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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작용과 개인의 의도를 구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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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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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3일 종합주가지수가 하루 동안 27.33포인트가 올라 오랜만에 2,002.77에 도달했다. 무엇이 그날 종합주가지수를 2,002.77에 도달하게 하였을까?

그것은 그날 증권시장에 참여한 또는 참여하지 않은 수많은 주식 투자자가 상호 작 용한 결과이다. 주식 투자자들은 그날 수 천 가지 각기 다른 의도를 가지고 증권시 장에서 주식을 매각했거나 매입했을 뿐, 아무도 그 날 종합주가지수를 2,002.77로 마감하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즉, 주식시장의 수요공급 시스템이 작용한 결과 였다. 시장의 결과가 개인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 만, 일반적으로 시장경제에서 볼 수 있는 현상, 특히 가격, 임금, 금리, 고용 등이 변동하는 현상은 시장 참여자의 의도와는 전혀 별개일 가능성이 높다.

자연현상이 발생하는 원리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부족했던 옛날에는 벼락 맞는 것은 신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무엇인가 이웃이 모르는 부정한 죄를 저지른 업보라고 생각해 그 가족들까지도 힘겹게 살아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벼락 맞아 졸지에 가장을 잃은 가족은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자유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원리가 밝혀진 지금도 가격 변동 현상을 시장 에서 수많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상호 작용한 결과로 보지 않고, 개별 경제주체가 의도한 결과로 보고 비난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같은 이름의 저축은행이 부 자동네에 사는 부유한 고객에게는 낮은 금리로 대출해 주면서, 가난한 동네에 사는 돈 없는 불쌍한 서민에게는 오히려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을 저축은행의 탐욕이 나 돈 없는 사람들을 착취하려는 나쁜 의도로 비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민 에 대한 대출금리가 높은 것은 신용이 낮아 부도가 날 확률이 높아 그것을 반영하 는 위험 프리미엄이 높기 때문이지 저축은행이 특별히 서민을 착취하려는 나쁜 의 도의 결과가 아니다.

시장의 상호작용 결과를 일반 대중이 수용하기는 아직 어려워

시장의 상호작용과 개별 시장 참여자의 의도를 구별하는 것은 경제정책, 특히 경 제적으로 곤궁한 서민이나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입안할 때 중요하다. 가난한 동네

시스템 작용과 개인의 의도를 구별하라

손정식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201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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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에게 고금리가 적용되는 것은 저축은행이 의도한 결과가 아님에도 신용이 낮 은 서민들에게 대출 금리를 올리지 못하게 하거나 아예 금리를 올리지 못하도록 동 결하면, 나쁜 소식을 가져오는 심부름꾼의 목을 치듯,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서민들은 아마도 이자율이 더 높은 제3금융 권이나 사금융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져서 그들의 사정이 더욱 딱해질 우려 가 크다.

지난번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은 모 조선회사 대표를 불러 근로자 해고를 철회하도 록 압박을 가했다. 곤욕을 견디다 못한 기업가는 결국 해고를 철회하기로 약속하기 에 이르렀고, 해당 노동자들은 다시 일터로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행위도 시스템 작동과 개별 경제주체의 의도를 구별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다.

근로자 해고를 개별 기업가가 의도한 결과로 보면, 개별 기업가의 팔을 비틀기만 하면 근로자 해고도 방지하고 비정규직의 고통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도록 법으로 규제하면 노동시장에서 협상력도 없는 미숙련 노동자들의 처지가 개선될 것으로 믿기 쉽다. 물론 국회 청문회에서 기업가 를 불러다 닦달하는 국회의원들은 정의의 사도처럼 보이고, 재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장에서 근로자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주고, 그들에게 높은 월급을 주는 것은 궁극적으로 기업가가 아니라 구매자들이다. 구매자로부터 외면 받는 상품을 생산하는 근로자들은 결국 일자리를 잃게 되기 쉬운 것은 시장이 상호 작용한 결과이다.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이 시장의 상호작용 결과라는 경제학적 설명은 불행히도 대 중에게 어필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개별 기업가가 의도한 결과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그럴듯해 보인다. 기업가의 탐욕과 근로자 착취를 질타하는 것이 더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자연과학에서도 벼락이 신의 노여움이라는 미신을 몰아내기까지 수백 년이 걸렸 던 것처럼, 노동자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고임금을 지급하는 것도 개별 기 업가가 아니라 경쟁자보다 질 좋고 값싼 상품을 만들어 낼 때 시장이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하는 것을 일반대중이 수용하기까지는 좀 더 많은 세월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참조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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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에 따라 시스템 파티션, 시스템 가구 및 수납 가구에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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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가 작품을 쓰는 과정에서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않았던 읽기를 배후 에서 찾아냄으로써 의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