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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민요의 존재양상

문서에서 제주민요의 배경론적 연구 (페이지 58-122)

사람들은 노동의 고통을 해소하고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의례와 제의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놀이를 하며 즐기 기 위해서도 노래를 부른다. 민요의 기능은 민요의 생성과 전승을 지탱하는 중심 축이라 할 수 있다. 기능이 사라지면 그 노래도 오래지 않아 소멸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즉, 민요는 민중들의 삶의 필요에 의해 생산되고 전승된다고 할 수 있 는데, 그 목적과 내용에 따라 크게 노동의 기능, 의식의 기능, 유희의 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

민요는 기능에 연관되어 전승되고 가창방식이나 담당층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 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민요의 현장에 바탕을 두고 기능과 연행의 양상에 관심을 둘 때 민요의 모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장에서는 현장론적 논의 에 초점을 두고 제주민요의 기능과 연행양상을 살펴봄으로써 입체적인 제주민요 의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1. 기능

민요의 기능에 대해서는 고정옥『조선민요연구』(수선사, 1949), 임동권 『한국 민요연구』(이우출판사, 1980), 장덕순『구비문학개설』(일조각, 1971), 정동화

「한국민요연구-특질과 발달을 중심으로」(명지대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80), 김 영돈「민요의 기능과 사설」(『한국문학연구입문』, 지식산업사, 1982), 김무헌

『한국민요문학론』(집문당, 1987), 최철 『한국민요학』(연세대출판부, 1992), 박 경수『한국민요의 유형과 성격』(국학자료원, 1998), 강등학「민요의 이해」(『한 국구비문학의 이해』, 월인, 2000) 등에 의해 이뤄졌다.

이들 분류에는 민요와 동요의 구분·분리(고정옥, 임동권, 김영돈), 기타요를 둔 경우(임동권), 기준의 일관성 결여나 불명확성(고정옥, 김무헌, 최철), 민요의 개 념·범주의 비약(고정옥, 정동화), 분류명과 노래명의 문제(고정옥, 임동권, 정동화, 김영돈)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54) 민요의 기능, 가락, 사설이 항상 고정된 것이 아니고 민요의 주제나 내용이 복합적인 탓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완벽하 게 충족시키는 민요 분류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까지도 어떤 상황과 조 54) 허 춘,「민요 연구의 몇 문제」,『국문학보』제10집,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1990, pp.36~38.

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민요체계의 분류안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연구자들이 필요에 따라 자신의 기준을 세워 활용하다 보니 일관성이 없는 결과를 초래하거 나 내용의 혼선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박경수와 강등학은 단계별 분류방식을 택하면서 기능과 사설에 의한 분 류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종합하고 있어 비교적 기존 분류의 난점을 극복하고 있다. 박경수55)는 기능요라는 큰 틀 아래 노동요, 의식요, 유희요를 나눈 다음, 노동요는 농업노동요·어업노동요·길쌈노동요·제분노동요·잡역노동요 등으로, 의식 요는 세시의식요·장례의식요·신앙의식요로, 유희요는 세시유희요·경기유희요·조형 유희요·풍소유희요·언어유희요 등으로 분류하였다. 강등학56)은 크게 노동요·의식 요·유희요로 구분한 다음, 노동요는 다시 농산노동요·수산노동요·임산노동요·공산 노동요·토건노동요·운수노동요·가사노동요로, 의식요는 기원의식요·통과의식요·벽 사의식요로, 유희요는 동작유희요·도구유희요·언어유희요·놀림유희요·자연물대상 유희요·조형유희요·가창유희요로 분류하였다. 박경수와 강등학 둘 다 기능에 따 라 단계적으로 분류체계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데 ‘박경수’는 노래명을 ‘~노래’를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강등학은 ‘~소리’로 사 용하고 있다는 점이 확연히 다르다.

민요 분류에서 노래명을 ‘~노래’로 할 것인가, ‘~소리’로 할 것인가는 고려해 볼 문제이다. 대체로 ‘노래’는 그 개념과 쓰임의 범주에 있어 ‘소리’, ‘요’, ‘가’, ‘타령’

등과 조금 다르다. ‘소리’는 주로 기능요에 활용되고, ‘노래’는 기능요는 물론 비기 능요에도 쓰인다. 대체로 ‘요’는 악기의 수반없이 노래하는 것이고, ‘가’는 악기반 주와 함께 노래하는 것을 가리키며, ‘타령’은 소재 또는 주제로 된 노래명 뒤에 붙여 사용한다. 즉, ‘노래’의 개념은 ‘요’, ‘가’, ‘타령’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어서 개체성을 모호하게 만들어버리므로 접미어로서 ‘노래’를 사용하는 것은 분류명으 로서 마땅하지 않다57)고 생각된다. 따라서 ‘밭매는노래’, ‘모심는노래’는 ‘밭매는소 리’, ‘모심는소리’가 되어야 한다.

특히, 제주민요의 현장에서는 노래의 개체명에서 ‘~노래’로 불려지는 경우는 거 의 없고, ‘검질매는소리’, ‘밧리는소리’, ‘마당질소리’, ‘촐비는소리’, ‘낭끈치는소 리’ 등 모두 ‘~소리’로 불려진다. 따라서 ‘밭밟는노래’나 ‘김매는노래’는 현지에서 사용하는 노래명인 ‘밧리는소리’, ‘검질매는소리’여야 한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달리 불리는 ‘사데(사디)소리’, ‘아웨기’, ‘홍애기’ 등도 모두 고유명칭으로 인정되 어야 한다. 이들은 단지 노래의 명칭만 다른 것이 아니라 가락도 다르기 때문이

55) 박경수,『한국민요의 유형과 성격』, 국학자료원, 1998.

56) 강등학,「민요」,『한국구비문학개설』, 민속원, 1995.

_____,「민요의 이해」,『한국구비문학의 이해』, 월인, 2000.

57) 강등학,「민요보고서의 노래명 부여에 관한 연구」,『한국민요학』제2집, 한국민요학회, 1994.

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도 ‘~노래’가 아닌 ‘~소리’를 사용하고, 가능한 현지 고유의 노래명칭을 사용하려고 한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해녀노래’이다. 이 노래의 명칭은 ‘물 속에 들어가서 해 산물을 채취하는 여자’를 ‘수(잠수)’·‘녀(잠녀)’·‘해녀’ 중에서 무엇으로 부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선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이에 대해 ‘잠수’는 우리 나라에서 만 쓰였고, ‘잠녀’는 한·일 두 나라에서 두루 쓰였으며, ‘해녀’는 원래 일본에서 쓰 였음은 사실이나, 말의 연원이야 어떻든 말의 선명성으로 보아 ‘해녀’를 쓰는 것 이 낫다는 주장이 있었다.58) 학자들마다 ‘해녀’라는 용어를 두루 사용해 옴에 따 라 오늘날 관공서의 행정용어나 교육용어에서 ‘해녀’가 세력을 얻게 되었다. ‘해 녀’의 보편적 사용은 차츰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식당 이름을

‘해녀촌'이라고 짓는가 하면 일반인들 사이에도 ‘해녀’라는 용어에 대한 친밀감이 형성되어 있는 실정이다. 요즘도 경제성과 실용성을 고려한다면, 이미 사회적으 로 굳어져가고 있는 용어를 굳이 ‘잠수’나 ‘잠녀’를 고집하여 쓸 필요가 없다는 현실론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론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어 온 것 또한 사 실이다. ‘해녀’라는 명칭은 일본의 식민지 정책상 천시해서 사용된 것이므로 ‘

수(잠수)’라고 불러야 한다거나59) ‘해녀’가 일본 용어라는 점을 들어 탈식민지화 의 정착을 위해서 ‘잠수(수)’나 ‘잠녀(녀)’를 써야 한다60)는 주장이 있었다.

또, ‘잠녀(녀)’는 한글로 발음하면 ‘雜女’와 혼동할 수 있다고 보아 ‘수’로 쓰는 경우도 있었다.61) ‘해녀’는 관찰자(외부자)의 용어라면 ‘수(잠수)’나 ‘녀(잠녀)’

는 행위자(내부자)의 용어로 보기도 하였다.62) 최근 李健의『제주풍토기』를 비 롯한 고문헌에는 ‘潛女’밖에 보이지 않고 ‘潛嫂’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 ‘잠 녀’는 제주어 ‘물다’에서 온 말이라는 점 등을 들어 ‘잠녀(녀)’를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63)

제주에서 전통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용어는 ‘녀(潛女)’와 ‘수(潛嫂)’이다. 그 런데 근래까지 비교적 많이 사용되어 온 ‘수’가 아닌가 한다.64) 무엇보다도 물 질 현장과 집단에서는 ‘수’의 쓰임새가 더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 같은 배를

58) 김영돈,『제주의 해녀』, 제주도, 1996, p.47.

59) 강대원,『해녀연구』, 한진문화사, 1973. p.22.

60) 전경수,「제주연구와 용어의 탈식민지화」,『제주언어민속논총』, 제주문화, 1992, pp.487~493.

61) 한창훈,「제주도 수들의 생활과 민요」,『탐라문화』제20호,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1999, p.146.

62) 유철인,「제주해녀의 몸과 기술에 대한 문화적 접근」,『민속학 국제학술회의(3회)』자료집, 민 속학회, 1999, p.33.

63) 김순자,「제주학 정립을 위한 기본용어 연구」, 제주대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4, pp.36~39.

64) 김순이,「제주도 잠수용어에 관한 조사보고」,『조사연구보고서』4,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1989.

여기서는 ‘해녀’라는 용어가 수집되지 않았다.

타고 바깥물질을 나갔던 사람들을 ‘뱃수’라 일컫고, 물질 집단의 공동체를 강 화하기 위해 조직된 접은 ‘수계’이며, 그들이 주체가 되어 해마다 벌이는 굿은

‘수굿’이다. 옛 문헌들에서 많이 나타나는 용어는 ‘潛女’이긴 하지만 고문헌에 나타난다고 하여 당위적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은 고려해 볼 문제이다. ‘잠녀’가 제주어 ‘물다’·‘다’에서 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고유어)+녀(한자어)’로 된 식자층의 조어일 수가 있어 당시 물질 집단의 현실적인 용어가 아닐 개연성을 갖고 있다.

‘해녀노래’의 경우 현장에서는 ‘이여싸나(이여도사나)’·‘수(질)소리’·‘으질소 리’·‘물질소리’·‘네젓는소리’ 등으로 다양하게 부른다. ‘이여싸나(이여도사나)’는 ‘해 녀노래’의 후렴을 내세운 명칭이고, ‘수(질)소리’·‘으질소리’·‘물질소리’·‘네젓는 소리’ 등은 노동의 기능을 내세운 명칭이다. 그런데 바다에서 자맥질하여 해조류 와 패류를 채취하는 행위를 제주에서는 ‘물질’이라 한다. ‘수(질)소리’와 ‘으질 소리’, ‘물질소리’는 물질을 하는 노동행위 전반을 일컫는 명칭이며, ‘네젓는소리’

는 수들의 물질 작업 중에서도 특히 바깥물질을 나갈 때 배의 ‘네(노)’를 저으 면서 부르는 노래를 지칭하는 명칭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해녀 노젓는 노래’65)라 고 하여 뱃사공들의 ‘노젓는소리’와 구별하여 쓰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수들의

‘물질’ 작업 중에서 ‘네 젓는 행위’만으로 축소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수들은

‘네’를 저으면서만 물질을 한 것이 아니라 테왁을 짚고 헤엄쳐 나가면서도 물질 을 하고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의 수들이 배를 저어 바깥물질을

‘네’를 저으면서만 물질을 한 것이 아니라 테왁을 짚고 헤엄쳐 나가면서도 물질 을 하고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의 수들이 배를 저어 바깥물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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