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예산운용의 효율성과 경제성의 원칙의 고려

예산상으로 국가의 지출에 대한 승인이 예산계획에 예정되어 있다 하 더라도, 행정기관이 이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산상 지 출승인의 예정은 미래의 회계연도를 위한 지출을 위한 승인을 확보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치일 뿐이다. 이러한 예산운용상의 재량권을 충족하는 데 있어서는 무엇보다 ‘긴박한 필요성’과 효율적이고도 비용절감을 지향 하는 예산운용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일반적인 예 산법적인 기준들은 또한 예산계획의 상정과 확정 단계에서부터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것을 민간부문에서 이루어지는 사전재정투자의 경우에 적용하면, 각각의 프로젝트에 대해 그 집행의 효율성에 대해 정 확하게 감사가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공적인 공사를 고 시할 때는 국가가 자체적으로 투자하고 건설하는 것, 민간부문의 제3자 가 민자를 투자하여 건설하는 것, 국가가 투자하고 민간이 건설하는 것 등의 방법 가운데 어느 쪽이 효율적일지를 비교하는 노력쯤은 다해야 할 것이다. 이 때 고려해야 할 것은, 한편으로는 사업기간을 단축하여 얻는 전체 국민경제적 이익과, 시장에 대한 시야가 더 넓고 전문화, 합리화되

어 있는 민간부문을 동원할 때의 효율성의 증가,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 는 민간부문 건설의 열등한 품질로 인해 높아지는 추가비용, 투자수익이 라는 관점에 기인한 민간부문의 이윤증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공공 건설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의 활용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 국가의 자체적인 투자와 민간부문의 투자 가운데 어느 것이 유리한지에 대한 추상적이고도 일반적인 판단은 합목적적 심사를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예 산법이 예산입법자와 예산집행자에게 부여한 재량권을 합리적이고도 효 율적인 결과를 얻도록 행사할 것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확립한 기본법 제115조 제1항 제2문 및 이에 상응하는 규정의 조건들 말고도, 법학분야의 문헌들에서 는 또 다른 제한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문헌들은 재정학에서 말하는 과도행위금지라는 측면에서의 ‘비례의 원칙’, 이른바 예산위기상 황, 예외적 허가의 최소화, 미래의 사항을 미리 결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민주주의원칙 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 물론 기본법 제115조 제1항 제2 문로부터 반드시 “비례의 원칙”(과도한 기채의 금지)이라는 조건을 따라 야 한다는 의무를 추론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의 채무는 투자목적을 위한 지출과 거시경제적 균형의 교란 방지를 위한 경우로 그 목적을 제 한 당한다는 것은 이미 헌법이 중요한 두 가지 공공의 이익, 그리고 공 공복리의 달성을 위한 필수적인 방향설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 할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재정수단들 가운데 입법자가 어떤 것 을 선택하느냐는, 입법자가 정치적 과제 속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고, 입법자의 재량권이 제한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법과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헌법은 그 테두리만을 정해줄 뿐이고, 입 법자에게 정치적인 행위를 통해 정책을 형성해 가는 여지를 허용하고 있 으나,116) 입법자의 정치적인 결정에 비례의 원칙은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 할 수 있다. 그 근거는, 민주주의 안에서의 권력이란 한시적으로 위임되 어 있을 뿐이라는 사고방식에 맞도록 미래 세대를 위해 결정의 여지를 남겨주어야 한다. 아울러 임기를 넘어서 미래를 보고 공동체의 이익을

116) BVerfGE 72, 330, 388 이하.

지속적으로 충족할 조치를 취하고 그로써 다음 피위임자의 결정근거를 내용적으로 미리 정하는 것도 민주적 입법자의 의무에 속하므로, 따라서 민주주의 원칙이 가지는 헌법적 효력의 범위 안에서 고려되어야 할 사항 이다.117)

117) BVerfGE 79, 311, 343.

제 7 장 국가채무와 국제법상의 질서

2001년 11월, IMF의 수석부전무 크루거는 국가채무재편제도(Sov-ereign Debt Restructuring Mechanism)에 미국파산법이 정하고 있는 파산제도를 적용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때까 지 유지가 불가능한 국가채무의 구제책으로 동원되던 것은 채권국들의 합의에 의한 상환스케줄조정과 세계은행과 IMF 등 국제통화 및 금융기 관이나 선진국 정부가 개입하여 시행하는 긴급융자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금융의 글로벌화에 따 른 국제자본시장의 확대와 개발도상국의 자본조달수단의 다양화 등으로 인해 채권자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그 수도 많아졌다는 데 있다. 특히 전 에는 신디케이트론에 의존하던 개발도상국의 자금조달방법이 90년대 들 어 채권 발행으로 바뀌는 경향이 생겼다. 국제금융시스템에 국가파산제 도를 도입한다는 구상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뿐 아니라 금융관계자, 국가 채무문제를 다루는 NGO, 국제법 학자 등이 찬반 의견을 표명하고 있 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의견들의 옳고 그름을 논하지 않고, IMF 제안 의 배경과 크루거 구상의 문제점을 개관하고 그 논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제 1 절 국가채무문제의 변질과 그 배경

1970년대 초까지 개발도상국의 자금공급원은 선진국 정부와 세계은행 과 국제개발금융기관이 중심이었다. 따라서 빌리는 주체나 빌려주는 주 체 모두가 정부들이었고, 관계자들의 숫자도 한정되어 있었다. 그런 시 대에 발생한 국가채무는 채권국과 채무국간의 합의에 의한 리스케줄링과 IMF나 그 문제에 관계된 선진국에 의한 신규차관제공으로 처리되었다.

70년대 중반에 일어난 제1차 석유위기 이후 산유국의 오일머니 흐름의 일익을 담당했던 미국은행은 개발도상국, 특히 중남미 정부들에 대해 차 관공여를 확대했다. 1982년 멕시코를 기점으로 중남미외환위기가 일어 나자, 이러한 위기가 미국 금융시스템이 동요를 불러오고 이에 따라 국 제금융시스템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졌다. 미국정

부, IMF, 그밖에 주요 선진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긴급차관으로 멕시 코는 채무불이행 사태를 피할 수 있었고, IMF에 의해 몇 가지 국가채 무경감계획이 제안되고 실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도입된 채무의 증권화 (주식화를 포함해서)는 국가채무의 채권자 범위를 일반투자자로 확대시 키는 결과를 낳았다.

80년대 후반이 되자 동아시아, 특히 아세안 회원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급증하면서 이 지역 각국 경제는 고도성장을 이루었다. 이 붐을 전후로 각국 정부는 점차 금융자유화의 길을 걷게 됨과 동시에 금융완화정책을 도입했다. 그리고 선진국의 금융서비스 기업들이 속속 아시아에 진출하 게 되었다. 1987년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하자, 이 붐은 중국연안 으로 확대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자 동아시아의 급성장에 이끌려 세 계의 자본이 이 지역으로 몰리는 사태가 일어났다. 한편, 경제가 회복되 고 안정을 되찾은 중남미와 새로이 시장경제로 이행한 구 사회주의 국가 들의 경제도 성장궤도에 접어들었다. 동아시아, 중남미, 구 사회주의 국 가들은 자급수요가 많은 ‘신흥시장국’으로 불리며 투자자와 금융업자들의 시선을 끌게 되었다.

1997년 7월, 태국 바트화의 폭락을 시발점으로 아시아통화금융위기가 발생해서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한국 등지로 번졌다. 한국 기 업들은 구 사회주의 국가들과 많은 거래를 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이 위 기는 러시아까지 위협하게 되었으며,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 되면서 중남미 일부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시아금융통화위기에서도 단기 자금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

국가채무에 있어 또 한 가지 문제는 ‘채무과다빈곤국’(HIPC, Heavily Indebted Poor Countries)의 구제이다. 세계은행과 IMF는 1996년 9월 HIPC 이니셔티브(채무과다빈곤국 채무구제계획)를 개시했다. 이것 은 IMF와 세계은행의 지원 프로그램, 채권국의 리스케줄링, 채권국과 채무국 양국간 및 민간채권자에 의한 채무구제를 통합한 포괄적인 구제 조치로, 다국간 채무구제, 채무국 정부, 채권자, 차관제공자, NGO, 교 회 등 모든 주체의 협력을 촉진한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이러한 나라

들에 대한 IMF 등의 관심은 경상수지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경제구조 개혁에 있었다.

이런 과정을 보면 1982년 멕시코 채무위기 이래 20년 동안 국가채무 문제가 커다란 변화를 겪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국가채무는 국제금융 시스템을 교란할 정도로 높은 리스크를 동반하는 경우와 해당국의 경제 적 안정과 발전을 저해하는 선에서 멈추는 경우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82년 멕시코 위기 때는 그 원인을 두고 유동성 부족설과 지불능력부족 설이 서로 논쟁을 벌였는데, 결국 애매한 결론만을 내놓는 선에서 마무 리되었다. 그 뒤 특히 HIPC 이니셔티브 실행과정에서 경제구조개혁이 중요시된 것은 해당국의 지불능력이 만성적으로 결여되어 있음을 인식하 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94년 말의 멕시코 위기나 97 년의 동아시아 통화위기는 국제적 자본이동이 자유화되면서 급격하게 이 루어진 것에도 원인이 있었기 때문에, 국제금융시스템의 혼란을 막는 긴 급대응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제 2 절 국제자본시장의 확대와 개발금융의 변화

IMF, 세계은행 등의 정책은 신고전파의 경제이론에 의존하고 있으며, 완전경쟁가설을 전제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거래는 자산 의 시차교환이라는 리스크를 동반할 뿐 아니라, 정보의 비대칭성, 거래 코스트 부담 등 완전경쟁과는 거리가 먼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1980년대 이래의 IT혁명에 의해 금융시스템은 미증유의 기술혁 신을 겪게 되었다. 글로벌화한 금융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될 만 한 것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글로벌금융시스템” 프로젝트에서 여실히 드러난 기능주의적 어프로치일 것이다. 그 특징은 기존의 금융서비스 기 업이나 그 조직구조에 바탕을 두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한층 일반적인 금융시스템의 기능에 주목했다는 사실이다. 본고에서는 그런 방식을 참 고로 하여 논의를 진행하기로 한다.

금융시스템은 금융시장과 그 중개자뿐 아니라 가계와 정부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제도와 조직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왜냐면 금융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