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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문서에서 ‘사회’란 무엇인가 (페이지 34-37)

김이석 소장 (시장경제제도연구소)

1. 서론

사회적 투자(social investment)는 주지하듯이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4)가 신자유주의도 아니고 복지국가도 아닌 ‘제 3의 길’을 주창하면서 제시된 개념이다. 그 는 종전의 복지국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유시장의 원리를 수용하는 한편 사회민 주주의를 추구하는 방안으로 소위 사회적 투자 국가(social investment state)를 제 안하였다. 영국에서 새로운 노동당(New Labour)이 사회적 투자 국가를 새로운 노동 당의 강령으로 받아들이면서 사회적 투자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게 되었다.

‘사회적 투자’정책들은 종전의 복지지출이 만들어내는 ‘복지병’을 의식하고 이를 방지 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자원을 덜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종 전의 복지국가 아래에서의 실업수당은 실직자들에게 구직에 나설 유인을 별로 주지 못했지만 ‘사회적 투자 국가’라는 슬로건 아래 시행된 정책들은 실직자가 구직에 나설 유인을 대폭 강화하였고 그 결과 경제활동참가율도 높아졌다.5)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가 유의할 점은 정부재정으로 유지되는 무료 재훈련 기관들을 많이 설립할수록 경제적 효율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상 진료가 의 료 쇼핑과 같은 과소비를 불러일으키듯 무상 재훈련에는 많은 낭비가 내재되기 마련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지국가의 문제점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에서‘사회적 투자’라 는 용어는 일부 긍정적인 측면도 지니고 있지만,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혼란을 줄 수 있다.

첫째, ‘사회적’이란 형용사가 붙은 여타 용어와 마찬가지로, 이 용어는 정부가 사회적 투자라는 명분으로 행하는 모든 재정지출이 특정 개인이 아니라 사회전체의 구성원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지출인 것처럼 착각하게 함으로써 이를 쉽게 정당화하지만, 실 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둘째, ‘투자’라는 용어가 붙어 있어서 투입된 비용에 비해 더 큰 산출을 만들어낼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고 세금으로 충당되는 ‘사회적 투자’가 낭비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6) ‘사회적 투자’라는 명분으로 무료 재훈련 센터를 많이 짓고

4) Giddens(1998) 참고.

5) 이런 정책들은 기존에 국가 재정으로부터 실업보험과 같은 혜택을 받던 계층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 부가 이들에게 주는 실업보험(수당)의 기간과 금액을 줄이는 대신 그 돈으로 이들에게 재훈련을 시키 고 구직에 나서도록 채찍(실업수당 중지)과 당근(취업시 실업수당의 일부 혹은 전부를 일정기간 지속) 을 통해 독려한다. 하는 것이다.

6) ‘투자’라고 이름이 붙어 있어서 이런 명목으로 지출되는 재원들에 대해 국민들이 경각심을 가질 필요 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이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들 수 있다.

예산을 많이 쓸수록 경제적으로 더 번영하는 것은 아니다.

2. ‘사회적 투자 국가’

(1) ‘사회적 투자’라는 용어의 등장 배경

제3의 길, 혹은 사회투자 국가와 같은 개념이 등장하게 된 먼 배경(학문적 배경)으로 는 전통적인 복지국가와 케인스주의 경제정책이 가진 한계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졌 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가까운 배경(정치적 배경)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으로 자유시장을 추구한 영국의 보수당 정권의 정치적 성공이었다. 집권을 위해 노동 당은 과거의 정강을 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7)

<이론적 배경: 복지국가와 케인스식 처방의 실패>

복지국가는 정부의 복지지출에 의존해서 사는 사람들에는 이에 의존하려는 유인을 만 들어내는 반면, 세금납부자들에게는 생산활동을 줄이려는 유인을 만든다. 그래서 생산 은 둔화되는데 정부가 복지지출로 써야할 돈은 늘어난다. 한마디로 지속가능하지 않 다. 그래서 양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여러 국가들에서 도입된 복지국가는 50~60년 대는 지탱될 수 있었으나 1970년대에 와서 그 한계를 드러내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응이 1980년대의 대처와 레이건의 소위 ‘신자유주의’ 정책들이었 다. 케인스식 유효수요 관리 정책도 한계를 드러내고 그 대안으로 소위 통화주의 학 파의 정책들과 공급측면 경제학(supply-side economics)가 정책적 대안으로서 사람 들의 주목을 받은 시기도 이 때였다.

케인지언 경제학은 경기침체기에 적자재정을 펼쳐서 총 유효수요를 늘려주라고 주장 한다. 그러나 적자재정정책과 통화증발을 내용으로 하는 경기부양정책은 시간이 지나 면서 실업과 물가상승이 함께 발생하는 소위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이 때 케 인스주의는 더 이상 처방을 내릴 수 없다. 실업을 생각하면 통화를 증발하고 적자재 정을 늘리는 가속페달을 밟아야 하고, 물가상승을 생각하면 정지페달을 밟아야 하지 만, 두 페달을 동시에 밟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적자재정 정책은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가 되는 공유지의 성격을 가진 세금과 정부 지출의 규모를 늘리기 때문에, 생산증가는 둔화될 수밖에 없어 늘어나는 복지지출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화폐증발도 사람들의 물가상승을 예상하기 시작하면서 정책의 유효성을 잃게 된다.

오스트리아학파 경기변동이론이 설명하고 있듯이, 저축이 동반되지 않은 (불환)화폐와 신용의 증발은 단지 물가를 올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자율 신호를 왜곡함으로 써 잘못된 투자와 과도한 투자를 만들어낸다.8) 2008년 벌어진 국제금융위기에서 주

7) 물론 이런 배경 이외에도 전통적인 복지국가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도록 만든 변화들도 있다. 예컨대, 모든 사람들의 일상적 필요들이 비슷하던 과거와는 달리 사람들의 필요가 개별화되었다는 점도 하나 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세계화에 따른 새로운 위험을 그런 배경의 하나로 보지만, 이는 시 장의 통합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변화라는 점에서, 복지국가의 내재적 문제와 같은 지속적인 성 격의 것으로 보기 어렵다.

택부문의 투자가 바로 이런 종류의 투자로서 과잉 공급된 신용이 주택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동안 주택시장은 활황을 보였지만 붕괴되고 말았다.

<정치적 배경: 영국병과 대처혁명>

1970년대 영국은 비효율적이면서 비대해진 공공부문, 방만한 복지정책, 임금인상을 성취하기 위해 극단적 수단인 파업을 일삼는 과격한 노조활동 등으로 특징지어졌다.

시장경제를 구했다고 선전되던 복지국가와 케인스주의는 실은 자유시장경제의 작동에 필수적인 원칙들의 작동을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자 사회주의 정책 노선 을 견지하던 노동당까지도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으나, 실제로 변화를 이룬 사람은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였다. 그는 영국병에 대한 치유책으로, 복지 대신 자립과 자유시장의 원리를 앞세우고 비효율적인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한편, 파업을 일삼는 강경노조운동에 맞서는 정책으로 장기 집권하였다.

대처의 정치적 성공은 노동당으로 하여금 국유화와 같은 사회주의 정책의 핵심적인 정강을 포기하게 하고, 시장원리를 사회를 조직하는 기본원리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사회민주주의의 이념을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추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정 통 사회주의자들을 노동당에서 몰아내는 등 노동당 내의 변화를 상징하는 용어가 ‘제 3의 길’ ‘사회투자 국가’였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세계대전 전후에 보수당과 노동당 할 것 없이 양당 모두 복 지국가 정책과 케인스주의적 거시경제정책을 기본적으로 따랐으나, 영국병으로 일컬 어지는 복지국가의 문제가 현저해지자, 양당 모두 더 이상 복지국가와 케인스주의적 정책을 지켜야할 기본정책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2) 정책의 내용: 사회투자 국가는 전통적인 복지국가와 어떻게 다른가?

사회투자 국가라는 개념 아래 펼쳐진 정책들은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의 통합, 기회평 등을 위한 투자, 경제활동 참여의 세 가지 점에서 과거 복지국가 체제 아래에서의 정 책들과 달랐다.

복지정책은 사회정책적인 필요를 충족하기만 하면 된다고 보고 과거 복지국가 체제에 서는 투입된 비용에 비해 얼마의 효과를 낳는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소위 사 회적 투자 국가를 지향하면서 소득이전 정책으로 결과적 불평등이 완화되었다는 것으 로 고려사항이 모두 끝나지 않고 경제적 효율성도 함께 따지게 되었다. 소득재분배를 위한 소득이전 프로그램들을 단순히 사회정책으로만 간주되지 않고 효율성을 다루는 경제정책으로 간주됨으로써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의 경계가 흐려졌다. 생산적 복지란 용어가 이런 변화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 아래 과거와는 달리 결과적 평등보다는 기회의 평등에 초점이 맞추어졌 다. 이렇게 되자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보다는 사람에 대한 투자에 주력하는 변화 가 나타났다.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learn-fare라는 용어의 등장이다. 이런

8) 김이석 (2012) 참고.

learn-fare를 제공함으로써 복지수혜자들로 하여금 계속 남이 낸 세금을 소비하는 세 금소비자들로 머물게 하기보다는 이들의 고용가능성을 만들어주고 유지하는 데 정책 의 초점이 맞추어졌다. 이런 변화에 따라 보육, 유아교육 등을 포함한 교육과 재훈련 에 대한 재정지출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데 주력하는 정책들이 만들어졌다. 양육부담을 덜어 주어 여성노동자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제고하는 정책이 그 실례이다. 그 결과 엄청난 수의 보육원, 유아원, 유치원들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복지에서 일로'(from welfare to work), work-fare 등의 용어들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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