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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절(元宵節)

문서에서 차례 (페이지 92-95)

음력 1월 15일을 ‘등불의 날(燈節)’ 혹은 ‘원소절(元宵節)’이라고 부른다. 정 월이 ‘원월(元月)’이며 달이 뜨는 저녁을 ‘소(宵)’ 라고 하는 데서 나온 이름으 로 우리나라의 정월대보름에 해당된다. 원소절에 중국 사람들은 등을 켜고 그 등불을 구경하면서 설탕과 호두, 밤, 땅콩 등으로 만든 소를 넣어 찹쌀가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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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맣고 동그랗게 빚은 새알심 원소를 삶아 먹는데 향기롭고 달콤한 맛이 난 다. 이 새알을 원소절에 먹는 음식이라고 ‘원소(元宵)’ 또는 둥근 모양이라고

‘단원(團圓)’이라고 한다. 만사가 원만하기를 바라는 중국 사람들은 일 년 중 첫 보름달이 뜨는 날 밤에 둥근 원소를 먹으면서 가족들이 다시 모일 것과 화 목, 행복, 만사형통하기를 기원한다.

(1) 음식 준비하기

원소절이라고 해서 많은 음식을 장만하지는 않는다. 춘절에 조상제사상에 올렸던 제물을 원소절까지 계속 바꿔가며 올려주기 때문에 굳이 원소절에 새 롭게 음식을 장만할 필요가 없다. 노상영5)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들만 새롭게 준비하고, 나머지는 집에 있는 재료로 마련하였다.

원소와 단원은 중국말로 ‘웬쇼우’, ‘탕웬’이라고 불리는데, 우리의 찹쌀떡과 비슷하다. 단원 속에는 여러 가지 소가 들어 있다.

새알심은 ‘탕원(湯圓)’, ‘원자(圓子)’라고도 한다. 먼저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작은 크기로 떼어낸 후 그 안에 소를 넣기도 하고 넣지 않기도 한다. 소는 설 탕, 팥, 땅콩 등이 쓰이며 삶거나 볶거나 찐다. 새해의 첫 보름날 새알심을 먹 는 것은 가족의 화목, 행복 그리고 원만한 삶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원소와 함께 큰 향과 작은 향, 초, 지전, 양전지를 준비한다.

(2) 원소절 제사

원소절의 제사 상차림은 춘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춘절의 물만두 대 신 찹쌀 경단을 올린다. 진설이 다 되면 노상영은 제사 지낼 준비를 한다. 먼 저 대만에서 구입한 큰 향에 불을 붙인다. 향이 꺼지면 계속 향을 피워야 하 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큰 향은 한번 태워 두면 24시간을 타기 때문에 향을 바꿀 필요가 없다. 향에 라이터로 불을 붙인 다음에는 향로에 왼쪽, 오른쪽, 가운데 순으로 꽂는다. 향을 꽂은 다음에 서서 손을 마주잡고 두 번 돌리는데, 이것은 망자(亡者)에 대한 간단한 예를 차리는 것이다. 원소절 제사는 아버지 의 영정 앞에 제단을 차리고 제물과 향을 올리면 끝난다. 제단 앞에 잔을 세

5) 盧常榮, 남, 1958년생, 인천화교 3세. 인천 화교협회 간사. 제물포에 중국음식점 개업 준비 중이다. 부 친 중국 산동성 영성출신. 모친 한국인.

92 ◆ 제15기 박물관대학 상반기과정|제4회 화교포럼

개 놓아둔다. 작은 잔 세 개에는 술이 담겨 있는데, 절을 드리기 전에 제단 앞 에 술을 뿌리는 용도로 사용한다. 중국어로 ‘敎祖(교조)’라고 하며 향을 꽂을 때처럼 왼쪽, 오른쪽, 가운데 순으로 잔을 비운다.

(3) 성묘(送燈, 등불 보내기)

화교들도 청명 즈음에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를 하고, 제사를 지내고, 지전 을 태운다. 우리와 다른 점은 봉분 위에 노란 종이를 올려놓았다가 태우는데, 이것은 조상들이 입었던 겨울옷을 벗는다는 뜻이다. 술과 음식을 올리고 지전 을 태우는 것 이외에 묘지에 등불을 밝히는 것이 주된 활동인데, 당근토막의 속을 파내어 만든 옛날 방식의 등불부터, 붉은색 양초, 건전지를 넣은 손전등 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제사를 마치고 노상영은 부평의 화교 공동묘지로 향했다. 원소절 성묘는 대 게 남자들만 따로 간다. 여자들은 음식만 장만할 뿐 성묘를 가지 않는다. 다만 맞벌이 부부는 가끔 성묘를 함께 가서 음식을 차리기도 하며 노상영의 어머님 도 노상영을 따라서 성묘를 가기도 한다. 묘지에 도착하자 지전을 한 뭉치 꺼 내서 불을 붙인다. 그리고는 아버지의 묘지 앞에 있는 화덕에 넣어 둔다. 원래 는 화덕이 없었는데 지전을 태우다가 겨울에 바람에 날려 산불이 더러 나는 바람에 인천시에서 화교들의 묘지 앞에는 반드시 화덕을 만들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화교들의 묘지 앞에는 자그마한 화덕이 하나씩 있다.

노상영은 화덕에 지전을 태운 다음 가져온 초에 불을 밝힌다. 파인애플 모 양의 초에 불을 붙인 후에 묘지를 한 바퀴 돈다. 아버지의 묘 주위를 초로 밝 히면서 도는 것은 춘절 전날에 모셔온 조상을 원소절에 좋은 곳으로 다시 돌 려보낸다는 의미다. 그리고 초를 묘 앞에 있는 작은 혼 구멍에 넣어 둔다.

봉분 앞에는 벽이 하나 세워져 있는데, 이것은 죽은 영혼이 들어오고 나가 는 출입구의 역할을 한 것이다. 벽에 두 개의 구멍이 있는데, 우리 위패의 혼 구멍과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원소절에는 등불을 밝혀서 묘지 앞에 난 구멍 속에 넣어두는데 이는 춘절 때 모셔온 망자의 넋이 저승으로 잘 찾아갈 수 있 도록 혼이 오고 가는 길에 등불을 밝힌다는 의미이다.

노상영은 초를 혼 구멍에 넣은 다음 큰 향을 세 개 들고 지전이 타고 있는 화덕에 가서 향에 불을 붙였다. 향에 연기가 솟아오르면 공손하게 양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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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잡고 상석 앞에 섰다. 상석 앞에서 향을 세 번 크게 위 아래로 흔든다.

그리고 상석 앞에 마련되어 있는 향로에 차례대로 꽂아 뒀다. 그는 원소절 성 묘를 위해 별도로 음식을 준비하지 않았지만 다른 지역 출신의 화교들의 경우 원소절에 음식을 장만해서 차리는 이들도 있다. 같은 산동성 출신이라도 성의 각 지역마다 성묘 지내는 방식이 다르다. 기독교 신자들은 절은 하지 않고 앉 아서 기도를 드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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