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Ⅳ. 마이클 왈쩌 정의론에 기초한 초등 도덕과의

1. 사회적 가치 인식 활동

마이클 왈쩌는 정의를 사회의 실체적 생활을 수식하는 수식어로서 파악하였다.

사회라는 것이 있기 전에 정의로운 사회가 있을 수는 없다. 사회에는 이미 무한 수의 생활과 사회적 가치들이 있다. 사람들의 사회적 가치의 의미에 대한 의견이 불일치할 경우, 정의는 사회가 그 의견 불일치의 표현, 판정의 메커니즘, 대안적 재분배 등을 위한 통로를 제공하는 가운데 의견 불일치에 충실할 것을 요구 (Michael Walzer, 1984/1999, pp.472-473)할 뿐이다. 따라서 정의로운 사회는 각기 다른 영역에서 각기 다른 기준을 가지고 의견의 불일치를 인정하는 가운데 사회 적 가치를 분배해가는 사회이다.

왈쩌의 경우 특히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다원적 평등론을 적용함에 있어 "다원 적 평등론을 무작정 이식하거나 적용하기보다는 한국의 전통과 문화 속에서 분명 히 있을, 공사영역의 분화와 분배적 영역 분리와 다원적 평등에 관한 도덕적 안목 을 발굴하여 확연하게 드러내고, 또한 고양시켜서 강조하는 일이 중요하다(박정 순, 2000, p.160)"고 말한 바 있다. 정의로운 사회 구축에 있어 분배적 영역을 분리 하고 다원적 평등을 이야기하는 일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와 문화 속에 존재하는 도덕적 안목을 발견하고 고양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이를 위 해 가장 첫 번째로 해야 할 것은 사회적 가치들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재인식 하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 인식 활동은 다원적 평등 개념을 구현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왈쩌 의 가치론에 근거를 둔다. 왈쩌는 분배가능성의 다원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 한 것으로 가치론을 꼽은바 있다. 분배의 과정, 결과보다도 이전에 분배되는 가치 들이 어떻게 구상, 창출되었는가에 우선 주목하는 것이다. 가치들은 분배 주체들 에게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듯 등장하지 않는다. 사회적 가치들을 창출하는 것 도 사람들이며 그 가치들을 인식하고 그에 알맞게 배분하는 것도 인간이다. 이를

왈쩌는 다음과 같이 묘사한 바 있다.: “사람들이 가치들을 구상하고 창출하며, 또 한 이렇게 구상되고 창출된 가치들을 서로서로 분배한다(Michael Walzer, 1984/1999, p.35).” 따라서 다원적 평등에 근거한 분배를 위한 첫 걸음은 사람들이 구상하고 창출한 가치들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활동은 가치론의 여섯 가지 명제를 기초로 구성 가능하다.

첫째, 분배적 정의와 관련된 모든 가치들은 사회적 가치들이다. 개인에게만 가 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굳이 분배를 논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 여 각자에게 소중한 물건 또는 사진 등을 가져오게 한 후, 본인이 직접 그것이 왜 소중한지 설명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물건 혹은 사진이 소중한지 이야 기해보는 활동을 해 볼 수 있다. 내가 키우는 강아지, 내가 직접 만든 컵, 집 앞마 당에 자란 꽃 한 송이는 내게는 사적이면서도 정서적인 이유에서 소중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소중하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다른 사람들은 한 개인이 소중하게 여기는 그것들을 굳이 소유하거나 향유하고자 하지 않는다. 사적이면서도 정서적인 이유에서 한 개인에게 소중한 것들을 굳이 분배 의 문제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게 된다.

안전과 복지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는 안전과 복지가 모두에게 소중한 것인 지 이야기해 볼 수 있다. 안전과 복지는 필요의 문제로 왈쩌가 지적했던 것처럼 안전과 복지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공동체는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안전 과 복지가 사회적 성격을 띠고 그것의 가치를 인정받을 때 그것은 분배되어야 할 영역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 분배 영역에서 누가 얼마만큼을 필요로 하는지는 분 배 기준에서 논의되어야 할 부분으로 남겨 둔다.

둘째, 사람들은 그들이 사회적 가치들을 구상하고 창출하며 소유하고 또한 채 택하는 바로 그 방식 때문에 구체적인 정체성을 갖는다. 태어나면서부터 인간 사 회와 동떨어져 성장해 온 사람이 갑자기 인간 사회에 속하여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수행이 가능한지에 대하여 논의해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늑대에게서 길러 진 아이 카마라17)가 왜 사회로 돌아와서 적응하지 못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해 17) <늑대가 기른 카마라 이야기>

1941년에 덴버 대학과 엘 대학의 두 교수에 의해 중대한 기록이 발견되었다. 그것은 인도에 서 발견된 늑대가 키운 두 아이를 싱 목사가 데려와 교육한 9년 간의 과정이 담긴 싱 목사 의 일기장으로 인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자료다.

보자. 왜 카마라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 했을까. 카마라는 태어난 후로 어떤 경우

단 하나로 구상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무엇이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가. 누구 나 가장 기본적인 가치에 대한 생각은 다를 것이다. 안전일 수도 있고 식량일 수 도 있으며 혹은 돈일 수도 있다. 기본적인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논의해 보 는 것만으로도 기본적인 가치들의 집합을 단 하나로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 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가치들의 이동을 결정하는 것은 그 가치들의 의미다. 즉, 가치들의 의미 에 따라 해당 가치가 분배되어지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 음과 같은 상황에 대하여 토의해 볼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은 한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무엇이 문제인가. 돈이 많다는 것 은 부의 영역에서의 문제이고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공직의 영역인데 본 상황은 부의 영역이 공직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다. 공직은 해당 관직에 맞는 역량을 갖 춘 사람이 공정한 절차에 의하여 선발되어야하는 영역이라면 부의 영역은 특정인 의 사업 수완 등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사업 수완이 좋다하여 관직에 맞는 역량을 갖추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는 사회적 가치들의 분배 영역이 각기 다르게 존재하며 그 분배 영역에서 가치들은 그 가치의 의미에 맞게 분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섯째, 사회적 의미들은 그 특성상 역사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배 그 자체 와 정의로운 분배 및 부정의한 분배의 개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할 수 있 다. 이는 네 번째 명제와 연관된다. 가치들의 의미에 따라 가치가 분배되어지는 방식이 달라지는데 이때 가치란 사회적 가치로 사회는 그 특성상 역사적이며 역 사는 변한다. 따라서 사회적 가치, 사회적 의미들 역시 변한다. 왈쩌가 예를 들었 던 것처럼 매관매직은 시공계를 넘어 재연되고 규범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 처럼 생각될 수 있으나 공직이 될 수 있는 종류나 직위를 바라보는 입장 자체에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현대의 공무원의 종류18)와 과거의 공무원의 종류가 어떻게 달

18) <공무원의 종류>

공무원은 크게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으로 구분되며 또한 경력직과 특수경력직으로 구분된 다. '경력직 공무원'은 실적과 자격에 의하여 임용되고 그 신분이 보장되며, 평생토록 공무원 으로 근무할 것이 예정되는 공무원을 말하고, '특수경력직 공무원'은 경력직 공무원 외의 공 무원으로 평생 공무원이 보장되지 않는다(시사상식사전, 2015).

라졌는지 비교해보는 활동이 가능하다. 이 활동을 통해서는 공직이라는 사회적

다. 이는 앞선 다섯 가지 전제들의 결론이며 이어지는 분배 영역 나누기, 분배 기 준 정하기 활동의 전제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분배적 정의와 관련된 가치들은 사회적 가치들이며 해당 가치들의 구상, 창출, 소유 방식에서 인간은 자신들의 정 체성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의 집합을 단 하루 구성할 수 없으며 각각의 가치들은 각 가치들의 의미에 맞게 분배된다. 각 사회적 가치들의 의미는 역사적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가치들 이 구분되어지기 때문에 그것들은 그 당시 그 가치가 의미하는 대로 분배되어야 하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 이는 상대적 자율성을 의미하며 각각의 분배 영역에서 존재하는 기준들을 확인하고 또 그것에 따라 분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상에서 살펴본 활동들은 사회적 가치 인식 활동으로 사회에 이렇듯 다양한 사회적 가치가 있으며 각각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하여 재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는 왈쩌 정의론의 전제인 다원주의 그 자체이며 다양한 사회 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만 각 가치의 고유성에 근거한 분배 기준 확립이 가능할 것이다.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