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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료비지불제도와 경제적 유인

의료공급자가 의료 제공에 어떠한 경제적 유인을 가지느냐가 의료비용에 막중한 영향을 미치는데, 공급자에게 주어지는 경제 적 유인구조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진료비지불제도이다. 따라서 진료비지불제도의 개편에 대한 전향적 고려 없이는 의료산업의 효율성 증대와 의료비 지출 적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진료비지불제도 개편은 약제비의 관리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의약분업제도가 실시되었지만 의료공급자가 비용-효과적인 처방 행태를 보이게 하는 경제적 유인이나 제도적 장치는 드물다.

포괄수가제나 총액계약제와 같은 진료비지불제도 도입을 통해 총 진료비가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과 함께 의약품에 대한 비용까지 포괄하게 될 때 약제비의 효율적 관리가 더욱 용이해질 것이다.

진료비지불제도 개혁을 통해 공급자에게 비용분담Supply-side Cost Sh aring을 시키는 것은 소비자 측 비용분담에 비해 더 효과적이다.

우선 의료공급자는 소비자에 비해 의료서비스에 대한 지식과 정보 를 더 많이 가지고 있으므로 더욱 효과적으로 의료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는 환자본인부담금이 증가하면 불필 요한 의료서비스뿐 아니라 필요한 의료서비스의 이용마저 감소시 키는 반면 의료공급자는 선불제 형태의 진료비지불제도가 도입되 면 우선적으로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감소시키는 경향이 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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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Rice, 1998).

나아가 의료공급자는 환자에 비해 경제적 위험을 더 효과적으 로 분산시킬 수 있다. 환자는 본인부담금을 지불할 경우 그 액수 만큼의 의료비를 전부 부담해야 하므로 본인부담금 지출에 따른 경제적 위험을 분산할 수 없다. 반면 의료공급자는 다양한 유형 의 환자를 치료하므로, 사전적으로 (환자의 평균적인 중증도에 근 거해서) 결정된 의료비용에 비해 실제 치료 시 더 많은 비용이 소 요되는 환자(예: 평균 중증도보다 더 중증의 환자)가 있는 반면, 보험자로부터 받을 의료비용보다 실제 치료 비용이 더 낮은 환자 (예: 평균 중증도보다 더 경증의 환자)도 있으므로 선불적 진료비 지불제도가 주는 경제적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의료공급자는 다양한 중증도의 환자를 치료하므로 비용요소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서 비용분담에 따른 위험을 상대적으로 쉽게 감소시킬 수 있지만 소비자는 질병발생 시 본인부담비용에 따른 위험(소득의 변이)을 분산시킬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진료비지 불제도와 같은 공급자 측 비용분담제도가 환자본인부담과 같은 수요자 측 비용분담에 비해 사회적인 위험을 더 효율적으로 분산 할 수 있다.

이러한 진료비지불제도 개편은 보험급여 확대와 함께 진행되어 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공급자에게 의료비용을 절감할 강한 유인을 제공하는 포괄수가제나 총액계약제 같은 진료비지불제도 하에서는 이러한 진료비지불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부문의 서비스 제공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럴 경우 보험진료비 는 통제되어 보험재정이 안정되더라도 국민들의 총의료비 부담이 커질 것이다.

50 의료체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개혁 방안 연구

(2) 행위별수가제

1) 행위별수가제의 문제

의사의 개별 의료행위와 투입요소에 대해 가격을 보상해 주는 현행의 행위별수가제도Fee-fo r-service는 청구・심사 절차의 복잡성 외 에도 의료공급자의 행태를 비효율적인 방향으로 왜곡시킨다. 의 료공급자는 치료에 필요한 수준보다 많은 양의 의료서비스를 제 공함으로써 수입을 보전하는 방안으로 불필요한 검사의 확대, 외 래의 경우 방문 횟수의 확대 등을 도모할 수 있다. 즉 규제가격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따른 한계비용보다 큰 이상, 의료공급 자는 의료서비스의 양을 증가시킴으로써 총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다. 소비자가 가지는 정보와 지식의 불완전성으로 인해서 의료 서비스가 건강에 미치는 한계편익을 소비자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료공급자의 이러한 유인수요Induced Demand가 가 능하다.

또 의료수가 규제가 모든 의료서비스에 고르게 적용되지 않을 때 의료서비스간에 대체가 생길 수 있다. 급여 항목의 의료서비 스만이 수가규제의 대상이 되므로 의료공급자가 수가규제의 영향 을 회피하기 위해서 급여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의료서비스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 일본과 함께 우리나라의 인 구당 고가의료장비(예: MRI) 수가 세계적인 수준인 것도, 고가의 료장비가 가시적 의료서비스의 품질로서 소비자들에게 인식된다 는 점과 함께, 이러한 고가의료장비를 이용한 의료서비스들이 최 근까지 급여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의료수가 책정이 현실적으로 정확한 생산비용 자료에 근거할 수 없으므로, 각 의료서비스 사이에 생산원가 대비 수가의 비율(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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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Margin)이 다르게 되고 따라서 의료공급자는 치료의 효과가 높은 의료서비스보다는 높은 마진을 보장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 할 경제적 유인을 가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치료의 효과를 극대 화하기 위해 최적의 의료서비스들이 결합되지 않을 때 의료자원 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음으로써 사회적 후생손실이 발생한 다. 의료서비스간 마진의 편차는 진료과목별 의사 수입에도 영향 을 미치게 되어 의사들의 전문과목 선택도 왜곡시킨다. 우리나라 의 경우 피부과 수련에는 초과수요가 존재하는 반면 외과 수련을 기피하는 현상을 그 예라 할 수 있다.

2) 자원기준상대가치체계에 기반한 행위별수가제의 한계3)

우리나라에서는 행위별수가제의 한 형태로서 미국에서 개발된 자원기준상대가치체계(RBRVS: Resource-Based Relative Value Scale) 에 기초해 의사들의 진료행위에 대한 수가를 결정하는 것을 시도 하고 있다.4) 미국에서는 상대가치체계가 주로 개원의사(의원)를 위 주로 개발되었으므로 직접비용으로서의 의사업무량 측정이 상대 가치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따라서 간접비용으로 서의 진료비용Practice Cost, Overhead Cost의 비중이 작았고, 진료비용

3) 자세한 것은 권순만(1998a) 참조.

4) 미국 정부는 Medicare 외래비용의 지속적인 상승을 억제하고 서비스간 수가 와 비용의 차이에 있어서 불균형을 감소시키기 위해 기존의 CPR(Cus tom ary-Prevailin g-R eason ab le) 체계 대신 수가표(Fee S ch edu le)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수가책정의 기본모형으로 자원을 기준으로 한 상대가치체계를 선택했다 (H adley, 1991). 상대가치의 개발은 H siao 와 그의 동료들(1988, 1992)에 의해 주도되었는데 상대가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각 전문영역간의 제로섬게임 (Zero -Su m G am e)이 이루어져 외과의사들의 수가가 대폭 감소된 반면 일차진 료 부문의 수가는 인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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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한 비교적 정확한 전국적 조사 자료가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 에서는 상대가치 개발이 병원의 수가를 포괄하고 진료비용을 측정 하기 위해 대규모 병원의 자료를 이용했는데, 대규모 병원에서는 의원과는 달리 간접비 비중이 매우 크므로 간접비를 어떻게 배분 하느냐에 따라 개별 의료서비스의 원가가 크게 달라진다. 나아가 일반적인 원가회계 분야에서 볼 수 있는 원가배분 혹은 간접비 배 분에 있어서의 전략적 행동 역시 가능할 것이므로 측정되는 원가 가 왜곡되기 쉽다. 또 의원과 병원간 그리고 병원 크기에 따라 병 원간 진료행태가 다를 것이므로, 각 서비스에 배분된 진료비용의 상대적 크기는 의원과 병원간 그리고 병원간에도 병원의 크기에 따라 다를 것이다. 따라서 어느 규모의 의료기관을 기준으로 의료 자원의 소모량을 측정하고 어떤 방법으로 간접비용을 배분하느냐 에 따라 자원을 기준한 상대가치는 큰 변이를 가질 것이고 그 결과 책정된 의료수가 역시 실제 생산(한계)비용과 차이를 보일 것이다.

의료원가를 측정하는 데 있어서 의료공급자가 보고하는 자료의 신뢰성 역시 큰 문제이다. 설사 개별 의료서비스의 원가를 정확하 게 파악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수준이 정당한 것인지, 즉 공급자 가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한 결과로서의 최소 생산비용인지 알 수 없다. 나아가 규제가격이 원가에 비례해 결정된다면 공급자가 비 용(생산원가)을 절감할 유인은 더욱 감소할 수밖에 없다.5) 그리고 측정된 진료행태가 기존 의료시장의 불완전성에 의해 이미 왜곡되 어 있다면, 의료서비스 생산에 투여된 자원을 기준으로 객관적인 가치를 결정하려는 상대가치체계의 연구는 오히려 현재의 왜곡된 진료 행태를 고착화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원가를 측정하려는 시

5) 가격이 단순히 생산비용에 비례해 책정된다면 생산비용이 증가할 경우 규제 가격도 증가하고 공급자가 비용을 절감한다 해도 정부가 이에 비례해 규제가 격을 하락시키므로 공급자는 생산비용을 절감할 경제적 유인을 상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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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다는 오히려 표준적인 그리고 효율적인 형태의 의료기관 모형 을 설정하고 여기에서의 생산비용을 기준으로 수가를 결정함으로 써 의료공급자로 하여금 이러한 표준적인 진료행태를 실현하기 위 해 노력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상대가치체계는 궁극적으로 행위별수가제이므로 행위별수가제 가 가지는 많은 한계를 여전히 내포하고 있다(다만 상대가치체계는 예외적으로 의료서비스 항목간 불균형은 교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의료비 상승의 억제를 위해 의료양성과 (통제)기준Volume Performance Standard 혹은 지속가능성장률Sustainable Growth Rate과 같은 목표의료비 정책을 도입했다. 즉 목표의료비를 정하고 실제의료비가 목표의료비를 초과하면 다음해의 수가 인상 률에 이를 반영해 수가의 인상을 감소시키는 것으로써 의료비를 적정 수준으로 억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목표의료비 정책이 없어서, 의료비 상승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상대가치체 계에 기반한 행위별수가제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최소한 목표의료 비제도가 중요하고, 특히 요양급여비용의 계약 시 이 제도의 도입 이 필요하다(권순만, 2000).

(3) 진단명 기준 포괄수가제

1) 의의

현행 행위별수가제가 가지고 있는 많은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단명(DRG: Diagnosis Related Group) 기준 선지불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