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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간도체험 유형과 중국인 이미지의 관련성

III. 간도배경 소설의 문학사적 의의

1. 작가의 간도체험 유형과 중국인 이미지의 관련성

앞서 살펴보았듯이, 조선인 작가들은 자신의 견문이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소설을 발표 함으로써 간도라는 공간적 배경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異민족과 함께 어울리 면서 살아가야 할 처지에 처한 조선 유이민들의 삶을 다룬 그들의 작품에서 중국인의 등 장이 잦아졌다. 이러한 異민족 사람들의 이미지에 재현에 있어서 작가의 실제적인 현지 체험과 불가피한 관련성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즉, 유민작가, 이민작가, 정착민 작가는 각 기 다른 간도 체험으로 인해 중국인 이미지도 달리 표현했다는 것이다.

김동인과 이태준은 모두 간도 거주 경험이 없다. 김동인은 청년 시기에 간도에 여행 혹 은 유랑의 체험이 있었으며, 이태준은 방문의 방식으로 간도 유이민의 생활을 목격하였다.

따라서 그들의 체험적 신분이 유민이고 그들의 간도배경 소설은 모두 간접적인 경험을 토 대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김동인의 「붉은 산」(1932)과 이태준의 「농군」(1939)은 모두 1931년에 발생한 ‘만보산 사건’에 대한 소설적 재현이다. 두 작품은 모두 조선 유이민들은 온량한 선의 대언자이고 중국인 지주는 횡포를 행하는 악의 화신으로 단순화시켜 버렸다. 어두운 현실에 대한 저 항의식을 그려냄으로써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에게 민족 감정을 자극하여 나라의 운명에 관 심을 불러일으키려 했던 작가의식도 알 수 있다.

이주문학에서는 이주와 정착의 수난사, 이주로 인한 타자와의 만남과 그로 인한 갈등/

타협/혼종적 융화 및 자기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주로 다루지만109), 김동인과 이태 준의 작품에서는 그런 면이 보이지 않는다. 실제 간도 이주 경험이 없이 유랑 ․ 여행 ․ 시 찰 등의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소설을 쓴 김동인과 이태준의 경우 외부 시선으로 이주 현 장을 재현하였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조선 내지 대다수 지식인들처 럼 민족감정을 강조함에 따라 간도 이민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에 다가가지도 못하였다.

김동인은 조선 농민이 겪는 고통을 지주-소작인의 대립 같은 계급문제로 보지 않고 결말

109) 차성연, 앞의 논문, 131쪽.

에서 ‘붉은 산’과 ‘흰옷’으로 중국인(만주인)/조선인(한인)의 민족갈등 문제로 처리했다. 이 태준 역시 ‘만보산 사건’에 나타난 중국인과 한국인 간의 갈등을 소설화하면서 조선 이민 자의 최대 적은 무지하고 야만스러운 중국인으로 그려내었다. 이는, 외부집단인 중국인들 에 대한 부정적 태도 즉 부정적 고정관념과 편견이 작용된 결과이기도 하다.

김동인과 이태준에게는 조선 내지의 다수 작가들처럼 간도라는 공간이 같은 피가 흐르 는 동족들이 수난당하는 장소일 뿐이고 불행을 당한 조선 이주민들은 동정과 연민의 대상 에 불과하다. 유민작가인 그들에게 이민자가 이국땅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어떻게 살아가 야 한다는 문제의 대안을 제시해 주기보다는 이민족인 중국과 대결하여 숭고한 죽음으로 조선 유이민들의 민족 정체성을 입증하는 대상이다. 따라서 이들 작가의 간도배경 소설에 서 나타나는 중국인 지주, 토착민, 순경, 군인 등 타자화된 이미지는 외적 시선에 의해 작 가의 과도한 민족감정이 작용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또한 조선 유이민들이 현지 중국인 들과 투쟁하면서 이국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자 하는 조선인의 강인한 정신을 표방하기 위 한 장치이기도 하다.

최서해와 강경애는 5~10년 동안 간도에서 거주했던 이민작가이다. 그들이 주목한 대상 은 간도에서 수난하고 있는 조선 유이민이었으며,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와, ‘무엇 때문에 그들은 이렇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창작하였다. 그들은 이민 작가 로서 자신의 1차적 체험을 바탕으로 각각 1920년대와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현 실을 비교적 심층적으로 묘사하였다. 그들의 소설은 치열하면서도, 비교적 객관적으로 분 석하여 동 시대의 자각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빈궁의 역사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이는 이주자 외부의 시선인 유민작가에 의해 재현된 간도 조선인이 공간적 배경만 간도일 뿐인

‘동일적 공동체’110)라는 특징을 보여 준 것과는 달리, 이주자 내부의 시선 즉 이민작가에 의해 재현된 간도 조선인들은 어떠한 공동체에도 포함되지 못한 채 3등 공민으로 살아가 고 있다는 동포들의 귀속문제를 제시하였다. 다시 말하면 간도는 그들의 문학에서 작품의 무대를 넘어서 다른 의미를 지녔던 것이다. 이민 작가에 의해 간도는 행동과 사건의 물리 적 배경이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장소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韓민족의 실향 과 관련된 비극적인 민족체험을 담아낸 공간적 의미로 확대되었다.

이 시기 이민작가들의 작품은 역사적 현실에 대한 재현을 통해 조선 유이민 사회의 현 실을 예측가능하게 해 줌으로써, 유민작가의 소설보다 질적 측면에서도 심화된 결과를 보

110) 차성연, 앞의 논문, 444쪽.

여준 것이다. 역사적 현실이나 시대적 의지와의 관련 속에서 탐구하고자 한 적극적인 자 세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에 따라 그들의 소설에서 중국인 이미지는 비교적 선명하고 다양하게 나타났다.

최서해는 소설을 통해 ‘가진 자’로서의 중국인들의 비정함과 잔인성을 드러내는 데 적극 적이었다. 강경애는 인물의 비참한 과거, 간교한 인격, 흉악한 행각에 대한 서술을 통해서 단면적 인식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중국인 지주의 이미지를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하층민과 조선의 하층민 간의 우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조국을 등지고 간도로 유랑 혹은 이주해 온 조선유이민들의 빈궁한 현실을 체험하거나 목격했던 최서해와 강경애는 삶의 원초적인 적은 일제나 중국인이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에 있음을 확신했다. 그래서 두 작 가의 작품에서 조선 유이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로 중국인이 나타나지만 그들이 고 난의 근원이라기보다는 조선인들이 이주한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겪게 된 난관의 일환인 사회구조적 갈등관계로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민작가의 작품들은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묘사를 추구하면서 유이민들이 ‘어떻 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현실의 재현에 머문다는 한계를 보였다. 유이민들의 정착에서 발 전의 대안을 모색하였지만 단순히 감정적 복수 행위나 주의자적 각성으로 그침에 따라 합 당한 해결책을 마련해 주지 못한 것이다. 이는 작가 자신의 정착 실패로 인해 작품에서도 확실한 정착의식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착민 작가인 안수길과 박계주는 또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다. 안수길은 간도에서 20년 안팎을 살았고 스스로 ‘제2의 고향’으로 인식했다. 박계주는 간도에서 태어나고 거기서 자 신의 청소년기까지 보냈다. 이들 정착민작가들은 오랫동안 유이민들의 삶을 체험하였기 때문에 간도 유이민들의 수난과 좌절을 피부로 느꼈고 간도 이주 문제를 본질적으로 파악 했다.

정착민작가들의 작품 속에서는 유이민 수난의 실상이 비교적으로 다각적으로 제시되었 다. 안수길의 경우 주로 군상으로 조선 농민들의 간도 체험을 희망적으로 그려냈던 것과 는 달리, 박계주는 개인 삶의 차원에서 일반인의 희비를 묘사하면서 제도의 절망적인 현 실이 원인임을 제시하였다. 이는 특히 중국인 이미지에 대한 묘사에서 확인되었다. 유이 민 작가에 의해 항상 인간답지 못한 것으로 그려지는 중국인의 이미지가 안수길의 소설에 서는 조선 유이민에게 비교적 우호적인 인물로 등장하는가 하면, 박계주의 소설에서는 악 질인 점만 강조하지 않고 어떻게 악인으로 변했는지를 그리며 어떻게 자신과 사회를 반성

하여 각성하였는지를 보여주는 인간으로 중국인을 묘사했다. 특히 안수길에 의하면 異민 족과 조화를 이루며 현지인과 평화 공존하는 방식은 조선 유이민들이 ‘제2의 고향’인 간 도에 뿌리를 내려 정착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소설을 통해서 두 집단의 성원들이 부족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서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간도를 살기 좋은 터전으 로 건설하겠다는 공동 목표를 위하여 함께 일하고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음을 안수길은 제시하였다.

이러한 현실인식과 역사인식은 작가의 간도 경험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 간도란 공간은 낯선 남의 땅이기도 하고 친근한 자기 땅이기도 한 이중적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러 므로 수난은 있으나 노력을 통해 안정된 터전을 마련할 수 있으며, 이 곳을 새로운 고향 으로 여기는 정착의식은 그들의 소설 곳곳에서 나타났다. 畸形된 제도를 발굴하여 현지인 과의 평화 공존을 모색한다는 것이 조선 유이민의 비참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는 유일한 대안임을 그들은 제시한 것이다. 정착민작가인 안수길과 박계주의 간도 배경 소설 들의 가장 큰 의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현실인식과 역사인식은 작가의 간도 경험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 간도란 공간은 낯선 남의 땅이기도 하고 친근한 자기 땅이기도 한 이중적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러 므로 수난은 있으나 노력을 통해 안정된 터전을 마련할 수 있으며, 이 곳을 새로운 고향 으로 여기는 정착의식은 그들의 소설 곳곳에서 나타났다. 畸形된 제도를 발굴하여 현지인 과의 평화 공존을 모색한다는 것이 조선 유이민의 비참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는 유일한 대안임을 그들은 제시한 것이다. 정착민작가인 안수길과 박계주의 간도 배경 소설 들의 가장 큰 의의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