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사회보장 발전전략 수립의 필요성과 과제

사회보장 발전전략 수립의 필요성과 과제

<<

2

계획은 기본적으로 합리성(rationality)을 가정한다. 과거부터 현재까 지의 구조적 변화와 현재의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필요한 정책적 변화를 제안하는 것이다. 그러한 정책적 변화가 더 나은 미래를 산출할 것이라는 믿음에 상당히 많은 사회과학의 연구의 대상시점은 ‘먼 과거부터 가까운 과거’까지에 국한된다. 과거를 연구하는 이유는 과거의 연구대상인 개인이나 정책 혹은 국가의 경험 속에서 발견되는 반복된 경 향성이 현재나 미래에 함의를 가질 것이라는 ‘실증주의적’ 가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거(evidence)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계획 을 수립하게 된다.

특히, 기존에 어떠한 ‘증거가 유용했는가’(which evidence works)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절차이다. 영국의 경우 1997년 신노 동당 정부 이래로 증거기반정책(evidence-based policy)을 주창하면서 의견이나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정책(opinion-based or ideology- based policy)이 아닌 면밀한 증거에 기반 한 정책을 추구하는 기조를 취해왔다(Wells, 2007).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증거의 중요성이 지속적으 로 제기되면서 어떠한 정책적 개입이 복지욕구를 효과적으로 대처했고, 효율성을 증가시켰는지에 대한 연구가 정부와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이루 어져왔다. 다양한 종류의 개인-가구 수준의 패널 데이터는 이러한 경향성 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미래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 있 어서 엄밀한 증거에 기반을 하고 있는가는 계획에 있어서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좋은 계획이란 단순히 규범이나 가치에만 기초 를 둔 것이 아닌 증거에 기반을 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증거기반 접근이 가지는 한계점 역시 존재하며, 이는 실증주의 가 내포하고 있는 합리성에 대한 한계이기도 하다. 좋은 사회보장 계획이 라는 관점에서 보면 증거기반접근은 측정 가능하고 검증할 수 있는 사안

에 대한 합리성을 가지지만, 엄밀한 측정이 어려운 이슈에 대해서는 한계 를 가진다. 측정이 어려운 대표적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사회보장 안이나 밖에 있는 다양한 요인들은 서로 얽혀있다. 다른 정책영역과 마찬 가지로 사회보장체계는 하나의 복잡계(complex system)이다. 복잡계 안 에서 하나의 정책이나 이슈는 독립된 정책이나 이슈가 아니며, 끊임없이 다른 정책이나 이슈와 상호작용하는 상호의존적 존재(interdependent being)이다. 사회과학에 진화론을 접목한 Graham Room(2011)이나 Sven Steinmo(2010)의 연구와 같이 하나의 정책은 끊임없이 다른 존재 들과 공진화(co-evolution)하며 변화하고 발전한다. 하지만, 방법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정책변화가 그 정책목표를 넘어 다른 정책들 에 어떠한 직간접적 영향과 효과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둘째는 ‘시간’의 고려이다. Paul Pierson(2003)이 제시한 비교정치학 에서 시간의 중요성은 정책에도 유사하게 적용이 가능하다. 원인이 얼마 나 짧은 시간, 혹은 긴 시간에 걸쳐 축적이 되는지, 그리고 결과가 얼마나 빠르게 나타나는지 혹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발현되는지에 따라서 다음

<표 2-1>과 같이 정책유형이 구분될 수 있다. 토네이도 유형의 경우 정책 을 시행하자마자 바로 중요한 정책결과를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유형이다.

반면에 어떠한 정책은 오랫동안 공을 들여야 어느 순간 발화점에 도달하 면서 결과를 실질적으로 볼 수 있는 지진유형과 같은 정책도 있다. 반면, 어떤 정책은 유성유형과 같이 시작과 함께 결과를 볼 수 있지만, 그 결과 가 긴 시간에 걸쳐 꾸준히 나타나기도 하며, 기후변화유형과 같이 오랜 시간에 걸쳐 빌드업(build-up)이 필요하고, 그 결과도 매우 서서히 나타 나는 경우도 있다. 경제정책이 대체로 시행과 결과의 거리가 짧고 원하는 결과를 짧은 시간에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삶의 질을 높이려는 정책

들이나 저출산 관련 정책 등 복지나 교육 정책의 경우 단시간 내에 그 효 과들을 기대하기 어렵거나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2). 이런 경우 시 간의 다차원을 고려하지 않은 증거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효과적인 사회보장 계획이 되기 위해서는 증거를 기반으 로 한 합리성에 더하여 ‘체계’에 대한 고려, 그리고 ‘시간’에 대한 고려가 동시에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표 2-1〉 원인과 결과의 시간에 따른 정책유형

원인: 빠름 원인: 느림

결과: 빠름 토네이도 유형 지진유형

결과: 느림 유성유형 기후변화유형

자료: Pierson(2003)을 수정 인용

하지만, 여전히 앞서 언급한 요인들이 효과적인 계획이 되기 위한 충분 조건으로서는 충분하지 않다. 추가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 점을 감안하여 야 한다. 첫째,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인지와 대처이다. 불확실성은 보통 ‘위험’(risk)으로 기존 문헌에서 논의가 되어져 왔으며, 울리히 벡 (Ulrich Beck, 1992) 등에 의해서 위험사회 논의로 확장이 되어져 왔다.

갑작스러운 자연재해나 특정한 정책이 가지는 환경이나 공공보건에 대한 위험이 그러한 예로 자주 논의가 되어져왔다. 위험사회론에서 위험은 예 측하기 어렵고, 측정하기 어려우며, 일국을 넘는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논의가 된다. 이러한 위험들은 일어날 가능성은 적어도 그 파장이 심대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지난 몇 년의 경험을 가지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 상당수의 양적연구들이 당해의 원인요인(독립변수)과 당해의 결과요인(종속변수)을 연결시 켜서 분석을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토네이도 유형의 가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uncertainty)은 위험의 불확실성을 넘어 혜택(benefit) 의 불확실성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자유무역협정이나 통일이 가져올 영 향은 단순히 위험뿐 아니라 혜택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실에 서는 단순히 위험의 정치(politics of risk)를 통한 정책 결정이 아닌 혜 택의 정치(politics of benefit)가 동시에 고려되면서 정책이 결정된다 (Jacobs, 2011). 실제로 미래의 다양한 사건들은 그 사건이 일어날 시점 에 대한 불확실성을 넘어 위험과 혜택의 두 차원에서 모두 불확실성을 가 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게 될 경우 매우 제한적인 계획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실제 그러한 사건들이 발생하게 되었을 때 부족한 준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불확실성이 합리성의 영역 외부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사회경제적인 불확실성 증가와 함께 점차 중요한 사회과학의 영역으로 대두되고 있다.

효과적인 계획을 위한 또 다른 중요 고려요인은 ‘과거’이다. 앞서 논의 한 과거가 실증적인 경험에 대한 증거로서의 과거였다면, 여기에서 과거 는 계획을 추동할 수도 있고, 가로막을 수도 있는 구조적이며 정치적인 유산으로서의 과거이다. 이는 문헌에서 권력(power)과 제도적 유산 (institutional legacy)으로 표현되곤 한다. 이미 역사적 제도주의에서 과거의 정책적 유산과 경로의존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바 있다 (Pierson and Skocpol, 2002). 유산과 권력은 분리된 개념은 아니다.

유산이 인센티브를 발생시키고, 이에 혜택을 보는 이들이 제도를 보호하 려고 하며, 다시 제도는 연계된 권력을 강화한다. 이를 한계체증(increa-sing return)으로(North, 1990) 혹은 긍정적 환류(positive feedback) 로 논의하기도 한다(Pierson, 2004). 이러한 과거의 중요성을 학술적이 거나 정치적인 의미를 넘어 현실적인 정책이나 정책의 계획에 어떻게 적 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용적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다.

자살률이나 출산율을 줄이는 것은 복잡한 체계나 정책의 시차 때문에 쉽지 않은 정책적 이슈가 될 것이지만, OECD 최고수준의 노인빈곤은 복 지정책으로만 접근한다면 토네이도 유형과 같을 수 있기 때문에 자원의 투입과 동시에 현재 50%에 육박하는 상대빈곤율을 OECD 평균인 10%

대로 낮출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자원(resource)의 제약이 원인이 될 수도 있고, 국가가 더 이상의 자원을 추출할 수 없다고 결정하는 누군가의 믿음이나 권력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아직은 가족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 혹은 노인보다 아동 에게 더 많은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는 일종의 규범 때문일 수도 있다. 이 러한 다양한 유산들이 노인빈곤을 줄이는 혁신적 정책의 등장을 가로막 는 요인이 되고 있을 수 있다.

과거는 미래를 경로 의존적으로 형성하게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고, 정 책의 안정성을 확보하게 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안정성이 확보된다면 제 도와 체계 내에 있는 이들이 예상되는 인센티브와 디스인센티브를 인지 하고 자신의 삶을 계획할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해서 안정된 사회와 개인 의 삶이 가능해진다. 효과적인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계획과 관련이 있는 다양한 구조적이고 제도적 유산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으 며, 관련된 권력구조와 거부점(veto points)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실현 가능한 계획이 도출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과도한 해석은 조심 해야 한다. 2~3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분명 경로의존을 찾을 수 있지 만, 20년 전과 비교하면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하여 우리 사회는 상당한 변 화를 경험하였다. 현실에서는 매순간 끊임없는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과거는 미래를 경로 의존적으로 형성하게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고, 정 책의 안정성을 확보하게 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안정성이 확보된다면 제 도와 체계 내에 있는 이들이 예상되는 인센티브와 디스인센티브를 인지 하고 자신의 삶을 계획할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해서 안정된 사회와 개인 의 삶이 가능해진다. 효과적인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계획과 관련이 있는 다양한 구조적이고 제도적 유산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으 며, 관련된 권력구조와 거부점(veto points)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실현 가능한 계획이 도출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과도한 해석은 조심 해야 한다. 2~3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분명 경로의존을 찾을 수 있지 만, 20년 전과 비교하면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하여 우리 사회는 상당한 변 화를 경험하였다. 현실에서는 매순간 끊임없는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관련 문서