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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시민사회의 역할변화

언론은 장관의 잦은 교체 분위기를 조장하는데 큰 몫을 한다. 영국에서는 정 책결정에서부터 집행과정에 이르기까지 부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장 관이 의회에 책임을 지는 ‘장관책임론’이 헌법적으로 정립되어 있지만 장관의 해임논의에 신중을 기한다(안병영, 2001).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언론은 무슨 일 이 발생하면 으레 사설에서 장관책임과 그 면직을 선동한다. 이러한 언론의 여 론추동식 관행은 민주주의 이행 이후에 공직사회의 도덕성과 책임성 및 투명성 에 대한 기대수준이 고양되는 흐름과 상승작용하여, 여론을 부추기고 조장하면 서 동시에 스스로의 세력을 확대시키게 되는 부작용을 양산시켰다.

마찬가지로 장관의 사임과 관련하여 시민사회가 성장한 과정도 언론의 성장 과 궤를 같이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시민사회10) 집단들에 의해 시작되었고 촉 진되어 왔다(Kim, 2000). Kim은 Dryzek11)의 말을 인용하여 한국에서 민주주의 로의 끊임없는 추동력은 국가로부터가 아니라 시민사회로부터 견인되었다고 한 다. 시민사회는 권위주의 정부의 붕괴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로의 이행과 이후 공 고화 과정에서의 정치역학까지도 결정한다고 본다.12) 민주주의 공고화 과정에서

10) ‘시민사회’는 생산 혹은 재생산의 기본단위와 국가를 매개하면서 대표하는 영역으로서 정치 사회와 시민사회를 설명하며, 시민사회를 “사회에서 스스로 조직된 집단들과 활동들로서, 국 가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율적이면서 다원주의와 자기통치원칙에 따라 공적 영역에서 그들의 관심과 이익을 표현하고 진전시키려는 정치적 행위가 가능한 집단들의 집합”으로 정의한다.

그러므로 한국의 경우에 있어서 시민사회는 민주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시민사회 패러 다임을 확증하는 것이다.

11) Dryzek, John S. "Political Institution and the Dynamics of Democratization".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90, 3(1996): 476.

12) 한국의 민주화는 ‘대중우세(mass-ascendancy)로 특징지워지는 개혁에 의한 민주화 이행’의 예 로서, 아래로부터 확장된 대중운동이 엘리트로 하여금 대중과 협상을 하도록 했다. 남부유럽 이나 라틴아메리카의 경우와 다르게 한국에서의 민주화는 강경노선과 온건노선의 내부분열 로부터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지배집단이 지나치게 연합하여 갖은 수단을 다 써서 그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권에 비해 자신의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생각 되는 시민사회를 동원하여 국회와 정치권을 우회하거나 압박하려고 시도한 결 과, 대통령-국회 간에 갈등이 증폭되었다(김용호, 2004)는 연구가 있다. 이는 시 민사회의 영향력 강화라는 결과와 동시에 국회에서의 대통령-여당의 협력으로 추동되는 정치 내지는 정책의 추진력 약화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민주주의 공고 화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영향력 확대는 정치행위자의 확대와 수평적 분권화라 는 바람직한 측면에서 평가될 수 있겠으나, 장관의 사임이슈가 그 성장동력이 됨으로써 내각의 불안정성을 초래했다는 부작용이 도출된 것이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비정상적인 성장에 대하여 김선혁은 한국의 시민사회가 점진적으로 ‘정치권위주의에 대한 대항’으로부터 ‘정책 지지주의’로 그 성장노선 을 변화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시민사회의 역할이 변화해야 할 때인 것이다.

과거에 시민사회의 목적은 권위주의 체제에 도전하고 반대하며 더 나아가 전복 시키는 것이었지만, 이제 시민사회는 새로운 비전을 축적하고 장려함으로써 또

임기를 지연시키려할 때에 권위주의의 위기가 촉발됐다.

그런데 서방과는 다르게 최근 수 십 년간 한국 시민사회 성장은 자본주의 산업화와 직접 관련된다. 자본주의 발전은 도시화, 교통·통신 발달 등으로 한국의 시민사회 성장을 촉진했 다. 그러나 서방 사회와는 다르게 한국의 시민사회는 부르주아의 리더십 아래 출현하지 않았 고, 오히려 이에 반대하면서 발생했다. 한국에서 부르주아 계급과 그 대표집단은 국가 코포 라티즘적 정치협약과 권위주의 체제에 영합해있었기 때문에 민주화를 위한 시민사회의 정치 저항은 국가만이 아니라 부르주아들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부르주아 헤게모니의 부재는 고도로 정치화된 시민사회가 그 원인이다. 그래서 한국의 시민사회의 힘은 독립적인 시민집단의 복수성이나 강력한 사회계급의 존재에 있지 않고, 현대 한국의 격동적인 정치역 사의 산물인 2가지-견고하고 저항적인 정치문화와 시민사회의 잠재적 동원능력에 근거한다.

한국 시민사회의 대중우세(mass-ascendancy)적 속성은 시민사회와 국가간에 있어서 갈등적 인 협약(conflictual engagement)을 가져왔다. 갈등적 협약은 민주주의를 진작시키는데 시민사 회의 잠재적 역할을 제한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정당의 제도화에도 저해가 될 수 있다. 결과 적으로 한국정치의 만성적인 문제 중 하나인 ‘정치사회의 저제도화와 저발전’을 악화시키게 된다. 더 나아가서 관용·절제·협상·협의·협상을 촉진하는 정치문화의 출현과 발전에 장애가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시민문화’ 발전을 방해하게 되는 것이다. 더 구나 시민사회-국가 관계에 있어서 지속되는 적대주의와 대립은 급진주의·극단주의·근본주 의·폭력을 조장한다. 이런 까닭에 권위주의 시대로부터의 ‘대중우세’ 유산은 민주주의 공고화 국면에 있어서 민주적 정치문화 발전을 지연시키고 안정과 통치가능성은 영원히 요원한 정 치환경을 창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새로운 정책처방을 발전시키고 제시함으로써 국가를 감시·견제·통제해야 한다.

현대 한국 시민사회에 시급한 업무는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서 그들의 역할을 재고하고, 스스로를 새로운 비전과 새로운 정책대안의 보고로 재정립하며, 점진 적으로 대항·저항주의에서 이익집단이나 가지는 자기성장의 목적을 떠나서 정 책지지주의로 옮겨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공고화와 유지는 시민사회 집단들이 과연 그리고 어떻게 이러한 중요한 전환을 달성하느냐에 달 려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시민사회는 한국을 권위주의로부터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촉발시 켰으며 민주주의 공고화에 핵심적인 주체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역할을 담당해 온 시민사회의 활동이 정치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대하여 일부 에서는 시민사회가 비정상적으로 성장하여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민주주의의 맹점이라고 비판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 한국의 민주주의를 선도했던 시민사회의 역할에 있어서 현재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 원인을 진단하고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바를 제시하는 것은 정치학 의 의무인 것이다. 그 해답으로 위에서 김선혁의 제안은 타당성이 있다.

민주주의 공고화와 관련하여 시민사회와 언론의 역할 확대 자체는 긍정적으 로 평가할 수 있다. 민주주의 이행 이후에 국민의 도덕성에 대한 기대수준의 고 양과 함께 이를 대변했던 시민사회와 언론의 영향력 증대와 정치행위 주체자로 서의 등장이 내각의 불안정성을 초래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들의 성장이 내각 의 불안정성 초래의 한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까닭은 이들이 정치행위 주체자로 서의 등장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거나 이들에게 부정적인 의도가 있어서이 기 때문은 아니다.

이는 의도되지 않은 부작용으로서, 제도적 측면에서 해결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시민사회와 언론의 대응이 제도의 부재로 인해 이들의 영향력이 비정상적 으로 확대된 것이다. 즉 구조적 측면의 원인은 제도적 흠결과도 맞물려 있는데, 제도적 흠결로 인한 공백으로 인해 이들이 정치참여를 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제도적 보완과 정책지지주의 목적을 취하는 시민사회의 견제, 그리고 언론의 신 중한 역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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