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세제개혁을 위한 논의의 시각과 관점

(간지)

Ⅳ. 세제개혁을 위한 논의의 시각과 관점 67

1. 세제개혁의 필요성 및 방법

우리 경제는 1950년대 중반 이후부터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괄목할 만한 성장 발전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지난 1997년 말의 경제위기로 엄청난 국부를 상실한 이래 성장잠재력이 저하되면서 어려움을 겪 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과 결과로서 우리나라의 조세정책과 세 무행정은 상당한 변화를 겪어 왔다. 현행 조세제도 및 세무행정의 주된 역할은 1960년대 초부터 계속되어 온 정부주도하의 경제성장 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조세정책을 제대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세제 또는 조세의 기능 및 역할이 무엇인가가 제대로 인식되고 항시 명심되어야 한다. 조세의 제1차적 기능은 국가 활동에 필요한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는 것이 다. 주어진 세수를 확보한다는 전제하에서만 사회의 구성원에게 세 부담을 어떻게 공평하게 배분하느냐 하는 것과 조세가 민간의 경제 활동을 가장 적게 왜곡시킬 수 있도록 하는 효율성이 추구되어야 한 다. 국고조달 기능이 무시되거나 등한시되면서 효율성과 공평성의 추구가 전면에 부각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의 조세정책 논의를 보면 형평성 논리가 지나치게 지배적이다.

세제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현실적 여건을 살펴보면 첫째, 경 제의 개방화・국제화가 급진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기준 에 맞지 않거나 경쟁국에 비해 불리한 제도가 존재하고 있으며, 둘 째, 과세행정의 편의나 과도한 정책적 고려 때문에 불합리하게 세제 가 민간부문의 경제활동을 규제하고 있는 사항이 많으며, 셋째, 정 보화・탈산업화의 진전으로 사회의 본질과 국민의 의식이 판이하게

68 국가 번영을 위한 근본적 세제개혁 방안

달라졌으며, 넷째,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환경 및 교육투자, 통일 대 비 등 증대하는 재정수요를 계속 뒷받침하여야 한다.

경제성장이나 경제위기로 인하여 조세정책의 내용이나 조세정책 환경이 변하여도 효율과 형평이 조세정책의 두 축이 되는 것은 변함 이 없다. 다만 국가목표나 경제상황에 따라 조세정책의 역할의 구체 적인 내용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 경제는 경제위기 이후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사회의 투명성이 높아짐에 따라 계층 간 사회통합 을 위해 조세의 형평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되고 있는 실정이나, 소 득 종류 간・계층 간 세부담 형평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가 간 자본이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외국자본과 기업을 유치하 기 위한 국제적인 조세경쟁(tax competition)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 므로 세계시장에서 주요 각국과 경쟁하여야 하는 소규모 개방경제 (small open economy)인 우리나라에서는 경쟁국보다 세율을 높지 않 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또한 세제와 세정은 지속적으로 개선하 여 조세제도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국민의 납세협력비용을 축소해 야 한다.

세제와 세정은 국가의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기 위한 경제체제의 기본 틀이다. 정보화・세계화・노령화가 진전되고 기술・자본・인력이 시공(時空)을 초월해 움직이는 무한 경쟁의 여건에서 소규모 개방경 제(small open economy)인 우리 경제가 새로운 체제로 도약하기 위해 서는 효율적인 세제와 세정의 구축이 요청된다. 현행 누더기 세제는 오래 전부터 우리 체제에 맞지 않았다. 자본・고급 두뇌・고급 기술의 확보가 오늘날의 국제경쟁의 관건인 상황에서 공평성의 명분이나 국내 정치에 사로잡혀 현재와 같은 조세정책을 추진한다면 우리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만다.

Ⅳ. 세제개혁을 위한 논의의 시각과 관점 69 인류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낮은 세부담과 작은 규모의 예산을 가진 나라는 흥하나, 높은 세부담과 방대한 국가예산으로 민 간부문에 원칙 없이 적극 개입하는 나라는 언제나 곧장 난관에 봉착 한다는 것이다. 현실의 불가피성을 이유로 이 사업 저 사업을 벌이 기보다는 고통스럽더라도 앞으로 최소 3년간 세출예산을 동결하면 서 세출의 구석구석에 산재해 있는 낭비와 비효율을 제거하는 동시 에 뒤엉킨 세제를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요청된다. 충족시키기 위한 재정수입의 증대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이다.

세제개혁은 그 기본적인 성격에 따라 조세설계(tax design)와 조세 개편(tax reform)으로 구분된다. 조세설계는 백지 위에 최적의 세제를 새로 그리는 것과 같은 개혁을, 조세개편은 현행 세제를 바탕으로 하여 점진적으로 최적세제에 접근시키는 개혁을 의미한다.

설계적 세제개혁의 경우 현행 세제에 대한 납세자의 관습 그리고 현행 세제에 의존하는 납세자의 행동양식을 바꾸게 되므로 이행을 위한 과도기의 처리가 매우 어렵다. 개편적 세제개혁의 경우 현상을 출발점으로 하여 점진적으로 개혁이 이루어지게 되므로 혼란을 피 할 수 있으나, 현상 유지적인 세제의 미조정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 고도 성장기에는 세수의 자연적 증가를 배경으로 설계적 세제개 혁이 자주 이루어져 왔다. 이는 세제개혁의 내용이 모든 사람을 유 리한 상황으로 이끌 수 있었기 때문인데, 경제가 고속성장을 멈춘 시점에서 모든 사람에게 동시에 혜택을 베푸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 서는 개편적 세제개혁도 용이하지 않다.

오늘날 우리의 정치현실과 정책 담당자들의 자세를 볼 때 개편적 세제개혁도 용이하지 않으나, 국내・외적 여건을 볼 때 우리의 세제 와 세정은 설계적 관점에서 세제개혁이 한 번은 제대로 추진되어야

70 국가 번영을 위한 근본적 세제개혁 방안

한다.

요즈음 학계와 선진국에서는 소득과세를 인세 형태의 소비과세로 대체하는 방안, 법인소득세의 폐지, 소득세의 누진세율을 단일 비례 세율로 대체, 상속세제의 폐지 등 기존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세제개혁이 논의되고 있다.

조세정책은 경제이론, 세법이론 그리고 회계이론이라는 과학 (science)을 근거로 한 하나의 정치적 예술(art)이다. 학문적 이론을 바 탕으로 하는 과학적 요소와 정치적 역량 발휘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예술적 요소가 잘 조화될 수 있을 때 조세정책 및 세무행정과 관련 한 개혁은 성공할 수 있으며 국민복지는 증진될 수 있다.

역대 모든 정권이 세제개혁을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집권 후 세제 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한 번도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다. 그 이 유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레이건(R. Reagan) 대통령과 부시(G. W. Bush)대통령의 지도력이 훌륭한 사례가 된다. 부시 대통 령과 레이건 대통령은 후보로서 세제개혁을 구체적인 공약으로 내 걸고 취임 후 6개월 내에 야당을 설득시켜 세제개혁 법안을 의회에 서 통과시켰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의회를 설득시키고 집권 초기 에 최우선적으로 세제개혁을 마무리하였다.

Ⅳ. 세제개혁을 위한 논의의 시각과 관점 71

2. 세제개혁이 추진되지 못한 근본적 이유

세제개혁 논의는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지 금까지 제대로 된 세제개혁이 추진되지 못했다.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똑똑한 세제 관련 공무원들이 세제개혁을 왜 제대로 하지 못했을까? 근본적 이유는 세수 결함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세수를 걱정하면 잘못된 세제를 반듯하게 할 방안이 있더라도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없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10조∼30조 원의 세수를 손 에 쥐고 세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매년 10조 원 규모의 세원을 확보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첫째, 세 출을 동결하면 매년 최소 10조 원 규모의 감세가 가능하며, 둘째, 부 가가치세 세율을 10%에서 12%로 올리면 9조 원이 증수되며, 셋째, 외부불경제를 유발하는 술・담배・유류에 대해 현 수준보다 50%를 더 징수하면 매년 10조 원의 추가적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 이 세 가지 대안을 잘 조합하면 20조 원의 세원은 쉽게 확보된다. 이러한 세원 이 전제되면 참으로 반듯하고 효율적인 새로운 세제를 설계해 낼 수 있다.

72 국가 번영을 위한 근본적 세제개혁 방안

3. 재정지출의 계속적 팽창과 재정사업 비효율의 원인

세금은 기본적으로 정부 세출에 충당하기 위하여 징수된다. 문제 는 재정지출이 계속 증대하고 정부지출이 낭비되어 납세자에게 불 필요한 부담을 계속 지우는 데 있다. 왜 모든 나라에서 재정지출이 계속 증대되고 정부지출 사업은 비효율과 낭비로 점철되는 것일까? 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들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도 실망스러운 결과 를 초래하는가? 정책의 목적은 성장을 촉진하고, 분배를 개선하고, 낮은 출산에 대처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일자리를 창출하 는 등등 분명히 바람직하고 인도주의적이고 고상한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러한 목적이 달성되지 않는 것일까?

초기에는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았다. 정부 규모와 사업이 적었고 재원을 부담할 납세자들은 많았다. 그리하여 개개인이 적은 액수를 부담하여 국가 본연의 업무를 훌륭히 수행할 수 있었고 도움이 필요 한 소수에게 상당한 혜택을 제공하였다. 정부 재정이 확대됨에 따라 정부 사업으로 혜택을 받는 수혜자와 부담자 간에 그 수와 금액이 역전되었다. 오늘날에는 우리 모두가 한 쪽 호주머니에서 꺼낸 돈을 다른 쪽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있을 뿐이다.

돈의 쓰임새를 간단히 분류해 보면 앞의 질문들에 대한 답이 분 명해진다. 돈을 쓸 때 주체가 그 돈의 주인 자신이거나 제3자인 타 인일 것이다. 그리고 돈을 쓰는 목적 또는 대상을 살펴보면 자기 자 신을 위해서거나 타인을 위해서 돈을 쓴다. 이처럼 두 쌍으로 이루 어진 대안들의 조합을 구하면 네 가지 조합이 생기는데 이는 다음의

<표 Ⅳ-1>로 정리될 수 있다.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