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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 사회적 강자는 누구인가?

문서에서 ‘사회’란 무엇인가 (페이지 48-54)

이주 노동자,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법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 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사회적 약자라는 용어는 지난 20여년 간 우 리 사회의 중심 주제어가 되어 왔다.

그러면 우리 사회에서 자주 언급되는 사회적 약자에는 누가 있는가?

우선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사회적 약자는 여성이다. 남녀가 성(性) 에 따른 법률적, 사회적, 경제적 차별을 받지 않고 동등한 지위와 권리, 의무를 가져 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성에 대한 명시적 혹은 묵시적 차별이 존재하며, 따라서 여 성은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다고 한다. 한 백과사전은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증거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적시하고 있다. “2010년 현재 국제적인 수준 에서 한국의 남녀불평등지수는 138개국 중 20위, 남녀격차지수는 134개국 중 104위, 한국의 권한 척도도 109개국 중 61위로 낮았다. 여성의 정치참여율을 보면, 18대 국 회의원선거에서 여성당선자는 전국구 27명, 지역구 14명(총 41명)으로 당선자의 13.7%였고, 2010년 지방의원 선거에서 여성당선자는 739명으로 20.3%였다. 이는 유 엔권고 비율인 30%에 못 미친다. 또한, 2009년 5급 이상 여성공무원 비율은 중앙부 처 10.5%, 지방자치단체 8.1%로 매우 낮았다. 여성의 경제활동율도 54.5%로 남성은 75.6%보다 낮았으며, 성별 소득격차도 남성이 1이라면 여성은 0.52로 남성의 절반 수준이었다.” (Naver 지식백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양성평등」).

여성의 이런 상황들을 예로 들면서,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며, 이에 따라 정부의 보호 를 받아야만 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여성보호정책은 여성할당제이다. 여성들이 사회·

경제적으로 차별을 받는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고용이나 승진 등에서 일정 비율의 여성을 반드시 의무적으로 채용하거나 승진에 포함시켜야만 한다는 규정이 그것이다.

이 여성할당제는 유권자들의 선거로 뽑는 국회의원 공천이나 국회의원 비례대표명부 에서의 순번에서조차도 나타난다. 남성이 군대를 갔다 와서 공무원 시험을 칠 때 가 산점을 주는 것은 위헌이지만, 시험성적이 떨어지는 여성이 남성을 제치고 합격하는 일은 큰 마찰 없이 받아들여진다. 여성은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 때문이다.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은 정부 정책만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 묻어 있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는 여성전용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범죄가 발생하기도 하므로, 비상벨·CCTV 증설과 보안요원 추가 배치 등 여성전용 주 차장 출입통제를 강화해 “사회적 약자인 여성 운전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 도 나온다. 일반적 범죄 예방 차원이 아닌 사회적 약자인 여성 보호 차원의 대책을 강구해 달라는 말이다.

근로자도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로 불린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인 이들 근로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최저임금제도도 시행하고 주5일제도 강제하고, 정년 도 법률로 연장시키고, 해고를 극히 어렵게 만든다. 한국은 고용시장이 경직되어 있기 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고용보호를 매우 두텁게 해야만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보호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근로자들이 사회적 약자라고는 하지만, 이들은 중소기업이나 납품업체 사용자 나 근로자들에 비하면 엄청난 사회적 강자가 되어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존재가 된 다. 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이 2006년 파업을 벌이자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납 품업체 사장이 다음과 같이 하소연하고 있다. “숨이 꽉 막힐 지경입니다. 산별노조로 전환했으면 이젠 사회적 약자인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좀 생각하면서 파업을 벌였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근로자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근로자 중에서도 대기 업 근로자는 사회적 강자, 중소기업 및 납품업체 근로자는 사회적 약자라는 도식이 새롭게 생겨난다.

근로자 중에서도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는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로 불린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에 적극 나서겠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법’이 만들어지고, 비정규 직의 정규직화가 추진되었다.

노인과 아동, 청소년도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적 약자로 자주 언급된다. 고령자고용촉 진법을 시행하고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국민행복연금을 도입하는 명분도 노인이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에서 노인에게 우선권을 주는 제 도도 노인이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최근 아동과 여성 등 사회적 약자 를 위한 전용 홈페이지인 안전Dream(www.safe182.go.kr)에 4대악 신고·상담 전용방 을 개설했다.

임차인도 사회적 약자로 자주 언급된다. 임차인들은 임대료 문제, 임대차 기간의 불안 정성, 임차 건물에 대한 등기의 어려움 등 각종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적 장치로서 임대차보호법을 제정하고 규제를 강화해서 이들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해야만 한다고 한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사회적 약자다. 서울대를 위시한 수도권의 주 요 대학들이 지방 소재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을 일정비율 의무적으로 합격시키는 지 역할당제를 도입하는 것이나, 여러 기업에서 지방대학 출신 학생들의 의무채용비율을 설정하는 제도도 지방출신 및 지방대학 출신들을 사회적 약자로 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서울에 살거나 서울에 소재하는 대학을 다닌다는 것이 곧 사회적 강자라는 말이 되며, 이에 따라 여러 가지 불합리한 규제와 불이익을 받는 이유가 된다. 한국수력원 자력은 지방대 채용할당제에 이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일자리를 주는 ‘사회형 평적 채용’을 시행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인 이른바 ‘하우스 푸어’도 사회적 약 자의 대열에 집어넣고 보호의 대상으로 삼는다. 공공기관이 하우스 푸어 주택의 지분 일부를 사주는 ‘지분 매각제도’를 도입하여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제도가 그것이다. 이렇게 보면 자기 집을 갖고 있어도 대출금이 있는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 에 속한다.

민주노동당의 주장에 따르면 공무원도 사회적 약자다. 2002년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 의 울산 동구청장과 북구청장이 공무원 노동자들의 연가를 허용했다는 이유로 행자부 가 경고방침을 밝히자, “사회적 약자인 공무원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위해 원칙을 지 킨 두 구청장의 행동을 높이 평가하며 이런 일로 징계를 받는다니 참으로 자랑스럽 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사회적 약자는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여러 가지 특혜를 받는다. 대출금도 수시로 감면받는다. 최근에는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하여 금융채무를 갚지 못하고 있는 약 48만 명의 빚을 탕감해 주고 있다. 이들이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정부에서는 저소득, 빈곤, 서민층 자녀들이 공직사회 및 공공부문에 진출하거나 대학 에 입학할 때 가산점을 주거나 할당제를 적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우 대하는 방안도 제안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전형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전형을 실시하여 사회적 약자를 우대한다. 장애인 부양가족과 60세 이상 고령자, 다자녀 가구 등도 사회적 약자로서 자산관리공사가 채무감면의 혜택을 부여한다. 사회적 약자들은 탈법 불법을 저질러도 관대한 대우를 받는다. 비정규직 근 로자가 20여일 이상 고성능(高性能) 스피커로 시끄럽게 불법시위를 벌여 주민들이 괴 롭힘을 당해도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권력 투입 이 어렵다고 하는 실정이다.

사회적 약자라는 용어는 사람만이 아니라 기업에게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부여국유 림관리소는 2013년도 각종 사업에 필요한 물품을 ‘사회적 약자 기업’인 지역 중소기 업 및 장애인 제품으로 우선 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 서울의 은평구도 ‘사회 적 약자 기업’의 경영안정을 위해 이들 사회적 약자 기업 제품의 우선 구매는 물론 문화공연이나 각종 행사 시 수의계약을 통해 우선권을 주며, 민간에서 진행되는 용역 의 30% 이상을 이들 기업에 지출하는 정책도 편다. 만일 대기업과 수의계약을 통해 행사를 진행한다면, 특혜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며 여러 논란이 일 수 있겠지만, 사회 적 약자와의 수의계약은 아무런 문제도 제기되지 않는다. 오히려 장려되는 분위기이 다.

모든 사회적 약자들의 반대편에는 항상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강자가 존재하게 마련 이다. 다시 말하면, 사회적 약자를 언급하는 배후에는 항상 사회를 강자와 약자로 이 분하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숨겨져 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강자 인 남성이 있으며,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사회적 강자인 기업인 혹은 사 용자가 존재한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해서는 사회적 강자인 비장애인이 있으 며, 사회적 약자인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사회적 강자인 대한민국 국민이 존재한 다. 사회적 약자인 노인과 아동, 청소년에 대해서는 청년과 중장년층이 사회적 강자로 군림하며,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서는 정규직 근로자와 사용자가 존 재한다.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사회적 강자로서 횡포를 부리고 있으며, 사회적 약자인 노숙인에 대해서는 네 개의 벽과 지붕이 있는 집에서 잠을 자 는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강자로 부상한다. 사회적 약자인 동네수퍼와 골목상권, 중소

기업에 대해서는 대기업과 대형 유통업체, SSM이 사회적 강자로서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

그런데, 사회적 약자를 이렇게 나열하다 보니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도대체 우리 사 회에서 이렇게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있는데, 이들이 ‘진정한’ 사회적 약자인가? 그리 고, 역으로 ‘진정한’ 사회적 강자는 누구란 말인가?

다음과 같은 뺄셈을 한 번 해보자. 우선 우리 사회의 구성원 중 외국인 근로자는 사 회적 약자로 불린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아닌 모든 사람, 즉 모든 대한민국 국민은 사회적 강자가 된다.

모든 대한민국 국민 중 아동과 청소년은 사회적 약자다. 그렇다면 아동과 청소년을 제외한 모든 성인 남녀는 사회적 강자가 된다. 아동과 청소년을 제외한 모든 성인 남 녀 중 여성은 사회적 약자다. 따라서 모든 성인 남성은 사회적 강자다. 성인 남성 중 남성 노인은 사회적 약자다. 그렇다면 모든 성인 남성 중 청년, 중장년층이 사회적 강자가 된다. 모든 청, 중장년 중 비정규직 근로자는 사회적 약자다. 따라서 모든 청, 중장년 중 정규직 근로자와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사용자는 사회적 강자다. 이들 중 근로자는 사회적 약자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에서 이제 사회적 강자로는 사용자만이 남는다. 그런데 사용자 중에서도 영세·중소기업 사용자가 있고 대기업 사용자가 있다.

영세·중소기업은 사회적 약자이고, 대기업은 사회적 강자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사용 자는 사회적 약자이고, 대기업의 사용자는 사회적 강자가 된다. 이제 대기업의 사용자 만이 사회적 강자로 남는다. 그런데, 이 대기업의 사용자들은 대부분 나이를 먹은 노 인들이다. 그리고 노인들은 사회적 약자다.

이렇게 사회적 약자를 제외시키는 뺄셈을 계속하다보면 남게 되는 사회적 강자는 없 다. 있다면 정치권이 남을 뿐이다. 아무리 사회적 강자라고 하는 대기업의 사용자들이 라도 국회의원들이 만든 아무리 엉뚱한 법이라도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국회의원이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가야만 한다. 다른 일정이라도 있어 소환에 불응하 면 바로 ‘괘씸죄’에 해당되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정치권에도 사회적 약 자인 노인과 여성은 있으므로, 국회의원 중 노인과 여성이 아닌 ‘젊은’ 국회의원만이 우리 사회에서 최종적인 사회적 강자로 남는다. 그런데, 이들 젊은 국회의원들의 목숨 줄은 유권자인 국민이 쥐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사회적 약자가 되고, 유권자들은 사회 적 강자가 된다. 그런데, 앞서 보았듯이 유권자인 국민은 모두 사회적 약자들로만 구 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 강자는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회적 약자가 과연 누구인지, 그것을 언급하는 자들은 자신이 무 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가 되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사회적 약자 용어 사용은 스스로 자체 모순에 빠지기도 한다. 서울시의 대형마 트 품목규제 정책을 들여다보자. 서울시는 동네수퍼를 운영하는 사람들과 재래시장 상인들을 사회적 약자로 보고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품목 규제를 하고자 하였다. 판매금지를 시킬 규제품목에는 채소와 수산물 등 총 51개 품목이 포함되었다. 그런데, 서울시가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농·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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