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했듯이, 특정한 상황 하에서 향신료를 선호하게 하는 심리적 적응이 진화했다는 본 연구의 가설은 포괄적으로 보면 기생체에 대한 심리적 방어가 인간의 다양한 문화적 현상, 가치, 이념, 관습 등을 초래했다는 기생체-스트레스 이론의 틀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향신료의 항균 가설은 여러 국가들의 전통 요리법에서 향신료 사용 패턴의 변이에 대해서만 검증이 이루어졌지만, 오늘날 기생체-스트레스 이론은 (1) 집단간의 상관 관계에 대한 비교 연구, (2) 실험실에서 특정 자극에 의한 점화(priming) 연구, (3) 성격 등의 안정적인 개인차 연구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다양하게 검증이 이루어지고 있다(Tybur, Frankenhuis, & Pollet, 2014).
이들 세 차원에서 향신료 선호의 적응적 가설이 어떤 새로운 예측을 내놓는지 알아보자.
6.1. 집단(소지역, 국가, 대륙)간의 향신료 사용 패턴상의 차이에 대한 예측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기생체-스트레스 이론에 따른 한 최신 연구는 각 나라의 연평균 기온이라는 간접적 척도가 아니라 병원체의 득세 수준을 직접 조사하여 이 변수가 각 나라 음식의 향신료 사용 정도를 유의미하게 예측함을 발견하였다(Murray & Schaller, 2010). 이에 따른 논리적인 귀결로서, 본 연구자는 한 국가 내에서도 병원체가 득세하는 곳(예컨대 여름이 덥고 습한 곳)은 병원체가 상대적으로 적은 곳(예컨대 위도와 고도가 높아서 온도가 추운 곳)보다 강한 향신료를 많이 써서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즐길 것이라고 예측한다(2장 1절의 예측 4 참조).
6.2. 병원체를 암시하는 단서를 개인에게 점화하여 일어나는 향신료 사용 패턴의 변화에 대한 예측
기생체-스트레스 이론이 생산하는 예측을 검증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실험실에게 참여자들에게 병원체의 존재를 암시하는 단서를 점화시킨 뒤 그에 따라 촉발되는 행동 및 태도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 기법은 병원체와의 접촉을 피하게 해주는 심리적 적응의 연산 구조는 1) 병원균의 단서를 입력 받고, 2) 그 정보를 처리하여, 3) 최종 결과물로서 병원체를 알려주는 단서를 접하기 전보다 병원체를 회피하는 행동을 우선순위에 놓는 “목표” 상태를 만들어낸다고 가정한다(Tybur, Lieberman, Kurzban, & DeScioli, 2013). 예컨대, 진화 심리학자 제이슨 포크너(Jason Falkner)와 그 동료들은 한 집단에게는 병원체의 위험을 강조하는 사진들을, 다른 집단에게는 감전사나 교통사고의 위험을 강조하는 사진들을 보여 주었다. 그러고 나서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이입 정책에 대한 찬반을 물었더니, 전염병을 피하려는 동기가 활성화된 집단에서 외국인 노동자 이입에 대한 반대가 더 높았다(Faulkner, Schaller, Park, & Duncan, 2004).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자는 실험실 혹은 현장에서 음식에 병원균이 잠복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외부적 단서를 실험참여자에게 점화시킨다면, 향신료를 많이 써서 음식 매개 질병을 피하고자 하는 진화적 동기 (motive)가 활성화되어 결국 전보다 더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일시적으로 더 선호하게 되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예컨대, 실험 참여자들에게 매운 음식 혹은 담백한 음식에 대한 선호를 질문하되, 한 실험 집단은 덥고 습한 방에서 설문조사를 하고 다른 통제 집단은 서늘하고 쾌적한 방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면, 상대적으로 더운 방에서 설문에 답한 참여자들은 매운 음식을 더 좋아한다고 답하는 경향이 더 높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연구들이 시각적 단서를 참여자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실험자가 의도하는 정서 상태를 점화시킬 수 있음을 보였다(예컨대, Faulkner, Schaller, Park, & Duncan, 2004).
따라서 한 집단에게는 더운 날씨, 곰팡이가 피어난 빵, 상한 고기 등 음식 매개 질병에 관련된 사진을 보여주고 다른 집단에게는 음식 매개 질병과 무관한 사진을 보여준다면 전자의 집단에서만 매운 음식에 대한 선호가 더 높게 나오리라고 예측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항은 실험실에서 혹은 자연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때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향신료를 선호하는 패턴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본 연구자의 적응적 가설로부터 체계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몸이 스트레스에 오래 노출되면 여러 스트레스 호르몬이 생기며, 이 호르몬들이 면역력을 저해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예컨대, 대표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은 과다하게 분비되면 초기면역 반응이 억제되고, 백혈구 분화가 억제되는 등 면역기능을 저하한다(Segerstrom
& Miller, 2004). 진화적인 관점으로 풀면, 스트레스는 당장 눈앞에 닥친 생존상의 문제에 집중적으로 매달리게 해주는 촉매제이므로 장기적인 건강에 관여하는 면역 능력이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것이다 (Sapolsky, 1994). 그러므로, 스트레스가 면역 능력을 저해함을 고려해 보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하여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음식 속에 내재한 세균에 의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에 대처하고자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향신료가 많이 첨가된 매운 음식에 대한
사람은 실제로 매운 음식과 단 음식을 더 많이 찾았다고 여러 연구들이 보고하였다. 예컨대, 김경희(2000)는 한국의 여대생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음식을 가장 많이 찾음을 발견했다. 이
6.3. 성격, 기질 등의 개인차에 의존하는 향신료 사용 패턴상의 차이에 대한 예측
기생체-스트레스 이론이 만드는 예측을 검증하는 세 번째 방법으로서, 향신료를 선호하는 정도에 있어서의 개인차가 성격, 기질 등의 다른 개인차와 안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이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본 연구자의 적응적 가설은 병원균에 대한 감수성이 선천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매운 음식을 더 선호하리라고 예측한다. 즉, 남들보다 혐오 물질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결벽증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매운 음식을 더 선호할 것이다.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혐오 감수성이 민감한 사람들은 대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다. 즉, 이러한 예측은 매운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대개 모험적이고 위험 감수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일반적인 선입견과 배치된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고 새로운 자극에 민감한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즐김을 보고하였다(Byrnes and Hayes, 2012). 이러한 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본 연구자는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고 위험 감수를 즐기는 사람들은 그 일환으로써 다른 나라의 생소한 향신료를 다양하게 사용한 매운 음식을 즐기는 것이라고 본다. 예컨대, 한국인이 보기에는 생소한 바질, 타임, 오레가노 등의 낯선 향신료를 첨가한 외국 음식에 기꺼이 도전하는 사람들은 주로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고 즐겨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러한 혼동 요인을 통계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 낯선 향신료가 아니라 이미 친숙한 향신료를 사용해서 만든 모국의 전통적인 매운 음식에 대한 선호로 대상을 한정시키면, 혐오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자기 나라의 친숙한 매운 음식에 대한 선호가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 확증될 것이다.
7. 결론
본 연구는 향신료를 넣은 매운 음식을 즐기는 행동은 음식 속에 내재한 병원체를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함이라는 항균 가설을 최근 제안된 기생체-스트레스 이론의 관점에서 보다 발전시키고 새로운 통찰을 모색하고자 했다. 항균 가설을 처음 제안한 진화생물학자 폴 셔먼이나 최근의 문화 진화론자들은 향신료가 첨가된 음식을 선호하는 행동은 자연 선택에 의해 특수하게 설계된 심리적 적응의 산물이 아니라 순전히 모방과 학습을 통한 문화적 전달의 산물이라고 본다. 본 연구는 이러한 기존 견해를 비판하면서, 매운 맛에 대한 선호는 펩시콜라보다 코카콜라를 더 선호하는 것 같은 문화적 적응이 아니라, 먼 과거의 수렵-채집 환경에서 우리의 조상들이 섭취했던 음식물 속에 들어 있을지도 모를 병원체를 회피해야 한다는 적응적 문제를 잘 해결하게끔 자연 선택에 의해 정교하게 설계된 심리적 적응에서 유래한다고 주장했다. 향신료가 첨가된 음식을 선호하는 행동이 어떠한 설계상의 특질을 지녔을지 엄밀히 분석함으로써, 본 연구는 향신료 사용에서 나타나는 문화간의 차이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개인차에 따른 차이와 실험실 또는 자연 환경에서 주어지는 특수한 자극에 따른 상황적 차이에 대해서도 새롭고 검증 가능한 예측들을 제안하여 매운 맛에 대한 선호를 통섭적으로 이해하는 초석을 놓고자 했다.
말할 필요 없이, 본 연구가 제안하는 적응적 가설에서 도출된 예측들은 향후 실증적인 연구들을 통해 엄밀히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처럼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만일 이러한 예측들이 풍부하게 확증된다면 본 연구에서 제안한 향신료 사용의 적응적 가설은 식품을 판매하는 기업 혹은 음식점에서의 마케팅 및 판매 전략 수립이나 음식 문화 관련 정책 수립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리라 기대된다. 예컨대, 주위 환경이 덥고 습도가 높거나, 아니면 병원체의 존재를 암시하는 시각적 단서가 외부적으로 주어지면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일시적으로 더 선호하게 되리라는 예측이 실제로 확인되었다고 하자. 식품을 제조, 판매하는
말할 필요 없이, 본 연구가 제안하는 적응적 가설에서 도출된 예측들은 향후 실증적인 연구들을 통해 엄밀히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처럼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만일 이러한 예측들이 풍부하게 확증된다면 본 연구에서 제안한 향신료 사용의 적응적 가설은 식품을 판매하는 기업 혹은 음식점에서의 마케팅 및 판매 전략 수립이나 음식 문화 관련 정책 수립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리라 기대된다. 예컨대, 주위 환경이 덥고 습도가 높거나, 아니면 병원체의 존재를 암시하는 시각적 단서가 외부적으로 주어지면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일시적으로 더 선호하게 되리라는 예측이 실제로 확인되었다고 하자. 식품을 제조, 판매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