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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에서 발음이 얼마나 중요할까

영어 공부 제대로 하기 2008/08/17 19:47 by 고수민

제가 일하는 일했던 미조리주의 병원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일을 시작하기 일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고 하는데 지금도 이 이야기가 거의 전설처럼 입에서 입으로 계속 전해지고 있습니 다. 약간 상스러울 수가 있으니 임산부와 노약자는 본론으로 건너뛰셔도 됩니다. 제가 일했던 병원 에 중국계 의사인 닥터 푸가 있었습니다.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한번도 물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 습니다만 영어로는 쿵푸팬더의 ‘푸’와 같은 철자인 ‘Fu’ 입니다. 전에 제가 한 번 제 블로그를 통해서 소개시켜 드린 바가 있었던 바로 그 자랑스런 한국인인 선배 레지던트가 처음 미국에 와서 일할 때 전화로 간호사랑 대판 싸울뻔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병동에 전화를 걸면서 일이 일어납니다.

“May I speak to Dr.푸?” 닥터 푸 좀 부탁합니다.

“Excuse me?” 뭐라고요?

“I’d like to talk to Dr. 푸.” 닥터 푸 좀 바꿔달라고요.

“I didn’t get that. Who do you want to talk to?” 못 알아듣겠는데 누구라고요?

“Doctor 푸!!” 닥터 푸라고요!!

“Doctor who?” 닥터 누구요?

“푸!! F, U!” 푸라고요. 에프, 유!!

“F, U!” 에프, 유!!

“What?! ” 뭐야?!

이런 것도 못알아듣냐? 엿이나 먹어라!

그 후에 일어난 일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아마 영어를 조금 하시는 분은 (혹은 슬랭에 능통하신 분) 폭소를 터뜨리기에 충분한 이야기일 것 입니다만 한국에서 정규 영어 교육을 받으신 (혹은 저속 한 말을 별로 접해보지 못하신 분)은 왜 이게 우스운지 이해가 안 가실 수도 있겠습니다. 사건의 맥 락을 정리하면 일단 제 선배가 병동에 전화해서 닥터 푸를 바꿔달라고 했는데 문제는 ‘Fu’의 발음을 미국인 간호사가 잘 알아듣지 못해서 생겼습니다.

어쨌거나 전화를 받은 간호사는 그게 누구냐고 못 알아듣겠다고 계속 되물었고 답답해진 선배는 철 자를 불러줘서 알아듣게 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닥터 푸의 이름 철자가 미국의 비속어인

‘F**k you’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같은 의미로 통용된다는 것을 몰랐던 선배가 몇 번이고 F, U를 반복했고 통화 상대방인 간호사가 난데없는 욕설세례에 함께 흥분해서 큰 사건이 될 뻔 했던 것입니다. 간호사 입장에서는 의사가 전화를 걸었는데 간호사 자신이 의사의 말을 도저히 못 알아들으니까 상대방 의사가 화를 참지 못하고 ‘엿먹어라’하고 욕설을 내뱉은 것으로 해석이 되 었던 것입니다.

짐작하건대 간호사는 이 발음을 ‘Pu’로 알아들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생각에는 F와 P 가 그다지 다른 발음은 아닌데 미국인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발음으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제가 위에 영어대화에서 유독 ‘Fu’만 한글로 ‘푸’로 적은 것이 이런 이유입니다.) 마치 닥터 강이 옆 에서 일하고 있는데 닥터 방을 바꿔달라는 전화를 받으면 한국사람의 반응도 이와 비슷하겠지 싶습 니다. 정말 닥터 방을 말하는 건지 닥터 강을 잘못 말한 것인지 확인하느라고 몇 번이고 되물을 수 밖에 없었겠지요.

조금 과장하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이나 이민오신 이민 1세대 분들은 영어발음과 관련된 이러 한 에피소드가 없다면 거짓말일 정도로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영어교육에 최근에 큰 변화가 있 었으니까 아마 80-90년대 이전에 중 고교를 다닌 시절에 배운 영어를 가지고 미국에서 적응하면 살 아야 했던 세대와 지금처럼 말하기와 듣기가 충분히 강조되는 시대의 교육을 받은 세대의 영어가 같으리라고 보지는 않습니다만 한국인에게 영어의 발음은 정말 극복하기 어려운 장벽이었습니다.

대학생으로 부터 온 편지

최근 아래와 같은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한번 읽어보시지요.

현재 대학1학년 재학중인 이병민(가명)이라고 합니다. 경기도권 대학4년제 다니고 있구요.

좀 전에 영어 공부하다가 궁금해서 이렇게 질문 드리는데요. 제가 obligation 란 단어를 '오블리 게이션' 이렇게 발음해왔거든요? 근데 이 발음이 맞나 확인 겸 네이버 영어사전에서 성우가 말하

궁금한 건, 꼭 발음기호에 나와있는 대로 발음해야 되는지 입니다. 오블리게이션 이라고 발음하 는 건 틀린 거에요? 요즘에 영어공부를 하면서 자꾸 느끼는 건데요, 평소에 제가 알던 단어를 발 음하는데 혹시나 해서 네이버사전에서 원어민이 하는 발음을 들어보면 다 틀리거든요? 또 하나 의 단어를 예를 들어보면 criticize 이 단어를 크리티씨즈 라고 읽어왔는데 네이버사전에선 크리 터싸이즈 라고 하더군요.

제가 발음하는 게 그냥 잘못된 건가요? 단어 외울때 옆에 발음기호대로 꼭 발음해야 정상인가 요? 궁금해요 ~

제가 전에 제 글 영어공부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에서 영어공부 초기에 반드시 발음을 되짚어 서 공부해봐야 한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영어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는 초급자들은 반드시 영어의 정확한 발음을 알아야 하고, 이미 알고 있더라도 정말 자신이 정확한 입술의 모양과 혀의 위치를 잘 알고 있는지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 그 정확한 발음에 입각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었 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에 편지를 주신 대학생 분은 그냥 자신이 하던 대로 편하게 발음을 한 것 이 아니고 자신의 발음이 사전과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조언 을 구해오신 것이니 제 권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신 것이 분명하고 많이 칭찬받아 마땅한 분 같습 니다. ^^

영국식과 미국식 영어의 차이 중에 한 가지

일단 위 질문에 대한 답변의 일부로서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겠습니다. 영어 발음을 공부하다 보면 영국식(호주나 뉴질랜드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만) 발음과 미국식 발음의 차이를 느낄 때가 있는데 한가지 예를 들어 알파벳 ‘o’를 발음하는데 있어 미국은 ‘아’처럼 발음하고 영국은 ‘오’처럼 발음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그래서 ‘아블리게이션’과 ‘오블리게이션’의 차이가 생길 수 있겠죠. (편의상 한 국말로 발음기호를 적는 것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근거가 100% 확실한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제가 알기로는 18세기에 영어에서는 ‘o’를 원래 발음인 ‘ 오’ 대신 ‘아’로 발음하는 것이 일시적 유행이었다고 합니다.(물론 발음기호상 거꾸로 된 C 아시죠?

그 발음인 ‘오’라는 발음으로 시작되는 단어만 그렇다는 것입니다. ‘오’발음이 아닌 obscure 업스큐 어, oak 오우크 등은 해당이 되지 않으며 발음이 ‘오’로 시작해도 orphan등은 아ㄹ펀이 되지 않고 그냥 올펀입니다) 어쨌거나 그런 연유로 object는 압젝트, observation는 압서베이션, occupy가 아 큐파이로 되었던 것이죠. 미국으로 이때 이민 온 사람들은 이런 발음의 트랜드에 따라 발음을 하게 되었고 자손에 그대로 이어져 지금까지도 이렇게 발음을 하는 것이고 영어의 본토인 영국에서는 이 런 트랜드가 사라져서 원래 발음이 복귀되면서 다시 ‘오’ 발음이 ‘아’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오블리게이션이든 아블리게이션이건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단지 영국식 영 어냐 미국식 영어냐의 차이일 뿐이고 둘 다 맞는 발음으로 인정되는 것이니까요. 우리가 주로 배우 는 미국식 발음이 옳고 영국식 발음은 틀렸다는 것은 편협한 생각으로 보입니다. 영어를 배우는 입 장에서는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니까 뭘 택하느냐는 선택의 문제가 약간 골치가 아플 뿐입니다.

발음이 틀리면 의사소통이 안되는 것은 당연

하지만 영어로 의사소통에 있어서 본질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어느 나라 식 발음으로 영 어를 배웠건 간에 외국에 나가면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전체적인 영어의 기초 실력이 부족한 것 말고 그냥 발음문제에만 한정한 이야기입니다.) 나는 분명히 ‘friend’라는 의도로 발음을 했는데 ‘priend’로 들은 외국인은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고민하게 됩니다. 한국사람을 많이 겪은 외국인(한국의 원어민 강사 등)은 비록 priend로 들리더라도 재빠르게 두뇌 내에서 friend로 바꿔서 알아듣는 연습이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연습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끝끝내 못 알아 듣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도무지 쉬운 발음 조차도 알아듣지 못하는 중서부 지방의 시골 미국인들 때문에 답 답해서 죽을 지경이었는데 나중에는 이해를 해 줄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이 사람들은 다양한 영어를 접해보지 않아서 이해의 대역폭이 넓지 않습니다. 약간의 상상력으로 발음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켜 서 해석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죠. 나중에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일설에는 미국보다 외국 출신 이 더 많다고 합니다.) 뉴욕에 와보니 서로 서로 희한한 발음의 영어로 잘 들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 고 미국인이더라도 제 발음으로 못 알아 듣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했습니다.

제가 처음에 인도 사람들과 일을 할 때 인도식 영어가 알아듣기가 너무 힘들어서 고생을 했습니다.

뭐라고 상대방이 하면 연신 ‘excuse me? Sorry? Pardon me?’를 남발해야 했고 못 알아 듣는 것이 참 미안하더군요. 나중에 익숙해지니(알아듣는 스펙트럼이 넓어지니) 점차 그냥 전형적인 미국인의

Object 19

는 상대방이 알아서 알아들어야 하는 것일까요.

발음이 덜 중요한 극히 예외적인 상황

다시 여담인데 전에 오랜 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자유 메달을 수상하고 한 국과 미국의 저명인사들 앞에서 영어로 연설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야 말로 콩글리쉬의 상징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오랜 수감생활을 하시는 동안 책으로만 영어를 독학으로 익 히셨다고 하니까 외국인들로서는 발음을 알아듣기가 녹녹하지 않았을 것은 뻔한 노릇입니다. 하지 만 다들 어떻게든 알아듣고 박수도 치고 잘 지나갔다고 합니다. 오히려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인들 이 연설을 알아듣기 힘들어 고생했다고 하죠.

또 정치평론가로 유명한 어떤 대학교수님이 영어공부에 대해 쓰신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언젠 가 이분이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수업 말미에 어떤 미 국대학생이 손을 들더니 발음 때문에 강의를 못 알아 듣겠다고 불평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사 람이면 이런 경우 부끄러워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일 것 같은데 이 교수님은 오히려 못 알 아듣는 것은 너의 사정이니 재주껏 알아듣든지, 못 알아듣고 낙제하든지 알아서 하라고 하고 그냥 강의를 했다고 합니다. 너무 요약하다 보니 이 교수님이 지나치게 거만하게(?) 말씀하신 것처럼 들 리는데 그런 것은 아니었고 제가 읽으면서 받은 느낌은 이 대학생이 아마도 시골출신이어서 외국인 의 영어를 별로 들어보지 못했거나, 잘 알지 못하는 나라에서 온 교수를 조금은 비하하는 의도로 이 렇게 말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이해를 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