수 준에서 약력에 의해 CP 대칭성이 어떻게 깨어질 수 있는지 연구한 공로로 일본의 고바야시 마코토와 마스카와 도시히데가 2008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참고 로 마스카와 교수는 2008년에 수상자로 발표될 당시까지 외국 여행을 한 번도 하 지 않아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그때까지 여권조차 없었으며 영어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편 1970년대에 강력의 근본이론인 양자색역학(QCD; Quantum Chromodynamics)이라는 것이 완성되자 물리학자들은 강력도 CP 대칭성의 문제에 서 자유롭지 못함을 알게 되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물리학자들도 좋은 업 적을 남겼다. 특히 서울대 김진의 교수가 연구원 시절인 1979년에 발표한 ‘보이지 않는 액시온(invisible axion)’ 이론은 3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유력한 이론 중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으며, 우주의 암흑물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후보로도 주목받 고 있다.
CP 대칭성이 깨졌다는 1964년의 실험 결과는 대칭성에 대한 물리학자들의 관점을 최종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럴듯한 아름다운 대칭성이라고 해서 우리 우주가 그 대칭성을 무조건 모두 다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럼 어떤 대칭성이 어떻게 존재하 는 것일까? 그리고 그 대칭성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아 직도 완전히 알고 있지는 못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이에 대해 답을 하게 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글 김찬주 /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 뉴욕시립대와 고등과학원,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연구하였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 과 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