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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정책의 현황 및 문제점

1. 개방에 대응한 구조조정의 실패

1990년대 이후 중소기업의 정체 및 영세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원인으로 먼저 중국경제의 부상을 들 수 있다. 중국경제는 지난 20 년간 평균 10%대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지속해왔다. 우리나라와 중 국 간의 교역도 확대되어 1991년 중국과의 교역규모는 수출 10억 달러, 수입 34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2007년의 경우 대중국 수출이 820억 달러, 수입 630억 달러로 현재 중국은 교역규모면에서 우리나 라의 가장 큰 교역상대국이다. 풍부한 저임노동력을 바탕으로 급속 히 성장하여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게 된 중국과의 교역증대는 수출 능력을 보유한 기업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생산능력으로 규모의 경제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업들에게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여 외환 위기 이후 기업의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성장에 일조하였다. 실제로 중국경제의 부상이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를 비교적 빠른 기간 내에 극복할 수 있게 만든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중국과의 교역은 초기에 산업 간 무역(inter-industry trade)을 중심 으로 이루어지다가 최근에는 산업 내 무역(intra-industry trade)이 증 가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표 5>와 <표 6>에서 보듯이 HS 2단위 수준에서 각각 10개의 대중국 주요 수출품목 및 주요 수입품

6 장 지속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한 중소기업정책의 개선방향 41 목 중 7개가 동일한 품목인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동일 산업 내에서 의 교역은 한국이 기술수준이 높고 자본집약적인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중국은 중・저위 기술의 노동집약적인 제품을 한국으로 수 출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의 교역확대가 노동집약적인 중・저위 기술을 사용 하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위협으로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저임 금을 활용한 노동집약적 제품의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증대는 동일한 업종에 속한 중소기업들에게 수익성 악화와 그에 따른 투자 및 고용 부진으로 이어지는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중소 기업, 특히 중소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집중되 어 있었고 대기업과의 하청관계 혹은 내수시장에 대한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한국경제의 고속성장, 그리고 대기업의 성장 과 더불어 꾸준한 성장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중 반 이후 임금수준의 대폭적인 상승과 더불어 중소 제조업체들의 저 비용에 기반한 노동집약적 산업에서의 경쟁력은 사라지기 시작했고 1990년대 이후 개방의 확대와 함께 기업들의 글로벌 아웃소싱 전 략,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저비용을 앞세운 경쟁자들의 등장 으로 이전에 가지고 있던 비교우위가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표 7>에서도 나타나듯이 1990년대 중반 이후 음식료품, 섬유 제품, 조립금속 제품 등 경공업이나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에서는 자 본집약도가 낮은 수준에서 정체 상태에 있다. 반면 전기전자 혹은 자동차・운송장비 등 대기업 중심의 산업에서는 자본집약도가 높은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제조업 업종별 수익성 측면에 서도 경공업 혹은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이 대기업 중심의 산업에 비 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음도 <표 8>을 통하여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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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 섬유・의류・목재・가죽 및 신발 등 중소기업 중심의 노동집 약적인 산업의 수익성은 1990년대 초반에 비해 악화되었거나 정체 상태인 반면 석유화학, 전자부품 및 통신장비 등 중국과 수직적 분 업관계를 갖고 있는 산업에서는 수익성이 월등히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중국 등 낮은 노동비용을 지닌 국가들과의 교역확 대에 따라 중소기업 중심의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경쟁력은 약화되 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표 9>와 <표 10>에서 보듯이 제조업 전반과 더불어 국제경 쟁력이 약화된 이들 산업에서 소규모 사업체의 비중이 증가하고 대 규모 사업체의 비중이 크게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대기업 중 심의 산업에서는 구성비 변동이 별로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경쟁 력이 약화된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활발한 구조조정이 일어나지 못 했음을 말해준다. 또한 노동집약적 산업에서의 구조조정 부재는 노 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중소기업에서 생산성이 높은 대기업으로 의 노동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은 총요소생산성의 증가에 의한 성장을 하고 있다. 따라 서 대기업 성장의 고용유발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도 대기업 으로의 노동이동이 활발하지 않고 고용창출이 나타나지 않은 원인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 성장의 고용유발효과가 낮아진 가장 중요한 원인 의 하나는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에 따른 대・중소기 업 임금격차 확대와 대기업 고용・해고의 경직성이다. 대기업의 급격 한 임금인상은 대기업의 노동수요를 감소시킨다. 또한 강력한 협상 력을 지닌 대기업 노조의 존재는 고용 및 해고의 경직성을 높여 결 과적으로 대・중소기업 간, 부문 간 노동이동을 제약하고 고용창출을

6 장 지속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한 중소기업정책의 개선방향 43 제약하게 된다. <표 11>에서 보면 음식료품, 섬유・봉제, 가죽・가 방・신발 제조업 등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의 경우 대・중소기업 간 임 금격차가 크지 않고 임금수준도 높지 않다. 반면 산업의 임금결정에 있어서 노조의 영향력이 막강하고 대기업 중심인 석유정제, 화학, 제1차 금속산업, 자동차,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의 경우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크고, 특히 대기업의 임금수준이 타 산업에 비해 월 등히 높음을 <표 11>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런 산업의 대기업의 경우 생산성이 높고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도 높은 임금수준과 강 력한 노조로 인해 고용경직성이 높아 고용창출이 제약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다음 <표 12>와 <표 13>에 나타난 자료를 통 해 확인할 수 있다.

1993년과 2005년의 제조업 규모별 조합원 수 및 임금 근로자 변 화를 보여주고 있는 <표 12>에 나타난 바와 같이 제조업 고용은 같 은 기간 동안 감소하였고 대규모 제조업체의 고용도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00인 이하의 소규모 제조업체의 고용은 같은 기간 오히려 증가하였다. 이는 대규모 제조업체의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 성 향상과 임금상승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의 이동은 역으로 대규 모 업체에서 소규모 및 영세규모 업체로 일어났음을 말해준다. 또한 대규모 업체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한 것은 안정적이고 근 로조건이 양호한 양질의 일자리가 제조업에서 감소하였음을 의미하 며 이와 같은 현상에 강력한 대기업 노조의 영향력이 크게 기여하였 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기업 노조의 영향력은 <표 13>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표 13>에 나타난 바와 같이 기업별 노조의 전체 조합원 수 중 1,000인 이상 기업의 조합원 수 비중이 50%를 상회하고 있다.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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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조직률을 비교해보면 50인 이하 기업이 0.2%, 5099인 규모의 기업이 3.4%인데 반해 1,000인 이상 기업의 경우는 노조조직률이 56.9%에 달한다. 중소 영세기업의 경우 낮은 노조조직률에서 볼 수 있듯이 노조의 협상력이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반면 대기업 노조의 경우는 높은 조직률에서 볼 수 있듯이 사측에 대해 강한 협상력 (bargaining power)을 지니고 있고 조직 이기주의의 증대로 대기업 고용창출을 제약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대기업 노조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의를 정리하면 다음 과 같다. 먼저 제조업부문의 대기업 중심 산업에서는 임금수준이 높 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도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강력한 대기업 노조의 영향력에 의한 고용경직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대기업 노조의 영향력은 중소기업 및 영세기업 의 낮은 노조조직률에 비해 대기업, 특히 1,000인 이상 기업의 노조 조직률이 월등히 높은 것에서도 간접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와 같이 강력한 대기업 노조의 영향력에 의해 고용경직성이 높아져 대기업 성장의 고용유발효과가 낮아지고 있고, 따라서 제조업부문에 서 전반적인 고용창출이 제약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대기업 노조의 영향력에 의한 고용경직성과 높은 임금은 대기업과 거래관계 에 있는 다수 중소기업의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중소기 업의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부 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비교우위의 변화와 더불어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지 위기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 국가경제 전체의 측 면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한계기업들의 원활한 퇴출과 더불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에서 창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지속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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