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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농정과 관련된 ‘계획’의 관점에서 그리고 ‘자치분권’이라는 관점에서, 여 러 사례를 중심으로 농촌 지역 주민의 참여 문제를 살펴보았다. 지역계획이든 국 고보조 농정 사업 계획이든, 농정 사업에 주민 스스로의 필요와 제안을 반영하는 핵심 기제로서 주민 참여는 농정 지방분권화의 중요한 요소다. 계획 과정에서 주 민 참여가 최대한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 면 ‘농촌 주민의 계획 과정 참여’가 일어나는 다양한 계기를 살펴보고, 참여를 촉 진하는 요건들을 도출해야 한다. 이 장의 1절과 2절에서 살펴본 사례를 토대로 농 촌 주민의 계획 과정 참여 계기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37) 농촌신활력플러스 사업 추진지침의 용어로는 ‘액션 그룹’이다.

그림 4-1 계획 과정에 주민 참여를 촉진하는 요소

지역발전 의제 형성 및 공유

예비 계획 수립

계획 수립

* 지역 내 사회자본(단체, 조직 형성 정도)

* 주민 직접 계획 수립 제도

(예: 읍·면 마을계획, 주민 참여예산제)

* 의제 형성을 위한 주민 모임(예: 원탁회의)

* 주민 소통 및 애니메이션을 돕는 조력자 (예: 중간지원조직, 주민활동가)

* 주민이 참여해 계획을 수립하게 권장하는 사업 지침 또는 법제 (예: 신활력플러스 사업 추진단, 주민에게 계획 심의·의결권 부여)

* 지방자치단체 행정의 개방성 (예: 주민 활동가와의 협의)

* 주민 간의, 민-관의 소통을 돕는 조력자 (예: 중간지원조직, 전문성 있는 계약직 공무원)

* 민간 부문 단체의 조직화 및 연합 수준

* 지자체-주민조직의 동반자 관계(partnership) 의식과 관행 자료: 저자 작성.

첫째, 지역 내에 사회자본이 많이 축적되어 있을수록 주민들이 지역발전 의제 를 형성·공유하여 계획 수립 과정에 반영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때 의제란 주 민의 수요가 반영된 언표(言表)에 다름 아니다. 사회자본은 결국 지역사회 조직이 나 단체의 수 그리고 그것들의 연결망 밀도로 표현되는 바, 의제가 수렴되고 공유 되는 ‘지역사회의 장(community field)’(김정섭 외 2017: 111; Bridger et al. 2011) 은 사회자본의 수준에 좌우된다.

둘째, 농촌 주민들이 지역의 의제를 직접 논의하는 모임을 갖도록 권장하는 정 책이나 제도가 지방농정과 관련된 계획의 일상성 및 포괄성 수준을 높이는 방식으 로 주민 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 그 같은 논의 모임은 ‘지역사회 비전 수립

(community visioning)’이라는 명칭의 기법으로도 알려져 있다.38)가령, 1절에서 소개한 홍성군 홍동면의 주민 원탁회의가 바로 그 같은 ‘지역사회 비전 수립’ 활동 이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작은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스스로 필요한 것과 전 망을 이야기하도록 이끄는 모임이다.

셋째, 지역사회 비전 수립 모임의 차원을 넘어서, 농촌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지 역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나 제도가 있다면 지방농정과 관련된 의제 를 형성하고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주민 자치 활성화라고 표현할 수 있는 자치분권의 정부 정책 기조는 읍·면 단위 주민주 도형 지역계획 수립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농촌에서 주민주도형 지역계획이 수립된다면, 필연적으로 농정 사업 요구가 상당 부분 포함될 것이다.

넷째, 농촌 지역사회 안의 조직 및 단체들 사이의 연합이나 협력 연결망을 구축 하는 일, ‘지역사회 비전 수립’ 모임을 열거나 지역계획을 주민들이 주도해서 수립 하는 일 등에 조력하는 활동가는 계획 과정에의 주민 참여를 촉진하는 중요한 인 적 자원이다. 그런 활동가는 다른 생업에 종사하는 주민일 수도, 이른바 중간지원 조직에 종사하는 직업 활동가일 수도, 농촌 지방자치단체에 계약직 공무원으로 고용된 사람일 수도 있다.39)

38) “지역사회의 미래를 계획하는 것은 어렵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지역사회 주민은 지역 사회의 미래에 대한 비전보다는 자신의 일상생활 사에 관심이 더 많기가 쉽다. 주민은 좋은 학교를 원하고, 괜찮은 일자리를 원하고, 생활하기에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을 원한다. 그러나 비전을 세우 지 않는다면, 지역사회는 그런 이슈들에 관하여 스스로 의사결정 하는 능력에 제한을 받게 된다. 주 민 말고 누가 지역사회의 미래를 결정해야 한단 말인가? 지방정부가 계획을 수립하려고 고용한 컨 설턴트가 해야 하는가? 주 정부나 연방 정부의 기구가 고속도로 나들목 설치, 습지 보전 등의 문제에 관해 결정해야 하는가? 민간 건설업자가 쇼핑몰 건설을 계획해야 하는가? 이 모든 일이 지역사회의 미래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지역사회에 사는 몇몇 개인들이 집단을 이루어 지역사회의 미래와 관계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주민이 지역사회의 미래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능 동적으로 비전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Green et al. 2000: 1-1).

39)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 같은 활동가를 애니메이터(animator)라고 지칭하며, 유럽 전역의 7개 대학에 석사과정을 설치해 농촌에서 활동하는 애니메이터를 양성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European Masters Programme for Rural Animators). 이 교육과정의 안내 책자에서는 농촌 애니메이터가 수행하게 될 과업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제시한다(Education and Culture

다섯째, 농촌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세부 내용을 편성해야 하는 대형 국고보 조 농정 사업의 경우 계획 과정에 주민 참여를, 정확하게는 지역의 민간 부문 행위 자들이 주도적으로 계획하도록 국고보조 사업 지침을 마련하는 게 도움이 된다.

이 같은 중앙정부의 지시는 지방자치단체 행정 부문의 개방성을 촉진하며, 중간 지원조직이나 전문성 있는 계약직 공무원의 활동 무대를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여섯째, 농촌 지역의 민간 행위자들이 계획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역할을 수행 하도록 유인하는 국고보조 사업 지침, 주민참여형 계획 제도, 주민 활동가나 중간 지원조직 활동가 등 지역 내 민간 부문 인적 자원을 동원하도록 자극하는 제도 설 정은 모두 궁극적으로는 농촌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단체·조직의 동반자 관계 형 성을 촉진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치분권 측면에서 농정의 지방분권화에도 기여 할 것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계획협약 제도’

는 앞에 언급한 시사점들과 논리적으로 조응하는 국고보조 농정 사업 추진체계의 기본 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계획’을 통해 농촌 지역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책 요 구를 포괄·통합하는 한편, 협약이라는 형식을 통해 중앙과 지방의 수직적 관계를 조금 더 수평적인 방향으로 이동시키며, 협약의 중요 조건으로 주민 참여를 부각 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획협약 제도 자체가 자 치분권을 보장할 수는 없다. 제도가 논리적으로 타당해도, 농촌 지역에서 다른 필 요조건이 충족되어야 의도한 대로 작동할 것이다. 그 다른 조건들로는 여러 가지 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농촌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사이의 협력, 즉 민관 거버넌스의 문제다.40)

Lifelong Learning Programme ERASMUS 2012). 첫째, 지역사회 안에 상호 신뢰를 형성하고 지한다. 둘째, 발전 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리더십을 발휘한다. 셋째, 발전 계획 실행 과정에 참여 하고, 조정 및 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넷째, 서로 다른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중개자로서 활동하며, 의사결정권자와 지역사회 사이의 연결고리로서 활동한다.

40) 여러 층위에서 시도되고 있는 지방농정 거버넌스의 형식과 내용을 분석하는 것은, 이 연구의 3년차 (2020년)에 중점적으로 다룰 과제다.

제5장

결론

결론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