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일_2020.08.10 심사기간_2020.09.01-14 게재확정일_2020.09.15
예술과 감정 그리고 미적경험에 관하여: 불안(Anxiety)을 중심으로 Art, Emotion and Aesthetic Experience:- Centers on Anxiety
류호인, 홍익대학교 미학과
Ryou, Ho in _ Graduate School of Hongik University
차례 1. 들어가는 말
2. 존재론적 불안 2.1. 전통적 관점들
2.2. 실존주의와 정신분석에서의 불안 3. 미적경험으로서의 불안
4. 불안 : 미적 경험의 가능성 5. 나가는 말
참고문헌
예술과 감정 그리고 미적경험에 관하여: 불안(Anxiety)을 중심으로 Art, Emotion and Aesthetic Experience:- Centers on Anxiety
류호인, 홍익대학교 미학과 박사과정
Ryou, Ho in _ Graduate School of Hongik University
요약
중심어 불안 미적경험 욕망 환상 예술
불안은 무엇으로도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비가시성과 부정성(불쾌)으로 인해 보편적인 쾌(아름다 움)을 추구하는 미학적 전통에서 단지 주관적 경험으로만 간주되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통적으 로 미적경험은 외부 대상 특히 예술이나 자연의 형식에 따른 시각적 경험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본 연 구는 이러한 외적 대상에 대한 시각적 인식에 앞서 이미 작동하고 있는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 즉 불안 을 미적경험의 중요한 요소 상정한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인간의 근원적 감정에 관한 자크 라캉 (Lacan, J.)과 키에르케고어(Kierkegaard)의 불안이론을 기초로 미적경험의 전통적 논의의 한계를 비 판적으로 분석한다. 이러한 탐구방식은 미적경험을 외적 대상에서 인간의 내적감정을 중심으로 이동 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어는 '불안의 개념'에서 인간의 근원적이고 원초적 조건으로 불안을 언급한다. 또한 키에르케고어에게 불안은 ‘가능성’에 의미와 다름없다. 정신분석의 관 점에서 라캉(Lacan, J.)은 불안을 주체를 압도하는 ‘실재적 경험’이지만 그것의 원인과 대상은 어떠한 것으로도 환원 불가능한 ‘근원적 정서’라고 언급한바 있다. 본 연구는 먼저 이러한 인간의 근원적 불안 에 대한 논의를 키에르케고어의 실존주의와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통해 살펴보고, ‘모호함’, ‘식별 불가 능한 것’으로서의 불안을 칸트(Kant)와 버크(Burke, E)의 숭고의 논의와 비판적으로 연결할 것이다.
또한 내적감정을 미적경험으로 나타낸 표현주의 작가 뭉크(Munch)의 작품을 사례를 들어 불안의 문 제를 조명한다. 이러한 분석방법은 시각적 경험에 선행하는 기억, 환상, 무의식, 욕망과 같은 주관적 정신현상들의 근거로서 불안을 상정하고 불안이 미적경험에 중요한 요소임을 밝힌다. 이로서 대상에 대한 시각적 경험의 전유물 한정된 미적경험의 한계를 불안이라는 ‘가능성’에서부터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미적경험에 대한 전통적 논의를 비판적으로 확장하여 새로운 내러 티브를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ABSTRACT
Keyword anxiety
aesthetic experience desire
fantasy art
Anxiety has been regarded only as a subjective experience in the aesthetic tradition of pursuing
‘universal pleasure’(beauty) due to invisibility and ‘negativity’ (displeasure) that cannot be clearly defined by anything. Traditionally, In this context, aesthetic experience are centere on external objects, especially visual experiences according to the forms of art or nature. This study postulates the underlying human emotion, anxiety, as an important element of aesthetic experience, prior to the visual perception of these external objects. Therefor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critically analyze the limitations of the traditional discussion of aesthetic experience based on Lacan and Kierkegaard's theories of ‘anxiety’. This method of exploration means shifting aesthetic experiences from external objects to human inner emotions.
Existentialist philosopher Kierkegaard refers to anxiety as an Essential and fundamental condition of human beings in the ‘concept of anxiety’. Also, For Kierkegaard, anxiety is also synonymous with ‘possibility’. Lacan referred to anxiety as a “real experience” that overwhelms the subject, but says the cause and object are “essential emotions” that cannot be Reduction to anything. This study will first look at this discussion of human fundamental anxiety through Kierkegaard and Lacan, and critically link ‘ambiguous’ and ‘the Invisible’ as the Emotion of Anxiety with the discussion of the sublime of Kant and Burke. It also sheds light on the issue of anxiety by taking an example of the work of Expressionism artist Munch, who expresses inner emotions as aesthetic experiences. This analysis method assumes anxiety as the cause of subjective perception that precedes visual experience, and reveals that anxiety is an important factor in aesthetic experience. This concludes that the limits of the limited aesthetic experience of the visual experience of the object should be approached anew from the 'possibility of anxiety.
Therefore, this study will be an opportunity to critically expand the traditional discussion of aesthetic experience and present new narratives.
1. 들어가는 말
미의 인식론적 방법에 대한 탐구는 한 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속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미에 대한 인식의 방법론적 범주 안에서 미적경험에 대한 논의는 외부 대상에 대한 ‘아름다움’, ‘추함’, ‘쾌’, ‘불쾌’라는 일반적 가치판단을 구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전통적 관점에서 이해된 미적 경험에 대한 논의는 어떤 대상 에 대한 미적경험을 설명하고자 할 때 그것의 정당성에 의문이 생길 뿐만 아니라 해석의 한계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이유는 전통적으로 미적 경험에 대한 접근 방식이 미적 지각이 발생하는 조건과 지각의 내용을 구성하는 인식의 내용을 경험주체인 인간이 아닌 대상의 ‘가치’와 ‘속성’
을 중심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이때 인간의 실존적 조건에서 비롯되는 불안, 욕망, 억압, 환상 등 인간 내면의 ‘불안정성’, ‘모호성’으로 대변되는 근본적 감정은 이성에 의해 절제되고 관리 되어야만 했다. 결국 전통적 관점에서의 미적경험에 대한 논의에서 인간 실존이라는 주체의 주관성은 사라지고 대상에 종속된 결과만을 낳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미학의 전통은 미적경험 과 삶, 복잡한 감정들과 같은 인간의 주관적, 실존적 속성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예외적 경험으 로 구분되어 왔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실존철학와 정신분석학의 등장은 인간의 존재론적 관점에 변화를 이끌게 된다. 특히 실존철학에서 인간의 중요한 계기로 특징짓는 단어가 ‘불안(Anxiety)’1)이다. 서구 전통에서 불안은 불쾌의 경험이면서 인간의 유한성, 불안정성을 특징짓는 부정적인 것으로 인 식되어 왔다. 그러나 실존철학적 관점에서 이러한 인간의 불안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몸과 정신에 존재하며 삶의 모든 영역에 뿌리를 둔 존재론적 독특성으로 바라본다. 그러 나 불안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무엇 때문인지 구체적으로 특징지을 수 없으나”(Heidegger, 1927, p.186) 인간 자신은 그것의 존재를 항상 인식한다는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불안’이란 단어는 이미 우리의 일상적 언어가 되어있으며 근현대를 대변하는 수식어가 되었다. 또한 불안이라는 개념은 예술, 영화, 미디어, 문학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 중요 한 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우리에게 불편하면서도 친숙한 존재가 되었다. 불안에 대한 이러한 불편함과 친숙함이 겹쳐짐으로 인식된다는 것은 인간이면 누구나 불안에 대한 유사한 ‘공통감’
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미적경험의 차원에서 불안은 전통 미학 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이나 ‘쾌’의 경험과는 반대로 부정적 의미로 인식되어 논의의 대상에서 멀어진다. 이러한 이유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미적 경험의 차원에서 대상의 ‘본질’과 ‘순수성’을 와해시킬 뿐만 아니라 인간의 올바른 인식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불안이라는 감정을 부정적인 요소로서 쾌의 경험과 구분 지어왔다. 그러나 본고의 문제의식은 미적경험의 차원에서 인간의 실존적 계기로서 작동하는 불안을 삶에서 절제되어야 하는 부정성으로만 규정할 수 없으며 오히려 불안의 부정성은 모든 미적경험의 가능성이 열리 는 장소로 보는 것이다.
본 논문은 19세기 이후 등장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존주의와 정신 분석에서의 불안에 관한 논의를 전통적 미적경험의 논의와 비판적으로 연결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적경험의 차원을 인간의 실존적 불안과의 연관성을 드러내어 불안이 미적 경험의 가능성의 장소이면서 기본조건으로 고려할 것이다. 이를 통해 미적경험에 대한 전통적 관점인 시각적 차원에서의 대상 중심에서 인간의 실존이라는 주관성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정당 성을 확보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본고는 불안과 미적경험의 관계에 대한 전통적 논의를 비판적으로 확장하고 불안이라는 감정이 미적경험의 형성에 중요한 요소임을 규명하는 것이다.
1) 불안(Anxiety)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임상적 관점의 의학적(Medical) 모델과 정신분석학(Psychoanalysis)의 신경증적 불안, 그리고 존재론적(Ontology) 불안의 모델로 구별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본 연구는 불안의 ‘존재론’적 의미에 관한 논의를 실존주의와 정신분석적 접근법으로 해명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불안은 인간에게 회피나 치료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지만,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불안은 주체 내부에 지워지지 않는 얼룩과 같은 존재로서 삶에 모든 영역에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판단과 행의 의 동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존재론적 불안 2.1. 전통적 관점들
인간에게 있어 불안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수많은 철학적 논증들이 존재함에 도 명확한 해답을 얻기란 쉽지 않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약 BC460~AD370)는 불안 을 “정신의 혼란(ταραχή)”이라고 묘사하며 그 원인을 ‘마음의 문제’로 삼았다.(Hippocrates, 1959. p.433) 파스칼은 팡세(1970)에서 불안을 인간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혼란’과 ‘절망’에 대한 경험으로 표현하였으며,(Pascal, 2004) 18세기 칸트는 “불안은 그것의 목적을 알 수 없고 누구나에게 달라붙을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의 원인은 단지 주관적인 것”(Kant, 1798, p. 153)이 라고 언급한다. 이처럼 불안은 인간의 삶과 함께 공존하는 존재로서 마음과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구 철학적 전통 안에서 불안은 (1)비합리 적이고 회피의 대상이며 (2)불확정적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3)창조적이지 못한 요소로 간주되 어 온 것이다. 특히 불안의 감점은 미학적 논의의 범주에서 크게 멀어진다. 특히 특정대상에 대한 미의 인식적 차원으로 아름다움, 쾌, 형식이라는 정교화 된 이론적 틀을 구성하는 과정에 서 인식주체의 불안과 같은 감정에 대한 논의는 미미하다.
19세기에 이르러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어(Kierkegaard 1813-1855)는 불안의 개념 (1844)에서 인간의 “자기정립’ 과정에서 불안을 경험”하며 불안은 “자유의 가능성”을 드러나게 한다고 언급한다.(Kierkegaard, 1980) 즉 키에르케고어에게 불안은 자기관계(Self- Relation) 라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으며 ‘자기관계’란 자아와 자신을 둘러싼 세계, ‘타자’, ‘대상들’과 관련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을 둘러싼 모든 경험적 세계 즉 외부 대상과의 관계는 자기정립의 과정과 연관되어 있으며 이 과정이 불안이 드러나는 지점인 것이다. 여기서 자기정립 과정이란 정신분석적 표현으로 자아(ego)의 형성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과정은 일회성이 아닌 인간 의 삶과 함께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과정이다. 즉 키르케고르에 있어서 불안은 인간의 실존적 조건 그 자체이다. 이 후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Freud, 1926)는 불안을 인간에게 지워 지거나 제거되지 않는 얼룩과도 같은 것으로 인간의 모든 인식, 판단, 욕망, 행위에 동기로 작동하는 조건으로 설명한다. 프로이트는 불안을 “외상적 순간에 대한 실재적 결과로써의 불안 과 그 것이 반복될 수 있다는 위험의 신호”로 구분한다.(Freud, 1964, p.95) 여기서 외상적순간 이란 최초로 경험되는 불안으로 아이가 출생의 경험을 의미하며 이러한 ‘외상(trauma)’을 실재 불안으로 보았다. 실재적 불안은 ‘미래의 위험에 대한 신호’로서 이 상황은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이나 엄마와의 분리에 대한 두려움을 뜻한다. 또한 ‘내적 불안’으로서 자신의 내부로부터 드러나는 심리적 현상으로서의 신경증적 불안이다. 신경증적 불안은 ‘리비도적 긴장(libidinal tension)’의 과잉에서 비롯된 것으로 금지된 욕망의 대상을 향한 ‘금지’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았다. 프로이트의 불안에 관점은 그 원인이 되는 외부적 원인과 내부적 원인의 관계로서 두 가지 모두 유기체의 ‘생존본능’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이 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충실히 계승할 것을 주창하는 라캉은 세미나X불안에서 불안은 감정이 아닌 ‘정동(affect)’2)이라고 표현하며 불안을 ‘남근적(phallic) 주이상스(Jouissance)’가 가득 찬 상태와 그것과 ‘욕망(Desire) 의 관계’로 설명한다.(Lacan, 2014) 이러한 관점은 프로이트의 ‘리비도의 긴장’과도 연결 된다.
라캉에게 주체는 “무의식의 주체”이며 “분열된 주체”로서 불안은 이러한 자신의 분열과 결여에 대한 “욕망의 실패”와 연결시킨다.(Lacan, 2014, p.305) 즉 라캉에게 욕망의 실패는 주체에게 필연적 조건으로 불안은 불가능한 ‘욕망의 실패’에 대한 자신에게 보내는 ‘신호’인 것이다. 욕망 의 실패로서의 불안의 신호는 지속적이고 불확정적이며 때론 쾌와 불쾌로 구별 불가능한 형태 로 경험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프로이트가 『언케니(1919)』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어떤 대상이나 공간에 대한 ‘친밀감과 낯섦의 대립적 감정’이 ‘중첩된 모호한 경험’인 것이다.(Freud, 1962)
2) 라캉은 정동(affect)을 상징계(symbolic)의 질서 차원에서 주체가 타자와의 관계의 효과로서 언어로 설명 불가능한 몸의 정서적 효 과로 이해될 수 있다. 정동은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감정이 형성되는 복잡한 과정에 발생하는 본능적인 반응이다.(Lacan, 2014. p.18.)
특히 전통적으로 미적인식의 영역에서 불안은 논의의 중심이 아니었다. 그러나 실존주의적 관 점에서 불안이라는 감정은 인간의 근본적 특징으로서 모든 행동과 인식, 정동의 차원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것은 인간의 의식적, 무의식적 경험의 차원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 작동되고 있는 복잡한 감정들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불안은 그것이 지니고 있는 ‘불확실성’, ‘모호성’과 같이 불투명한 것으로 어떠한 객관적 개념으로도 명확하게 규정하 기 어렵다. 인간에게 불안이라는 감정은 유기체적 삶과 함께 지속되는 근원적 조건임에도 이성 중심주의의 서구의 철학은 불안을 비판적으로 접근해 왔다. 현대에 이르러 불안에 관한 다양한 관점들이 존재 할 수 있으나 키에르케고어의 표현처럼 불안과 ‘자유의 가능성’의 관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가능성’은 인간의 모든 경험이 시작되는 곳이며 불안의 ‘장소’이기 때문이 다. 따라서 미적경험의 차원에서 불안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실존적 삶으로 바라보는 키에르케고어와 라캉의 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2. 실존주의와 정신분석에서의 불안
불안의 논의에 대한 키에르케고어와 라캉의 이론에 주목하는 이유는 “프로이트의 복귀”를 선언 한 라캉(Lacan, 2019, p.476)의 정신분석은 현대적 관점에서 인간을 존재론적 관점으로 회복 시키는 작업으로 판단되며 이러한 결과는 프로이트적 모델이 아닌 키에르케고어의 실존주의의 정체성에 더 가깝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라캉은 인간의 실존주의적 의미를 “자아와 존재 사이의 원초적 불협화음”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이다.(Ibid, p.479) 라캉의 관점은 프로이 트의 분석을 “인간적(humanely)이라고 표현한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인간에 대한 자 연주의적 접근방법의 불충분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Ibid, p.148) 이러한 주장에 다소 무리가 있겠으나 불안이라는 감정에 관한 라캉과 키에르케고어의 관점은 인간을 실존이라는 존재론적 차원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불안에 대한 경험은 일반적으로 특정 대상으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외적 자극과 같은 두려움 (fear)이나 공포와는 구분되는 것으로 인간의 실존적 차원에서 실재적 사건이면서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실재(real)’와 관련하여 ‘상상적(imaginary) 차원’으로 이해될 수 있다.(Lacan, 1956, p.269) 불안은 주체에게 실재적 경험이면서 동시에 시각이나 다른 감각으로 인식 불가능한 경험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는 불안이 주체에게 식별 가능한 일정한 거리라는 조건을 제공하 지 않고 주체에게서 ‘숨 막힐’ 정도로 밀착되어 있다는 의미이며 인간은 그것으로부터 자신을 떼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은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언제든 예고 없이 의식적 차원으로 출몰하여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즉 불안은 어떤 특정한 원인이나 대상의 객관적 상황과 무관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에게 불안은 매순간 자신에게 적어도 무슨 일인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인지시킬 뿐만 아니라 통제 불가능한 강한 긴장을 유발 시킨다. 이처럼 불안은 실재적 차원에서 분명히 느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긴장감으로 주체를 앞도 하지만 그 원인과 대상은 어떠한 개념으로도 규정 불가능한 비가시적 존재이다.
이러한 불안의 경험을 키에르케고어는 불안의 개념(1844년)에서 “불안은 현기증과 비교될 수 있다.”(CA,1844, p61)고 언급하며 심연을 내려다보는 것과 같은 어지럼증으로 비유한다. 그 것에 대한 경험은 “악마적(demonic)”(CA,1844, p.126)이면서 때론 “즐거운(pleasing)” (CA, 1844, p.42)으로도 묘사 하였다. 키에르케고어에게 불안은 ‘부정성’과 ‘긍정성’이 서로 겹쳐있 을 뿐만 아니라 ‘자유’와 ‘가능성’으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다.(Kierkegaard, S., 1980, p.49) 여기서 자유의 가능성이란 자신의 실존에 대한 경험은 세상과 “얽힌(entangled)자유”(CA, 1844, p.49)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뜻하는 것이다. 즉 가능성이란 죽음을 향해 멈추지 않는 시간위에 놓인 인간은 유한성의 존재로서 선택의 대상이 무엇이든, 결과가 어떻든 ‘선택의 가능 성’으로서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렇게 이미 주어진 자유는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자유이면서 역설적으로 그 선택의 자유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필연성’으 로서의 가능성인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이 필연성으로서의 ‘자유’의 가능성에 노출 되어 있다 는 의미는 항상 불안에 노출 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간에게 ‘자유의 가능성’은
부정성과 긍정성이 서로 겹쳐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중적 의미’로서(Kierkegaard, S., 1987, p.493) 키에르케고어는 인간은 “불안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CA,1844, p.44)고 표현하며 단순한 인간의 심리상태이거나 감정이 아니라 인간의 실존적 독특성으로 인식하였다.
불안은 두려워하는 대상에 대한 욕망이며, 공감적 반감(a sympathetic antipathy)이 다. 불안은 개인을 사로잡는 이방인의 힘이지만, 누구도 그것으로 떨어져 자유로울 수 없다. […] 하지만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의 ‘욕망’이다. (E/O I, p.493)
즉 키에르케고어의 관점에서 불안은 “공감적 반감”(CA,1844, p.42)이라는 끌림과 거부감이 공존하는 ‘실존적 경험’이며 그것의 원인이 ‘욕망’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불안과 욕망의 관계이다.
라캉은 세미나X 불안에서 “불안의 존재는 어떤 요구, 심지어 가장 오래된 요구도 욕망의 장 소를 보존하는 것과 관련하여 그것은 항상 환상을 갖고 있다.”(Lacan, 2014, p.64)고 언급한다.
라캉의 관점에서 주체는 자신의 불가능한 욕망을 지탱하기 위한 방법으로 환상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주체의 욕망은 불가능성을 향한 욕망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욕망의 대상을 환상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체와 불가능성으로서의 욕망은 외부 대상을 지향하는 ‘실재’와 정신 의 ‘환상’이라는 간극 사이에서 드러나는 모호하고 구별 불가능한 불안을 경험하는 것이다. 즉 주체에게 현실의 대상에 대한 경험 속에 이미 항상 주관의 환상이 중첩되어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의 이중성은 “그것은 대상이 없는 것이 아니다.”(Lacan, 2014, p.89) 이러 한 경험은 불안이 감각적으로 인식되는 일반적인 두려움의 대상의 존재여부와는 아무런 관련 이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불안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있다면 그것은 보통의 어떤 대상으 로부터 기인하는 경험과 어떠한 공통점도 갖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라캉이 ‘없지 않은’
이라고 표현한 바와 같이 불안이라는 감정은 그것의 존재 또는 부재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실재적 경험 대상과는 무관한 것이다. 이 같은 그의 표현은 적어도 두 가지의 다른 관점을 염두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두려움과 관련된 외부의 요소들이고 다른 하나는 불안과 관련 된 식별되지 않는 주체 내부의 ‘친숙하면서 동시에 낯선’경험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 체에게 불안은 존재하면서 동시에 식별 가능한 인식의 범위 밖에 존재하기 때문에 혼란과 불확 실성으로 경험되는 이유이다. 이와 같은 경험을 라캉은 ‘언케니(uncanny)’와 연관 짓는다.3)
이러한 차원은 그것에 직면한 주제에게 투명하게 인식되지 않고 남아있는 것으로 결 코 파악될 수 없다. 이 새로운 실체와 맞서면서 그 주제는 문자 그대로 혼란스럽고 (falters), (자신의)인식에 영향을 주는 주체의 원시적 관계로 불리는 모든 것에 의문 을 갖게 된다.(Lacan, 2014, p.59)
주체에게 언케니의 경험은 실재인지 아니면 환상의 결과인지 혼란과 불확실성을 발생시킨다.
‘친숙하면서 동시에 낯선 경험은 주체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몰아넣는 순간들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Lacan, 2014, p.59)
라캉은 ‘언케니’의 경험에 불가능한 욕망을 향한 환상의 작용과 관계되어 있는 것으로 비극의 예를 든다. 라캉(Lacan, 2014)은 비극의 구조가 인간의 단점과 실패의 특정한 측면을 강조하듯 이, 소설의 이야기와 스토리텔링의 허구적 구조는 ‘언캐니’를 작품의 틀 속에서 묘사하면서 적 절한 안도감을 가져다준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환상의 작용은 주체의 내부와 외부의 구분을 와해시킨다는 의미이다. 불안의 이러한 “애매함(ambiguity)과 모호함(vagueness)”을 프로이 트(Freud, S., 2013, p.345)는 “두려움의 진화(evolution of fear)”가 완성된 주관의 감정 상태
3) 라캉이 하이데거(M. Heidegger,1889-1976) 의『존재와 시간(1927)』의 'uncanny'에 관한 논의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거의 의심 할 여지가 없지만, 라캉의 프로이트의 'uncanny'(1919a)와 훨씬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라캉은 그의 세미나에서 하이 데거와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꽤 분명히 하고 있다.
라고 언급한바 있다. 이러한 근거는 라캉의 세미나X 『불안』에서 ‘뫼비우스(Möbius)의 띠’를 예로 설명한다. 뫼비우스 띠는 한 면이 ‘내부(inside)’와 ‘외부(outside)’ 어떤 곳과도 구별이 없이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형태는 내부도 아닌 외부도 아닌 것이 되며 반대로 내부이면서 동시에 외부의 위치를 나타내는 모순된 구조이다. ‘뫼비우스 띠’의 모델에서 중요한 부분은 사 고의 흐름이다. 즉 라캉에게 불안은 유사한 종류의 위상학적 왜곡의 지점에서 드러난다. 즉 불안은 이러한 왜곡된 구조에 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내가 누구인가?’라는 실존적 인 질문이 시작되는 것이다. 라캉에게 불안은 위상학적으로
‘뒤틀린 관계’로 구성된 “심리적 공간” 개념이다.(Lacan, 2014, p.120) 이 공간은 주체에게 방향성이 부재한 장소이며 어떠한 의식도 불확실성으로 존 재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과 세계와의 관계 즉 실존적 ‘상황’으로의 사건을 피하는 방법을 환상(또는 상상)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실, 주체 자신이 마주한 바로 이 ‘상황’은 자신의 의지와 는 무관하게 ‘외부세계에 던져진 존재’4)로서 키에르케고어가 언급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자유 의 가능성’으로서의 불안이다. 라캉의 관점에서 불안은 뫼비우스 띠의 도식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에게 구조적인 것이다. 이러한 위상학적 구조는 주체와 관계된 모든 경험적 차원(대상, 공간, 감정, 인식 등)을 왜곡시키고 비틀어 놓는다. 그렇다고 직선적 시간 속에서의 순차적으로 출몰하는 과정이 아닌 뫼비우스의 띠의 예시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를 순환하며 삶의 경험과 함께 지속되는 것이다.
3. 미적경험으로서의 불안
전통적으로 미학의 범주에서는 다른 종류의 경험들과 구별되는 아름다움과 같은 미적 쾌의 경험이 그것의 본질로 이미 자리 잡고 있다. 이와 같은 미학의 흐름에서 불안은 미적 경험의 본질에 부정적인 요소 일뿐만 아니라 불쾌의 경험으로서 미적 고려의 대상에서 멀어져 있다.
미학의 범주에서는 불안과 같은 불쾌의 경험들과는 구별되는 아름다움이나 예술에 대한 미적 쾌의 경험만이 논의의 중심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칸트(Kant, 2007)는 판단력 비판(1790)
에서 아름다움을 ‘도덕적 선(morally good)’의 상징이며 대상에 대한 아름다움에 즉각적인 끌 림은 ‘영혼의 선함(good soul)’을 드러내는 것이며 어떤 대상의 경험적 차원이 미적이라고 여겨 지기 위해서는 그러한 인식이 주관적이 아닌 ‘보편적 전달가능성(universal communicability)’
(Kant, I., 2007, p.103)로서 드러나야 한다고 언급한다. 칸트의 관점에서 불안은 부정적인 요소 일뿐만 아니라 불쾌의 경험으로서 미적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아름다움이나 예술의 미적 가치를 넘어서는 “이성의 불확실한 개념”(Ibid, p.128)을 설명하기 위해 칸트는 ‘숭고 (sublime)’의 개념을 언급한다. 칸트의 ‘숭고’는 “형태가 없는 대상”(Ibid, p.128)과 같은 인식 의 한계를 넘어서는 이해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불쾌(displeasure)의 경험’으로 설명한다. 여 기서 주목할 점은 숭고의 경험을 “형태가 없는 […] 무한의 표현”(Ibid, p.128)으로 묘사한 부분 이다. 칸트가 아름다움, 숭고함 모두 주관적이고 반성적 미적 판단이라는 그의 주장은 대상의 형식적 판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모호함’, ‘식별 불가능한 것’이 중첩되는 낯선 경험의 차원을 이미 염두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적 판단의 ‘무관심성’으로서의 관심 즉 경험의 존재에 대한 관심에 구속되지 않는 것을 언급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특징인
‘정동(affect)’에 관한 특정한 역할을 놓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칸트 또한 이러한 경험은 “긍정 성의 쾌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Ibid, p.129)고 언급하며 이러한 경험을 “혼란(chaos)”, “무질 서(disorder)”, “파괴적(devastation)”(Ibid, p.130)이라고 언급한다. 하지만 미적경험은 외부 대상 즉 주체를 둘러싼 세계의 범주나 형식과 개념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키에르케고어
4) 키에르케고어의 이러한 ‘실존’이라는 인간의 필연성은 이후 하이데거가 『존재와 시간』에서 언급한 인간은 “세계-내-존재”(Being- in-the-world)로서 인간은 스스로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세상에 “던져진-존재”와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존재방식을 하이 데거는 “실존”이라고 칭하며 그것은 ‘가능태’의 의미이기도 하다.(Heidegger, M., 2010 p.139)
<Figure 1> Moebius Strip, (Lacan, 2014, p.97)
(Kierkegaard, 2000)의 표현처럼 인간은 이미 세계 또는 현실(reality)의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의식의 ‘모순성(contradiction)’으로 인해 이중성으로서의 현실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처럼 주체의 경험적 차원은 이미 ‘이중성’이라는 모순의 구조 안에 놓여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 미적 경험의 접근법에 대한 논의를 비판적 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주체에게 있어 미적경험이란 대상의 형식뿐만 아니라 그것과의 관계 와 태도, 경험주체의 무의식적 효과를 고려해야만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것들에 대한 전형 적인 태도는 실용주의적 관점들로서 친숙하고 평범한 것으로 경험된다. 그러나 미적경험의 차 원은 이러한 도구 주의적 태도가 아닌 그 뿌리가 그 대상의 객관적 평가적 가치가 무엇이든 간에 주체의 의식적, 무의식적 주관성을 통해 얻어진 경험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즉 미적경험 의 차원은 주관의 무의식 차원의 경험과 객관적 경험의 차원이 서로 중첩되어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적 경험은 전적으로 경험대상에 대한 객관성, 보편성, 절대성을 담보 할 수 없는 것이 된다. 특히 불안은 쾌, 아름다움의 경험과 상대적 개념이기는 하나 주체의 주관적 상태에서 그것들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그러한 이유는 인간 실존의 조건과도 같은 불안의 모호성 때문이다. 앞장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불안은 ‘친숙함과 동시에 낯선’(Uncann y)5)경험으로 쾌와 불쾌, 실재와 환상이 서로 융합될 수 없을 것 같은 이질적인 것의 겹침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러한 실존적 불안은 단지 부정성의 상징이 아닌 키에르케고어가 언급한 바와 같이 “자유의 가능성”을 인식하게 해주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Kierkegaard, S., 1980, p.206) 이러한 시도는 불안을 유발하여 최종적으로 쾌의 경험에 도달하게 하는 형식은 고대 그리스의 ‘카타르시스(katharsis)’개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의 중요한 요소인 ‘연민(pity)’과 ‘공포(fear)’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통하여 카타르시스가 성취 된다고 언급한다.(Aristotle, 1995, p.47)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 개념은 미적인 것을 쾌의 정동(affect)에 초점을 맞출 때, 불안(또는 공포)의 부정적 경험이 생각이나 감정을
‘정화’하는 전제 조건으로 상정한 것이다. 이와 같이 고대에서도 미적경험으로서의 불안은 인간 의 삶의 차원에서 다양한 감정들과 관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미적 경험의 출발이기도 하다. 즉 불안이라는 부정성을 통해 쾌(마음의 정화)라는 긍정성의 경험으로 추구한 것이다.
또한 미술에서 불안과 절망을 매개로 한 대표적인 작품이 표현주의 작가 ‘뭉크(Munch)’의 <절 규,1895>와 <불안,1894>이다.
<Figure 2> Munch, <The Scream>
91cm x 73.5cm, 1895
<Figure 3> Munch, <Anxiety>
94cm x 74cm, 1894
뭉크의 작품은 인간의 혼돈스러운 내적감정의 경험적 차원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러한 표현주의의 미술의 시도는 예술을 대상의 사실적, 객관적 묘사에서 주관의 심리적 경험으 로의 전환을 의미한 것이다. 주관 내부의 의식과 무의식의 중첩되고 왜곡 된 경험적, 감성적
5) 프로이트가 1919년『언케니(The Uncanny)』에서 독일어 운하임리히(Unheimlich)는 ‘친숙함’(heimlich)이라는 단어에 부정 접두사
‘Un-’을 사용함으로서 ‘친숙함’의 반대의미로 '친숙한 것이 친숙하지 않고 낯설며(strange), 위협적인 것'으로 드러나는 것을 불안이 라고 언급한다.
이미지의 원초적 기반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뭉크의 <절규1895>
는 대상의 윤곽을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소용돌이치는 선과 강렬한 색상들을 뒤섞어 표현 함으로서 실존의 근원적 조건인 불안을 묘사한 것이다. 이작품은 명백히 뭉크자신의 내적 상태 의 경험적 차원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불규칙한 선의 강렬한 소용돌이로 묘사된 멀게 느껴지는 호수와 우울한 색조의 풍경을 따라 불안정하게 사선으로 늘어선 구조물, 그것들을 뒤로한 소외 된 사람이 바로 자신의 내적 경험을 드러낸 것이다. 작가에게 이 같은 경험은 분명 쾌, 아름다움 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주체에게 내적감정은 자신의 외부 대상들을 분명 왜곡시키고 구별 불가 능한 혼돈의 사건들로 경험되는 것이다. 특히 <불안1894> 작품에서 표현된 뭉개진 얼굴들의 군상은 분명히 이성적이거나 합리성과는 다른 어떤 절망, 절대적 고독이라는 운명적 상황으로 진입하는 비인격화된 광기의 모습처럼 다가온다. 뭉크의 예술은 분명 실존주의 사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도 볼 수 있다. 뭉크에 앞선 실존주의 선구자인 키에르케고어는 죽음에 이르 는 병(1849)에서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내적 갈등, 부조화, 알 수 없는 “불안을 품지 않은 인간 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표현 바 있다.(Kierkegaard, S., 1980, p. 22) 뭉크의 작품으로 이해할 수 있듯이 불안에 불가피하게 노출되는 미적경험은 경험주체의 독특성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보편적의 경험’인 동시에 ‘주관적 경험’인 것이다. 뭉크의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미적 경험의 차원은 항상 외부 대상만을 향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미적경험의 조건이 외적 대상이거나 내적 정동이거나, 그 경험이 실재적인지 상상적인지 아니면 일시적인지 지속적인 지에 대한 인식적 구분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칸트 또한 미적 판단에 있어 “대상에 대한 지식이 나 그 존재에서 비롯된 쾌나 불쾌의 느낌 사이의 연관성은 […] 경험적으로 알 수 있으나, […]
마음의 힘은 체계가 아닌 ‘집합체(Aggregat)’에 불과하다.”(Kant, 2007, p.11)고 지적한바 있 다. 결국 인간의 모든 미적 경험의 본질은 객관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으며 이미 복합적이고 왜곡된 형태로만 구성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4. 불안 : 미적 경험의 가능성
그렇다면 미적 경험의 차원에서 불안의 위치는 무엇이며 진정한 미적경험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마주하게 된다. 간단히 말해 전통적으로 ‘미적 경험’란 미적 인식의 대상이 되는 예술품 이나 자연에 대해 그것의 아름답거나 숭고함으로 경험되는 결과로서 ‘쾌’, ‘불쾌’를 구분 짓는
‘인식판단’의 문제이다.(Kant, 2007, p.130) 아름다움, 숭고의 개념이 주로 예술적 경험에 관한 주제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후반 미학의 영역에서이다. 칸트는 미적인식의 대상으로 부터 기인하는 자극에 대한 순수한 감각적 반응으로 미적 경험을 설명한다. 이러한 칸트의 관점 은 어떤 면에서는 외부대상을 향한 감각 경험을 강조한 경험주의의 버크의 주장과 유사하다.
칸트(Kant, 2007)는 어떤 외부 대상에 대한 미적 판단에는 보편적 ‘공통감(common sense)’이 수반된다고 믿었다. 다시 말해, 어떤 대상에 대해 아름답다고 주장할 때, 그 주장은 ‘객관적’이 며 ‘보편적’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미적 대상에 대한 경험이 ‘주관성’의 문제가 아닌
‘객관적’ 사실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칸트(Kant, 2007)의 관점에서 미적 판단은 숭고와 아름 다움 모두 ‘반성적 판단(reflective judgements)’으로서 경험적 주체의 욕망이나 관심과는 별개 로 작동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중심의 미적경험과 판단의 전통적 관점은 예술이나 자연에 대한 인간의 우월함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며 도덕적, 사회적, 예술적 가치를 증명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미적경험에 있어 숭고의 문제이다. 칸트에게 숭고는 어떤 대상에 대한 두려움, 불안 등이 동반되는 인식의 범위를 넘어는 미적경험의 모호성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버크(Burke, 2008)는 숭고개념을 위험이나 두려움의 대상과 거리를 유지하는 경험에서 기인한다고 언급한바 있다. 즉, 두려움의 대상과 실재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는 관찰 가능한
‘일정한 거리’라는 조건이 성립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숭고의 문제역시 관찰자와 대상이라는 조건과 시각이라는 감각이 필수 조건이기는 하지만 경험 대상이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 로 관찰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경험이다. 여기서 인식을 넘어선다는 의미는 대상의 무한성, 절대
성의 개념을 수반하는 두려움과 불안이 동반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칸트가 숭고는 외부 대상에 대한 최초의 경험으로 절대성이나 무한성에서 비롯된 불안을 초래하지만 그것과의 일정한 거 리를 유지함으로서 시각적 프레임 안에서 대상화, 상징화시키고 결국 쾌의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후 존 듀이(Dewey. J., 1859~1952)는 미적경험의 차원을 좀 더 확장한다. 그는 전통적으로 예술에 대한 미적 인식을 대상중심에서 미적경험의 초월적 객관적 접근법을 주장한다. 듀이는 미적경험을 행위, 느낌, 의미가 수반되는 것으로 언급하며 미적경험의 범주를 예술적 대상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자신과 대상, 사건들과의 완전한 상호작용”의 결과라고 언급하며 이러한 미 적 경험으로서 비롯되는 감정의 중요성을 지적한다.(Dewey. J., 1980, p.19) 듀이의 미적경험 에 대한 이러한 주장은 대상과의 ‘상호작용(interaction)’이라는 조건에서 대상의 의미와 가치 에 의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칸트의 ‘무관심성’, ‘객관성’과는 반대로 주관적이며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즉 미적경험이 대상의 아름다움이나 형식적인 면으로만 설명되어 야 한다거나, 그러한 주장에 근거해야 한다는 칸트식 관점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듀이의 미적경험에 대한 논의는 ‘객관성’, ‘보편성’이라는 미학의 고전적 개념을 관찰자의 ‘주관성’이라 는 감정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외부세계와의 적극적인 상호 침투, 상황 여기서 비롯되는 주체의 감정을 중요시하는 듀이의 이러한 관점은 여전히 주체 외부의 대상 즉 세계(the world)와의 관계라는 이분법적 구조를 벋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미적경험에서 수반되는 감정이라는 결과를 “특별한 만족감(satisfaction)”으로 발전 되어야 한다는 듀이(Dewey.1980)의 주장은 미적경험의 대상을 예술에서 세계로 확장 했을 뿐 여전히 칸트의 숭고가 지향하는 바와 같이 결과적으로 미적 경험으로부터 쾌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칸트의 숭고의 문제, 미적경험의 문제를 감정이라는 주관성으로 확장한 듀이 또한 모두 관찰자 즉 인간의 근본적 조건인 실존적 차원을 초월성이라는 의미로 비켜간다. 칸트에게 숭고 라는 절대성과 무한성에 대한 경험은 상대적으로 ‘유한성’과 ‘필연성’이라는 실존적 인간으로서 의 자신의 무력함을 경험하는 순간인 것이다. 자신의 무력감을 경험한다는 의미는 키에르케고 어의 표현처럼 “무(nothing)”로서 “자기 자신(self)을 인식하는 순간”이며, 이때 불안이 드러나 는 것이다.(Kierkegaard, S., 1849, p.65) 즉 자신의 실존적 독특성으로서의 불안을 인식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적경험이 외부 대상에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결국 자신의 의지와 는 무관한 실존이라는 주관성의 문제로 환원되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대상에 대한 미적 경험의 보편성, 객관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그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라캉(Lacan, 2014)의 관점에서와 같이 이처럼 인간의 불안이라는 모호성은 구조적으로 자신 의 내적 인식판단에 앞서 이미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과 관계된 세계는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경험될 수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실존적 불안은 앞서 소개한 뭉크의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뿐만 아니라 대상, 공간, 감정, 인식 등 자신을 둘러 싼 경험적 세계에 대한 인식을 완성시키는 것이 아닌 와해시키는 ‘틈(Gap)’으로 작용하는 것이 다. 라캉은 이러한 “틈(gap)이 불안이 자리한 곳”(Lacan, 2014, p.175)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러한 미적경험으로서의 틈을 칸트(Lacan, 2007)는 ‘선험적 지식’, ‘무관심성’, ‘상상력과 지 성의 조화’ 등의 인식능력 즉 이성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하여 극복하려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실존적 특이성으로서의 미적 경험은 때론 외부대상과는 무 관하게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 주체를 압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본고의 문제의식은 전통적 관점에서의 미적 경험의 본질에 대한 객관적, 논리적 정당성 에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다. 과거 근대의 서구 합리주의는 오히려 시각이외에 감각 자체를 올바른 진리에 대한 인식을 방해하는 원인으로 간주였고 따라서 감각에서 비롯되는 상상력, 감정 등은 통제의 대상이었다. 미학적 관점에서의 미적 경험의 차원 또한 대상을 식별하는 시각 을 제외한 여타의 정념, 감각들은 논의의 중심에서 멀어진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현상 학, 실존주의 철학, 정신분석학 등은 서구 인식론적 형이상학의 개념적 사유방법을 비판적으로
접근하면서 고전적 미학의 사유에도 변화를 초래한 것이다. 이러한 방법론들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실재적이고 감각적 경험, 근원적 감정들을 해명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실존주의와 정신 분석학의 접근방법은 경험적 차원을 대상의 시각중심에서 인간의 내적 감정중심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미적경험은 대상을 보편적 개념으로 의미화 시키고 그 의미 는 대상에 구속되어 ’아카이브(Archive)‘화 되고, 그 구속된 의미들은 스스로의 도덕적 판단과 검열의 기준으로 작동하였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미적인식의 탐구방법으로 정신분석과 실 존주의의 접근법은 미적경험의 차원을 대상에서 인간 중심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미적 경험의 가능성, 자율성, 확장성을 드러나게 하는 중요한 계기로 볼 수 있다.
5. 나가는 말
전통적으로 미적 경험은 지각의 대상과 관찰자가 일정한 거리를 충족해야 하며 그것들의 모양, 형식과 같은 일정한 ‘조건들’이 전제되어야 성립되었다. 이러한 미적경험의 범주를 예술 중심의
‘아름다움’에 대한 ‘쾌’의 감정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예술의 본질, 순수성, 객관성, 보편 성을 미리 상정하고 그것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또한 이러한 경험적 현상들을 이론적인 틀 안에서 다루어져야만 하는 ‘도덕적 규범’으로 인식되어 왔으며 이를 위해 미학적 인식 모델 을 제안했다. 이러한 도덕적 규범은 “미적 경험과 예술이 주관성(Subjektivität) 전체와 조화롭 게 실현 되어야만 하는 논의가 암묵적으로 지배한다고 할 수 있다.”(Sun-Kyu Ha. 2006. p.32) 이러한 미적 이념의 원리들은 자연과 예술, 경험주체와 대상, 미적경험의 조건들과 같은 시각 중심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 차원의 미적경험의 문제는 주체와 대상의 상호 간에 고려되는 많은 현상들, 특히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내부에서 작동하는 감정들과의 연관성을 깊이 있게 설명하지 못한다. 본고는 이러한 미적 경험의 전통적 모델의 한계를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인간의 ‘실존’이라는 존재론적 ‘독특성(singularity)’으로서 불안 과 연관 지어 주목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앞서 뭉크의 사례에서와 같이 예술작품이나 자연과 같은 특정 대상에 대한 미적경험은 주체의 내적 불안과 같은 감정들, 분열, 환상 등이 역동적으 로 작동하여 전혀 새로운 주관성의 결과로 들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실존적 관점에서의 미적경험은 자신의 ‘내부(실존적 독특성)’와 ‘외부(자신과 관계된 세계)’가 상호 의식적, 무의 식적으로 겹쳐짐을 의미하며 이때 미적경험은 결코 ‘쾌’나 ‘불쾌’, ‘도덕적 선’이나 ‘악’이라는 구분은 무의미해 진다. 키에르케고어가 인간 실존적 독특성을 대립과 중첩의 개념들의 ‘종합 (synthesis)’으로 표현한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순간 미적경험은 경험주체와 대상의 거리는 소 멸되고 구분 불가능한 형태로 이미 서로 겹쳐짐으로서 인식되는 것이다.(Sun-Kyu Ha. 2006.
p.145) 이러한 실존적 독특성으로서의 미적경험에 대한 관점은 인간에 대한 어떤 종류의 이원 론적 형이상학이나 인식론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미적경험이란 주체에 스며든 대상이면서 대상에 스며든 주체로서 그 내부에서 불안은 언제나 미적경험의 완성을 와해시키며 새로운 경험적 가능성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즉 불안은 주체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모든 경험적 구조 속에 어떠한 의미로도 메워지지 않는 ‘틈(gab)’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적 경험의 차원은 철학적 전통 안에서 온전한 ‘보편성’이나 ‘타당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이처 럼 불안은 미적경험이 어느 특정한 의미로 환원되지 않고 남아있으면서 또 다른 미적경험을 지속적으로 열어주는 가능성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불안은 모든 인식활동의 원초적 경험이면서 모든 미적경험의 시작이 되는 장소인 것이다. 이와 같이 불안은 모든 미적경 험을 향한 출발점이지만 결국 인식판단의 결과인 의미에 틈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모든 미적경 험은 ‘미완성’으로만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미의 미완성이라는 ‘부정성’은 새로운 의미생 산을 향해 열려있는 ‘잠재성’과 ‘가능성’으로서의 긍정적 조건이 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의 주체는 진정한 의미에 ‘미적경험의 주체’로 인식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본고는 불안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감정을 통해 미적경험의 새로운 가능성을 키에르케고어와 라캉의 논의를 통해 살펴보았다. 불안은 인간의 실존적 독특성이면서 근원적 조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인간에게 불안은 자신과 마주한 세계와 이미 “얽혀있음(entangled)”을 의미하
며,(Kierkegaard, S., 1844, p.49) 이것은 세상을 향한 가능성의 인식인 것이다. 따라서 불안이 라는 감정을 단지 부정적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인간의 존재론적 가치를 스스로 상실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미적 가능성을 부정하는 태도이다. 현대에 이르러 인간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적 형태가 뒤섞인 다양한 이미지들의 세상에 둘러싸여있다. 이러한 세계에서 인간은 필연적으로 미적경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인간은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 하게 미적 경험의 차원에 진입하게 된다. 이 상황 속에서 세계와 주체의 구분은 자체는 무의미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순간을 불안이라는 부정성과 가능성이 중첩된 실존적 조건으로서 모든 미적경험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 미적경험의 주체로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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