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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도입 논의에 대한 검토

(1)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논의의 기초

‘징벌적 배상’(punitive damages)이란 악의적인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피해자가 입은 실손해를 전보하여 주는 것 이외에 추가로 징벌 적 의미를 갖는 추가 배상을 명함으로써 이러한 악의적 불법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배상청구제도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도입되었거나 도 입이 논의되고 있는 추가적 배상제도는 배액 배상(multiple damages)제도라는 공통점이 있다. 징벌적 배상과 배액배상은 엄밀히 말하면 구별되는 개념이다.

본래의 의미의 징벌적 배상은 그 크기를 제한하고 있지 않지만 배액배상은 전 보배상의 크기에 비례하여 일정한 배액을 정하여 그 크기를 제한하고 있기 때 문이다. 다만, 배액배상의 아이디어도 징벌적 배상에서 나온 것이고, 배액배상 의 방법은 징벌적 배상의 크기를 합리적으로 정하기 위한 기준 정립에서 비롯 된 것이므로, 이 역시 징벌적 배상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이를 징벌적 요소를 포함한 손해배상제도로 지칭하기로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그와 유사한 징벌적 요소를 포함한 손해배상제도의 국내법에의 도입은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의 개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2011년 원사업자의 기 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하여 실제 손해의 3배배상을 인정하는 하도급법 개정 이 이루어진 후(같은 법 제35조 제2항), 2013년 개정에서는 3배배상 대상 행 위의 범위가 기술자료 유용행위뿐만 아니라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행위, 부 당한 위탁취소행위, 부당반품행위와 하도급대금 감액행위로 확대되었다.

2015년에 제정된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리점법’) 에도 유사한 규정이 포함되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더 가까운 입법례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과 「개인정 보보호법」에서 찾을 수 있다. 신용정보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는 각각 2015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확대도입의 쟁점과 과제」 토론문

년 개정으로 신용정보이용자 또는 개인정보처리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개인신용정보 또는 개인정보 유출 손해에 대하여 법원에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손해액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규정이 신설 되었다(신용정보법 제43조 제2항1), 개인정보보호법 제37조 제2항2)3)). 이들 법 률은 전보배상의 크기에 비례하여 배액의 상한을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 미법국가의 보통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징벌적 손 해배상제도의 핵심적인 요소인 가해자의 가중된 주관적 요건을 실제 손해를 넘는 배상청구의 요건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공통 점을 갖고 있다.

신용정보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비할 때, 하도급법과 대리점법에 도입된 제도는 가해자의 가중된 주관적 요건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손해액 산정 단 계에서 징벌적 요소를 갖고 있다. 따라서 징벌적 요소를 포함하는 손해배상 제도는 사실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동등한 제도로 취급될 수 있다. 하도 급법과 대리점법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 법’)에 규정된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에서 파생된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법률 이라는 점에서, 이들 법률에 도입된 제도는 공정거래법 및 이에서 분리되거 나 파생된 다른 법률4)에도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의 기초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하도급법과 대리점법에 정책적인 이유로 징벌적 요소를 포함한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었다고 하여 당연히 그 모법이 되는 공정거래 법이나 다른 공정거래 관련 법률에도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결론 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충분한 논의 없이 위와 같은 제도가 도입 된 경위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향후의 입법 추진 방향과 이미 도입된 제도 의 합리적 운영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와 토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1) 신용정보법 제43조 ② 신용정보회사등이나 그 밖의 신용정보 이용자(수탁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 에서 같다)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이 법을 위반하여 개인신용정보가 누설되거나 분실ㆍ도난ㆍ누 출ㆍ변조 또는 훼손되어 신용정보주체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에는 해당 신용정보주체에 대하여 그 손 해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신용정보회사등이나 그 밖의 신용정보 이용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개인정보보호법 제39조(손해배상책임) ③ 개인정보처리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개인정 보가 분실·도난·유출·위조·변조 또는 훼손된 경우로서 정보주체에게 손해가 발생한 때에는 법원은 그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정보처리자가 고의 또 는 중대한 과실이 없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이 규정의 시행일은 2016. 7. 25.이다.

4) 공정거래법에서 분리되거나 파생된 다른 법률들로는 하도급법과 대리점법 외에도 「가맹사업거래 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표시․광고의 공정화

(2) 공정거래 관련 법률에서의 확대 도입 논의

징벌적 배상은 전보배상만으로는 피해자에 대한 손해를 넘는 사회적 피해를 야기하는 악의적 불법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그 필 요성이 주장된다. 즉, 전보배상만으로는 악의적 불법행위가 사회에 입히는 피 해를 내부화(internalization)하기 어렵고 또한 모든 피해자들이 보상받지는 못 하게 됨으로 인한 집행오류가 존재하기 때문에, 위반행위자의 기대이익과 기 대비용이 같아져 위반행위자가 행위를 자제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도록 징벌 적 배상을 통하여 손해액의 크기를 증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다만 이 는 법경제학적인 설명일 뿐이고, 실제로는 징벌적 배상의 크기를 어떻게 결정 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며, 또한 사적집행만으로 효과적인 억제를 달 성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논의로서 공적집행의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전보적 손해배상 이외에 추가적인 배상의 형태로 공적집행이 수행하는 억제 또는 제재의 권한을 수행할 권한을 사적 당사자 에게 부여하는 것이므로, 공적집행과 그 기능이 중복되고 상충되는 성격을 갖고 있다. 공정위 중심의 공정거래법 집행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 가 아니라면 공적집행이 적정한 억제 수준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 더라도 그 해법은 기존의 제도인 공적집행을 개선하는 방식에서 찾아야지 기존의 제도를 그대로 두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할 경우 효과적인 정책조합이 되지 못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집행체제에서 공적집행과 사적집행의 관계는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되어야지 경쟁관계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두 가지 집행수단이 서로 다른 집행수단을 의식하여 높 은 기준을 채택하는 정상을 향한 경쟁(race to the top)을 향하여 가게 되면 이는 필연적으로 제재의 총합이 적정한 수준을 초과하는 비례의 원칙 위배 의 문제를 야기하게 되고, 반대로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바닥으로의 경쟁(race to the bottom)이 초래될 경우 주먹구구식 해법이 될 수밖에 없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피해자에 대한 완전한 전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한 다는 논리도 우리의 전보적 손해배상제도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 논리이다.

완전한 전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보적 손해배상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올 바른 해법이다. 손해액 인정제(공정거래법 제57조)의 실질적 운영, 위자료의 보완적 기능의 적극적 활용, 완전한 전보를 위한 손해액 인정 요건 완화 등

의 개선방안을 충분히 모색한 후에 개선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판단된 경우 에 정책적 검토를 하더라도 늦지 않다. 또한 소액 다수의 피해자의 손해배상 의 소제기 유인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는 대표소송제나 선택참여형 집 단소송제와 같이 우리 상황에 맞는 집합적 소송제도의 도입이라는 대안을 통해 해결을 모색할 수 있다.

따라서 제도개선의 초점은 우리 법체계상 공적집행과 사적집행의 조화와 균 형을 허물면서까지 이질적인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데 있지 않고, 현재 의 제도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보완을 하면서 손해배상청구의 유인체계가 충분하지 않은 소액 다수의 피해자에 대한 유인체계를 제공하거 나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 되어야 한다. 징벌적 배상제 도는 불법행위법의 요건이나 효과가 우리나라와 다르고 배심재판제도와 결합 되어 운영되는 미국의 특수한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보다 전보적 손해배상의 범위가 넓게 인정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표 2> 한국, 독일, 미국의 손해배상 범위 비교

이미 하도급법과 대리점법에 도입된 징벌적 요소를 포함한 3배배상제도의 경우 손해액 산정에서 적정한 산정이 이루어지도록 기준을 정립하는 방식으 로 합리적인 운영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하도급법과 대리 점법 위반 사건에 대한 공적집행은 위반행위의 성격에 맞는 집행방식 선택 과 공정위의 집행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라는 차원에서 개선방안을 찾아나 가야 한다. 하도급법 위반 사건은 대부분 이해당사자가 특정되는 당사자 분 쟁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를 전통적인 경쟁법 위반 사건과 같이 공정위의 시

손해의 유형 한국 독일 미국

재산적 손해

적극적 손해 포함(통상손해 및

특별손해) 포함 포함

소극적 손해 (일실이익의

손해)

포함(통상손해 및

특별손해) 포함 포함

비재산적 손해 포함(특별손해) 포함 불포함

간접구매자 손해 포함 포함 불포함

배제된 구매자 손해

(기회비용의 손해) 포함 포함 불포함

판결 전 이자 모든 기간 포함 모든 기간 포함 일부 기간만이 제한적으로 포함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