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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정당성 분석

문서에서 규제 연구 (페이지 49-52)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법제도설계의 기본이론에 의한 분석에 따라 성매매의 합법 화에 대한 법적 정당화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성매매는 도로교통법상의 과속제한이 나, 음주단속과 같은 기술적인 것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수천 년의 역사 속 에 내재된 또 한국사회 고유의 강한 윤리적 요소가 개입되어 있어, 이것은 법적 정당화 만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성매매 규제에 관한 윤리적 측면을 논거로 삼지 않으면 그 정당성과 설득력이 붕괴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지금까지 학계에서 논의되어 온 성매매 규제의 당위성에 관한 윤리적 관점의 논거들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 로 윤리적 정당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1) 결혼제도를 벗어난 성행위는 불순한 것이라는 윤리적 관점

이것은 종교적 신념에서 출발한 것으로 소위 여성혐오주의적인 관점이라 한다. 이 견 해는 결혼 관계를 벗어난 성행위는 위험하고 불결한 것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완전한 성 매매 금지를 주장하지는 못하며, 이것을 필요악으로 인정하게 된다. 왜냐하면 남성들의

12) 비범죄화론의 입장에서 성매매는 ‘사회적 법익’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회적 윤리가치’를 침해하는 것이 라고 하여 이를 구분한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적 법익을 침해한다고 해도’라는 말이다.

성에 대한 속성, 즉 그 탐욕적인 특징 때문에 남성의 성을 결혼제도에만 묶어 둘 수 없 으며, 그들의 이런 욕구와 충동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희생양이 필요 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필요악’으로서의 성매매를 인정하는 계기가 된다. 이 입 장에 따르면 결국 결혼 내지 생식과 관련하여 성매매를 규제하는 것은 여성들에게만 구 속력을 지니며, 이것을 벗어난 여성에게만 윤리적 비난과 경멸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 면 성매매를 규제하더라도 경찰로부터의 단속과 감시, 모욕적 대우 등과 같은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윤리적 관점에서의 성매매 규제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윤리적 낙인 을 벗겨낼 수 없으므로, 합리적 문제해결의 방법이 되지 못한다(하주영, 2002: 330-331).

(2) 성관계는 애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윤리적 관점

성관계는 신성한 것이어서 적어도 사랑과 친밀한 애정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관점이다. 이와 같은 관점은 하룻밤 정사와 같은 우발적인 성관계를 처벌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이러한 애정관에 기초한 성매매 윤리성은 다양한 성관 계를 경험한 이들에 대한 프라이버시 침해이자 주제넘은 간섭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3) 금전이 개입된 성관계는 용서할 수 없다는 윤리적 관점

공기도 상품화하는 마당에 무엇을 상품화할 수 없겠냐고 말하지만, 사회에는 상품화 될 수 있는 것이 있고, 상품화될 수 없는 것이 있다. 예컨대 장기매매, 대리모, 성매매와 같은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성매매는 인간의 신체를 이용하는 판매행위이며, 또 성은 인간의 가장 내밀한 인격적 부분과 결부되어 있어, 이것이 매매의 대상이 된다면 그것은 인간 자체가 매매의 대상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기 때문에 매매의 대상 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금지의 대상은 사회에 따라 단일하지 않고 사회 에 따라 변하는 것이며, 그 기준을 정함에 있어서도 복잡 다양한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성의 상품화에 반대하는 이러한 관점은 성에 대한 것을 신성하고, 고귀한 것 으로만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는데 현대에서 성에 대한 관점은 오히려 일상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경향이 강하다. 또 인간의 신체를 타인이 이용하게 하거나 자신의 내밀 한 인격적 측면을 이용하여 금전적 보수를 얻는 직업은 현실적으로도 존재하고 있다.

예컨대 유아에게 젖을 먹이는 유모나, 자신의 몸을 예술 활동을 위해 제공하는 누드모 델, 자신의 정신적 활동을 제공하여 금전적 보수를 얻는 교수 등의 학자가 그것이다(하 주영, 2002: 333-336).

따라서 단순히 성의 관계에 금전이 개입되어 있다고 해서 이것을 비윤리적이라고 비 난하는 것은 성에 대한 특정적 편견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4) 성매매는 여성종속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지되어야 한다는 윤리적 관점

Achard(1994)에 따르면 남성들은 섹스를 살 때 남성이 마음대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 는 여성상, 다시 말해 종속적인 여성의 이미지와 성 역할도 함께 사는 것이며 이것이 윤리적 차원에서 성매매가 문제되는 이유라고 한다(D. Achard, 1994). 물론 성매매와 여성 의 종속성 사이에는 필연적 논리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매매의 대상이 주로 여성이며, 성매매 산업이 주로 이들로 구성되어 있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으며, 성매매 현장에서의 그들의 역할도 고정화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성매매는 오랜 역사적 관행과 제도 속에서 여성의 남성종속적인 성정체성을 강제하고 재생산해내는 성차별적 사회에서 이루어지며, 성차별적인 속성이 온존하는 사회에서 남성 손님의 굴욕적인 요 구와 횡포 속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성매매 여성의 모습은 그려보기 어렵다(하주 영, 2002: 340-347).

그런데 문제를 표면화된 문제로서 성매매를 규제하는 것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우며, 보다 근본적으로 여성종속적인 속성이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인가를 파악하여 그 기반 을 해체하는 일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무엇보다도 남성 중심적인 결혼제도 등과 같은 사회적 제도와 그에 따른 사회적 인식에 대한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제도가 존속하는 한 끊임없이 성종속적인 여성의 역할을 재생산해낼 것이며, 그렇다면 성매매 규제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도모하지 못하는 단순한 대증 요법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5) 소결

이와 같이 보면 성매매를 둘러싼 반인권적인 측면은 법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겠지만,

성매매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또 성매매의 불법화는 성매매 여성들로 하여금 정당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한다. 신체적 폭행과 감금, 모욕, 착취 등의 비인간적 상황에서도 그들은 자신에게 씌워진 무거운 윤리적 낙인과 범죄자라는 적대적 환경 때문에 최소한의 자기 존중과 보호의 권리마저도 행사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성매매의 합법 화는 성매매 여성들의 기본적인 인권보장과 자기존중감의 회복이라는 토대 위에서 의 미 있게 논의될 수 있다.

문서에서 규제 연구 (페이지 4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