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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선(行禪)하는 법】

1) 행선이란 ?

걸음이라는 신체 행위에 주의를 기울여 알아차림하는 수행을 행선(行禪)이 라 한다. 뜰을 걷거나 공원을 산책하거나, 지하철의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등 산을 하거나, 안방에서 걸어 나오거나 화장실을 향해 걸어가거나 등 일체의 걷는 동작을 수행화한 것이 행선이다. 그러나 좁은 의미로는, 한정된 공간에 서 일정한 시간동안 왔다갔다를 반복하면서 그 걸음에 주의를 기울여 알아 차림하는 하는 것을 행선이라 한다.

한국의 선방에서 1시간 좌선 후에 10분쯤 걸으면서 긴장된 다리의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포행’과는 개념이 전혀 다른 것이다. 행선은 좌선 일변도의 정 적인 수행방식에만 머물지 않고 주시의 영역을 신체의 행위라고 하는 동적 인 영역으로 확대시킨 수행이다. 행선은 ‘경행’ ‘걷는 수행’ 혹은 ‘걷기 명상’

이라고도 불린다.

불교의 창시자 붓다께서도 걷는 수행을 자주하셨고, 제자들에게 걷기 수행 을 권유하는 모습이 경전 곳곳에 보인다. 붓다의 제자 아난다 마하테라도 완 전한 깨달음을 이루기 직전 밤세워가며 행선을 했고, 그 외에 많은 수행자들 이 행선을 통해 아라한뜨의 경지에 이르렀다.

‘걸음’이란 발(다리)이 땅으로부터 들어올려져 앞으로 나아가다가 내려감을 반복하는 신체적 행위이다. 행선은 발의 ‘움직임(바람의 성질)’을 관찰하는 것 으로부터 시작하여, 발이 올려지고 내려질 때의 무겁고 가벼운 느낌(흙의 성 질)과 발바닥이 바닥에 닿을 때의 냉기와 열기(불의 성질) 등 지수화풍 4대 의 성질을 알아차림 한다. 더 나아가, 들고 가고 놓을 때 ‘들려고 함’ ‘나아가 려고 함’ ‘멈추려고 함’이라는 각각의 정신적 의도까지 알아차림 함으로써 물 질과 정신에 대한 통찰로 이끄는 수행이 행선이다.

좌선 일변도의 수행은 신체에 무리를 주어 몸의 불균형을 초래하기도 한 다. 행선은 긴장을 완화시키고 혈액순화을 원활하게 하며 신진대사를 도움으 로써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 또한 행선은 좌선수행에서 저하됐던 에너지를 상승시켜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시켜 주고, 정진력과 집중력을 향상시켜 좌선과 일상생활에서의 수행을 돕는다.

2) 행선을 시작하기 전에

몸은 항상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복장은 화려하지 않으면서 품이 넉넉 하고 소리가 나지 않는 부드러운 옷감이 좋다. 몸에 압박을 주는 청바지나 스판은 혈액순환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걷는 것을 방해한다. 시 계 혹은 팔찌 귀고리 등 의 장신구는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 행 선할 경우 초심자들은 양말을 벗는 것이 알아차림하기에 좋다.

행선을 시작하기 전에, 서서 합장한 채로 다음과 같이 자신에게 맞는 수행 서원을 세운다. ‘이번 행선시간동안 한 순간의 알아차림도 놓치지 않겠습니 다.’ 혹은 ‘이번 행선수행을 통해 도과에 들어 모든 번뇌 소멸하겠습니다.’ 절 은 하지 않는다.

행선 장소는 거실, 복도, 마당, 보도, 산책로 등 그 어떤 공간에서라도 할 수 있으나, 가능하면 인적이 적은 곳, 장애물이 없는 곳, 바닥이 평평한 곳, 소음이 적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행선의 거리는 10~15미터 정도면 적당하지만 최소 5미터 이상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단체로 수행할 때는 타인의 집중을 방해하는 행위, 가령 신체접촉이나 발 소리 등의 사소한 소리도 내어서는 안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거나 타인의 걷는 모습을 고의로 보아서도 안된다.

3) 행선의 자세

서있을 때는 목과 허리를 바르게 펴서 머리와 상체, 하체가 일직선이 되게 한다. 몸의 긴장을 이완시키고 편안하게 서서 전방 3~4미터 앞에 시선을 둔 다. 두 발은 붙이지도 말고 너무 벌리지도 말며 적당히 자연스럽게 둔다.

손을 두는 방식은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왼손을 오른손으로 감싸잡은 채 배 앞쪽에 내려놓는다. 이것을

‘차수’라 한다. 단정해보이고 안정감이 있어 가장 선호하고 권장하는 자세다.

두 번째는, 뒷짐진 채로 왼손바닥은 안쪽에 오른손 바닥은 밖같쪽을 향하 도록 두는 자세다. 척추가 앞쪽으로 휘어진 사람이 이 자세를 취하면 좀 더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세 번째는, 팔장을 긴 자세로서 왼손은 오른쪽 겨드랑이 속으로 집어넣고 오른손은 왼쪽 겨드랑이 밖으로 나온다. 팔이 긴 사람에게는 이 자세가 다소 편안하게 느껴지지만 흉부에 압박을 주는 단점이 있다. 그것은 초심자들에게 있어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4) 알아차림의 대상과 방법

(1) 주 관찰대상으로서의 “발의 움직임”

행선에서의 중요한 관찰대상은 지금 이 순간 들리고 나아가고 내려지고 있는 발의 움직임이다. 걸음 속에는 ‘움직임’이라는 바람의 성질 이외에 ‘무겁 고 가벼운’ 무게감, 발바닥에서 감지되는 냉기와 열감 등 다양한 감각들이 존재한다.

처음에는 움직임의 변화를 중심으로 알아차림해 나가다가 주의집중이 깊 어지기 시작하면 움직임 뿐만 아니라 발을 들어올리고 내릴 때 그 무게감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알아차림하기도 한다. 초심자가 처음 행선을 시작할 때 는 움직임을 기본 관찰 대상으로 하되 움직임보다 두드러진 현상이 나타나 면 그것이 관찰대상이 된다. 걸을 때의 관찰 부위는 다리가 아니라 발목 이 하가 되어야 하며, 움직임 이외에 발이 허공을 스칠 때의 부드러움 저릿함 따뜻함 등 그 어떤 감각이라도 감지되면 결코 놓치지 말고 알아차려야 한다.

서있을 때는 <서있음, 서있음> 하고 서있음을 분명히 자각하면서 머리위 에서 발끝까지 서있는 감각을 순간적으로 스캔하듯이 알아차림 한다. 돌 때 는 시계방향으로 <(오른발) 들어서 돌고 놓음> <(왼발) 들어서 돌고 놓음>

하고 속으로 명칭을 붙이면서 발이 들려 돌아가는 감각을 순간순간 놓치지 않고 따라가며 알아차림한다.

도는 행위가 끝나면 다시 서있음을 알아차리고 오른발부터 앞으로 나아가 는데, 이때 깊은 집중력과 알아차림이 명료한 수행자에게는 발이 들리기 직 전에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정신적 의도가 알아차림이라는 의식 속에 분 명하게 떠오를 것이다. 그 의도를 알아차림해야 한다. 그 의도는 알아차림에 의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그 때 비로소 그 의도와 함께 발을 들어 앞 으로 나아간다.

걷거나 서있는 동안 망상이 떠오르거나 시각 청각 등의 강한 자극이 발의 움직임에 대한 알아차림을 방해하는 경우엔 잠시 동작을 멈추고 관찰 대상 을 발의 움직임에서 망상이나 시각 청각 쪽으로 옮겨간다. 관찰 방법은 좌선

할 때와 동일하다. 그러한 자극이 사라지거나 희미해지면 다시 기본 관찰대 상인 발의 움직임으로 돌아온다.

(2) 걸음의 단계에 따른 구분

행선에는 본질적으로 걸음의 단계란 없다. 걸으려는 정신적 의도와 함께 거기에 수반되어 흐르는 무수한 움직임과 감각들은 몇 개의 단계로 구분 지 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수행 입문자들을 위하여 한 걸음이 라는 사이클 속에 의도적으로 몇 개의 쉼표를 찍어 구분해 봄으로써 걸음에 대한 이해와 주의집중을 높일 수 있다. 행선의 단계는 다음과 같이 5가지로 구분해서 수행해볼 수 있다.

1. 한 걸음을 한 현상으로 알아차림.

2. 한 걸음을 두 현상으로 알아차림.

3. 한 걸음을 세 현상으로 알아차림.

4. 한 걸음을 여섯 현상으로 알아차림.

5. 한 걸음을 아홉 현상으로 알아차림.

① 한 걸음을 한 현상으로 알아차림

한 걸음을 <왼발> 혹은 <오른발>로 구분해 알아차림한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마음 속으로 명칭을 붙이면서 발의 움직임에 주의집중하며 보통 속도로 걷는다.

② 한 걸음을 두 현상으로 알아차림

한 걸음을 <들고, 놓음>으로 구분해 알아차림한다. <들고 놓음, 들고 놓 음...> 마음 속으로 명칭을 붙이면서 발의 움직임에 주의집중하며 속도를 조 금 늦추어 걷는다.

③ <들고, 놓음>으로 구분해 알아차림하는 것이 익숙해지면, 걸음을 <들 고, 가고, 놓음>으로 구분해 알아차림한다. <들고 가고 놓음, 들고 가고 놓 음...> 마음 속으로 명칭을 붙이면서 발의 움직임에 주의집중하며 속도를 좀 더 늦추어 걷는다.

④ <들고, 가고, 놓음>으로 구분해 알아차림하는 것이 익숙해지면, 한 걸 음을 <들어, 올려서, 가고, 내리고, 닿고, 누름>으로 구분해 알아차림한다.

<들어 올려서 가고 내리고 닿고 누름...> 마음 속으로 명칭을 붙이면서 발의 움직임에 주의집중하며 걷는 속도는 ③과 같거나 조금 늦출 수 있다. 여기서

<들어>상태는 바닥에 닿아 있던 발바닥이 뒤꿈치부터 들어올려지면서 발가 락이 바닥에서 떨어지기 전까지의 동작이다.

⑤ <들고, 가고, 놓음놓음>이나 <들어, 올려서, 가고, 내리고, 닿고, 누름>에 대한 알아차림이 익숙해지면, 한 걸음을 <듬의 시작, 중간, 끝>-<나아감의 시작, 중간, 끝>-<내려놓음의 시작, 중간, 끝>으로 구분해 알아차림한다. 이 때는 명칭을 <드~음, 가~암, 노~음>하거나 <듬듬듬, 감감감, 놓음놓음놓음>

해도 된다. 걷는 속도는 ④와 같거나 조금 늦출 수 있다.

이와 같이 단계에 따른 여러 구분이 있으나, 일상적으로 3단계 <들고, 가 고, 놓음>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유용하다. 미얀마의 대표적인 한 수 행처에서는, 수행을 처음 시작하는 수행자에게 1~2일은 <왼발, 오른발> 혹 은 <들고, 놓음>만 알아차리도록 지시한다. 며칠 후 <들고, 놓음>에 대한 알아차림이 익수해졌을 대 비로소 <들고, 가고, 놓음>을 지시한다. 초심자든 노련한 수행자든 모두 이 3단계 수행을 한다. 초심자에게는 이것이 단계적인 구분이 되지만, 노련한 수행자의 경우 겉으로는 명칭과 함께 단계를 구분하 는 듯해도 실제로는 단계를 구분할 겨를도 없이 끊임없이 흘러가는 현상의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 알아차림 한다.

4) 행선시간의 길이

행선을 하기 전에 행선시간의 길이를 미리 정해 놓아야 한다. 수행 초기에 는 행선과 좌선의 비율을 1:1로 하는 것이 좋다. 보통 1시간 좌선하고 1시간 행선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수행 경험과 연령에 따라서 행선의 길이 를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행선은 최소한 30분 이상은 해야 효과가 있 다. 초심자들의 경우엔 좌선을 10분, 20분 했으면, 행선도 그 비율을 맞추어 한다. 이런 식으로 기준 시간인 1시간에 이를 때까지 점차적으로 늘려간다.

길이의 결정은 가급적 수행지도자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수행자 임의대로 앉고 걷기를 짧게 오래도록 반복하거나, 오래 걷는 것이 좋다고 해서 행선만 오래 지속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1시간 좌선하고 1시간 행선할 경우, 처음 2~3분은 알아차림을 유지한 채

<왼발><오른발>하면서 몸을 풀어준다. 그 다음 2~3분간 <들고 놓음, 들고 놓음>을 하다가 나머지 시간은 <들고, 가고, 놓음>을 수행한다. 일상생활에 서는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걷고 있는 동안은 모두 행선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