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프로덕션으로 살펴본 주민자원의 개념과 가치
(1) 코어경제와 코프로덕션
주민자원의 개념과 가치를 오래전부터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사회운동과 제도에 접목 해 온 것은 타임뱅크(Timebank)다. 타임뱅크는 “비시장경제 영역에서의 봉사활동을 시간적 가치로 환산하여 기록, 저장, 교환함으로써 봉사자와 수혜자의 전통적인 구분 에서 벗어나 호혜적인 봉사활동을 지향하는 운동”이다(타임뱅크코리아 홈페이지). 타 임뱅크에서는 무엇을 주민자원으로 정의하고, 어떤 원리로 주민자원이 생산, 활용, 교 환되는지를 이해하려면 ‘코어경제’(Core Economy)와 ‘코프로덕션’(Co-production)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80년대 타임뱅크를 처음 주창한 에드가 칸은 경제(econmoy)의 어원6)에 착안해 코어경제를 “시장경제와 구별되어 가족, 이웃,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경제활 동 영역”으로 정의했다(손서락, 2018: 27). 코어경제는 시장경제보다 훨씬 오래전부 터 존재했고, 생산과 분배 방식도 다르다. 생산의 기본 원칙이 시장경제는 수요와 공 급, 전문화와 분업화라면, 코어경제는 공동체의 협력과 자급자족이다. 분배의 원칙도 시장경제는 희소성과 가격이라면, 코어경제는 호혜와 배려다. 코어경제는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관계였지만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시장경제에 점차 잠식당했고, 남은 것들은 시장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무시되고 저평가되었다.
코프로덕션7)은 위축된 코어경제를 활성화하려는 타임뱅크의 운영원리다. 이 개념은
6) Economy의 어원인 라틴어 “오이코노미아”(œconómĭa)는 가정경제 관리, 경영을 뜻하고, 신약성서에서는 하느 님의 인류 창조 계획을 의미하는 ‘경륜’이라는 표현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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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 마을 공동 체 사업 의 주민 자원 활용 촉 진방 안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이 1970년대 말에 처음 제시했다. 그는 신공공관리 이론 안에서 코프로덕션을 “공공 서비스에서 정부 활동과 시민 활동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정의했다(Ostrom et al., 1978: 381). 시민을 공공 서비스의 수동적인 수혜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생산 참여자 로 인식하면, 행정 효율과 서비스 효과가 한층 높아진다는 것이다.
오스트롬의 개념은 공공 서비스 혁신 방식으로 제시됐지만, 신자유주의 시대에서는 정부 책임을 민간이나 시장에 떠넘기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에드가 칸은 이러한 한 계를 개선하고자 코프로덕션의 적용 범위를 공공 서비스뿐 아니라 풀뿌리 운동과 지 역 공동체로까지 확대했다.
이 개념을 더욱 정교화하고 타임뱅크 운동을 공공정책에 접목하고자 했던 곳은 영국 싱크탱크인 신경제재단(New Economic Foundation)이다. 신경제재단은 코프로덕 션을 “전문가, 서비스 이용자, 그들의 가족과 이웃 간의 동등하고 호혜적인 관계에 기초한 공공 서비스”로 재정의했다(Boyle et al., 2010a: 3). 이때 공공 서비스는 아 동과 노인 돌봄, 공동체 치안유지(community policing), 지역재생 등 소위 마을공 동체 활동을 말하며, 정부의 책임 전가가 아닌 대등한 민관협력을 전제로 한다. 이러 한 활동으로 공공 서비스와 주민의 삶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지역 공동체가 사회 혁 신의 동력으로도 거듭날 수 있다고 했다(Boyle et al., 2009: 13).
(2) 주민자원의 개념과 사회적 효용
타임뱅크는 코프로덕션을 실현하기 위한 중심가치로 자산 중심의 관점, 노동의 재정 의, 호혜성, 사회자본을 제시했는데, 여기에는 주민자원의 개념과 효용이 잘 담겨있다 (에드가 칸; 구미요한센터(역), 2004: 151-320). 우선 타임뱅크는 사람을 자산으로 바라보는데, 이때 자산은 그가 가진 노동력뿐 아니라 고유한 재능, 정보, 경험, 관계 망, 신체적 혹은 사회적 특성까지 포괄하는 전인적인 개념이다(손서락, 2018: 116).
주민자원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초등학생이 노인에게 글을 가르치는 것처 럼, 특정 상황에서 쓰임이 있다면 그 누구의 사소한 것도 주민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는 모든 사람이 남을 위해 제공할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공동체
7) 코프로덕션은 ‘공동협력생산’ 정도로 번역할 수 있지만, 아직 한글 표기에 대한 합의가 없다. 타임뱅크 관련 국내 단체들은 원어가 갖는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 “코프로덕션”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손서락, 2018: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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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이론 적 고찰 과 사례 검토
의 유지와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가 높지만, 시장경제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 했던 돌봄, 자원봉사, 사회참여 등의 활동을 임금노동과 구별되는 새로운 노동으로 재인식하고 대표적인 주민자원으로 활용, 교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민자원의 활용과 교환이 활발해지면 얻게 되는 첫 번째 효용은 호혜성이다.
누구나 남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는 전제에서는 제공자와 수혜자,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일방적인 지원 관계가 상호 도움을 주고받는 호혜적인 관계로 전환된다.
두 번째 효용은 주도성 회복으로, 호혜적 관계에 따라 과거에는 일방적으로 도움만 받던 주체들이 자신이 가진 자원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능동적인 존재로 거듭난다.
이러한 주도성은 지역사회 안팎으로 신장될 수 있다. 안으로는 노인, 장애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 시장가치가 낮은 돌봄과 봉사 활동을 맡아온 주체들이 지역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에 대해 주도성을 회복할 수 있다. 밖으로는 주민공동체가 행정당국이나 전 문가에 대해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주민자원의 세 번째 효용은 사회자본 형성이다. 주민자원은 그 자체로 개인의 인적자 원이 공동체의 공적 자원, 즉 사회자본으로 재인식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사회의 가용자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주민자원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주민과 주민, 주 민공동체와 행정당국 사이의 관계망이 확대되고, 연대감과 신뢰감도 쌓이게 된다.
2) 공공정책에 주민자원을 도입하기 위한 쟁점과 과제
주민자원은 이러한 개념과 원칙에 입각하지만 현실에서 사회운동이나 공공정책으로 실행될 때는 종종 난관에 부딪히곤 한다. 타임뱅크 운동단체와 신경제재단이 수십 년 간 현장과 소통하면서 정리한, 공공정책에 코프로덕션을 도입하기 위한 쟁점과 과제 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주민자원의 현실적인 인정 범위와 유형
코프로덕션은 주민자원을 열린 개념으로 정의하는데, 이것만으로는 주민과 행정당국 의 이해와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그래서 타임뱅크는 두 가지 현실적인 기준을 제시한다(손서락, 2018: 133-140).
첫째는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자원인가이다. 주로 공공정책에 코프로덕션을 도입할 때 적용하는 기준으로, 특정한 사회문제나 공공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직접 기여하는 자원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미국 시애틀의 마을공동체 지원 제도인 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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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 마을 공동 체 사업 의 주민 자원 활용 촉 진방 안
버후드 매칭 펀드(Neighborhood Mathching Fund)는 주민들이 공동체 활동 제안 서와 함께 주민자원 투입계획을 제출하면, 해당 활동에 필요한 자원인지를 공무원과 협의를 거쳐 확정한다(Diers, 2004: 182-183).
둘째는 상호교환 또는 순환적인 활용이 가능한 자원인가이다. 주로 사회운동에 코프 로덕션을 적용해 주민 간의 자원 교환을 촉진할 때 적용하는 기준이다. 타임뱅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를 위해 주로 시간으로 측정과 교환이 가능한 활동을 주민 자원으로 인정한다. 미국 데인 카운티 타임뱅크는 주민자원을 13개 분야로 구분하는 데, 자가용으로 이웃의 이동을 돕거나(교통 분야), 자신의 공구로 이웃의 자동차나 가 구를 고쳐주는(건설 및 수리 분야) 등 현물 자원을 쓴 경우도 활동 시간으로 처리한다 (DCTB, 2016: 4). 그러므로 공공정책에서 주민자원을 활용하고자 할 때는 모든 것이 주민자원이 될 수 있다는 개념적 원칙은 존중하되, 해당 정책의 목적과 운영방식에 맞게 주민자원의 범위와 유형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주민자원의 가치평가와 보상
주민자원의 활용, 교환, 보상을 위해서는 적절한 가치평가가 필수적이다. 타임뱅크는 시장경제와 구별되는 코어경제의 독자적인 가치체계로서 ‘노동의 동일성’을 원칙으로 삼는다(손서락, 2018: 136). 주민자원의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정확 할뿐더러 코프로덕션의 취지에도 어긋나므로, 자율성과 호혜성에 따라 모든 주민자원 은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타임뱅크는 ‘1시간의 주민자 원=1타임달러’라는 가상의 가치체계에 따라 주민자원의 교환과 축적이 이뤄지도록 한다.
하지만 타임뱅크는 주민자원을 시장가치로 환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정한 다. 그 이유는 이론적 차원과 실질적 차원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손서락, 2018:
141-143), 이론적 차원에서는 코어경제와 시장경제의 상호관계 때문이다. 타임뱅크 가 목표로 하는 코어경제의 회복은 시장경제와의 지속적인 코프로덕션 속에서 가능하 며, 주민자원에 대한 시장경제의 인정과 보상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질적 차원에서는 참여자의 현실적인 필요 때문이다. 타임뱅크는 참여자끼리의 주민 자원 교환을 장려하지만, 취약계층을 위해 주민자원을 생필품과 일부 교환할 수 있도 록 하는 사례도 많다. 타임뱅크는 이처럼 시장가격으로 환산이 필요할 때 주민자원의
실질적 차원에서는 참여자의 현실적인 필요 때문이다. 타임뱅크는 참여자끼리의 주민 자원 교환을 장려하지만, 취약계층을 위해 주민자원을 생필품과 일부 교환할 수 있도 록 하는 사례도 많다. 타임뱅크는 이처럼 시장가격으로 환산이 필요할 때 주민자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