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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절 연구의 배경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자기 발전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집단을 이 루며 살아온 인간을 흔히 ‘사회적 존재’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인간은 사회적 삶을 안정적으로 구현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규범을 제정하여 왔는데, 법(法)은 이러한 규범 가운데 가장 강력한 강 제력을 가짐으로써 구성원의 사회생활과 행동을 규율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사회가 있으면 법이 있다(ubi societas, ibi jus)’는 사회 생활 속 에서 개인간 또는 집단간 관계 설정을 규정짓는 법의 필수불가결성을 나타내는 법언이기도 하다.

물론 사회구성원간의 관계에 대한 규범은 법에 국한되지 않으며 종교, 도덕, 관습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사회관계의 복잡성이 심화되 면서 이해관계의 대립 역시 복잡한 양상을 가지게 되었고, 더 이상 신 (神)에 대한 두려움이나 양심에 호소하는 규범으로는 이와 같은 갈등관 계를 해소하는 데에 한계를 노정하게 되었다. 결국 사회의 질서와 안정 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사회구성원의 합의에 따른 ‘강제적인 권한’을 필 요로 하게 되었고, 이는 ①관습과 도덕을 제도화하고 ②그 제도를 국가 권력 등 공권력이 보장하는 강제력으로 뒷받침되는 ‘법(法)’의 탄생으로 귀결되었다. ‘강제력이 없는 법은 타지 않는 불이요, 비치지 않는 등불

이다.’라는 Jhering의 표현은 법이 가진 강제력을 표현한 말이다(이해우,

하고 있다(국회법제실, 2008).

보건의료 분야 역시 사회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정책과 행정집행 의 근거로 다양한 법령이 존재한다. 2011년 현재 보건복지부 소관 법령 은 총 274개로 집계되는데(법률 89개, 대통령령 86개, 보건복지부령 99 개), 이 가운데 보건의료 분야의 법령은 보건의료기본법을 비롯하여 55 개 법률, 59개 대통령령, 75개 보건복지부령이 포함된다(보건복지부, 2011). 사회가 복잡해지고 국민들의 요구가 다양화되면서 보건복지부가 관장하고 있는 법령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최근 수요자의 생애주기별 예방으로 보건의료정책의 초점이 변화함에 따라 보건복지부 이외의 정부내 다른 부처가 관장하는 보건의료 관련 법령3) 역시 중요성 을 더하게 되었다. 이처럼 보건의료 분야의 법령들은 서비스 특징상 국 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고, 건강보험 의료급여제도, 의약분업제도 및 최근의 안전상비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등과 같이 사회적 파급효과가 지대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몇 가지 이유들로 인해서 보건의료 정책의 수립과 평가에 있어서 ‘정치적’ 검토에 비해 법적 측면에서의 검토는 상 대적으로 미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이유로는 첫째, ‘보건의료’와

‘법학’이 조우하는 특성상 두 학문분야를 정합성있고 체계적으로 이해하 기 위한 전문연구자들의 노력이 활발하지 못했던 점을 들 수 있다. 고도 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법령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법적 사고(legal mind)와 입법과정(legislation process) 등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필요한 데, 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둘째, 많은 보건의료 분야 법령이 직역간 전문성과 권한의 근거가 되고 있음

3) 예를 들어 교육과학기술부 소관의 학교보건법, 환경부의 환경보건법, 고용노동부의 산업안 전보건법, 형법(낙태 등), 민법(법인데 관한 조항 등), 세법 등은 보건의료서비스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에도 불구하고 개별 법조항들에서 이를 세세하게 규정하기에는 현실적으 로 한계가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법령에서 전문적 영역을 일종의 포지 티브(positive)4)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서비스들의 전문 영역이 ‘법의 해석’ 즉, 정부의 유권해석 또는 사 법부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 이에 따라 전문가단체의 이해관계에 민감한 법률 조항에 대해서는 법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에서 다 루어진 측면이 강하였다. 셋째, 생명과 건강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건의료서비스를 공공재(public goods)로 이해하고, 따라서 형평성있는 서비스 분배를 위해 어느 정도의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통적인 입장이라면, 최근 들어 국가경제 발전과 부가가치 창출 등을 위하여 보 건의료 분야의 규제를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부각되면서 두 가치의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영리의료법인의 도입 여 부를 둘러싼 논쟁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어 느 가치에 좀 더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고 선택하느냐에 따라 해당 법령 이 담아내야 할 내용 역시 차이점을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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