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춘절(春節)

문서에서 차례 (페이지 85-92)

중국에서는 음력 1월 1일을 ‘춘절(春節)’이라고 부르며 습관적으로 ‘과년(過 年)’혹은 과대년(過大年)이라고 한다. 춘절은 화교들에게 가장 큰 명절이다. 춘 절 일주일 전부터 화교사회는 춘절 준비로 분주하다. 섣달그믐날 자정이 되면 본격적으로 춘절 제사가 치러지기 때문에 사실상 섣달그믐부터 춘절이 시작된 다고 할 수 있다. 춘절을 보내는 모습이 예전과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인천의 화교들은 1세대들이 해 왔던 것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1) 대청소

작은설을 쇠고 난 다음 설맞이를 위해 집 안팎을 청소한다. 좋은 날짜를 선 택하여 온 가족이 동원되어 청소를 한다. 중국음식점을 경영하는 한 화교의 말에 따르면 예전에는 중국 사람들이 지나치게 청결하면 복이 달아난다고 여 겨 자주 청소를 하지 않았고, 새해가 가까워지면 비로소 청소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식당이 더러우면 손님들이 오지 않기 때문에 매일매일 깨끗하 게 청소를 하므로 설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고 한다. 다만 설맞이 의 상징적인 의미로 대청소가 남아있다.

(2) 설 차례상 준비

춘절 차례 상에 올라가는 제물은 향, 과일, 튀김, 빵, 과자, 차(茶), 술이다.

84 ◆ 제15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제4회 화교포럼

과일은 사과, 귤, 오렌지, 파인애플, 배를 준비한다. 과일을 진설할 때는 홀 수로 올리기 때문에 세 개나 다섯 개를 제기에 쌓는다. 하지만 천신제사와 조 상제사를 같이 지내기 때문에 필요한 과일의 양이 많다. 그래서 과일은 종류 별로 박스째 준비한다. 튀김은 닭튀김, 고기완자 튀김, 조기 튀김, 족발 등의 육류와 어류튀김을 준비한다. 빵은 ‘보보(餑餑)’를 준비한다. 보보는 중국 산동 성을 대표하는 명절음식으로 조상제사를 지낼 때 반드시 올라가는 제물 중 하 나이다. 그리고 과자는 반드시 다섯 종류를 갖춰야 한다.

이외에도 지전(紙錢)과 원보(元寶)를 준비해야 한다. 지전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노란색 종이로 황지(黃紙)이며, 다른 하나는 외국돈 모양인 양전지 (洋錢紙)이다. 원보는 화폐인데 금색과 은색으로 준비한다. 이런 것들은 인천 차 이나타운 내에 화교들이 운영하는 잡화점에서 구매가 가능하며 대만이나 중국 에서 직접 사오기도 한다. 지전과 원보는 모두 제사의 마지막 단계에서 태운다.

(3) 제사 음식 만들기

전통적으로 중국에서는 춘절을 기준으로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전부터 제사음 식을 준비한다. 반면에 인천 차이나타운의 화교들은 대체로 음식점을 경영하거 나 관계된 업종에 종사하기 때문에 하루나 이틀 전에 미리 음식을 만들어둔다.

중국음식점 주방장 출신인 손덕준4)은 직접 제사음식을 만들었다. 전통적으 로 남자들이 음식을 만드는 것을 하지 않는 우리나라와 달리 화교들은 남자가 음식준비를 하기도 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남편이 부엌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동안 부인은 카운터를 지키며 세뱃돈을 준비하고, 제사용 제기(祭器)를 준비하 거나 제사음식을 제상(祭床)에 진설하는 것을 담당했다.

손덕준은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대만불교 일관도식 제사음식을 준비했고, 함께 일을 하는 셋째 여동생의 제사음식도 함께 만들어주었으며, 설에도 중국 의 고향집으로 갈 수 없는 직원들을 위해서도 따로 제사음식을 준비해주었다.

화교들의 설음식은 한국보다는 가짓수가 많지 않았고 조리과정이 번거롭지는 않았으나 정성껏 준비하였으며, 조리된 음식 위에 시금치와 대추를 고명으로 얹는 등 장식을 하였다.

4) 손덕준, 남, 1956년생, 인천화교 3세대.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음식점 ‘태화원’ ,‘중화루’, ‘자금성’을 경영, 부친은 중국 산동성 연태지역 출신. 위의 보고서 101- 121쪽 참조

인천화교의 한해살이 ◆ 85

(4) 물만두(水餃)

한국인들이 설날 아침에 떡국을 먹듯이 화교들은 춘절이 되면 물만두를 먹 는다. 이는 중국음식점에서 파는 크기가 작은 물만두가 아니라 보통크기의 교 자만두를 물에 삶아 건진 것을 말한다. 또 춘절용 물만두가 다른 명절이나 잔 치를 치를 때 빚는 만두와 다른 점은 만두를 빚을 때 대추, 땅콩, 동전 등을 따로 준비해 만두소에 함께 넣는다는 것이다. 무작위로 선정해서 넣는 이유는 어떤 만두에 돈, 대추, 땅콩이 들어갔는지 알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만두 속에 넣는 동전과 대추, 땅콩은 각각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화교들은 섣달 그 믐날 천신제사, 조상제사를 다 끝내고 가족들과 함께 물만두를 나누어 먹는다.

이 때 가족 중 누군가가 동전이 든 물만두를 먹으면 그 해에 재물이 많이 들 어오게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대추가 들어있는 물만두를 먹게 되면, 대추가 달고 맛있기 때문에 이 또한 재물과 복이 많이 들어온다는 뜻으로 여긴다. 땅 콩이 들어있는 물만두를 먹으면 자손을 많이 번창시킨다는 뜻이다. 그래서 가 족들과 함께 물만두를 먹다가 누군가의 만두 속에서 동전, 대추, 땅콩 중 하나 가 나오면 모두가 진심으로 함께 축하해준다. 또 어떤 때는 어른이 세뱃돈을 따로 더 주기도 한다.

밤 8시가 넘어서 손덕준 가족과 직원들이 가게 주방 안에 모여서 만두를 빚 었다.

(5) 보보(餑餑)

중국 산동성의 대표적인 찐빵이 보보(餑餑)이다. 설에 조상에게 제를 지낼 때 쓰는 음식으로 찐빵 위에 대추를 박아 장식을 하기 때문에 ‘대추보보(棗餑 餑)’라고 부르는데, 보보는 산동인의 상징적인 음식이다. 보보는 크기도 일반 찐빵과 달리 지름이 30cm, 높이가 18cm 정도로 크며, 인천 화교의 경우 지 역에 따라 대추를 장식하는 방식도 다르다. 영성, 문등 사람들은 Y자 형태로 10개의 대추를 박고, 연태와 모평, 복산 지역의 사람들은 ┼형태로 13개의 대 추를 박는다. 산동성 기타지역 사람들은 원형으로 또는 별 모양으로 만든다.

바닷가 어부들은 물고기, 새우, 게, 조개, 꽃 등의 실물과 유사한 장식을 넣기 도 했다고 한다.

86 ◆ 제15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제4회 화교포럼

<사진> 조상제사에 사용할 지전에 작성된 왕영신의 편지

(6) 지전과 원보 준비하기

조상제사가 끝나면 집 밖에서 남자들이 적당한 공간을 확보한 뒤에 지전, 원보, 향을 태운다. 지전, 원보, 향을 태우면 조상님들에게 노잣돈을 드리는 것과 같아 복을 받아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원래 원보는 집에서 직접 종이를 접어 만들어서 사용하였다. 하지만 요즘에 는 중국물건을 판매하는 잡화점에 가서 구매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잡화점에 는 다양한 원보들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은 중국이나 대만에 가서 직접 사오기도 한다.

종이돈과 원보를 만들 때에는 금기사항이 있다. 가게에서 판매되는 원보는 접혀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원보를 입체적인 모양으로 부풀리기 위해서 입 김을 불면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화교들은 입김을 불지 않는다. 원보를 만들 때는 입김을 불면 안 된다는 금기가 있다. 납작한 상태로 들어온 원보를 불어서 펼치면 재물이 날아간다고 믿는다. 이러한 원보는 금색과 은색 두 가 지로 준비한다. 지전과 원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7) 조상에게 드리는 편지

옛 방식으로 조상제사를 지낼 때 노란색 지전에 편지를 써서 제를 지낸 후 태운다. 인천 차이나타운 화교들 중에서 조상에게 드리는 편지를 작성할 줄 아는 사람은 몇 안 남았다고 한다. 손덕준의 모친 왕연신은 시조부, 시아버지 그리고 2010년에 불의의 사고로 안타깝게 잃어버린 둘째 아들 손덕위를 위해 지전에 편지를 썼다. 지전에 작성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금은 한 꾸러미를 조상님들께 바칩니다.

손진계 할아버지에게도 드리고, 손덕준의 할머니 왕씨에게도 드립니다.

손덕준과 형제(덕재, 덕성)들이 공손히 절을 올립니다.

중화민국 100년 2월 3일

인천화교의 한해살이 ◆ 87

(8) 설 제사

산동지역 화교들의 제사절차는 대체로 신(3神)제사 - 조왕(竈王)제사 - 재 신(財神)제사 - 조상(祖上)제사 순이다.

손덕준의 사촌동생인 손덕흥과 셋째 동생인 손덕제가 제물을 진설했다. 김 영애가 준비한 제물을 공손히 들어서 손덕제에게 주면, 손덕제는 그 제물을 받아 제상에 가지런히 진설한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물만두는 그릇에 세 개씩 담아서 제일 뒷 열에 진설한 다음 붉은색 젓가락 한 쌍을 물만두가 담겨진 그릇 위에 가지런하게 올린다. 젓가락을 올리고 물만두 앞 열에 사과, 오렌지를 차례대로 올린다. 그 다음 두부튀김, 버섯튀김, 완자튀김의 순으로 진설한다. 상이 좁기 때문에 따로 상을 준비하여 앞에 차린다. 튀김이 올라가 면 보보찐빵을 제사상 양쪽 끝에 가지런하게 진설한다.

제물의 진설이 완료되면 남성 가족 구성원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향을 올린다. 장남인 손덕준이 제일 연장자로, 먼저 진향하는데 향 세 개에 불 을 붙인 다음 흔들어 꺼트리고, 신주를 향해 예를 갖췄다. 그리고는 세 개의 향을 차례대로 향로에 꽂았다. 향을 향로에 꽂을 때에도 순서가 있다. 먼저 향 로 가운데에 하나를 꽂은 다음, 오른쪽, 왼쪽 순으로 꽂는다. 향로에 향을 다 꽂은 뒤에는 한 발 물러서서 신주를 향해 절을 한다. 절은 엎드려서 해도 되 고, 서서 해도 되는데, 손덕준은 서서 절을 했다. 원래는 남자는 세 번, 여자 는 네 번 절을 올려야 한다고 하지만 몇 번 절을 하는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손덕준이 향을 올리고 절을 한 다음부터는 새로 향을 올리지 않고 절만 한 다. 순서는 셋째 동생, 사촌 동생, 막내 동생, 손덕준의 아들, 셋째 동생의 아 들 순이다. 그 다음으로 여성들이 절을 하는데,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많은 사람부터 항렬 순으로 절을 한다. 손덕준의 어머니인 왕연신이 먼저 절 을 네 번 한다. 다음으로 손덕준의 부인인 김영애가 절을 하고, 첫째 동서인 이순옥, 둘째 동서인 두미령, 둘째 딸인 손만평, 며느리 순으로 절을 한다.

(9) 가족모임

조상제사가 끝나면 가족들끼리 모여서 설음식을 먹으며 새해 인사와 덕담 을 주고받는다. 화교들은 춘절에 가족들끼리 먹어야 복을 다 받는다고 여겨

문서에서 차례 (페이지 8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