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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일 FTA의 정치학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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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정치학적 분석의 필요성

자유무역협정은 경제학적 주제이지만 많은 정치학 연구들이 자유무역협정 을 주제로 삼고 있다.20)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정치학적 관심은 크게 둘로 나 눌 수 있다. 하나는 자유무역협정의 정치적 함의에 관한 관심이다. 주로 자 유무역협정이 어떠한 국내정치적 영향을 미쳤나 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북 미자유무역협정과 멕시코의 농민저항운동과의 연관성, NAFTA가 어떻게 미 국의 정치경제(산업구조, 노동운동의 패턴 등등)에 영향을 미쳤는가 등을 분 석한 연구들이 있다. 한ㆍ일 FTA의 경우는 한ㆍ일 FTA가 동북아지역의 국 제정치질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와 같은 관심들도 정치학적 영역에 속 하는 연구주제들이다. 둘째는 자유무역협정의 성공 조건에 관한 관심이다.

어떤 요인이 자유무역협정의 체결에 영향을 미치는가? 혹은 어떤 조건에서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이 큰가? 등이 또 하나의 주제이다. 정치체제 의 형태(민주적 혹은 권위적; 대통령제 혹은 내각책임제)나 정치제도의 특성 (선거제도 등) 등이 FTA 체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한 연구들이 축적되어 왔다. 본 논문 역시 한ㆍ일 자유무역협정이 성공적으로 체결되기 위한 조건들을 정치학적 분석을 통해 알아보려는 시도이다.

경제적 동기에 의해 이루어지는 자유무역협정이 정치학적 분석이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 이유이다. 하나는 자유무역협정은 그것이 갖는 경제적 효과 를 통해 손해보는 집단과 이득을 보는 집단을 만들어 내며 이 두 집단간의 갈등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특히 손해를 보는 집단은 협정의 체결을 저지 하려하기 때문에 자유무역협정의 체결은 이러한 지지와 저항의 갈등 속에서 정책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복잡한 정치적 현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정 책결정은 경제적 실익같은 경제적 변수 이외에 정치적 고려와 같은 비경제 적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자유무역협정은 다른 모든 국

20) Frederick W. Mayer. Interpreting NAFTA: The Science and Art of Political Analysis,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98)

제조약과 마찬가지로 비준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비준이라는 절차는 철저히 정치적 과정이다. 정치학에서는 비준을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공식적 비 준으로서 국회에서의 비준처럼 공식적인 형태의 비준을 말한다. 현재 한-칠 레 FTA가 국회에서 비준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비준을 받지 못할 경우 협 정 체결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공식적 비준의 과정은 협정체결과는 전혀 다 른 논리가 개입되는 정치적 절차이다. 또 하나는 비공식적 비준이다. 비공식 적 비준은 어떠한 협정이나 조약에 대한 다수 국민 혹은 관련 이해집단의 명시적, 묵시적 동의을 말한다. 국내여론이나 이해당사자들의 입장과 같은 것들이 비공식적 비준에 포함된다. 비공식적 비준은 공식적 비준과 달리 협 상과정 내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며 비공식적 비준을 받지 못하는 경우(대규 모 국민적 저항이나 반대운동, 여론의 집중 공격 등) 협상 자체가 불가능하 거나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WTO 쌀시장개방 유예 사례는 비공식적 비준과 정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자유무역협정이 정치적 성격을 갖는 것은 비준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고 이 비준이라는 절차 때문에 자유무역협정을 위한 협상과정은 양면 게임의 성격을 갖게 된다. 양면게임이론에 따르면 국제협상은 협상 상대국가 와의 협상 이외에 협상결과와 관련된 국내의 이익집단들과의 협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성격을 갖는다.21) 국내 이해당사자들로부터의 비공식적인 비준을 받지 못할 경우 협상상대국과의 국가간 협상이 어려워지며 따라서 국제협상 에 임하는 협상대표들은 협상상대국가의 협상 안이나 협상전략 뿐만 아니라 국내 관련 이익집단들의 요구를 고려하면서 그리고 때로는 그러한 요구를 국가 간 협상에 이용하면서 협상에 임하게 된다. 따라서 국가 간 협력의 한 형태인 국제협상의 경우 협상의 결과는 협상국가간의 역학관계, 공통이익의 크기, 혹은 과거의 협력의 경험 유무 등과 같은 변수뿐만 아니라 국내 협상 의 내용 그리고 결과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 간 협상의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내협상에서 국내 이해당사자의 역할 그 리고 국내적 요인의 중요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에 대한 분석이 필수적 이다.

다음에서는 대외통상정책, 특히 자유무역협정과 같은 통상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변수들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소개하고자 한다.

21) Robert Putnam, "Diplomacy and Domestic Politics: The Logic of Two-level Games," International Organization 42, 427-460

3.2. 통상정책과 국내정치적 요인

1) 통상정책과 국내 행위자

통상정책은 일반적 외교정책과 마찬가지로 국내집단의 영향을 받게된다.

대외통상정책에 의해 이득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이 생기기 때문 에 이들 집단은 자신들이 가진 자원을 이용하여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 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내집단이 어떠한 정책을 선호하는 가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러한 집단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느냐가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외정책에 대한 국내집단의 영향력 연구에서 이익 집단의 성격에 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연구는 멘커 올슨의 집단행동 에 관한 연구이다22). 올슨은 집단의 크기가 효율성간의 관계에 주목했는데 집단내의 행위자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각각의 행위자는 공공재의 확보 를 위해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이 더 적게 되는데 이것은 집단의 크기가 커 지면 무임승차에 대한 처벌이 어려운 지면서 무임승차에 대한 동기가 커지 고 집단을 조직화를 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국내집단의 영향력을 논의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국내 이익집단 의 성격뿐만 아니라 국내집단간에 생겨나는 정책연합에 주목해야 한다. 피터 케첸스타인은 서구 선진국의 대외경제정책 연구를 통해 대외경제정책의 결 정요인에서 지배연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지배연합은 사회계 급과, 정당체제나 다양한 제도(정부부처, 은행, 산업단체, 거대 공, 사기업 등) 안에서 이익을 대표하는 정치적 중계자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미국의 경우 정부관리, 기업과 금융계의 리더 그리고 영국의 경우 금융계와 재무성(Treasury)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23). 대외경제정책의 성격은 국내적 정책연합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제프리 가렛(Garrett 1998)은 지 구화에 대한 대응 연구에서 좌파세력과 조직노동자의 연합이 자본이동의 자 유화로 상징되는 지구화에 대한 효과적인 정책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 장하고 있다24).

마지막으로 국내 집단의 영향력의 중요성에 관해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22) Mancur Olson, The Logic of Collective Action, (Cambridge, Mass.: Harvard University Press, 1965) 23) Peter Katzenstein ed., Between Power and Plenty(Madison: University of Wisconsin Press, 1978) 24) Geoffrey Garrett, Partisan Politics in the Global Economy(Cambridge.U.K.: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8).

할 점은 대외통상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행위자에 대한 분석에서 대부분 의 연구들이 국내 이익집단의 역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헬렌 밀너는 국내이익집단 만큼 정치적 행위자도 중요한데 특히 통상정책에서 대 통령의 입장, 정치인들의 선호 등은 매우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 다25).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결정자들의 중요성은 이들이 정책결정에 있어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는 일반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정책결정자들은 때때로 일반적인 방법으로 이루기 어려운 국내적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국 제협력을 추진하기도 한다. 소위 구속효과(lock-in effect) 라고 하는 이 효과 를 노린 대외통상정책은 시장개방이나 국내통상제도의 자유화를 추진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이나 관련 국제레짐에 참여하는 것에서 흔히 보여진다. 이 러한 경우 국가 간 협력의 결정은 국내정치경제적 동기를 가진 정책결정자 들의 결정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2) 통상정책과 국내제도

통상정책의 결정에 있어서 국내제도의 중요성은 국내제도가 국내 행위자 들의 영향력, 선호를 변화시킴으로서 통상정책을 포함한 대외경제정책에 영 향을 미친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이미 선진국의 비교정치경제연구에 있어 국내제도가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많이 다루어져 왔다. 국내제도와 대외 정책간이 연관성은 유럽의 소국가들에게서 나타나는 제도적 특성들 (예를 들 어 조합주의적 제도들)이 이들 국가의 개방주의적 대외경제정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연구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26). 이러한 연 구들은 특히 국가-사회관계, 자본-노동 관계와 같은 비정형적 제도들이 대외 정책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많은 연구들이 대외통상정책에 있어 국내정치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논의는 정치체제의 형태에 관한 것이다. 정치 체제가 민주적이냐 권위주의적이냐는 국가의 정책선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칠레의 지역주의 정책의 변화는 피노체트정권의 몰락과 함께 등장한 민주주의 정부의 영향이 매우 크다. 민주주의 정부는 대외적으 로 더 개방적이며 특정이익 보다는 국가전체의 이해를 더 잘 대변할 수 있 기 때문에 개방주의적 대외정책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일반적인

25) Helen Milner, Interests, Institutions and Information: Domestic Politics and International Relations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7)

26) Peter Katzenstein, Small State in World Market: Industrial Policy in Europe (Ithaca, Cornell University Press, 1986)

논의는 대외정책의 권한이 대통령에 집중되어 있는가 아니면 의회에 집중되 어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역적 혹은 분야별(sectoral) 이해를 대변하는 의회는 보호무역적이고 더 넓은 부분을 대표하는 대통령은 개방주 의적 대외정책을 선호한다는 논의들이 있다. 이러한 논의 보다 좀 더 정교한 정치제도의 대외정책에 대한 영향에 대한 분석들이 있다. 코우헤이(Peter Cowhey)는 정치제도의 차이(선거제도, 정부권력의 분산 형태, 정치체제의 투 명성)가 국가들의 다자주의(WTO, NATO)에 대한 국제적 약속을 얼마나 잘 지켜나가느냐를 상당 부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27). 다시 말해 통상정책의 안정적 유지가 국내정치제도에 의해 영향받는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미국의 경우, 의회와 행정부의 분리라는 정치구조, 승자우선과 연방선거에서의 소선 거구제 등이 미국의 다자주의 체제에 대한 계속적 지지를 유지하는 국내적 조건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일본의 의회-정부 혼합(의회제), 중대선거구의 선 거제도가 일본의 다자주의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미국의 소 선거구제도는 공공재적 성격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치인의 당선가능성을 높 이고 권력분산은 국제적 약속을 뒤집기가 어렵게 만들며 이러한 특징은 다 른 국가들이 미국의 정책변화를 감시하는 것을 용이하게 한다는 것이다.

최태욱(2001)의 일본의 FTA 정책의 변화에 대한 연구 역시 이러한 코우 헤이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최태욱은 일본의 변화된 지역무역블록 정 책은 1990년대 중반의 일본의 정치적 변화(정당체제의 개편과 선거법 개혁) 에 상당 부분 영향받았다고 주장한다. 1994년의 소선거구 비례대표병립제의 선거법 개혁과 자민당 일당우위체제의 붕괴는 일본내 국제주의자들의 영향 력을 강화시킴으로서 일본의 통상정책의 변화를 가져오고 일본이 적극적으 로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도록 하였다는 것이다28).

밀너(1997)는 국내정치제도에 관련해서 정책결정의 구조, 다시 말해 정책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밀너에 따르면 입법권이 누구에게 집중되어 있는가가 자유무역협정과 같은 대외경제정책에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입법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경우와 국회에 집중된 경우 자유무역 협정의 성공 가능성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제적 협정의 비준 절차의 상이성(국회동의를 통한 비준 혹은 국민투표를 통한 비준)같은 제도 적 차이도 자유무역협정의 성공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29).

27) Peter Cowhey "Domestic Institutions and the Credibility of International Commitments: Japan and the United States," International Organization

28) 최태욱, “대외통상정책의 국제정치와 국내정치: 한ㆍ일 FTA를 중심으로 ꡔ한국정치학회보ꡕ 35집 3호, 2001 29) Helen Milner,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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