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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이 사실상의 검증조서를 수사보고서로 작성하였을 경우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수사보고서는 사법경찰관이 수사의 경위와 결과를 내부적으로 보고하기 위하여 작성한 서류에 불과하므로 수사보고서상에 비록 검증의 결과에 해당하는 기재가 있다고 하여 이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 기재부분은 증거로 할 수 없다고 하였다.41)

검증조서란 법원 또는 수사기관이 검증(사람 물건, 장소의 성질과 상태를 시각, 미각, 청각, 후각, 촉각 등의 오관작용에 의하여 인식하는 강제처분)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를 말한다. 검증조서에는 법원, 법관의 검증조서와 수사기관 작성의 검증조서가 있고, 법원, 법관의 검증조서는 공판준비기일이나 공판기일에 법원, 법관의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는 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법 제311조).

이와는 달리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검증조서는 영장에 의하거나(법 제215조),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는 강제처분(법 제216조) 또는 피검자의 승낙에 의하여

41)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도2933 판결.

검증한 결과를 기재한 조서를 말한다.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검증 조서의 증거능력은 법 제312조 제6항에 의하여 적법한 절차와 방식과 실질적 진정 성립이 증명되지 않으면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증거능력을 인정 받기 위해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되고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 에서 작성자의 진술에 따라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수사 기관이 작성한 검증조서의 증거능력을 법원, 법관의 검증조서의 증거능력과는 달리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검증조서에 기재된 피의자 또는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의 증거능력에 대해서도 견해의 대립이 있으나 조서작성의 주체와 진술자에 따라 법 제312조 제1항 내지 제4항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 이다. 따라서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검증조서에 대하여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만 동의를 하였을 뿐이고 검증조서에 기재된 진술내용 및 범행을 재연한 부분에 대하여 그 성립의 진정 및 내용을 일부는 부인하고 일부는 인정하고 있다면 부인하는 부분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42)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실황 조사서도 검증조서와 비슷한 논리로 사실상 피의자신문조서와 같으므로 피고인이 된 피의자가 공판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43) 또한 판례는 검사와 피고인이 사건에 관하여 나눈 내용과 장면을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에 대한 법원의 검증조서를 피의자신문조서로 취급하여 피의자신문 조서에 준하여 증거능력을 가려야 한다고도 판시하고 있다.44)

42)대법원 1998. 3. 13. 선고 98도159 판결.

43)대법원 1984. 5. 29. 선고 84도378 판결. 또한 사법경찰관 사무취급이 작성한 실황조서가 법 제216조 제3항에 따라 검증에 따라 작성된 것이라면 사후영장을 받지 않으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다(대법원 1989. 3. 14. 선고 88도1399 판결).

44) 대법원 1992. 6. 26. 선고 92도682 판결(다만, 이 판결은 현행 형사소송법상으로는 수사기관의 영상녹화물을 본증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본다면 큰 실익이 없는 판결이다). 또한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13846 판결에서는 피고인들이 금지 통고된 옥외집회를 진행하던 중, 자진 해산명령을 받고도 이에 불응하였다고 하여 관할 경찰공무원 등에 의해 체포되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검사가 수사보고서에 첨부하여 제출한 체포 장면이 녹화된 동영상 CD에 대하여 원심이 형사소송규칙에서 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유죄증거로 채택한 조치는 잘못이라고 판시하였다.

생각건대, 법 제312조 제6항에 의할 경우에도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수사보고서는 작성자의 관직과 성명, 그리고 날인만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검증조서를 수사보고서 형태로 작성된다면 이는 적법 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법 제312조 제6항에서 말하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을 피의자 신문조서와 같이 동일한 수준으로 요구된다고 보아 이에 반하는 경우에는 무조건 증거능력을 배척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피의자신문절차에서 요구되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과 수사기관의 검증절차에서 요구되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은 다르다. 피의자신문 절차는 일반적으로 법 제241-245조를 준수하여야 하고, 법 제309조에도 저촉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피의자신문은 임의수사로 수인의무가 없다는 점이 일반적이다.45) 하지만 수사기관의 검증은 강제처분으로 압수 ․ 수색의 규정이 준용되므로 영장주의에 관한 제반규정들이 적용되고 피의자의 수인의무가 고려되지 않는다. 그리고 수사기관이 실시하는 검증조서 에는 피의자의 성명, 사건명, 검증관의 관직과 성명, 검증일시, 검증을 한 장소 또는 물건, 검증목적, 참여인의 성명, 생년월일, 연령, 현장의 위치, 현장부근의 상황, 증거물, 참여인의 지시설명, 검증관의 의견이나 판단 등이 기재된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검증절차에는 피의자 또는 변호인이 반드시 참여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46) 또한 수사기관이 행한 검증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성명과 이에 참여한 검찰수사관이나 사법경찰관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필요 하고 피의자의 서명 ․ 날인도 요구되지 않는다. 물론 필요하다면 도면이나 사진이 첨부되기도 한다.47) 그리고 수사기관이 검증결과를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45)다만, 대법원 2013. 7. 1.자 2013모160 결정에서는 구속 피의자는 수사기관의 조사에 대한 수인의무가 있다고 보고 있다.

46)물론 피의자 또는 변호인이 수사기관의 검증영장의 집행에 참여할 권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긍정하는 견해와 부정하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47)예외적으로 법 제222조에서 규정하는 변사체 검시도 있는데, 이는 검사의 영장 없는 강제처분 으로서의 긴급 검증에 속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검증을 행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진술에 의 하여 성립의 인정함이 인정된 때에 증거로 할 수 있다.48) 이와 같이 수사기관 이 피의자신문절차에서 준수하여야 하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과 수사기관이 검증을 실시할 때 준수하여야 할 ‘적법한 절차와 방식’의 구체적으로 다르며, 그 절차와 정도에도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피의자신문절차에서 요구되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이 검증절차에도 그대로 준용하여 검증조서의 증거능력의 유 ․ 무를 피의자신문조서에 준하여 판단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사견으로는 사실상의 검증 조서를 수사보고서의 형식을 빌어 사소한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어긋나 작성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획일적으로 증거능력을 배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수사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이 사실상의 검증조서의 내용과 검증 결과를 기재한 것과 다름없고 검증조서에서 요구되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이 대부분 준수되어 작성되었다면 제312조 제6항에 따라 증거능력의 유 ․ 무를 판단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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