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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골프장 건설에 관한 전격적인 정책 변화는 전국적으로 지방정부 에 의해 구체적으로 추진되었다. 이러한 사정은 제주도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제주도 에서는 국내 최대의 관광지로서 관광객 유치를 위한 골프장 건설이 필요하다는 명분까지 덧붙여지면서 진행되었다.

제주도에 골프장이 처음 생긴 시기는 1979년의 오라골프장이었으며, 1986년 에 는 제 주 컨 트 리 클 럽 이 개 장 되 었 고 , 그 다음이 중문관광단지내의 중문골프장이 1989 년 개장되었는데, 이는 중앙정부의 골프장 건설에 관한 전격적인 정책변화의 시기 이전에 개장된 것이다. 중문골프장이 개장하기 1년 전인 1988년에는 교통부가 1988년 에 제주도의 골프장 필요 개수를 17개소로 산출한 다음 연도별 골프장 시설확충계획 을 세우고 이미 설치된 오라골프장 2개소(36홀(18홀을 1개소로 인정)), 제주골프장 1개 소(18홀), 중문골프장 1개소(18홀) 등 4개소와 합쳐 1989년에 5개소, 1990년에 3개소, 1991년에 3개소, 1992년에 2개소를 각각 설치하도록 제주도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133) 제주도, 「제2차 제주도 종합개발계획(안)」, 제주도․제주발전연구원, 2001, p.401.

제주도는 1989년에 5개소를 설치하기로 하고 사업희망자를 공개모집했다. 1989년 3월 16일 마감한 골프장 건설 희망 공개 모집에는 모두 7개 업체가 신청했다(제민일보, 1991년 7월 8일자 참조.). 주목할 것은 신청한 업체 가운데 대부분이 이미 초지 조성이 되어 있는 기업 목장용지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제주도에는 이미 많은 자본가들이 토지를 확보해 놓고 있었다. 제주도 관광개발은 1970년대부터 주로 해안지대를 중심 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앞으로의 개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안 지대만이 아니라 해발 200m 이상 중산간 지대의 목초지와 잡종지를 헐값에 닥치는 대로 사들여 확보해 두고 이 지역이 개발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런 상 황 에 서 골 프 대 중 화 정 책 이 추진되었고 골프장 사업 허가의 일차적 조건이 바로 부지 확보 였기 때문에 제주도 곳곳에 이미 중산간 목장지대와 임야를 확보하고 있던 사업자들 에게는 기다리던 때가 온 것이었고, 따라서 이들이 우선적으로 사업신청을 하게 된 것은 당연하였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목장용지를 골프장으로 전환하겠다고 신청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시행된다면 많은 목장이 폐쇄될 것이고, 그 동 안 국 가 가 보 조 금 을 주 면 서 애써 초지를 조성했던 대규모 목장용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 었다. 이는 그 동안 도당국이 내세웠던 ‘축산진흥정책’을 스스로 뒤엎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바로 이 시기에 제주대학교 농과대학 교수들이 나서서 축산업 발전의 입장에 서 골프장 허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도지사를 방문하여 항의한 바 있었는데134), 이는 도민들의 여론을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대변한 매우 시기 적정한 대응이었다.

한라레저관광주식회사가 골프장 예정부지로 확보하고 있던 땅은 원래 북제주군 한림읍 명월리 마을 공동목장이었다. 이 사업체는 목장을 1988년 초 명월리 조합장과 이장, 그리고 개발위원장을 통해 사들였다. 당시 골프장 부지를 확보하려는 사업자들은 주민들에게 정확한 개발내용을 알리지 않은 채 현지 브로커를 통해 토지를 매입하는 방법을 주로 쓰고 있었는데 이 지역도 그러한 방법으로 매입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때 사업주들은 현지 브로커에게 거액의 수수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들이 토지를 팔아 넘기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서고는 했는데 명월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한편 신성주식회사가 확보한 북제주군 조천읍 북촌리의 30여만 평의 땅은 이미 1976 134) 김규일, “기업목장의 골프장 전업을 왜 반대하는가”, 「월간제주」, 1989년 6월호,

pp.26∼29. 신행철 외, 「제주 사회론」에서 재인용.

년에 사들인 곳이었다. 당시 신성주식회사는 도로 건설에 필요한 아스콘을 생산할 공장부지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북촌리 주민 소유였던 마을 공동목장을 필요로 했다. 그런데 북촌주민들이 팔지 않자 도당국에 협조를 요청하였다. 도 당 국자 들 은 요 청 을 받 아 들 여 비 슷 한 규 모 의 군 유 지 를 내 놓 고 대신 마을 공동목장을 신성 주식회사에게 주는 교환방식을 제시하면서 북촌주민들을 설득했다. 당시 관이 민에 게 지니던 위세를 감안하면 북촌리 주민들이 도당국자들의 설득을 무시하기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다. 도당국이 제주도 개발에 협조해 달라고 반강제로 종용하고 사업자 가 자매결연을 맺고 20여 억원 상당의 각종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발전에 기여하겠다 고 약속하고 나서는 바람에 주민들은 공장이 들어서면 마을이 발전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 속에 마을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군유지와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신성주식회사는 얼마 동안 아스콘 공장을 설치하여 경영하다가 다른 곳으로 옮기고 는 바로 그 땅에 골프장을 설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신성 주식회사는 이 땅은 공장 부지로 사들일 때 북촌리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마을 발전을 위한 기여를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동안 아스콘 공장에서 나오는 각종 분진, 폐수 등의 공해로 주민들 을 괴롭혀 왔다. 이 점이 막상 골프장을 건설하려 하자 주민들의 반대를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걸림돌이 되었다.).

두 번째 골프장 시설 사업자 공개모집은 1991년 4월부터 한 달간 골프장 희망사업자 를 공모하였는데 모두 8개 업체 또는 개인이 신청하였다. 제주도는 이 가운데 지역 자본 참여업체인 제주개발공사, 재일동포인 김화수씨, 제주도 종합개발계획에 이미 골프장 시설 예정지구로 지정되어 있는 대유산업, 지역균형을 감안한 동 부 지 역 은 제주리 조 트 증 4개 업 체 를 선 정 했 다 . 그러나 일본인과 합작으로 골프장을 조성하 려던 대유산업은 일본인들이 우리 나라의 외자도입법에 의해 더 이상 투자가 안될 경우 자신들의 자본비율이 계속 낮아질 것을 우려하여 포기의사를 밝힘으로써 골프장 조성업체는 제주개발공사, 재일동포 김화수씨, 제주리조트 등 3개 업체로 최종 결정되었 다. 3개 업체가 신청한 예정지는 모두 마을 공동목장 자리였다. 마을 공동목장은 축산업 에 종사하는 제주도민들이 대대로 마을 단위로 공유하고 있던 땅이다. 그런데 공동목장 들이 1960년대부터, 특히 1980년대에 집중적으로 팔려 나갔다. 자본가들이 마을 공동 목장을 사들일 때는 결코 이 땅에다 축산업을 하겠다는 것은 아 니 었 다 . 그보 다 는 제주도 공 동 목장 부 지 를 장기적인 투자 전망 속에서 앞으로 관광관련 시설을 설치

한 땅으로 생각하고 투자한 것이다. 축산 진흥 명목으로 일찌감치 마을 공동목장을 사들여 기업목장으로 만든 다음, 때를 기다리고 있다가 국가의 정책 전환을 계기로 골프장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었다135).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이 시기까지는 골프장 건설에 따른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의 관심이 상당히 증폭되었던 때 였 다 . 그 러 한 반 대 운 동 의 시 기 가 지 나 고 다 이 너 스 티 골 프 장 과 나인브리지 골프장이 들어선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에는 소위 주민들의 골프장건설운동 반대와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나 환경단체들의 골프장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질곡의 현대사의 한 가운데 서있는 녹하지악 이 최근 개발의 바람에 그 원형이 크게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 (주)레이크힐스가 1000억원을 투자해 이 일대에 골프장을 조성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골프장 조성계획 이 알려지자 지역 환경단체들은 골프장이 들어설 경우 심각한 환경훼손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제주 현대사의 상 처 를 간 직 하 고 있 는 녹 하 지 악 일 대 에 골프장이 조 성 될 경 우 , 이 일대에 대한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골프장이 조성될 경우 이 일대에 대한 일반인들의 접근이 불가능해져 녹하지악의 생태적 고립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골프장 조성에 따른 환경영향 평가에서는 비자나무 군락지가 빠져 있어 환경단체들은 이 일대에 대 한 환 경 영 향 평 가 가 부 실하 다 는 지 적 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레이크힐스 관계자는

“환경단체들의 지적에 따라 초안에 마련되지 않은 각종 조사들을 보완할 계획이며 하천은 최대한 원형보존을 하기 위해 설계변경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전문가들은 녹하지악 일대에 대한 골프장 조성은 오름을 단순히 봉우리로만 인식 하는 사회통념이 오름 주변에 대한 훼손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