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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야 할 최악의 영어공부 방법 다섯가지

영어 공부 제대로 하기 2008/07/27 22:51 by 고수민

예전에 영어학원에 다닐 때 저보다 나이는 2-3살 어렸는데 영어를 아주 잘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비 록 실력수준에 따라 정해진 같은 레벨의 강의를 듣는 같은 반이었지만 주의 깊게 들어본 결과로 는 아무래도 저보다 수준이 많이 높았고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서 한참 생각을 해야 하는 저와는 달 리 어떤 표현에 있어서나 거침이 없었습니다. 학원 우리 반에서는-사실은 불법(?)일지도 모르는데-금요일 저녁 수업 때마다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지 않고 근처 강남 역의 호프집에 가서 자유롭게 여 러 가지 주제로 토론하면서 프리토킹(콩글리쉬 죄송합니다)을 하는 것이 전통이 되어있었습니다.

때는 이때다 싶어서 이 친구에게 영어 공부의 비결이 뭐냐고 물어봤습니다. (제 글을 많이 읽은 분 은 아시겠지만 당시 저는 영어공부법의 진수를 찾아서 많이 보고 듣던 시기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도 이 친구가 똑똑한 것이 아래 대화를 보시면 압니다.

“영어 공부 비결이 뭐냐?”

“사실 별다른 것 없고 그냥 열심히 하는 거다.”

“에이, 그래도 뭔가 있을 것 아니냐?”

“굳이 원한다면 어떤 공부를 하지 말아야 하는지는 말해줄 수 있다.”

(눈이 반짝 떠지면서)”그래, 어떻게 하지 않으면 되나?”

“영화로는 영어 공부하지 마라.”

“What the heck? 켁켁켁(맥주 사래 들린 소리)”

영화로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

그 당시에 영화로 영어 공부하는 것이 한참 시쳇말로 뜨고 있는 시기였고 저도 이 조류에 적극 동참 해서 영화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시기였습니다. (지금은 영화/미드로 영어 공부하는 것이 이미 떴 다고 볼 수 있겠죠.) 이 친구는 이런 면에서는 정말 선구자였던 모양입니다. 영어공부를 잘하기 위해 어학연수를 갔다 온 가장 초기 세대에 속하기도 하고 미국 LA로 어학연수를 갔을 때 극장에서 자막 없이 영화를 본 고통(?)이 너무나 생생해서 한국에 와서는 비디오테이프를 사서 영어공부를 했다고 하더군요.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보고 또 보면서 말을 익히려고 노력을 했다는데 결국은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고 포기했다고 합니다. 그 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지만 하여간 영화로 영어공부 를 하는 것이 무익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게 너무 높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도 사실 얼마 전에 영화로 영어 공부하는 것의 장점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기 때문에 자칫하면 남들에게 혼란을 가져올 것 같은 이런 이야기를 안 하려고 했었습니다. 세상에 너무 많은 영어 공부 방법이 있고 어떤 방법을 피해야 할지를 골라서 이런 이런 학습법이 안 좋다고 말해버린다면 분명 히 나는 분명히 효과를 보았는데 무슨 소리냐 하고 반론이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사람마다 공부하 는 방법이 다르고 효과도 다릅니다. 하지만 가장 효율적인 공부를 한다는 측면에서 피해야 할 방법 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개개의 학습법에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볼 때 피해야 할 학습 양태를 소개시켜드리려고 합니다.

첫번째는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자기 수준에 맞지 않는 공부 법을 피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위의 친구가 하필이면 영화를 언급한 이유는-저도 지금은 확실히 같은 결론을 가지고 있는데-영화는 정 말 상급자용 공부의 도구입니다. 약간 쉽기는 하지만 미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많은 초급자들 이 주로 영화/미드 영어공부 관련 책/씨디를 파는 회사들에 현혹되어 이를 도구로 공부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수학을 막 배우기 시작한 아이에게 덧셈, 뺄셈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곱하기, 나누기 공 부보다 더 먼저 선행되어야 합니다. 당연히 미분, 적분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아야 합니다. 수학에서 는 누구나 받아들일만한 상식이 이러한데 영어에서는 이런 상식이 쉽게 받아들여 지지 않는가 봅니 다.

초등학생에게 미적분을 가르치면

그런데 많은 영어공부 교재들이 미분, 적분을 먼저 해도 된다고 초급자들을 유인하고 있습니다. 저 도 누차에 글을 쓰면서 이런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했지만 제가 자기 실력에 맞는 책으로 공부해야 한다고만 하고 구체적으로 이런 점을 지적하지 않아서인지 아직도 많은 분들이 실력에 맞지 않는 영화/미드로 공부를 한다면서 고생을 하고 계십니다. 혹시 초급자인데도 영화로 공부해서 실력이 쭉쭉 늘고 있다면 할말이 없습니다만 제가 이야기해본 많은 영어 선생님들도 이런 상식에 반하는 영어공부의 현상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신 것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자신의 수준이 영화로(혹은 그 어떤 교재로이건) 공부할 수준이 되는지 알고 싶으시면 영화를 말이 많은 대사가 나오는 부분을 5분 정도의 분량을 따로 녹음해서 듣고 얼마나 받아쓸 수 있는지 보시면 됩니다. 한 번 듣고 60-70%, 두 번 듣고 80-90% 정도 정확하게 받아쓸 수 있다면 그 때는 준비가 된 것입니다.

혹시 각종 강의에서 나오는 샘플을 가지고는 판단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샘플은 더 많은 초급자를 강의로 끌어들이기 위해 그 드라마에서도 특히 쉬운 부분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난이도는 영화마다 다르고 장르마다 다르고 장면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영화로 공부 하라 마라 하는 것이 약 간 사리에 맞지 않을 수도 있으나 전반적인 경향이 그렇다는 것은 명심해야겠습니다. 전에도 말씀 드렸는데 실생활에서 접하는 영어 중에서 가장 쉬운 수준이 각종 중고 교과서 테이프>초, 중급자용 오디오 북>아리랑 티브이의 뉴스>미국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미국 텔레비전 뉴스>CNN 뉴스나 토 크쇼>미국 드라마>미국 영화>미국 이외의 영어권 국가의 영화의 순서입니다. 다분히 주관적이긴 하 지만 나름대로 판단을 하실 줄 믿습니다.

영어공부도 편식하면 안된다

두번째로 피해야 할 것은 편식하는 영어공부입니다. 이것도 전에 다 제 이전 글에서 언급된 내용입 니다만 다시 강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영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동원되게 됩니다. 청각은 당연한 것이고 시각도 도움이 되고 대화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의사소통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전에 느꼈던 같은 분위기 자체가 기억에 남아 알아듣는데 도 움을 주기도 합니다. 시각이 도움이 된다는 것은 말하는 사람의 입 모양을 보고 무슨 발음이 나오겠 다는 것을 짐작하기도 하고 제스처를 보고 말의 내용을 짐작하기도 합니다. 또한 특정 상황에 익숙 해져 있으면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 지가 짐작이 가기도 합니다. 한국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 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데 말이 나오지 않고 입안에서 맴돌 때 옆에서 듣고 있다가 도와줘 본 경험 있으실 겁니다.

미국사람들은 농담하기를 좋아하고 때로는 재미로 서로 놀리기도 합니다. 한번은 동료 G가 오더니

내일 오후의 일정이 취소되었으니 오후에는 집에 일찍 가도 되겠다고 알려주는 겁니다. 너무 기분 이 좋았는데 알고 보니 놀리기 위해서 그냥 농담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함께 낄 낄대던 다른 동료 M이 나중에 다른 자리에서 닥터 고는 왜 이렇게 잘 속느냐며 “ you are very gullible.” 이라고 하더군요. 토익용 단어공부를 좀 하신 분은 ‘쉽게 잘 속는’이라는 의미의

“gullible”이라는 단어를 공부하신 기억이 나실 것입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알고만 있었지 이 단어 를 별로 쓰지 않던 저도 그 후로는 이 단어를 쓸 일이 상당히 자주 생기더군요. 당연히 쓸 때마다 기 억에 완전히 각인이 되었지요.

단어 하나라도 이렇듯 상황이 결부되면 기억이 쉬워집니다. 여담인데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실생활 에서 영어를 직접 부딪치면서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믿고 어학연수나 유학을 떠나는 것이겠지 요. 재미교포들도 보면 영어를 거의 못하는 상태에서 미국에 가면 어떻게 되겠지 하고 한국을 떠나 는 사람이 많습니다. 위의 첫 번째 실력에 맞지 않는 영어공부를 피하라는 측면에서 이는 대단히 위 험한 생각입니다. 제가 만약 이 단어를 몰랐다면 실생활 속에서 이 단어를 들어도 제대로 알아차리 고 써먹을 수 있었을까요? 아마 그냥 흘려 듣고 넘어 같을 것입니다. 만약 대화 중에 모르는 단어가 어쩌다가 하나도 아니고 태반이 못 알아듣는 표현이라면요? 아마 정신적으로는 계속 위축되고 아무 런 의미 있는 대화를 하지도 못할 겁니다.

사전을 다 뜯어먹어도 영어 안 늘어

그나마 대화가 가능 하려면 상대방이 대단히 인내심이 있어야 하거나 내 이야기로부터 뭔가를 얻어 내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비 싼 물건을 팔아먹기 위해 영어실력이 부족한 고객의 말을 열심히 듣는 미국인 장사꾼이나 영어 실력이 과히 좋지 못한 외국인 교환교수로부터 강의를 듣는 미국 대학생이 도대체 과제내용이 무엇인가 억지로 들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영어 공부를 듣기나 쓰기, 말하기, 혹은 문법 공부나 독해 등의 한가지 방법 으로 한정하면 실력이 매우 더디게 늘게 됩니다. 미국 방송을 하루에 열 시간씩 듣거나, 원어민 회화 반에 들어가서 하루에 다섯 시간씩 프리토킹을 하거나, 사전을 가지고 절에 들어가서 한 페이지씩 외우고 씹어 먹으면서 공부를 하거나, 성문종합영어를 통째로 다 외우거나 다 마찬가지 입니다. 따 로따로 한가지만 한다면 효과는 거의 없습니다. 역사를 공부할 때 고려사만 죽어라고 공부하면 조 선역사나 현대사에 대해 전공을 한 사람보다 고려사를 더 아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분 명히 고려사의 전문가로서 존경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실용영어를 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성문영어를 다 외워도 영어로 유창한 의사소통을 할 능력 이 생길 가능성은 매우 적습니다. 미국 방송을 하루에 10시간씩 보면 어느 날 소리가 다 들릴 것 같 은 기대를 가지고 공부하시는 분도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마술적으로 귀가 뚫리지 않을 가능 성이 99%이지만 뚫린다고 하더라도 차라리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를 골고루 한 사람에 비해 더 늦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이유는 다시 말하지만 영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의사소통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방법으로 연습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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