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출처 보도일자
[수첩] “어느순간 수학언어에서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이언스 온 2010년 7월 14일(수)
[수첩] “어느순간 수학언어에서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BY 오철우 l 2010.07.14
[인터뷰 메모]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
‘현대기하학의 기하학적 상상’에 관해 이야기하다
황 교수의 평시 책상 위 모습. 무수한 연습종이와 공책, 그리고 몽당연필이 인상적이다. 7월13일 황 교수의 양해를 얻고 책상 위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었다. 사진/ 오철우
인터뷰는 두번째였지만 현대기하학에 관한 대화는 여전히 너무 힘든 것이었습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은 무언가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특히 아래 인터뷰 메모 중에서 복소공 간, 복소다양체 개념에 관한 부분을 제가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아래 글에서 난해한 개념에 난해한 대로 그대로 두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제게는 낯선 기하학 지식의 세계가 우리가 잘 모르는 수학자들의 세계에서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진진했습니다. 그리고 얘기를 나누면서 이런 낯선 세계가 여러 기초과학 학문의 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으며, 우리 인간의
사고능력과 사고방식의 중요한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어렴풋하게 들었습니다. 지 난 인터뷰에서는 기하학이 수학에서, 더 나아가 과학에서, 그리고 우리 사고방식에서 어떤 구실을 하는지에 관해 개괄적인 말씀을 들은 데 이어, 2차 인터뷰에서는 학문을 하는 과정 에서 얻은 황 교수님의 개인 경험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 얘기들을 나누고자 했습니다. 제게 는 여전히 난해하고 알쏭달쏭한 대화가 되겠지요? ^ ^
아래 인터뷰는 지난 6월4일에 이뤄진 것을 뒤늦게 정리한 것이며, 사진은 7월13일, 어제 촬영한 것입니다.
# 1. 차원의 확장… 다양한 사고실험들
오
이 짧은 글은 저번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제가 써본 저의 느낌입니다만.
오해는 컸다. 유클리드의 전통이 우리에게 너무도 뿌리 깊었기 때문일까? 드물게 현대 수학의 성과를 전하는 뉴스 보도들을 접하지만, 그 중에서 기하학이 소개될 때에는 ‘기괴하고 난해한’ 수학용어들을 접하면서도 대부분 일반인은 그것을 점, 선, 면, 공간과 도형의 학문쯤으로 여기지 않았던가? 하지만
‘복소기하학자’ 황준묵 교수(고등과학원)를 만나 깊은 얘기를 나누면서 그런 인상은 그야말로 한참 뒤 쳐진 구시대의 오해였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현대기하학은 이미 19세기에 유클리드 기하학과 단절해 발전해왔다. 유클리드 기하학이 지상에서 경험하는 평면의 점, 선, 면, 공간을 측량하고 계산하고 또 한 도형을 증명하는 데 기여해왔다면, 현대 기하학은 ‘지상에서 경험하는 평면’을 뛰어넘어 함수의 세 계로 들어갔다. 함수들이 ‘서식’하는 공간을 탐색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리저리 뒤틀려 이어지고, 심지 어 11차원의 세계이기도 했다.
황
잘 읽어봤는데요, “심지어 11차원”이라는 말은 저희가 보기에는 우스운 표현이에요. 어떤 사람은 무한차원 연구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조금 특이하지만. 보통은 임의의 차원에 서…
오
아… 차원의 구속이 없어진 거네요.
황
보통 3차원까지가 이해가 잘 되어 있고 그 이상은 특별히 어느 차원이 더 쉽고 더 어렵고 그런 게 없습니다.
오
저번에 11차원에 관해 말씀해주셨는데, 저도 우주론 기사 쓰면서도 끈이론은 난해해서 잘 안 쓰는데 쓸 때에 11차원, 12차원 얘기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썼는데, 그날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아 이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차원이란 말을 쓰는구나 조금 이 해되는 것 같더라고요..
황
네.. 11차원 얘기를 쓰시려면 그건 물리학과 관련해서 써야 해요.
오
결국 키워드가 함수, 공간, 차원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면 이런 게 아닌가 하네요. 이걸 아우르는 게 기하학이고, 또 이걸 특수하게 응용한 게 물리학에서 하는 것이고. 이런 관계 를 어떻게 일반인에 잘 설명해주느냐에 따라 복소기하학에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잡힐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이건 제가 인터뷰를 하다보니까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쓰면 긴 글을 일반 독자들이 끊어서 읽 을 수 있고 부담도 적을 것 같아서 구성해본 거고요. 나중에 최종 기사는 이걸 확장해서 구 성해볼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번에 인터뷰 하고나서 뒤에 제목도 이렇게 바꾸어봤어 요. 이게 근접해보이는 것 같아서요.
현대기하학의 사고혁명: “수와 함수의 세계를 시각화하고 차원을 확장하다”
황
네. 정확한 거 같은데요.
오
저번 얘기를 되짚어보니까 기사 글에 넣었으면 하는데 빠진 부분도 있고 해서 그런 걸 중심 으로 질문을 구성해봤거든요. 그냥 순서대로 여쭤보면, 교수님께서 쓰신 글 중에 이런 얘기 가 나오더라고요. <과학의 지평>에 쓰신 글인 것 같은데, 거기에서 보면 복소기하학을 언급 하면서 “수학, 물리학, 자연과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큰 이론의 심오함” 이런 표현 썼는데 어떤 데에 영향을 끼쳤는지 몇 가지 사례들이 있으면 좋겠는데요.
황
아, 이건 쉽게 말하기 힘든데… [일반인이 아는 사례들 중에 그런 예가 없을까요.] 그건…
그건 힘듭니다. 제가 큰 이론이라 말한 것은… 복소다양체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차원도 매 차원마다 굉장히 많고… 그런데 큰 이론이라는 것은 그런 것들 전체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그런 것이고… ‘심오하다’는 것은 길고 중간에 여러 스텝이 있고 전체에서는 단순한 일반적 인 구조를 얘기해주는데 그 속에 들어 있는 것은 굉장히 복잡하고… 소위 ‘심오하다’ 할 때 에 영어로 흔히 딥 시오리(deep theory)라고 하거든요.. 한번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여 러 과정을 거쳐서 이해하는 그런 이론들이 있어요. 그런 업적들이… 그런 건 공부하기도 시 간이 오래 걸리지만.
오
현대기하학이 끼친 영향으로 물리학에서는 흔히 끈이론, 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이런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다른 자연과학 분야라는 것은 혹시 뭐가 있나요?.
황
그건, 계산학이나… 저희가 하는 게 여기저기 갖다붙일 수는 있거든요. 지난번에도 말씀드 린대로 계산학에서 최근에 그런 게 있었고 요즘 들어서는 기하학 하고 생물학 하고 해서 DNA 구조 연결하는 사람도 있고. 전에는 발생학 하던 사람도 위상기하학 분야에서 있었고 요, 또 언어학 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런데 실제로 어느 정도로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에서 자연과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한 것은 이런 종류의 이론은 워낙 기초적인(펀더멘털한) 이론이라서 당연히 앞으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게 뻔히 보인 다는 것이거든요. 구체적 응용 이런 수준이 아니라 수학의 기본 개념에 대한, 우리한테 새 로운 생각(인사이트)를 주기 때문에 당연히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거거든요.
오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기하학과 다른 학문을 융합하는 시도들이 있는 것은 사 실이라는 건가요?
황
네 그런 건 있습니다. 다양하게 있습니다.
오
계산학 분야에서는 (현대기하학의 연구물을) 어떻게 가져다 쓰는 건가요? 계산하는 함수가 너무 복잡해서 함수의 기하학적인 특성을 컴퓨팅에 이용한다 이런 건가요?
황
그렇지요. 제가 아는 것 중의 하나는 행렬의 곱 같은 게 있거든요. 행렬의 크기가 커지면 굉장히 어려운 문제거든요, 컴퓨터로도 어렵지요. 그런데 아직 모르는 것 중 하나가 두 행 렬을 곱할 때에 이쪽 저쪽을 곱하고 더해야 하는데 그 계산을 다 안 해도 그 중에 몇 개만 해봐도 나머지 값을 알 수 있어요. 이걸 얼마나 이것을 줄일 수, 단순화할 수 있나, 부분만 계산해서 전체 값을 알아낼 수 있는가, 이런 문제가 계산학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각하는 것 중 하나고요. 이것을 공간의 기하학으로 바꿀 수 있어요, 바꿔놓으면 어떤 기하학적인 이유로 인해 어느 이상은 더 간단하게 할 수 없다거나 이런 것이 나오고 … 많은 경우에 계 산에서 극한 임계상황이 나타나는데 거기에는 기하학적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또 유명한 문제로는 ‘스피어 패킹’이라는 게 있거든요. 혹시 그런 문제 들어봤어요? 공을 쌓는데 어떻게 쌓으면 빈 공간이 제일 없게 쌓을 수 있느냐? 이것은 쉬운 문제 같지만 굉 장히 어려운 문제 중 하나거든요. 그리고 또 이것을 고차원에서도 얘기할 수 있고. 고차원 에서 공을 어떻게 쌓는 게 빈 공간 없이 꽉꽉 쌓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그런 문제를 대 수적으로 많이 연구해왔는데, 고차원에서 21차원인가 그런 데에서 그전까지 보통 계산하는 방법으로는 못 찾던 그런 쌓는 방법이 이런 복소다양체의 기하학과 연결해서 발견되기도 하 고 그래요. 이런 것은 일종의 최적화의 문제이거든요. 어떤 것을 어떻게 하면 최고로 좋게 만드느냐의 그런 문제인데. 그런 데에도 말하자면 응용이 되는 거죠.
오
공은 그냥 쌓으면 그대로 최적으로 쌓이는 건 아닌가요. 어떤 특정 공간에서 쌓을 때의 문 제인가요?
황
네. 평면에서는 알려져 있어요, 평면에서는 이런 식으로 쌓을 수 있고 그게 알려져 있어요.
보통은 가장 좋은 것은 이렇게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쌓는 거거든요. 이건 증명돼 있어요 이게 가장 좋다는 게. 근데 3차원에서는 어떻게 쌓느냐, 차곡차곡 쌓느냐 아니면 그 사이에 끼워놓고 쌓느냐 이런 문제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에요. 3차원에서는 쌓는 방법 중에서 격자 쌓기가 있어요, 그건 뭐냐면 규칙적으로 쌓는 거요. 쌓는 게 예를 들면 이렇게 쌓고 저렇게 쌓고 뒤섞는 게 아니라 똑같은 것을 반복해서 쌓는 것을 격자 쌓기라고 하거든요. 이런 격 자 쌓기 중에서 어떤 게 제일 최적인가 하는 것인데 3차원까지는 알려져 있는데 4차원부터 는 몰라요. 3차원도 최근에야 증명됐어요.
복소기하학과 관련되는 것으로는… 고차원에서 최적이 뭔지는 아직 모르지만, 다른 분이 이 문제의 전문가인데,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쌓기가 복소기하학과 관련해 발견 되고 그래요. 그런 것은 계산을 통해서는 발견 못하는데 기하학적으로 하다 보면 발견이 되 고 그래요.
오
끈이론에는 어떤 영향을 준 건가요? 차원의 확장, 이런 의미인가요?
황
그것보다는… 제가 잘은 모르지만… 끈이론에서는 보통 운동이 일어나는 4차원 시공간 있 고, 거기에다 중력이나 전자기력 같은 우주의 기본 힘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향이 있 다는 것이거든요. 10차원, 11차원, 그 다른 방향이 있는데 그 다른 방향의 부분이 복소다양 체에요. 그래서 3차원 복수다양체(실수에선 6차원 공간)가 물리학자한테는 중요하거든요.
이걸 소위 ‘칼라비-야우’ 복소다양체라고 하거든요. 칼라비와 야우라는 두 사람 수학자가 이 분야에서 일을 많이 했거든요.
오
기본적으로는 이렇게 해서 실수에서 6차원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4차원을 더해서…
황
이게 옛날 처음에 나온 끈이론이고요. 요새는 6차원을 약간 바꿔서 7, 8차원으로 해서 11 차원, 12차원이 그런 얘기들이 나오더라고요. 근데 이건 다른 연구자한테 물어보는 게 나아 요.
# 2. “복소구조, 그게, 그러니까…” 설명하던 황 교수의 ‘대략난감’
오
어디 글을 보니, 복소구조를 설명하면서 ‘전자기장’ 공간에 비유하는 얘기가 나오던데요.
황
이건 원래 리만이 그렇게 얘기했어요. [아 리만에 관한 설명문에서 있었던 것 같고] 복소구 조가 무언가, 복소다양체라는 것은 이런 공간에다 복소수로 좌표를 주는 것인데 그것을 리 만이 직관적으로 처음에 설명했던 게 이런 식으로 설명했어요. 뭐냐 하면 은박에다가 전기 장을 걸어놓으면 그런 전기장이 사실은 복소구조라고 할 수 있거든요. 전기장이 걸려 있는 것 자체가 복소구조라 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공간으로는 이렇게 생긴 걸 ‘토로스’라고 하는데 이런 면인데 복소구조는 여러 가지 가 있을 수 있거든요. 서로 다른 복소다양체 구조를 가져요. 얼핏 보면 공간으로는 하나의 공간인데 복소다양체라는 구조는 여러 가지가 있거든요. 그래서 복소다양체 구조가 뭔데 어 떻게 다른 것이냐 그걸 설명하기 위해서 전자기장에 걸린 것으로 말한 것이죠.
이 위에 어떤 구조가 있는 것이 복소다양체거든요. 이 자체는 보통 위상적인 공간이라고 보 는 거에요. 이것과 저것이 같다고 보는 게 위상적으로 같다고 보는 것이고. 이 위에 어떤 복소구조가 있는데, 예를 들면 이거와 저거가 다르잖아요, 이걸 우리가 리만 구조, 또는 메 트릭 구조라고도 해요. 거리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거든요. 이런 기하학을 연구하는 사람도 있고, 이걸 보통 리만 기하학이라고 해요.
오
여기에 정의된 숫자와 여기에 정의된 숫자와의 거리가 길다, 짧다, 이게 어떤 의미가 있나 요?
황
그건 상관이 없어요. 거리기하학은 리만 기학학은 함수론과는 상관이 없어요. 함수 관계와 관련이 잇는 것은 복소다양체, 복소기하학이에요. 그랬을 때에 복소구조에서는 거리 구조를 보지 않아요. 그러면 뭘 보는가 할 때에 지금 말하는 것처럼 전기장을 걸어놓은 것 같은 그 런 구조를 보는 거에요… 구조라는 건 좀 추상적인 말인데 이런 걸 보는 것을 거리구조라고 하고 그런 걸 보는 것을 복소구조라고 해요.
오
거리구조라는 게 거리가 어떤 기하학적 모양을 갖추고 있는가 이런 것이라면, 복소구조라는 것은 무엇의 구조를 말하는 건가요?
황
(난감한 웃음) 그러니까 복소구조는 직관적으로는 전자기장이 있는 것과 같다는 거거든요.
전자기장 구조가 다르면 복소구조가 다른 것이고. 그게 뭐에 해당하냐 하면 그게 부분적으 로 복소좌표를 줄 수 있느냐는 그런 개념에 해당하는 것이거든요. 이런 기하학을 봤을 때
함수론을 다루는 데 의미가 있는 기하학이고. 똑같은 공간도 거리구조에서 공부할 수가 있 어요.
오
이런 것은 휘어져 있어도 복소구조는 같다고 보는 것이라고….
황
네. 거리구조는 달라도 복소구조는 같을 수 있어요.
오
복소구조라는 말이 너무 어려운 말이네요. ‘복소수가 존재하는 구조’인가요?
황
그런…(난감한 표정) 복소수로 좌표를 줄 때에 그것들이 서로 잘 맞아 떨어지는 공간이거든 요. 설명드리기가 약간… 그냥 직관적으로는 전기장이 주어지는, 어떤 힘에….
오
전기장은 힘이 미치는 공간을 말하지 않나요?
황
근데 그 힘의 특징이 전자기력 같은 그런 종류의 힘이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는 말씀… (난 감한 웃음)… 이런 말씀이 두서 없어서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웃음)
오
복소수 숫자가 기하학적으로 미치는 범위를… 그러니까 전기장이 만약에 이렇게 2개가 있 으면 전기장의 힘이 2개일 때의 관계처럼… 어떤 추상적인 공간과 공간의 구조적인 관 계…?
황
2차원은 특별히 좀 더 쉽게 설명하는 방법이 있어요. 복소구조는 근본적으로 각도 구조와 같아요. 두 복소다양체가 같다는 얘기는 여기에서 이런 각도가 있을 때에 그거에 해당하는 것을 가져오면 거리는 달라질 수 있지만 각도는 같아요. 그래서 각도의 개념이 같을 때에…
오
그러면 이게 다른 게 되잖아요. 찌그러들면 각도가 달라지지 않나요.
황
그렇지만 각도를 그렇게 정의될 수 있다는 거죠. 이렇게 생긴 것과 이걸 쭉 잡아당긴 것 두 개를 각도가 같다고 보도록 각도 구조를 줄 수 있어요. 이게 달라 보이는 것은 거리의 관점 에서 보니까 그런 것인데… 말이 좀…(난감한 웃음) .. 기하학에서는 이런 위상공간이 있으
면 위상구조를 갖는 공간이 있다면 거기에 위상공간 플러스 기하학적 구조라는 걸 줘요. 그 러면 하나의 기하학의 분야가 생기는 거에요. 예를 들면 여기에다 거리 구조를 생각하면 이 걸 리만 기하학이라고 해요. 여기에다 복소구조를 생각하면 이걸 복소기하학이라 하고. 사 교구조는 사교기하학이라고 하고, 이런 기하학들이 지금 제일 많이 연구되는 거예요. 리만 기하, 복소기하, 사교기하…
오
결국에는 복소구조에 대한 개념이 이해되지 않아서…
황
네. 그런데 복소 개념은 근본적으로 일차원에서는 각도의 개념과 같습니다.
오
아, 너무 어렵군요! …복소구조 개념에 대해서 더 찾아봐야겠네요. 영어로는 콤플렉스 스트 럭처라는 말을 보면 이 정도로 난해한 개념은 아닐 것도 같은데… 복잡성의 구조?
황
아니요, 복잡성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요. 전혀 딴 뜻이고요. 뭐라고 해야 하나… 기하학자 들 사이에 한때 유명했던 말이 뭐냐 하면 기하학자들 중에서 복소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 어요. 실수가 친근감이 더 있으니까. 실수를 연구하는 사람들한테 복소기가학자들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실수기하학과 복소기하학의 차이는 섹스가 있는 사회와 없는 사회와 같다 그런 농담이 있거든요. 복소수는 항상 실수와 허수가 있어서 두 개가 항상 묘한 관계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많이 있는데, 실수는 단 하나거든요 방향이 하나 밖에 없어요, 동성사회와 같다고… 그런 조크가 있었어요. 복소기하학은 방향이 두 개라 왔다 갔다 하고 재미있는 분 야라고 해요.
7월13일 오전 11시 홍릉 고등과학원 4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작은 기하학
연구모임. 가운데가 황준묵 교수다. 이 세미나실은 3면이 칠판으로 둘러쌓여 있다.
촬영/ 오철우
# 3. 다시, 경험공간, vs. 복소공간에 관해
오
저번에 복소공간이라는 게 ‘함수의 정의되는 공간이다’ 이런 말씀 하셨고, 또 그것은 존재하 지 않는 공간이 아니고 실재하는 공간으로 봐야 한다고도 말씀하셨는데요, 함수가 정의되는 공간이라면 관념적 공간일 테고 그런데도 실재하는 공간이라 하면 물리적 세계에도 그런 공 간 특성이 갖춰져 있다는 얘기로도 들리고 그런데요. 그게 상충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여 전히 드는데요.
황
저는 복소다양체만이 실재한다는 게 아니라 수학에서 다루는 모든 공간이 실제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거든요. 존재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한 게 물리의 공 간이거든요. 두 개가 상충되는 게 아니라 하나가 하나에 포함되는 그런 관계예요. … 그리 고 말씀드렸지만 실재한다고 보는 공간, 물리적 공간, 이것은 무슨 뜻인지 말하는 것은 사 실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보고 만지는 것과 삼차원 공간과는 직접 관련은 없거든요. 이건 머 릿속에서 꾸며지는 것이지… 보고 만지는 것은 감각으로 오는 것이고 시각은 빛이 들어와서 그걸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거든요. 제 생각에는 기하학을 안 배운 오지의 사람들은 우리와 는 전혀 다르게 세상을 볼 거에요. 삼차원 공간으로 안 볼지도 몰라요. 삼차원 공간은 우리 가 배운 개념이고 세상을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지 실재라는 것은 우리 감각기관에 오는 반 응… 이건 철학적인 문제인데.(웃음) … 그런 의미에서 해석해야지, 그렇게 보면 보통 물리 적 실재 공간은 우리가 많이 사용해서 친숙할 뿐이지요. 머릿속 공간은 존재하지 않고 다른 공간은 존재하고 그렇게 구분되지 않아요. 복소기하학을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하면 어릴 적 부터 그것이 실재한다고 생각하며 살 거에요. 수학자들한테는 그게 있는 공간이에요. 매일 거기에 들어가서 공부하고, 다만 그것이 시각, 촉각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한다는 게 다르 죠. 이건 철학적인 문제 같아요.
그런데 이런 건 있어요. 기하학이 뭔가? 이건 수학 내에서도 철학적으로 논쟁 대상이 돼왔 어요. 전통적으로 논쟁이 굉장히 많았어요. 기하학이라는 건 도대체 뭔가, 그게 바로 공간 이란 무엇이냐 때문에 생긴 논쟁인데 시원한 답은 없어요.
수학자들 대부분이 수학적 공간을 다 실재 공간으로 보는데, 그런데 예를 들면 왜 수에 대 한 연구는 왜 기하학이 아니냐, 삼각형 사각형을 연구하는 것은 기하학인데 더하기 빼기는 기하학이 아닌가. 단지 대상이 달라 그런가 아니면 두 개가 근본적으로 다른 게 있기 때문 인가…. 물론 다른 게 있어요. 그림으로 항상 그려야 한다는 것도 있고… 그런데 그게 시각 효과가 구체적으로 그게 수학적으로 무슨 뜻인가 그런 데 대해서는 많은 논쟁 있었고 그런 데… 가끔 헷갈리는 것 중 하나에요.
오
비슷한 물음이기는 한데, 이런 질문을 드리는 것은 복소기하학이라는 게 실제적으로 우리
인식이나 생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런 측면 하고… 또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은 분자 생물학 하는 분은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를 것이고 정치하는 사람이 세상 보는 눈이 남 다르 듯이, 그런 것처럼 복소기하학 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어떻게 다르게 보며 살까… 물론 대부 분 일반인과 같을 테고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날 텐데, 뭔가 세상, 우주, 자연을 보는 눈 이 다를 것 같은 생각도 들어서요.
황
저는 그것은 개인차가 더 클 것 같아요. 복소기학자 아니냐를 떠나서. 복소기하학자들 중에 도 엄청 독실한 기독교인도 있고 안 그런 사람도 있고 개인차가 더 클 것 같아요. 다만 저 는 그게 실재한다고 생각하고 항상 거기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까. 항상은 아니지만 거의 뭐 그 생각만 하면서 살아가니까 수시로 시간만 나면 생각하거든요. 전체적으로 다른 면 이…
오
개인적인 경험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황
세상 보는 눈 자체는 뭐 그렇게 다를까요? … 저는 세상은 약간은 허무주의랄까 심각한 게 아니라고. 더 중요한 게 저쪽에 있다고 생각하고 사는 것 같고. 물론 당장 배고프면 이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마음의 위안으로라도…
오
플라톤 얘기 많이 하셨는데 그런 식으로 보면 이데아의 세계…
황
그런 식으로 현실에서 괴로운 일 있을 때에는, 그쪽에는 괴로운 일이 없으니까 대부분 너무 아름답게만 되어 있기에… 근데 이런 건 안 쓰시는 게 (웃음)…
오
기하학자는 약간 관념론쪽에 있나요?
황
아, 사람마다 달라요. 다만 저는 그냥 그런 쪽 관심이 많거든요. 복소기하학에서도 구조 자 체의 근본 성질이 뭔지에 관심이 많고. 그런데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숫자나 함수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도 있어요. 특히 물리학자는 현상에 더 관심이 많은 거죠. 공식이나 그런 거에 관심이 많고요. … 그리고 제가 하는 연구는 지난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주로 “뭐가 존재하 지 않는다”는 종류의 결과거든요. 좀 관념적인 결과들이거든요. 그런 게 제 취향에 맞는 것 같고 그런 거 증명하는 게.
오
복소기하학자로서 우주를 바라보는 데에 독특한 관점이 있나요?
황
저는 우주에는 별로 관심이 특별히 없어요. 물리학에 관심도 없고. 저희 복소기하학자 중에 물리학에 관심 있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물리학 공간이라는 것은 있는 공간 중에 굉장히 특 수한 공간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관심이 안 생겨요. [굉장히 특수한 공간이요?] 굉장히 특수한 차원에서 아주 특수한 구조를 갖는 그런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관심이 가진 않아요.
오
(기하학에서) 차원과 구조가 중요하지요?
황
네. 중요한데 차원에 따라서는 특별한 일 일어나는 차원이 있거든요.
# 4. 우리 사고에 있는 유클리드 기하학의 흔적들
오
기하학이 물리학에도 영향을 주고 여러 분야에도 기초적인 영향을 주고 했는데 수학, 과학 분야를 넘어서서 인류의 지식, 인식의 진화과정을 볼 때에 기하학이 근본적으로 어느 부분 에 스며들어 있다고 보세요? 우리의 지금 어떤 사고방식들에는 기하학의 흔적들이 있다 이 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게 있나요.
황
일단 삼차원 공간을 지각하는 것 자체가 그렇지요. 현재 우리가 세상 보는 관점은 그리스시 대 유클리드 기하학의 관점으로 보는 거고, 이건 우리가 교육을 받았기 때문 그런 거 같아 요. 교육이 없어도 보긴 그렇게 봤겠지만 차이가 났을 것 같아요. 그 다음에 이를테면 숫자 를 직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지금 아주 익숙하잖아요. 자를 갖다 대놓고… 이런 직선 에서 여기에서 여기까지 거리를 숫자로 인식하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이게 당연한 개념은 아니거든요. 이런 것도 그리스 때 나온 개념이고… 또 합동이라는 것, 대칭이라는 것도 다 기하학에서 나온 거… 그게 다 정확히 뭘 뜻하는지는 다 기하학에서 나온 것 같아요.
오
복소기하학이 우리 사고방식에 끼친 영향은…? 다차원 개념 그런 것일까요?
황
물리학에 영향을 많이 주었고요. 그다음에 함수론인데 그건 일반인한테 영향을 주려면 아직 멀었고요. 그런데 수학 내에서 다른 분야들에는 굉장한 중요한 영향을 주었어요. 복소기하 학이 중요해진 이유가, 이걸 통해서 수와 기하가 연결이 됐거든요. 그게 굉장히 중요한 것 이죠.
오
지난 번에 은유에 관해 여쭙기도 했는데, 은유에 관한 어떤 유명한 책 중에 그런 내용이 핵 심을 이루고 있는데 우리의 관념 중에… 예를 들어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 이런 말 자체가 공간 메타포에 있다는 거거든요. 그런 식으로 공간 그리고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서 그런 기본적인 은유가 있다는 것이거든요. 시간의 메타포. 공간의 메타포 뭐 이런 것들로 이뤄졌 다는 ….
황
그것은 수학이라고 하기에는 좀… 수학 이전에 기하학이 있었는지는 모르죠, 그런 의미로 보면. 공간 지각에 관한… 또 이런 게 있잖아요. 데카르트의 ‘해석기하’라는 게… 좌표를 준 다는 것이요. 지도에 좌표를 주고 이런 것은 지금 익숙하잖아요. 사실은 리만 개념이 생겨 난 큰 이유 중 하나는 그 이전에 지도 발달로 등장한 것이거든요. 지도는 기술하는 공간은 하나 있는 것인데 그런 것을 통해서 (리만) 개념이 나타났어요. 우리 눈에 구체적으로 보이 는 것은 지도인데 공간이 따로 있는 거거든요. 진짜 공간이 있고 지도라는 것은 지구를 약 간 특별한 방법으로 기술한 것에 불과하잖아요. 여러 도법이 있잖아요, 메르카토르 도법이 나 이런 것들이 생겨나면서 그 역으로 이런 지도로 기술할 수 있는 게 공간 아닌가 하는 생 각이, 그래서 등장한 게 이런 다양체의 개념들이에요.
오
그러면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선택한다면 복소기하학은 공간의 해석입니까?
황
그건 그냥 기하학이고… 복소기하학은 복소구조를 갖는, 복소구조라는 개념이 중요한 거죠.
오
복소구조를 갖는 공간… 역시 복소구조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하지 않고서는 복소기하학을 이해하기는 힘들겠네요.
황
[위로하는 말로] 일반적으로 복소구조뿐이 아니라 수학에서 구조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은 제일 추상적인 부분 중 하나에요. 그런데 복소구조는 특히 그런 면이 있네요… 이런 걸 이 해하시는게 힘든 게 당연한 거고요…
오
다시 좀 더 도전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이런 게 어디 설명이 안 나와 있는 것 같아요]
중간적인 글들이 있어야 하는데 전공자 글 외에는 없고 백과사전에도 전문적 용어로 추상적 으로 돼 있으니까….수학적 개념을 우리가 실감하는 단어로 옮겨서 설명하는 게 굉장히 위 험하기 때문에…
황
다른 수학에 비해 어려운 이유가… 사실 어려운 개념은 전혀 아니에요. 그런데 이걸 말로 설명하려니까. 수학은 원래가 말로 되어 있어 수나 이런 것들은 설명하기가 쉬운데 기하학 은 원래는 그림으로 돼 있는 거거든요, 머릿속에서 그림으로 되어 있어서. 말로 설명하려니 그래요. 전에 어떤 기자가 내게 무슨 일 했는지 설명해달라 하더라고요. 나는 그림을 잘 그 려 상을 받은건데 무슨 그림 그렸냐고 설명해 달라 하는 것인데, 말로 설명해도 듣고 나면 뭘 그린 건지 알 수 없는 것과 같거든요. 이건 볼 수 있으면 한 눈에 아는 건데… 수학자끼 리는 너 뭐 했냐 해서 내가 한 줄로 설명하면 금방 아는데, 그런데 이걸 말로 설명하려니 까.
오
일반인이 그 그림을 많이 설명을 들어도 못 그리는 이유는 왜일까요?
황
왜냐면 그림을 보는 연습을 해야 하거든요. 말로 아무리… 예를 들어서 어린이가 어떻게 그 림을 인식하겠어요. 그림을 계속 봐야지요, 말로 아무리 가르쳐도… 그림을 보는 유일한 방 법은 수학에서도 자기가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거든요. 남이 한 말을 들어선 경험을 할 수 없거든요.
# 5. “매직아이처럼…어느 순간에 기하학의 그림이 보였다”
오
아니, 교수님도 태어날 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니까, 처음에 진입장벽이 있었을 것이고.
황
처음에 어렵죠. 처음에 식으로 쓰면서 앉아서 책만 읽어선 절대 안되요, 식을 쓰면서 차근 차근 따라 가보고… 처음에는 그리죠. 그러다 어느 순간에 그림이 딱 떠오르죠. 마치…보물 찾기라고 하나… 매직아이라고 혹시 아세요. 아무리 들여다봐도 안 보이다가 어느 순간에 딱 보이죠. .. 그걸 못 보는 사람한테는 아무리 설명해도 못 보거든요. 분명 거기에 있는데 도… 항상 그런 느낌이 들어요.
오
그건 수학의 언어를 알고 있어야 볼 수 있는 겁니까?
황
물론 수학의 언어를 알아야 하고요. 그다음에 경험을 기하학을 경험을 해봐야 해요. .다양 체나 이런 것은 계산도 해보고 경험하다가 어느 순간에 보이기 시작하거든요.
오
기하학자끼리는 쉽게 통한다 하셨는데 서로 머릿속에 그리는 상이 자기만의 노하우로 그리 는 건가요, 아니면 상이 실제로 일치하는 건가요?
황
그건 저도 궁금한 것 중 하나인데요. 나는 나름대로 그리는데 근데 얘기하다보면 대부분 사 람들과 맞아떨어지거든요. 그런데 같은 대상을 얘기하더라도 복소기하학자와 리만기하학자 대수기하학자가 얘기하는 거 하고 조금 포인트가 달라요. 그래서 서로 통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요. 그런데 의외로 많은 경우에 서로 말이 통하니까 각자 머리에 그리고 있는 건데 같 다는 게 참 신기하죠 사실은…
오
학문에서 소통할 때에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는 게 되어야 하지 않 을까요. 말씀하시는 게 약간 아티스트에 가까운, 그러니까 다 서로 이해하기 힘든 나만의 뭐…이런 게…과학은 재현가능성. 보편적으로 이해할 것. 검증이 가능하고.. 물론 이론과학 경험과학 하고 다르겠지만. 그런 측면에서 흔히 얘기하는 과학의 규범과 가치에 견줘보면 상당히 아티스트에 가까운 말씀인 듯이 들려요.
황
아니 그렇지 않아요. 저희가 하는 것은 그런데… 결과물은 논문을 쓰는 것은 달라요. 논리 적으로 완벽하게 써야 하거든요. 누가봐도 증명은 맞는거고
오
증명의 과정과 사유의 과정은 다른 것이네요.
황
성격이 다른 종류의 일이에요. 그래서 기하학자가 제일 싫어하는 게 가운데 하나가 논문 쓰 는 일이에요. 논문 쓸 때가 제일 괴로워요.
오
사유는 개인적인 상상이나 개인 영역이고요, 증명의 과정은 설득이니까 사회적인 과정이잖 아요. 사회라는 게 일반 사회가 아니지만.
황
다들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부 논리적으로 맞아떨어져야 하고 그렇지요.
오
그건 이론과학 하는 분들 상당수가… 다윈도 아이디어 차원의 메모와 실제 설득 과정에서 썼던 수사가 상당히 다르고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은데…. 발견의 과정과 증명의 과정이 확 연히 다르군요.
황
수학에는 공통의 언어 있어서 증명에서 그런 걸 써야 하거든요. 엊그제에도 그런 얘기를 했 는데, 대학생 고등학생들한테 얘기했는데, 대학생까지 배우는 것은 대부분은 그런 것이거든 요. 내가 생각해도 재미 없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수학의 재미를 학생들이 알기 힘든 게 그게 좀 아쉽다. 저도 대학 갈 때까지 수학의 재미 몰랐거든요. 대학에 가서 보니까 재미있 는 수학이 있어서 대학원부터 수학으로 바꿨지요.
오
그러네요. 말씀하신 중에서 굉장히 흥분되고 재미있는 게 있고 신기한 사유 과정이 있는 것 같은데 (고등학교 때까지) 우리가 배우는 것은 수학의 언어에 익숙해지는 것까지… 대부분 경험하는 게 언어를 배우는 것이지 언어로 작문 하는 것이나 이런 건 없는 것 같아요.
황
그러니까 문법 교육만 받는 것이에요 그래서 수학 재미없다고 하고.
오
그렇지만 수학의 언어를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는 이런 상상을 하거나 할 때에는 그냥 상 상력이 풍부한 아티스트 되거나 하겠지요.
황
황당한 게 될 수도 있겠고 혼자 꿈꾸는 게 될 수도 있겠지요.
오
수학의 재미는 수학의 언어를 다 배운 뒤에 펼쳐진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황
네… 그러면서도 항상 논리적 속박이 있으니까 그게 맛이라면 맛이죠. 논리적이고 짜여 있 는 상태에서 그렇게 나아가야 하니까.
오
기하학에 대해서 일반인이 가장 오해하는 개념이나 용어이 있나요?
황
기하학 하면 작도 하고 유클리드 기하학을 많이 생각하시는데 저희가 하는 것은 대부분 공 간에 대한 연구이지… 구체적 도형에 대해서는 이미 사람들이 다 이해했거든요. 그 다음에 과학자들과 얘기하다보면 많이 오해하는 게 있는데요. 물리학자들이 특히…. 자기들이 하는 것을 더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하는 그런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 그러니까 논리학자로 생각 하는 측면이 있어요. 자기들은 맞다고 가정하고 하면 되는데 수학자는 엄밀하게 증명하는 사람으로… 수학에 사실은 그런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수학의 대부분과는 상관이 없거든요.
수학은 자유로운 상상력 발휘해서 이론을 만들어나가는 게 중심이거든요.
예전에 푸앙카레인가 수학자를 분류한 적이 있어요. 서로 다른 타이프로 기하학자와 논리학 자로 그런 식으로 분류했어요. 논리학자는 무언가를 엄밀하게 증명하는 것이 논리학자고, 기하학자는 엄밀하지 않더라도 일단 아이디어 내서 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그런 수학을 하는 사람으로… 푸앙카레 자신은 기하학자거든요. 19세기에서 20세기 초 인물이지요.
오
말씀 계속 듣다보면 현대기하학이 우리의 공간 관념을 확장하는, 그래서 공간사고혁명을 이 루게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그게 수학의 언어로 다뤄져 이해하기 쉽지 않 지만 많이 해석해볼 만한 그런 거 같아요.
황
그리고… 지난번에도 어떤 분이 ‘기하학의 미래’에 대해 어찌 생각하나 질문한 적이 있는데 요. 제 답은 뭐였냐 하면 기하학이 훨씬 다양해지고 훨씬 더 많은 부분이 기하학에 들어올 것이라는 것이었어요. 지금은 기하학과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 그게 기하학적으로 해석 을 해서 기하학의 한 분야로 될 가능성이 많거든요. 복소기하학은 19세기까지 함수론이었 고 사교기하학은 19세기까지 뉴턴역학이었고, 그런데 지금은 기하학으로 바뀌었거든요. 이 것처럼 어떤 학문을 한참 하다보면 기하학적으로 중요해서 기하학의 한 분야가 되어서…
오
가장 어려운 난관은 역시 복소구조, 복소다양체라는 개념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번 더 뵙고서 이런 개념에 관해 좀더 여쭤봐야 하겠어요. 오늘 바쁘신데 시간 내어주셔서 고맙습 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