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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의 목적

한국은 체감하는 불공정성이 높은 사회이다.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자본주의 와 정경유착,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 유전무죄․무전유죄로 대표되는 법의 공 정성 상실, 권력과 자본력을 동원한 군복무 면제, 학연과 지연, 혈연이 견고하게 연결되는 연고주의, 선거에서의 지역주의, 사회지도층의 비도덕성 등은 정의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게 한다.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이러한 전근대적인 사회 모습 을 감시하고 그 개선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는 사람들보다 지금의 사회를 유지하고 그 폐단을 덮으려는 사람들의 힘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무의미해 보일 만큼 우리 사회의 폐단과 그 폐단을 가능하게 하는 고리들이 견고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부정의한 모습에 대해 허탈감과 절망감을 느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진정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이 있기 마련이다. 정의로 운 사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과 더불어 부정의를 비판하고 영원한 감시의 눈 초리를 번득거리는 사람이 필요한 때이다. 대한민국에 감시의 눈초리를 번득거리 는 훈수꾼1)이 많아질수록 부정의는 줄어들 것이며 정의로운 사회가 결코 이상 속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훈수꾼을 길러내는 일, 그것은 바로 교육이 하는 일이다. 특히, 초등 도덕과에서의 정의 관련 교육은 정의에 관한 기본 가치관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정의로운 사회 실현의 씨 앗을 심는 일이며 정치 훈수꾼을 길러내는 첫걸음이다.

그렇다면 초등 도덕과에서의 정의 관련 교육은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하는 가? 역사적으로 여러 학자들이 정의(正義)를 다르게 정의(定義)하였다. 고대에 정의는 덕의 실현이었으며 근세에는 공리주의의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으로 설명

1) ‘훈수꾼’이라는 용어는 마이클 왈쩌가 1999년 10월 29일 철학과 현실사와의 특별대담에서 사 용한 kibitzers라는 용어를 번역한 것이다. 그는 다원적 평등사회를 이루기 위하여 상이한 가 치들 사이의 전환을 봉쇄하기 위한 영원한 감시의 눈초리(eternal vigilance)를 번득이고, 끊 임없이 불만과 개선가능성을 토로하는 사람을 정치 훈수꾼(kibitzers)이라 부른다.

되었다. 이후 자유주의, 공동체주의 진영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의론이 제시된다.

각각의 정의 개념은 모두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다. 정의 관련 교육 내용 역시 시 대적․사회적 요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부정의의 연결고리 를 끊어버릴 수 있는 정의론을 필요로 한다.

마이클 왈쩌(Michael Walzer)는 바로 이 부정의의 연결고리에 집중하며 정 의를 고민했던 학자이다. 그가 『정의와 다원적 평등(Spheres of justice)』

(1983)이라는 저서를 통해 정의론을 펼칠 당시인 1970년대 초반은 인종과 남 녀, 사회 계층 사이의 경제적 불평등과 갈등에 관련된 분배적 정의의 문제가 심 각하게 대두되던 시기였다. 자유주의가 극단화되면서 자본주의의 횡포와 정경유 착 등의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학계에서 주류를 이루었던 롤즈(John Rawls)는 『정의론(A theory of justice)』(1971)에서 합리적 인간관에 기초한 절 차적 정의를 강조했다. 이에 반해 왈쩌는 그 가치들 사이의 전환․연결고리를 끊 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자신만의 정의론을 구성한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사회의 전 근대적인 사회모습 개선에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되는 마이클 왈쩌의 정의론 을 살펴보고자 한다.

마이클 왈쩌의 정의론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행복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 다는 다원주의적 인식에 기초한다. 서로 다른 사회적 가치들은 서로 다른 기준에 의해서 존중되어야 한다. 더 많이 가졌다고 해서 모든 영역에서 특권의식을 가지 며, 가지지 못했다고 해서 자기 모멸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 다양한 사회적 가치 들에 대하여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한 영역의 기준이 다른 영역을 함부로 침 범하지 못 하도록 막는다면 권력 혹은 자본을 가졌다고 해서 다른 모든 사회적 가치들 또한 지배하려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왈쩌에게 정의로운 사 회란 한 영역에서의 기준이 다른 영역을 침범하지 못 하도록 그 연결고리를 끊는 것, 각각의 영역이 서로 존중받는 사회이다.

마이클 왈쩌 정의론의 핵심 아이디어를 초등 도덕과 교육과정에 구현할 수 있 다면 초등 도덕과 교육을 통해서 우리는 정치 훈수꾼들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이 다. 훈수꾼들은 상호존중과 공유된 자존감을 바탕으로 계급적 특권의식을 감소시 키고 강압적 명령과 그에 따른 맹종을 감소시켜 정의로운 사회를 구성해 나갈 것 이다. 이와 같은 마이클 왈쩌 정의론의 초등도덕교육에의 함의를 논의하기 위하

여 본 연구에서는 다음의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마이클 왈쩌 정의론의 전개 배경과 핵심 개념들을 알아 본다. 마이클 왈 쩌는 정의를 개인이 함양해야 할 덕이 아닌 사회의 모습을 묘사하는 기술어로 파 악하고, 다원적 평등 개념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의 구체적인 모습을 설명하고 있 다. 그가 제시하고 있는 핵심개념들을 통해 그가 구상하는 정의로운 사회의 모습 을 살펴본다.

둘째, 현 도덕과 교육과정에서는 정의 관련 내용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 아 본다. 이를 위하여 2009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이 근거를 두고 있는 덕 교육적 접근법에 대하여 먼저 살펴본 후, 2009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 정의 관련 내용이 어느 수준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분석하여 현 초등 도덕과 정의 관련 교육 내용 구성의 문제점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셋째, 마이클 왈쩌 정의론의 초등도덕교육에의 적용방향을 논의해 본다. 현행 교육과정 및 교과서 분석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개선 방향으로 마이클 왈 쩌 정의론을 초등 도덕과 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살펴본다.

2. 연구의 범위 및 방법

본 연구는 마이클 왈쩌 정의론의 초등도덕교육에의 함의를 살펴보는 것을 목표 로 한다. 이를 위하여 마이클 왈쩌 정의론의 핵심 저서인 『정의와 다원적 평 등』(1983)에 등장하는 개념을 중점적으로 분석한 후, 2009 개정 초등 도덕과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반영된 정의 관련 교육 내용을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현 정 의 관련 교육 내용의 문제점에 대한 보완으로 마이클 왈쩌 정의론을 적용한 초등 도덕과 정의 관련 교육 내용 구성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관련 서적 및 논문, 교육과정 문건을 비교․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정의론 자체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정의론의 초등도덕교육 에의 적용 혹은 초등 도덕과 정의 관련 교육 내용 구성에 관한 연구는 거의 이루 어지지 않고 있다.2) 이러한 상황에서 마이클 왈쩌 정의론의 초등도덕교육에의

2) 초등 도덕과 정의 관련 교육 내용 구성에 관한 선행 연구로는 다음의 논문을 참고할 수 있으

함의를 찾아보는 시도는 초등 도덕과 교육의 정의 교육 내용 구성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나 덕교육에서의 정의 개념 자체를 분석하는데 머무르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오은미. (2004).

초등 도덕과 정의 교육 내용 구성 개선에 관한 연구. 석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