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관한 금기어

예로부터 남존여비라는 봉건사상의 영향을 받아 여성의 존재가치를 남성과 불 평등 관계로 격하시켜 심지어 여성이 불결과 불길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도 적지 않았으며, 여성이 오랫동안 여러 가지 제약을 받았기 때문에 여성에 관

한 금기어도 많이 전해진다. 여성의 지위가 높아진 현대에서 조금 달라진 양상 을 보인다고 해도 여성의 행동에 대한 제약사항이 꽤 많이 존재하고 있다. 임산 부의 모든 행위는 자녀의 생명과 직결되어 제약을 받는 것은 이해한다 하더라도 심지어 여성이 하는 일상생활에도 수많은 제약이 가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 다. 먼저 임산부에 관한 금기어의 예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임부에 관한 금기어

임부에 관한 금기어는 많지 않지만 사람들은 매우 중시하고 있다. 그만큼 아 이를 낳는다는 것이 소중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임부는 모난 행동을 해서도 안 되고 불길한 마음을 가져서도 안 된다. 이것은 태교를 강조한 옛 여성들의 지혜 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다.

<한국어 금기어>

(24)ㄱ. 산고(産苦)로 죽은 여자는 도중에서 세 번 내려놓지 않으면 나쁘다.

ㄴ. 산모는 벌레를 잡지 않는다. 아니면 아이가 죽는다.

ㄷ. 임신 중인 여인이 구렁이가 용이 되어 올라가는 것을 보면 유산한다.

ㄹ. 임신한 여자가 고양이를 죽이면 고양이를 닮은 애를 낳는다.

ㅁ. 어린애 낳고 초상집에 가면 해롭다.

<중국어 금기어>

(25)ㄱ. 穿喪衣忌孕婦見.

(임부는 상복을 입는 사람을 보면 안 된다.)

ㄴ. 孕婦忌看喜喪事，切勿手觸棺木，否則婴兒會夭折.

(임산부는 경사나 상사를 보거나 관을 만지면 배속의 아기가 죽는다.)

위의 두 나라 금기어에서는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발견되는데 예를 들면 (24 ㅁ)과 (25ㄱ)에서는 두 나라 모두 임신과 초상의 상극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밖에 임산부의 금기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나타나지만 이 모두 아이의 길흉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며 한국어 금기어 중에 (24ㄷ)에서 동물과 관련된 금기 어가 보이며 중국어 금기어에는 없는 것이 특징이다.

2) 임부 외의 여자에 관한 금기어

<한국어 금기어>

(26)ㄱ. 동네에서 초상이 났을 때 바느질하면 나쁘다.

ㄴ. 바늘에 실 꿰어 주고 실매듭 지어 주면 지옥에 가서 풀어 달라고 한 다.

ㄷ. 밤에 다리미 빌려주면 자기 딸이 빨리 죽는다.

ㄹ. 밥상 위에 행주를 올려놓으면 물에 빠져 죽는다.

ㅁ. 사람이 죽었을 때 바느질하면 빨리하고 같이 가자고 한다(바느질하는 사람도 빨리 죽는다.).

ㅂ. 아침에 여자가 다리미를 빌려오면 그 집(빌려준 집) 딸이 죽는다.

ㅅ. 여자가 밤에 빨래(방망이질)를 하면 동네 처녀가 죽는다.

ㅇ. 이웃에 초상이 났을 때 빨래나 바느질하면 불길하다.

ㅈ. 저녁에 방망이질하면 이웃 노인이 죽는다.

ㅊ. 해진 뒤에 방망이질하면 동네 노인이 죽는다.

<중국어 금기어>

(27)ㄱ. 女人頭腫，家中有喪事.

(여자의 머리가 부으면 집에 초상이 난다.)

ㄴ. 正月姑娘打袼褙，死舅舅.

(여자가 정월에 헝겊 조각이나 넝마 조각을 붙여서 신발을 만드는 조각 을 만들면 외삼촌이 돌아가신다.)

ㄷ. 婦女坐在建房的梁檁上，家中有喪事.

(여자는 집을 짓는 들보와 상량에 앉으면 집에 초상이 난다.)

ㄹ. 火葬忌女人參加.

(화장할 때 여자는 참석하면 안 된다.)

ㅁ. 處女亡後，若出正門，再加喪.

(처녀가 죽은 후에 정문으로 나가면 사람이 또 죽는다.)

ㅂ. 禁忌婦女走路時抬頭挺胸，克子克夫.

(여자가 머리를 치켜들고 가슴을 내밀고 다니면 남편과 자녀가 죽는 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성의 행동에 대한 제약이 고스란히 두 나라 금기어에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금기어에서는 바느질, 다림질, 빨래 등 여성의 일상적인 일들과 관련된 것들을 다루고 있는데 남성이 조심하여야 할 것들이 발 견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남존여비 사상이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는 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심지어 (26ㄹ)처럼 현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조

차 금기하고 있다. 중국어 금기어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데 예를 들어보면 (27ㅂ)에서는 여자가 당당함을 보여서는 안 되고 항상 순종하는 자세로 삶을 살 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한국과 여성 차별에 대한 사항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