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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농촌지역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화되고 전통적 산업기반인 농업의 비중도 크게 낮아졌다. 기업의 투자 매력이 낮 아 줄어드는 농사를 대신할 일자리도 충분하지 않다. 인구의 과소화와 노 령인구의 증대 때문에 사회서비스 공급도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농촌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농촌의 저발전과 소외의 문제를 국가나 시장에만 맡길 수 없으며 제3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맥을 같이한다. 사회적기업의 모태가 되는 사회적 경제가 자본주의 의 심화와 산업화로 위험에 처한 노동자들의 대안경제로 시작한 것처럼 도 시화․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위험에 처한 농촌지역의 대안경제로 사 회적기업이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농촌지역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 사회 적 경제가 서구에서는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농촌문제 해결 의 대안으로 사회적기업의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지역 사회적기업에 대한 논의는 몇 가지 주제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사회적기업이 농촌에서 어떤 가치와 목표를 추구 하며 주요 역할과 활동 영역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이다. 둘째는 사회적 기업이 농촌의 내생적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셋 째는 사회적기업의 경영 성과와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역량의 측정과 강화 방안에 대한 논의이다. 이하에서는 각 주제별로 어떤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는지와 그 한계점을 살펴본다.

2.1. 농촌지역 사회적기업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논의

일반적으로 사회적기업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그리고 환경적 가

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경제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Jiwa, 2002). 사회적 배 제와 경제적 기회의 박탈, 그리고 환경의 악화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농 촌지역에서 사회적기업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증대하고 있다.

영국의 환경식품농촌부(Defra)는 농촌지역 사회적기업의 목표를 건강하 고 지속가능하며 사회적으로 통합된 경제의 창출을 돕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Skills & Rural Enterprise Division, 2005). Defra의 장관을 역임한 마 이클(Alun Michael)은 이를 세분하여 농촌지역 사회적기업의 여섯 가지 역 할을 제시하였다. 첫째, 사회적기업이 아니라면 제공되지 않을 농촌지역의 서비스 전달이다. 둘째, 농촌의 재활성화 및 경제개발이다. 셋째, 사회적 배제 및 재정적 배제에 대한 해결이다. 넷째, 커뮤니티 개발이다. 다섯째, 지방의 역량 구축 및 권능화이다. 끝으로 농촌 주민들에 대한 일자리 경험 및 교육․훈련에 대한 기회 제공이다(Michael, 2003).

그림 1-1. 농촌지역 사회적기업의 가치와 목표

이러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농촌지역 사회적기업에 대한 모델 구축은 미 흡하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논의가 주로 도시적 상황에 적합한 것이었고 농촌지역에서의 관심은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존의 논의를 종합하면 농촌지역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목표를 커뮤니티 서비스의 공 급, 협력과 제휴에 의한 농촌 지역사회의 역량 강화,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개발로 제시할 수 있다(그림 1-1).

사회적기업은 이윤 지향적인 민간영역과 국가에 의한 계획공급의 공공 서비스 영역 사이에 존재하며 경제체계 중 제3체계에 속한다(그림 1-2). 제 3체계에서도 자원봉사활동 조직보다는 경제활동에 의해 사회적 목적을 추 구하는 기업으로 조직화된 영역에 속한다.

또한 농촌지역의 사회적기업은 도시의 사회적기업과 어느 정도 차별적 인 활동영역을 가진다. 주요한 활동영역으로 우선 사회서비스 공급과 농업 기반 활동을 들 수 있다. 인구의 과소화와 고령화로 인한 사회서비스 공급 의 애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이나, 지역경제의 기반이 되어 온 농산물과 가공품의 생산과 유통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들어 관심이 증대하고 있는 분야로 유기농 생산과 로컬푸드, 교통, 환경, 여행, 문화·예술·관광, 커뮤니티 소유의 자산운용 등을 들 수 있다 (New Economics Foundation, 2002). 농업부문에서는 공동체지원농업 (CSA)이나 로컬푸드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이 증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접근성의 부족과 교통약자의 비중이 높은 농촌에서 커뮤니티 교통이 관심 을 모으고 있다. 공정여행과 같은 대안관광이나 지역자원을 활용한 문화·

예술분야도 농촌지역 사회적기업의 활동영역으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신용석, 2009).

도시에서는 사회적기업의 활동영역이라 할 수 없는 것도 농촌에서는 사 회적기업이 담당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현금자동지급기(ATM) 서비스 공급, 마을 상점 운영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웬만한 중소도시라 면 흔한 상업서비스이지만 농촌에서는 이미 소멸된 경우가 적지 않다. 영 국에서는 최근 15년 동안 주로 농촌지역 사회적기업에 의해 180개의 커뮤 니티 소유 마을상점이 설립·운영되고 있다(Plunkett Foundation, 2008).

그림 1-2. 사회적기업의 영역

자료: Pearce, 2003.

기존의 논의들이 제시하는 농촌 사회적기업의 주요 활동영역을 종합하 면 다음과 같다. 이는 농촌지역의 만족되지 못한 필요(unmet needs) 영역 이기도 하며, 또 다른 측면에서는 농촌 사회적기업의 실행 가능한 비즈니 스 모델을 제공하는 영역이기도 하다(SERA, 2010).

■ 교통 ■ 거주가능 주택의 제공

■ 자연환경 보존과 활용(utilizing natural lands)

■ 예술과 장인기술 ■ 농업 및 식품안전

■ 탄소배출권 ■ 노인 대상 서비스

■ 교육프로그램 ■ 보건 및 사회 서비스

■ 아동 돌봄 ■ 가사 서비스

■ 그린 에너지 ■ 커뮤니티 편의시설

■ 청소년 활동 ■ 커뮤니케이션(인터넷 등)

■ 금융 서비스 ■ 레크레이션 활동

■ 관광 ■ 폐기물 관리

2.2. 농촌지역의 내생적 발전과 사회적기업에 대한 논의

농촌지역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활동영역에 대한 논의가 늘어나 면서 최근에는 농촌의 내생적 발전과 연계하려는 논의도 있다. 이러한 관점 은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 공급이나 일자리 창출과 같은 단편적 역할 을 넘어, 사회적기업을 영역적 관점(territorial approach)에서 지역개발과 연 계해 이론화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역개발 시나리오는 대개 4가지로 구분되는데, 첫째는 위로부터의 개 발, 즉 중앙정부로부터의 자원배분에 의한 지역개발이다. 둘째는 밖으로부 터의 개발로 이는 외부자본 유치에 의한 지역개발이다. 셋째는 상황을 기 다리며 지켜보는 관망으로, 이는 결국 지역주민들이 좀 더 나은 지역으로 이주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넷째는 내부로부터의 개발로, 지역 스스로의 경제적 자립을 모색하는 내생적 발전전략이다(Karl, 2009).

국가와 시장의 실패가 공존하는 농촌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시나리오 는 채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 번째는 전략적 선택이라 할 수 없는 시 나리오다. 결국 농촌은 내생적발전을 도모하는 경제적 자조 전략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내생적발전 전략은 기본적으로 다음 여섯 가지 기본 원리를 견지하고 있다. 첫째, 기본적으로 공익을 추구한다. 둘째, 통합적·총체적 접근을 지 향한다. 셋째, 지역 주민의 채워지지 않은 필요의 공급을 우선한다. 넷째, 지역경제의 순환구조 구축을 중시한다. 다섯째, 사회자본의 구축과 개선을 중시한다. 여섯째, 커뮤니티 중심의 개발을 지향한다(Karl, 2009).

내생적 발전의 이러한 원리는 사회적 경제가 기반하는 자조와 연대의 원리와 매우 닮아 있다. 내생적 발전 전략과 사회적 경제 또는 사회적기업 이 추구하는 가치나 목적의 유사성은 농촌지역개발을 위해 사회적기업이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에서 사회적기업이 쉽게 육성될 수는 없다. 사회적기업과 같은 커뮤니 티를 지향하는 새로운 기업의 촉진은 내생적 농촌지역개발의 중·후반부 단 계에서나 모색할 수 있는 전략이다(Karl, 2009; 그림 1-3).

그림 1-3. 내생적 농촌지역개발과 사회적기업

동일한 논리가 일본의 커뮤니티 비즈니스에서 발견된다. 일본에서 커뮤 니티 비즈니스는 주민의 자발적인 마을만들기 추진과 함께 중앙정부와 지 자체의 지역활성화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일본의 마을만들기 사업은 이미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지금까지 대체로 4단계의 발전 단계를 거치고 있다. 첫 번째는 핵심 리더 중심의 지역통합 단계이며, 두 번째는 지역자원의 가치 발견 및 네트워크, 세 번째는 지역산업 기반의 지 역 만들기, 네 번째는 지속가능한 지역 만들기 단계이다.

이러한 마을 만들기의 4단계 중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본격적으로 형성·

발전하는 단계는 2단계 말이거나 3단계에서이다. 즉 지역자원을 활용한 산 업 육성이 형성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자립의 기반이 구축되어야만 커뮤 니티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아래 사례 참조).

일본 미야마정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례

미야마정은 교토부 중앙에 위치한 96%가 산림인 산간지역이자 고령화율 이 2004년 기준 35.1%인 초고령화 지역이다. 미야마정은 1970년대 초부터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였으며, 1990년대 초 미야마 후루사토㈜ 설립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추진해 오고 있다.

미야마정은 교토부 중앙에 위치한 96%가 산림인 산간지역이자 고령화율 이 2004년 기준 35.1%인 초고령화 지역이다. 미야마정은 1970년대 초부터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였으며, 1990년대 초 미야마 후루사토㈜ 설립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추진해 오고 있다.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