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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에서 비장소로: 차이나타운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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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 제15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제4회 화교포럼

최근인 2011년 2월에는 그동안 화교들이 결성한 차이나타운 상가번영회와 지역의 한국인 상인들이 결성한 북성동번영회가 해체되고 차이나타운브랜드 추진위원회가 결성되었다.3) 위원회는 상인 56명으로 구성됐으며 차이나타운 활성화를 목표로 한 여러 사업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차이나타운이 조 성된 이래 상인 전체 차원의 위원회가 조직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지만 차이나타운 내의 다양한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미지수이 다. 그동안 화교사회 내 같은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던 결사체를 뛰어넘어 다 종족 결사체(multiethnic association)로의 변환은 동남아시아 화교 연구에서 도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Chan 2005).

인천 차이나타운 공간탐사 ◆ 51

이나타운에 들어온 한국인들의 경우 차이나타운에서 역사적으로 유명한 음식 점의 상표를 법적으로 등록하고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차리는 등의 전략 으로 주로 화교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음식점과 차별화하기도 한다. 차이나타 운은 이제 한국인과 화교, 신화교들이 영업을 하는 음식점과 각종 상점들로 가득 차게 되었으며 이들 상호간의 경쟁과 대립 역시 보이지는 않지만 치열하 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과거 화교들의 공동체적 장소는 미디어와 박물관을 통 해 ‘짜장면’의 이미지로 대량 복제되고 차이나타운 내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화교들은 이제 자신들의 삶의 공간을 차이나타운이 아닌 ‘짜장면 타운’이라고 자조적으로 부르기도 한다.

장소와 비장소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장소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비장소일 수 있으며 그 역도 마찬가지이다. 차이나타운은 한번 스 치듯 지나치는 관광객에게는 비장소일 수 있지만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거주 해온 화교들에게는 의미가 다르다. 그러나 이 위치는 언제든 역전될 수 있다.

매스미디어의 보급에 따라 관광객에게 차이나타운은 언제든 경험적 비장소 혹 은 정체성의 장소가 될 수 있으며, 지방정부의 뿌리 없는 관광자원화와 상업 화의 경쟁에 내몰리는 화교들에게 차이나타운은 비장소로 여겨질 수 있다.

장소에 뿌리내린 구성원 모두에게 차이나타운이 비장소처럼 여겨지는 일은 실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장소에 대한 감각 혹은 장소성이 점차 중 요시되는 관광산업의 미래에 있어서는 더욱 더 그렇다. 이러한 비극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관광지의 물리적 건설보다도 이 장소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 회적 행위자들에 대해 관심과 배려를 보이는 일이다. 즉, 이들의 사회적 교환 들, 기억들, 이미지들, 그리고 물질적 배경의 일상적 사용에 대한 통찰(Low 1999)은 차이나타운이라는 공간과 장소, 장소성의 장기적인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바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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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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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é, Marc, 1995, Non Places: Introduction to an Anthropology of Supermodernity, London: Ver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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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인천일보 2007. 5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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